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려서
선물을 왕창 받았던 다음 날, 미정은 자신에게 여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자신은 미성년자였기에, 보호자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머니가 집에 계셨기에 미정은 조심스럽게 방을 나오며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요리하고 계셨다.
" 엄마, 나 여행 가는 거 있잖아... "
" 응. 무슨 일 있니? "
" 아니, 그게... 여권이 있어야 한다는데... "
" 어머... 그러면 오늘 가야겠구나. "
" 오래 걸려? "
" 5일 정도 걸리지. "
미정은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대화를 이어가며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미정에게 점심을 먹고 외출 하자고 하셨다. 미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이 미정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어머니는, 아버지는. 제대로 여행을 가신 적 있으시던가.
장담컨대 나라는 자각을 하던 순간 이후부터 부모님은 어디론가 가지 않으셨다. 기껏 해봤자 국내 여행 정도. 여름이 되면 바닷가에 가고, 겨울이 되면 스키장을 가는. 딱 그 정도의 여행뿐이었다.
심지어 그것조차 아이들을 보시느라 제대로 놀 수조차 없으셨을 게 분명했다.
" 엄마... 엄마는 어디 해외 안 놀러 가고 싶어? "
" 엄마도 가고 싶지~ 그러니까 미정이가 예쁜 사진 많이 찍어와야 해? "
" 엄마는 어디에 가보고 싶은데? "
" 음... 엄마는 보라카이에도 가보고 싶고, 유럽 여행도 하고 싶네. "
" 내가 커서... 꼭 엄마랑 아빠 여행 보내줄게. "
" 어머! 우리 큰딸~ 기특한 생각을 다 하는구나? "
미정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코끝이 찡해지는 걸 느끼며 어머니의 뒤로 다가가 등을 끌어안았다.
어렸을 적에는 한없이 크고, 든든하며 다정하던 어머니. 언제부턴가 자신과 비슷한 키에 굽어진 등을 가졌을까. 미정은 그리 생각하자 괜히 마음이 쓰였다.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필히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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