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지 로즈 타입

[GL/나페스/250228] 엄친딸, 그 언니들 14.5화

나비의 보관함 2025. 3. 5. 00:01

이제부터 우리는

 

 

부제 :: 그 여자's SAY

 

 

평소 아끼고 친하게 지내던 동생에게 고백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고 있나요?

그것도 심지어 같은 동성의 동생이 고백한다면? 평생을 알아 오기를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는 게 옳다고 배워온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황을 넘어설 테죠. 제가 그랬어요.

발렌타인 데이 전부터 어수선하게 바빠 보이던 그 아이는 당일 저에게 초콜렛과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넸죠.

고백과 함께요. 사귀자는 그 말에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강하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리 제가 그 아이를 아껴도 갑작스러운 고백은 당황스러웠죠. 

무엇보다 고백을 받기 전날, 부모님의 일로 인해 저는 그 고백을 받아줄 수 없었어요.

 

 

" 미안, 미안해. 예정아. 많이 놀라서... "

" 아, 아니야! 갑자기 고백한 거니까... "

" 미안해. 네 마음은 받아주지 못할 거 같아. "

" 아... "

" ... 먼저... 갈게... "

 

 

제가 말했던 받아주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은 일이 풀리면 다시 받아주겠다는 말이었어요.

그 아이의 마음처럼 저도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장의 일 때문에 받아주지 못하는 게 그저 미안할 뿐이었죠. 그래서 받아주지 못한다고 말한 거였어요.

이후에 부모님의 일로 인해 정신없이 바빠서 저는 교내에서 그 아이를 향한 악의적인 소문을 몰랐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돌아왔을 땐 그 아이의 마음이 저에게서 이미 멀어지고 난 뒤였어요. 그 아이의 고백을 완전히 거절한 게 아니었는데, 그 아이는 거절한 거라고 생각한 건가 봐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정말 다 정리한 거냐고.

 

 

" 예정아, 너는 날 좋아한다면서.. 그 마음이 금방 사라졌니? "

" 그 마음은 정리했어요. "

" 뭐? "

" 그러니까 언니는 언니가 살던 대로 사세요. 저는 언니 잊고 살 테니까. "

" 왜, 왜? 예정아, 왜?? 아, 혹시 내가 거절해서 그래? "

" 하... 언니야말로 왜 이러시는 건데요? "

" 그건... 그땐 다 이유가 있었어. 예정아! 내가 너랑 같은 마음인 걸 너도 알고 있잖아. "

" 아뇨, 모르겠는데요.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어요. "

" 혜, 예정아...!! 어디 가는 거야! "

" 더 할 이야기 없어요. "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며 떠나던 그 아이의 뒷모습을 아직도 기억해요.

잠시 멈추었던 걸음에 혹여나, 하고 기대를 품었지만 가차 없이 버려졌죠. 그 아이가 용기내어 고백했을 때, 제가 거절했을 때. 그 아이의 마음은 이렇게 무참히 짓밟혔을까요?

너무 아팠어요. 그 아이가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요.

그래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싫다는 아이에게, 더 이상 이러지 말라며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아이에게 집착하고 강압적으로 굴기 시작한 것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