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페스 47

[GL/나페스/250310] 엄친딸, 그 언니들 16.6화

시간을 달려서     계획을 정하기 위해 소정의 집까지 온 건 좋았지만, 소은과 소정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비상 상태였다. 가정부가 소은을 너무 어여뻐하는 모습을 보자 머릿속에서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녀들은 각자였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여리지만 누구보다 강단 있고 사랑스러운 소은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소정이 마치 선수를 친 듯 먼저 앞서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오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면 다급하게 말을 바꾸길 반복했다.     ' 이거 진짜 큰일 났는데... 우리 집도 한 번 가봐야 하나? ' '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빠가 소정이 상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 ' ..

[GL/나페스/250310] 엄친딸, 그 언니들 16화

시간을 달려서   부제 :: 돌아온 학교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학교 운동장에 내려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 중에 소은과 댄스부도 포함이었다. 수련회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들은 다른 학생들처럼 그대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소정의 집에 가기로 했다. 수련회 이후에 있을 댄스부 경연 대회 때문에 이야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7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녀들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존재했다. 수연이 슬그머니 다가와 소은을 불렀다. 소은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애써 무시하고 싶었지만, 마냥 무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 소은아. " " ... " " 쟨 또 왜 갑자기 친한 척이야? " " 소..

[GL/나페스/250307] 엄친딸, 그 언니들 15.5화

시간을 달려서       수연은 폐건물로 들어가기 전, 소은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숲길 초입에서 무작정 숨어서 기다리려고 했다. 같이 온 친구에게 어린 중학생을 골탕 먹일 생각이라며 놀래켜 주자고 권했다. 그러자 그 학생이 흔쾌히 반겼고, 안 그래도 그 전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수연은 돌아선 여학생의 뒤를 노려보았다. 곧이어 소은과 예린이 올라왔다.  그래서 소은과 대화하기 위해 나간 것이었는데,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에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여러 대화를 나누던 중 예린이 소은의 앞을 막아서는 걸 보고서 수연의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수연의 입장에서 예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적당히 하고, 길 제대로 찾은 거 같으니까 먼저 가지? " " ... 선배. " " 이만 ..

[GL/나페스/250307] 엄친딸, 그 언니들 15화

시간을 달려서   부제 :: 담력 테스트   기숙사로 돌아온 세 사람을 반겨주는 건 기다리고 있던 남은 사람들이었다. 돌아왔을 때 수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명에게 듣기로 소은이 뛰쳐나간 이후 자신이 배정받은 반으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소은은 수연이 없다는 말에 내심 안심했다. 복도에는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학생들이 모여있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 중학생은 소은뿐이었다. 소정은 무언가 기억났다는 듯 소은에게 말했다. 그녀가 말한 것은 오늘 밤에 있을 소소한 이벤트였다.      " 아, 오늘 우리 애들끼리 담력 테스트하기로 했어. " " 담력 테스트요? " " 응. 여기에 오래 방치된 폐건물이 있다는데 팀을 짜서 거기에 다녀오기로 했거든. " " 아... "     자세한 이야기는 이러했다.  숲..

[GL/나페스/250228] 엄친딸, 그 언니들 14.5화

이제부터 우리는     부제 :: 그 여자's SAY     평소 아끼고 친하게 지내던 동생에게 고백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고 있나요? 그것도 심지어 같은 동성의 동생이 고백한다면? 평생을 알아 오기를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는 게 옳다고 배워온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황을 넘어설 테죠. 제가 그랬어요. 발렌타인 데이 전부터 어수선하게 바빠 보이던 그 아이는 당일 저에게 초콜렛과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넸죠. 고백과 함께요. 사귀자는 그 말에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강하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리 제가 그 아이를 아껴도 갑작스러운 고백은 당황스러웠죠.  무엇보다 고백을 받기 전날, 부모님의 일로 인해 저는 그 고백을 받아줄 수 없었어요.     " 미안, 미안해. 예정아. 많이..

[GL/나페스/250228] 엄친딸, 그 언니들 14화

오늘부터 우리는   부제 :: 예정의 과거 이야기      예정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이어졌다. 아주 오래전, 예정이 유치원생이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 바로 장수연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같은 마을에 사는 언니였지만 크면서 그 관계는 변했다고 말해주었다. 언제나 마을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괴롭혀질 때면 항상 달려와 주었던 사람이 수연이라는 것. 수연은 예정에게 있어 소중한 언니였고,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 예정에게 부모님이 계시긴 했지만, 두 분 다 일을 하는 탓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고, 그 탓에 자연스럽게 예정이 수연의 집에 놀러 가는 일이 많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집안에 교류하면서 그사이는 더 깊어졌다.     " 예정아, 울지 마. 언니가 멀리 가는 거 아니야. " " 흐으...

[GL/나페스/250216] 엄친딸, 그 언니들 13.5화

예정은 수줍은 마음으로 한 여학생 앞에 섰다. 점점 뜨거워져 오는 얼굴의 열기에도 입을 꾹 다물어 침을 삼키며 용기를 냈다. 손수 예쁘게 포장하고 준비했던 초콜렛을 앞에 선 여학생에게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인생 통틀어 고백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떨리고 설렜다. 혹여나 상대가 안 받아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야, 많은 시간들을 보내며 그녀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거절하지 않을...     " ... 미안해, 예정아. 난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 " " ... 어? 아, 아니야...! 같은 여자가 고백해서 좀 그렇지... " " ... ... 우리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지? " " 그럼! 수, 수연이 언니가 원하면... "    ..

[GL/나페스/250216] 엄친딸, 그 언니들 13화

지금부터 우리는     부제 :: 새로운 전학생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정의 등장에 춰봤자 얼마나 추겠냐며 낮잡아보던 학생들은 예정의 춤 실력에 감탄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정에게 반감이 없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해주고 노래를 즐겼다. 다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예정의 모습에 의외라 생각하며 놀라고 있었다.  노래가 다 끝나고, 포즈를 잡았을 때. 일순간 강당 안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10초 간의 정적, 그 이후에 함성이 쏟아지며 댄스부 6명의 이름과 예정의 이름이 불렸다. 예정은 춤을 추느라 거칠어진 호흡을 색색 내뱉으며 차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 와아아아!!! " " 소원! 예린! 은하! ..

[GL/나페스/250128] 엄친딸, 그 언니들 12.5화

부제 :: 작은 은비 이야기 작은 은비, 그것이 자신의 별명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평소 그토록 노력했던 댄스부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얻은 별명이었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똑같은 이름의 선배가 너무나도 멋있어서. 절로 동경하게 되는 사람들이라. 그래서 활동명이랍시고 지은 신비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었다. 언니들과 동갑내기 친구, 예원이. 항상 그렇게 6명이었다. 하지만 전학생이라고 들어온 여자아이는 춤 실력도, 노래도 형편없었다. 도저히 고쳐먹으려야 고쳐먹을 수 없을 정도로. " 저... 여기는 어떻게 해야 해요? " " ... 하, 잘 봐. "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갔다. 어리숙하면서도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빼앗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

[GL/나페스/250127] 엄친딸, 그 언니들 12화

지금부터 우리는   부제 :: 무대 위에서      이 선생님과 관련된 일이 끝나고 난 뒤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여름이 되었고, 여름에는 수련회라는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은진의 일상은 다시 돌아왔다. 아침 등교를 할 땐 언니들과 함께 했고, 하교를 한 뒤에는 종종 시내에 나가 놀기도 했다. 오늘은 내일 있을 수련회에서 뛸 무대를 위해 마지막 확인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춤 연습을 하지 않은 게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은진의 춤실력은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 은진아, 뭐야? 너 우리 몰래 연습이라도 했어? " " 하아... 하... 네? " " 전보다 엄청 실력이 늘었는데? " " 정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