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512

[HL/드림/260201] 드림 서사

방랑자가 유키를 처음 만난 건 수메르 외곽의 작은 시장에서였다.그날도 그는 늘 그렇듯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혼자 거닐고 있었다. 쓸데없는 대화, 쓸데없는 감정, 쓸데없는 관계. 그에게 그런 건 모두 피곤한 것들이었다.그러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 아, 죄송해요! ” 밝은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이는 소녀였다.유키는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안에는 과일과 빵이 가득 담겨 있었다. 부주의하게 걷다 방랑자와 부딪힌 모양이었다.방랑자의 표정은 싸늘했고, 그의 입에선 차가운 말이 나왔다. “ 앞 좀 보고 다녀. ”“ 아… 맞아요, 제가 너무 정신없이 걸어서 실례했어요. ” 보통이라면 그의 차가운 말투에 울거나, 당황하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방랑자 또한 이 여자가 당연하게도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HL/드림/260130] 드림 썰1, 2

썰1 이 둘의 관계는 처음부터 이상했을 듯?폭군은 경기장 들어오면 나를 보아라! 환호해라! 찬양해라! 하는 타입인데 무디는 뭔가 구석에서 악기 관리하면서 폭군 따위 눈에 안 들어올 듯. 진짜 관심 1 도 없이.그러면 폭군은 뭐야 왜 안 봐? 하고 있겠지. 소리 내는 건 아니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거야.근데 개인적으로 이러는 거부터가 끝났다고 생각함. 아니면 폭군이 무디 한테 미쳐있는 것도 볼 만할 듯. 설정상 폭군이니까 자존심도 강하겠지? 그런데 힐다 앞에서는? 그냥 강아지가 되는 거지. 오늘 경기 봤어? 괜찮았지?무디 한테만 하는 질문 공세를 퍼붓는 거야.그러다 무디 가 귀찮아서 … 응, 괜찮았어. 한 마디 해주면 그날 하루 종일 내내 괜찮았다… 괜찮았대… 괜찮았구나… 하면서 멍 때릴지도? 왜냐하면 무..

[HL/드림/260129] 드림 서사

목차1. 개요2. 서사 2.1. 첫만남 2.2. 사건 2.3. 두 사람의 관계 2.4. 관계의 진전 2.5. 이후 1. 개요 오오에 비공식 등장인물인 히지리에 쿠하나와 오오사키에 관한 서사적 문서.두 사람의 관계는 우연한 의뢰를 계기로 시작된 비의존적, 비침식적 관계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꾸거나 주게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각자의 가치관과 기준을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신뢰와 애정을 쌓아 올린다.본 서사는 혐관과 애증 구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결과적으로 쌍방 구원형으로 귀결된다.의뢰를 계기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오오에 섬으로의 동행과 선택을 통해 완성되는 쌍방 구원 서사로 완성된다. 초기에는 각자 독립된 삶과 기준을 유지한 채 신뢰를 쌓는 구조이나, 오오에..

월계화 타입 2026.02.09

[HL/드림/260128] 파도가 잦아든 뒤

부엌에 불이 켜져 있는 시간은 카미시로에게 언제나 낯설게 다가왔다.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와 함께 부엌에 있는 시간이 그랬다. 리아는 앞치마를 꺼내 허리에 둘렀다. 동작은 익숙했고, 소리는 조용했다.그 조용함이 오히려 카미시로를 긴장시켰다.칼이 도마에 닿는 소리,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가스레인지 점화음. 모든 것이 현실적인데, 그래서 더 불안했다. 현실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으니까. “ 뭐 먹고 싶으세요? ”“ ... 네가 먹고 싶은 걸로. ” 리아가 물었다.카미시로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이 너무 미래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정한다는 말에는 이 시간이 계속된다는 전제가 담겨 있었다. 카미시로는 결국 정하지 못하고 리아에게 선택권을 넘겼다.리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

에덴로즈 타입 2026.02.09

[HL/드림/260128]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리아는 그날, 일부러 카미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외출 준비를 했다.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시선이 계속 따라붙는 걸 느끼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그녀는 그에게 보여주기 위해 행동하기로 했다. 내가 그에게 믿음을 줘야 해. 떠나지 않는다는 걸, 도망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해.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온다는 걸 보여야 해. 그런 그녀의 다짐과 별개로 카미시로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리아를 보았다. “ 어디 가. ”“ 음... 카페요. 과일 스무디도 사고,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장도 좀 보려고요. ”“ 얼마나 걸리는데? ”“ 한 시간 정도요? ”“ 왜, 나 없이 가. ” 예상했던 질문이 날아왔다.카미시로의 목소리는 낮았고, 이미 경계가 서려 있었다. 리아가 예상한 질..

[HL/드림/260128] 불안의 파도가 앞설 때

카미시로는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리아를 놓지 못했다.눈을 떴을 때 그녀는 분명 곁에 있었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부족했다. 곁에 살아서 숨을 쉬는지 숨소리를 확인하고, 제대로 살아있는 게 맞는지 체온을 느끼고, 손이 닿아 있다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리아는 그런 그를 가만히 두었다. 그가 그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요 며칠, 카미시로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었다. 그 꿈을 단어로 설명하자면, 바다였다. 현실보다 훨씬 짙고 어두운 바다. 부서진 필드, 금 간 바닥, 무너지는 세계.그리고... 손을 잡고 있던 리아가 곁에서 사라져 버리는 장면.전생의 기억이었다. 그때도 그는 리아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놓지 않겠다고,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리아..

[HL/드림/260127] 말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헬스 키친의 밤은 늘 소음으로 가득하지만, 제이드 정은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하다고 느꼈다.창문 아래로 들리는 사이렌 소리조차 배경음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부엌 싱크대에 기대서서 컵에 물을 따랐다. 손목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스스로도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았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크도, 실례하겠다는 말도 없었다. “ 열쇠 바꿀 생각은 안 하는 건가? ”“ 바꿔도 소용없잖아.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오니까. ” 맷의 목소리였다. 숨이 조금 거칠었다. 제이드 정은 컵을 하나 더 꺼내며 말했다. 돌아보지 않아도 맷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녀의 착각일 가능성이 높았다.그래서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맷은 소파에 앉았다.옷깃이 스치며 나는 소리, 숨이 가라앉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