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려서
수연은 폐건물로 들어가기 전, 소은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숲길 초입에서 무작정 숨어서 기다리려고 했다. 같이 온 친구에게 어린 중학생을 골탕 먹일 생각이라며 놀래켜 주자고 권했다. 그러자 그 학생이 흔쾌히 반겼고, 안 그래도 그 전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수연은 돌아선 여학생의 뒤를 노려보았다. 곧이어 소은과 예린이 올라왔다.
그래서 소은과 대화하기 위해 나간 것이었는데,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에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여러 대화를 나누던 중 예린이 소은의 앞을 막아서는 걸 보고서 수연의 인상이 팍 찡그려졌다.
수연의 입장에서 예린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적당히 하고, 길 제대로 찾은 거 같으니까 먼저 가지? "
" ... 선배. "
" 이만 가자, 민정아. "
" 너 조심하도록 해. 얘가 댄스부랑 같이 다니니까 싸가지가 없어. "
" ... "
" 야! "
힉, 새된 소리를 내뱉으며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기 바쁜 학생이었다.
수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남겨진 수연은 그대로 폐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발을 들이던 순간, 수연의 눈앞엔 소은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수연이 소은을 와락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 소은아, 아까는... "
" ... "
" 넌 내 거지? 나만 사랑할 거지? "
수연이 소은을 향해 아무리 말해도 소은은 그저 조용히 안겨있을 뿐이었다.
말이 없는 대신 소은이 수연을 끌어안더니 목가에 얼굴을 기댔다. 그 순간 소은의 얼굴이 검게 물들더니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폐건물 밖으로 옮겨졌다.
수연은 점점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소은을 마지막으로 보며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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