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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나페스/241120] 엄친딸, 그 언니들. 2.5화

나비의 보관함 2025. 2. 15. 11:11

유리구슬 편

 

 

점심시간, 이 소녀는 평소 새빛여자고등학교의 평범한 여학생일 뿐인 소녀였다.

 

다만 학교 내의 댄스부 동아리 앞에서는 열혈 팬으로 변하고야 마는 평범치 않은 소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녀의 정체를 댄스부 동아리는 알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적도 없었으며 서로 인사한 적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소녀는 댄스부 동아리에 들기 위해 춤을 연습했고, 동아리 신청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은정이 전학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댄스부는 신입을 받지 않았고, 각 학년 별로 있는 은하, 시아 그리고 가희와 예나는 선생님의 캐스팅을 통해 동아리에 들어왔기 때문에 반박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전학생이면서 테스트나 캐스팅도 없이 댄스부에 들어간 건 불만이었다.

 

 

 

 

 

" 감히... 언니들의 곁을 전학생주제에... "

 

 

 

 

 

식당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녀는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노력해서 춤을 연습했고, 그녀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한 자신이 아니라 대뜸 갑자기 나타난 전학생이 댄스부 선배들과 있는 모습을 보니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자신조차도 섣불리 다가갈 수 없어서 그저 멀리서만 지켜보는 게 전부였는데.

 

전학생이 예은의 손을 붙잡고 달린 것도 짜증 났고, 그런 두 사람을 쫓아 달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마음이 아팠다. 말 한 번 걸어보려고 애를 태우는 것도 수십, 수백 차례. 그렇게 4년 동안이나 멀리서 지켜본 게 소녀였다.

 

그녀의 마음으로는 전학생을 쉽게 허락할 수 있을 리 없었다.

 

 

 

 

 

" 언니들도 힘들어서 참고 있을 게 분명해. "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마음에 전학생이라는 불티가 던져지니, 순식간에 화르륵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 불길이 길을 잘못 들여 엄한 사람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소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쥐고 있던 수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멀찍이서 댄스부 동아리 선배들과 전학생을 보았다.

 

자신보다 못나 보이고, 춤도 못 출 거 같고, 예쁜 구석 하나 없어 보이는 여자가 자신의 우상들과 함께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그 고통을 저 자리에 있는 선배들도 같이 느끼고 있을 게 분명하다는 착각까지 빠졌다.

 

 

 

 

 

" ?? "

 

" 왜 그래? 은정아. "

 

" 아... 누가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

 

" 아무래도 우리가 댄스부니까. 시선은 이제 익숙해지는 게 좋겠다. "

 

" 헉, 그럼 계속 시선이 느껴진다는 거예요? "

 

" 응. 익숙해지지. "

 

 

 

 

 

은정은 밥을 먹고 있다가 문득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다른 사람들이 밥을 먹다가 힐끗거리며 잠시 시선을 주는 것뿐이었다. 아까 느꼈던 시선은 분명히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따끔거렸는데도 말이다.

 

은정의 모습이 이상해서 예원이 물어보았다. 

 

그 이유를 말하자, 듣고 있던 소정과 예린이 당연하다는 듯이 알려주었다. 그 사실에 놀란 은정이 눈이 점점 커진 채 멍하니 있자 그 자리에 있던 6명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 은정이 너무 귀여워. '

 

 

 

은정만큼은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