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지 로즈 타입 31

[GL/나페스/241128] 엄친딸, 그 언니들. 6화

유리구슬 편   부제 : 아프지 말아.    결국 그다음 날, 은정은 바보도 안 걸린다던 초여름의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그녀는 하루 병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늘 중학교에 다닐 때 한 번도 출석을 놓친 적 없었던 은정이었다. 그런데 여기로 이사 오고, 전학을 오자마자 한 학기가 다 지나지도 않아서 감기에 걸릴 줄은. 은정은 침대에 누워 찬 수건을 이마에 올린 채 생각했다. 어질어질한 눈앞에 괜히 서러움이 느껴졌다. 울컥 치고 올라오는 감정은 좀처럼 갈무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서러웠다. 눈물이 금세 차올라서 눈 앞을 가렸다. 은정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새빛여자고등학교 댄스부실 안. 그곳에는 6명의 여자들이 모여 앞으로의 대안을..

[GL/나페스/241125] 엄친딸, 그 언니들. 5.5화

※해당 편은 스토킹에 대한 트리거가 있습니다. 유의 바랍니다※ 유리구슬 편   어둡고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작은 방, 그곳에는 누군가의 사진으로 벽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나같이 순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어두운 방 안에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이 있으니 오히려 기괴해 보이기까지 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작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가 벽에 붙은 사진에 손과 뺨을 문지르며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 후후... 귀여워... "     누군가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사진 속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입술을 쭉 내밀어 사진에 입을 맞추었다. 그걸로 만족하지 못한 모양인지 혀를 내밀어 뺨을 핥기까지 했다. 누군가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 갔다. 누군가는 거기서 ..

[GL/나페스/241125] 엄친딸, 그 언니들. 5화

※해당 편은 왕따에 대한 트리거가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유리구슬 편 부제 ::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분명 벌건 대낮인데도 학교 안의 화장실은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차갑기만 한 타일 바닥으로 인한 스산한 기운이 그대로 은정의 피부 위로 느껴졌다. 은정은 추위에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이상한 기운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평소와 같은 화장실이었다. 기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애써 무시했다. 가장 안쪽 칸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있을 때였다. 뚜벅뚜벅, 발 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은정은 애써 숨을 죽이며 없는 척했다. 정말 웃기게도 공중화장실에 있을 때는 하고 싶지 않아도 절로 하게 되었다. 속으로 그렇지, 하며 쿡쿡 웃었다.  우당탕탕, 밖에서 무얼 하..

[GL/나페스/241123] 엄친딸, 그 언니들. 4.5화

유리구슬 편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지안과 작은 예은가 동아리실을 나갔다.  지안은 동아리실 바로 앞이 아니라 화단이 있는 뒷마당 쪽으로 작은 예은를 이끌고 갔다. 작은 예은는 지안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여전히 짜증을 내고 있었다. 툴툴거리며 불만을 토해내는 모습에 지안이 한 마디를 꺼낼 법한데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화단에 도착하고 나서도 똑같았다. 지안은 그저 화단 쉼터에 있는 자판기에서 말없이 음료를 뽑기 시작했다. 지안이 시선만 돌려 작은 예은에게 뭘 마실 거냐고 물어보았다.     " 뭐 마실래? " " ... 포카리요. " " 지칠 땐 포카리가 좋긴 하지. " " 여기... " " 아, 이건 내가 살게. "     작은 예은가 주문한 포카리를 누르자 덜컹거리며 음료수가 출구로 나왔다. ..

[GL/나페스/241123] 엄친딸, 그 언니들. 4화

유리구슬 편 부제 :: 예민한 언니  은정에게 벌어진 일이 있고 며칠, 댄스부 사람들이 돌아가며 은정의 등하교를 함께했다. 물론 수업 시간을 제외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도 함께했는데, 그 탓에 은정에겐 동급생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댄스부와 보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불만이 없었던 사람조차 이런 일정을 보내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은정은 불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댄스부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더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 부분에 대해 질투나 시기가 없던 게 아니었다. 은정은 최대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 후... 은정아, 거기에선 이렇게... " " 아, 이렇게요? " " 조금만 더 ..

[GL/나페스/241122] 엄친딸, 그 언니들. 3.5화

유리구슬 편 은정의 머리 위로 화분이 떨어지고 나서 서연과 작은 예은는 교무실로 향했다. 학생 주임 선생님을 찾은 뒤 사건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곳은 여전히 화분이 깨진 채 널브러져 있었고, 흙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서연이 먼저 학주 선생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 여기에 전학생이 있었는데, 머리 위에서 화분이 떨어졌어요. " " 그 학생은 다치지 않았다니? "  " 일단은 네... 지금은 보건실로 갔어요. " " 일단 떨어트렸을 지점으로 가보자꾸나. "     선생님과 서연, 작은 예은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있는 창문으로 향했다. 그곳 난간에는 화분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보이는 흙이 묻어있었다. 난간을 살펴보던 학주 선생님은 서연과 작은 예은를 보면서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GL/나페스/241121] 엄친딸, 그 언니들. 3화

유리구슬 편 부제 :: 미쳤나 봐.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은정과 댄스부 사람들은 댄스부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학생들이 댄스부 사람들의 근처에 모여들어 댄스부까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주변에 울리는 소음과 선물 공세에 은정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영혼이 쏙 빠져나가 버릴 정도로 혼미했던 시간이었다. 특히 댄스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팬 부대에 발걸음조차 떼어내기가 힘들었다. 특히 댄스부 선배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몰려오는 인파로 인해 은정은 힘없이 밀리기까지 했다. 인파로 인해 밀리고 밀려서 엉뚱한 곳으로 도망친 은정이었다.     " 여긴... 어디지? "     그렇게 밀리고 밀려서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 하필 전학 첫날이었기에 지리조차 제대로 ..

[GL/나페스/241120] 엄친딸, 그 언니들. 2.5화

유리구슬 편  점심시간, 이 소녀는 평소 새빛여자고등학교의 평범한 여학생일 뿐인 소녀였다. 다만 학교 내의 댄스부 동아리 앞에서는 열혈 팬으로 변하고야 마는 평범치 않은 소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녀의 정체를 댄스부 동아리는 알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적도 없었으며 서로 인사한 적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소녀는 댄스부 동아리에 들기 위해 춤을 연습했고, 동아리 신청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은정이 전학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댄스부는 신입을 받지 않았고, 각 학년 별로 있는 은하, 시아 그리고 가희와 예나는 선생님의 캐스팅을 통해 동아리에 들어왔기 때문에 반박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전학생이면서 테스트나 캐스팅도 없이 댄스부에 들어간 건 불만이었다.     " 감히... 언니들의 곁을..

[GL/나페스/241120] 엄친딸, 그 언니들. 2화

유리구슬 편 부제 :: 그녀들의 춤    즐거운 시간을 가질 때는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가는 편이다. 은정은 그걸 지금 뼈저리게 느꼈다. 오늘은 처음이니 견학만 하라던 선배님들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아 그녀들을 보았다. 마치 보여주기 위해 연습했다는 걸 알려주듯 흘러나오는 음악의 박자와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춤을 추는 모습은 몇 년간 호흡을 맞춘 사람처럼 박자가 맞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은정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개박수를 쳤다. 놀란 표정은 덤이었다. 은정의 앞에서 엔딩 포즈를 취하고 있던 그녀들이 물개박수를 치며 눈을 반짝이는 은정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보고 있었다.     " 후우... 후... " " 쩡아! 쩡아! 은정아~ 언니들 어땠어?! " " ..

[GL/나페스/241117] 엄친딸, 그 언니들. 1.5화

유리구슬 편 새로 온 전학생이라는 아이는 참으로 귀여운 편이었다.한눈에 콕 박혀올 정도로, 눈을 떼어내지 못할 정도로, 멀어질세라 금세 쫓게 되는 그런 아이였다. 이름처럼이나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런 아이.비단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게 분명했다.뒤늦게 정신을 차리고서 주변을 살펴보니 모두가 같은 표정이었다. 하나같이 같은 표정을 한 채 시선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모두가 당황한 기색이 한눈에 보였다.이 중에서 가장 먼저 감정을 숨기고 갈무리한 사람은 나였다.  " 그래, 음... 너는 은정. 어때? "" 아! 언니!! 내가 예명 지어주려고 했는데! "" 가희야, 예명은 리더가 지어줘야지. "" 치... "  나는 가장 먼저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그러자 아이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