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지 로즈 타입 31

[GL/나페스/250125] 엄친딸, 그 언니들 11.5화

띠리리, 띠리릭. [ ... 어떻게 됐지? ] " 유감이야, 그 선생 노릇하던 여자는 잡혀갔어. " [ 이런...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군. ]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철컥이는 소리와 함께 듣기 좋은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주변이 어두운 탓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음산한 곳이었다. 전화를 받는 이의 얼굴은 비추어지지 않았으나, 그 사람의 앞에 놓인 컴퓨터로 인해 주변이 얼핏 보였다. 양쪽 벽 가득하게 단 한 사람만이 다양한 표정으로 사진이 박제되어 있었다. 전화하던 이가 상대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답잖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두 사람은 매우 진진한 투로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전화를 걸었던 이가 모니터 화면에 뜬 은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 그래도 좋은 소식은 있어. " [ 무엇..

[GL/나페스/250125] 엄친딸, 그 언니들 11화

지금부터 우리는     부제 :: 정당하지 못한 이유     뒷마당의 쉼터에 도착해서도 두 사람은 조용했다. 5분간 대화조차 하지 않던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건 이 선생이 아닌 은진이었다. 은진은 이 선생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잔뜩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전학 첫날부터 어색해 하는 자신을 위해 힘써주고, 괴롭힘에서 구해준 사람. 이 선생은 은진에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너무 믿은 탓일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믿기지 않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쓴맛을 미리 알아버린 탓에 속상하기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는 이 선생을 믿고 있었다. 비록 댄스부 언니들이 그 선생을 너무 믿지 말라고 말하긴 했지만.     " ... 선생님, 왜 그러신 거예요? " "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 " 멈..

[GL/나페스/250117] 엄친딸, 그 언니들 10.5화

지금부터 우리는 연진이 약에 의해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그녀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모든 걸 듣고, 보고 있었다. 병실에 입원하던 과정도, 주삿바늘이 자신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던 것도, 입원부터 지금까지 쭉 곁을 지켜준 사람이 바로 여섯 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흐릿한 눈앞에 걱정으로 점철된 그녀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가슴을 아프게 했다. ' 왜 울고 계시지... 울지 마요, 언니들... ' 손끝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걱정 말라고 뺨을 쓰다듬어주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그녀들은 울고 있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훌쩍이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쓰였다.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자신의 말이 그녀들에게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 전 괜찮아요... ' 희미한 정신, 가..

[GL/나페스/250117] 엄친딸, 그 언니들 10화

지금부터 우리는 부제 :: 처음으로 느낀 분노 " 상태가 심각하더구나. 영양실조에 피로까지... 조 나이대에 걸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 " ... 영양실조에 피로요? " " 그래, 거기다가... ... 아니다. 이건 조금 더 확실해지면... " " 뭔데요, 아버지? " " ...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아이에게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구나. 아주 미약하긴 하다만... " " 예?! 마약이요? " 예린과 큰 은비, 예원은 듣게 된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영양실조에 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거기다가 미약하긴 하지만 마약 성분이라니.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이게 현실적인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충격적인 눈빛으로 세 사람이 연진을 생각했다. 그녀들의 시선에서 걱정을 읽어낸 예원의 아버지가 옅게 웃으시더니..

[GL/나페스/250112] 엄친딸, 그 언니들 9.5화

식당에서 혜은만 노려보던 그 여학생. 그녀는 혜은에게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혜은이 자신의 영원한 우상이자, 꿈인 언니들에게 껄떡대는 것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혜은과 6명이 식당에 올 때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수저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 저긴... 내 자리였어야 했어... 내 것이어야 했다고... "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쭉 댄스부 입부서를 냈지만, 통과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여학생의 질투는 날이 갈수록 점점 짙어졌다. 어떻게 하면 전학생이 언니들에게서 떨어져 나갈 수 있을까, 생각 따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도서관에 앉아 방법을 물색하고 있을 때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여학생은 안면도 없던 ..

[GL/나페스/250111] 엄친딸, 그 언니들 9화

오늘부터 우리는 편 부제 : 달라진 혜은     그토록 애타게 찾던 혜은이 냉정하게 몸을 돌리며 가버리는 모습은 6명에게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경계하고 있는 대상이 혜은이를 뒤쫓아가려는 발걸음을 가로막다니, 냉정한 혜은의 반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6명은 혀를 차며 그저 이 선생의 뒤로 혜은이 점점 멀어져가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대신 다음 날 다시 만날 혜은에게 무언가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보기만 하는 수밖에. 하지만 그녀들의 예상과는 달리 다음 날이 되어도 혜은에게 그 무엇도 들을 수 없었다. 그다음 날도, 다다음 날도. 몇 주가 지나도록 혜은은 가깝게 지내던 댄스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혜은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 혜은이가 날이 ..

[GL/나페스/241216] 엄친딸, 그 언니들. 8.5화

댄스부 사람들이 혜정을 봤다는 선생님과 마주했을 때.설명을 들으며 교무실로 걸어갔다. 그녀들은 선생님이 들고 있던 서류를 나눠 받으며 들어주었다. 교무실까지 꽤 거리가 있었지만, 설명을 듣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어머... 고등부의 유명한 애들에게 둘러지니 기분 좋구나. "" 선생님... 혜정이 보셨다고 하셨죠? "" 아참, 내 정신 좀 봐... 그렇지~ 교무실에 혜정이가 찾아왔더구나. "" 혜정이가요...? "" 담임을 찾던데. "  이른 아침부터 교무실로 찾아온 혜정이 담임을 기다렸다는 것.모두의 머릿속에는 어제 카페에서 알려주었던 대화 때문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차라리 말하지 말 걸 그랬나, 그 생각도 잠시 선생님이 주절주절 말을 이어갔다.혜정이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녹차를 ..

[GL/나페스/241216] 엄친딸, 그 언니들. 8화

오늘부터 우리는 편  부제 : 믿었던 자의 배신  결과부터 말하자면 혜정과 유나는 쇼핑을 얼마 하지 못했다.한 브랜드에서 결제를 하려고 할 때, 감이 좋은 작은 신비에게 발각되었는데 작은 은비의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였다. 유나의 지름신 강림에 어떻게 말리지, 하고 있던 혜정으로선 반가운 사실이었다.그렇게 들킨 이후 한바탕 다른 사람들도 합세하려 너나 할 것 없이 혜정의 옷을 꾸며주었다.단호하게 거절하려고 했던 혜정이었다. 하지만 거절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카드가 등장해서 결제하는 게 아닌가. 분명 선물을 받는 건 기쁘고 좋았지만, 점점 쌓여가는 상자를 보니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그러다 쇼핑을 마치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사람이 사람인지라 자연스럽게 의자 숫자가 많고 공간도 넓은 비..

[GL/나페스/241213] 엄친딸, 그 언니들. 7화

오늘부터 우리는 편     부제 : 대단한 계획    은정의 감기로 인해 하루 병가를 내고, 6명이 단체로 그녀의 병문안을 갔던 날.  그날이 어느새 저번 주의 일이었다. 그날 은정의 방에서 다 같이 계획을 짜놓았던 걸 이제는 실행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할 때였다. 그 계획은 단순하게도 수련회에서 은정을 주인공으로 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은정이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올라가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모두에게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계획. 어찌 보면 단순하고, 유치해 보일지는 몰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서 뭐라고 할 사람은 적으니까. 정공파로 밀고 나가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이 정해진 이후로는 은정은 춤 연습에 매달려야만 했다. 그나마 자유로운 건 오전 수업 정도? 오전에는 댄스부 사람들..

[GL/나페스/241129] 엄친딸, 그 언니들. 6.5화

유리구슬 편  " 은정이 일어났으면 나와서 밥 먹으렴~! " " 네!! "     댄스부 사람들이 은정의 집에 들어왔을 때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사이에 잠에서 깬 은정은 자신의 집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어서 매우 당황한 상태였다. 놀란 눈으로 5명을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 지안이 언니는요? " " 아, 은정아. 일어났어? " " 지안이 언니도 같이 왔지. " " 왜... 여기 계시는 거예요? " " 병문안. "     은정은 급하게 부스스해진 머리를 정리하며 자신을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픈 자신을 위해 병문안 와줬다는 말에 감동한 은정이었다. 은정이 일어나고 몇 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화 중에는 수련회에 관한 내용도 함께 있었다.  한 달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