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지 로즈 타입

[GL/나페스/250310] 엄친딸, 그 언니들 16.6화

나비의 보관함 2025. 3. 11. 06:45

시간을 달려서

 

 

계획을 정하기 위해 소정의 집까지 온 건 좋았지만, 소은과 소정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비상 상태였다.

가정부가 소은을 너무 어여뻐하는 모습을 보자 머릿속에서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녀들은 각자였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다.

여리지만 누구보다 강단 있고 사랑스러운 소은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소정이 마치 선수를 친 듯 먼저 앞서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오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하면 다급하게 말을 바꾸길 반복했다.

 

 

' 이거 진짜 큰일 났는데... 우리 집도 한 번 가봐야 하나? '

'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빠가 소정이 상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

' 소은이한테 점수를 따야 할 텐데... '

' 소정이 언니도 너무하셔.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다니... 보고 배워야겠어요! '

' 어쩌지. 다른 언니들에 비해 나는 소정이랑 그렇게 가깝지 않은데... '

 

 

차례대로 예린, 예원, 큰 은비, 유나, 작은 은비가 생각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소은이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보는 순간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소은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가정부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5명은 황급히 소정의 팔을 붙잡으며 매달렸다.

 

 

" 아, 언니!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

" 내가 뭘? "

" 진짜 치사하다, 소정아. 어떻게 그래? 이렇게 점수따기 있어? "

" 이모님이라면 받아들일 거 알고 지금 온 거죠? 그쵸? "

" 난 모르겠다~? "

 

 

소정은 자신에게 매달려 쏟아붓는 질문들을 피해 주방으로 피신하듯 쏙 들어가 버렸다.

남겨진 5명은 저들끼리 눈빛을 주고받더니 짧게 한숨을 쉬며 주방으로 향했다. 식탁에 앉은 뒤부터는 간식을 먹는 소은을 보았다. 식탁 위는 평화로웠지만, 식탁 아래로는 서로 발을 툭툭 건들며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