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은 수줍은 마음으로 한 여학생 앞에 섰다.
점점 뜨거워져 오는 얼굴의 열기에도 입을 꾹 다물어 침을 삼키며 용기를 냈다. 손수 예쁘게 포장하고 준비했던 초콜렛을 앞에 선 여학생에게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인생 통틀어 고백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떨리고 설렜다.
혹여나 상대가 안 받아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야, 많은 시간들을 보내며 그녀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거절하지 않을...
" ... 미안해, 예정아. 난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 "
" ... 어? 아, 아니야...! 같은 여자가 고백해서 좀 그렇지... "
" ... ... 우리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지? "
" 그럼! 수, 수연이 언니가 원하면... "
예상도 못 했던 거절은 마치 둔탁한 무기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점점 커져가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혼자 설레발치며 고백한 탓일까, 보기 좋게 걷어차이고 말았다. 얼떨떨하게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리며 내밀었던 선물과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예정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며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다시 친구로 지내자는 그 잔인한 말에도 바보같이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 예정은 침대에 엎어진 채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엉엉 울다가 지치고 나서야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손수 만들었던 정성 어린 초콜렛은 그녀의 버려진 감정처럼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다.
다음 날, 퉁퉁 부은 눈으로 겨우 일어난 예정은 자신의 감정을 꾹 누르고서 평소처럼 지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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