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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자컾/241224] 고양이도 외로움을 탄다.

※작중에 자살 묘사가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뒤로가기 해주세요※  오랜만에 대면한 두 사람 사이에는 극도로 조용한 서늘함만이 남아있었다.유년기에 같은 고아원에서 의지하며 성장했던 한과 해연, 두 사람에게 있어 세상은 곧 서로였고 서로가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다.고아원이 폭파하게 되면서 한이 겨우 해연만 탈출시키고 폭파에 휘말려 함께 사망했다.몇 년 전, 제일가는 신문지의 1면을 장식했을 정도로 큰 뉴스거리, 거기에서 살아남은 게 해연이었다. 그녀는 홀로 살아남아 떠돌아다니며 구원자에게 주워져 그의 측근으로 평생을 살았다.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남몰래 울기도 하던 나날의 일상,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 해연아? "" ... 한 씨,..

에덴로즈 타입 2025.02.18

[NL/설정/241220] 人間讚歌

모든 일은 생각보다 천천히 사람을 옭아맸고,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마치 전염병처럼 퍼진 감정들은 폭동으로 이어졌고, 폭동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방문을 걸어두는 사람, 무너진 현실에 총을 쥐어 들고 일어나는 사람, 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주는 사람. 여러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폭동은 생각보다 커서 나라가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었다.폭력은 침묵을 낳았다.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점점 거세지는 시민들의 폭동에 나라는 탱크를 앞세우고, 폭탄을 터뜨리고, 총들이 서로를 공격했다. 개인 간의 공격이 어느새 나라끼리의 전쟁이 되어버리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폭동 사이로 일어난 바이러스 사태. 소리 소문 없이 퍼진 바이러스는 조금씩 사람들의 감정을 갉아먹었다. 누군가..

에덴로즈 타입 2025.02.18

[GL/나페스/241216] 엄친딸, 그 언니들. 8화

오늘부터 우리는 편  부제 : 믿었던 자의 배신  결과부터 말하자면 혜정과 유나는 쇼핑을 얼마 하지 못했다.한 브랜드에서 결제를 하려고 할 때, 감이 좋은 작은 신비에게 발각되었는데 작은 은비의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였다. 유나의 지름신 강림에 어떻게 말리지, 하고 있던 혜정으로선 반가운 사실이었다.그렇게 들킨 이후 한바탕 다른 사람들도 합세하려 너나 할 것 없이 혜정의 옷을 꾸며주었다.단호하게 거절하려고 했던 혜정이었다. 하지만 거절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카드가 등장해서 결제하는 게 아닌가. 분명 선물을 받는 건 기쁘고 좋았지만, 점점 쌓여가는 상자를 보니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그러다 쇼핑을 마치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사람이 사람인지라 자연스럽게 의자 숫자가 많고 공간도 넓은 비..

[GL/나페스/241213] 엄친딸, 그 언니들. 7화

오늘부터 우리는 편     부제 : 대단한 계획    은정의 감기로 인해 하루 병가를 내고, 6명이 단체로 그녀의 병문안을 갔던 날.  그날이 어느새 저번 주의 일이었다. 그날 은정의 방에서 다 같이 계획을 짜놓았던 걸 이제는 실행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할 때였다. 그 계획은 단순하게도 수련회에서 은정을 주인공으로 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은정이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올라가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두에게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계획. 어찌 보면 단순하고, 유치해 보일지는 몰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서 뭐라고 할 사람은 적으니까. 정공파로 밀고 나가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이 정해진 이후로는 은정은 춤 연습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나마 자유로운 건 오전 수업 정도? 오전에는 댄스부 사람들..

[GL/나페스/241128] 엄친딸, 그 언니들. 6화

유리구슬 편   부제 : 아프지 말아.    결국 그다음 날, 은정은 바보도 안 걸린다던 초여름의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그녀는 하루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늘 중학교에 다닐 때 한 번도 출석을 놓친 적 없었던 은정이었다. 그런데 여기로 이사 오고, 전학을 오자마자 한 학기가 다 지나지도 않아서 감기에 걸릴 줄은. 은정은 침대에 누워 찬 수건을 이마에 올린 채 생각했다. 어질어질한 눈앞에 괜히 서러움이 느껴졌다. 울컥 치고 올라오는 감정은 좀처럼 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서러웠다. 눈물이 금세 차올라서 눈 앞을 가렸다. 은정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새빛여자고등학교 댄스부실 안. 그곳에는 6명의 여자들이 모여 앞으로의 대안을..

[HL/드림/241205] 자각해 버린 순간부터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K H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과 동행하고 있는 이를 동경했다. 누군가를 동경한 적 없었던 그였지만 가는 길이 같은 그녀를 사랑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가볍게 생각하는 머리는 사고 방식이 부드럽고, 유연했으며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그녀를 동경하고 있으니까. 그 동경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서로 이름조차 모르던 그녀였고, L의 누나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름조차 알 수 없다는 이유로 통성명을 하고, 함께 있으니 알아야 한다는 목적으로 대화를 통해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아갔다. 모두 핑계였고,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꽤 돌고..

에덴로즈 타입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