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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나페스/241120] 엄친딸, 그 언니들. 2화

나비의 보관함 2025. 2. 15. 11:10

유리구슬 편

 

부제 :: 그녀들의 춤

 

 

 

 

즐거운 시간을 가질 때는 이상하게도 시간이 빨리 가는 편이다.

 

은정은 그걸 지금 뼈저리게 느꼈다. 오늘은 처음이니 견학만 하라던 선배님들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아 그녀들을 보았다. 마치 보여주기 위해 연습했다는 걸 알려주듯 흘러나오는 음악의 박자와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춤을 추는 모습은 몇 년간 호흡을 맞춘 사람처럼 박자가 맞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은정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개박수를 쳤다. 놀란 표정은 덤이었다. 은정의 앞에서 엔딩 포즈를 취하고 있던 그녀들이 물개박수를 치며 눈을 반짝이는 은정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보고 있었다.

 

 

 

 

 

" 후우... 후... "

 

" 쩡아! 쩡아! 은정아~ 언니들 어땠어?! "

 

" 어, 엄청나요! 당장 데뷔하셔도 문제없어요! "

 

" ... 그정도야? "

 

" 네! 엄청 멋져요! "

 

" 그럼 누가 제일 멋졌는데? "

 

" 아, 으... 그게... "

 

 

 

은정이 환호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애교가 많은 하윤이 후다닥 달려와 은정을 안으며 말했다.

 

하윤의 행동에 흠칫 놀라던 은정이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 말을 더듬었다. 너무 놀라서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도저히 알지 못했다. 은정의 말에 듣고 있던 서연이 정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은정이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답했다.

 

장난기가 돋아난 건지, 은정을 안고 있던 하윤이 후후, 낮게 웃으며 은정이 난감할 법한 말을 남겼다. 하윤의 말에 은정이 도와달라는 듯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들조차 궁금하다는 듯이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은정은 그 눈빛에 횡설수설하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 어, 어? 은정아!! "

 

" 정아! "

 

" 하윤아. 장난이 심했어. "

 

" 어머... 다들 궁금해했으면서? "

 

" 크흠... "

 

 

 

 

 

은정이 쓰러지고, 다 같이 동시에 달려들듯 은정을 부축했다.

 

모두가 은정의 상태를 확인했다. 은정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저 잠시 과부하가 걸려 쓰러진 거구나, 생각하며 안심할 수 있었다. 

 

하윤이 힘겹게 은정을 받치고 있자, 가까이 다가온 지안이 은정을 받아주며 하윤을 탓했다.

 

그러자 하윤이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홱 돌렸다. 하윤의 말에 모두가 마른기침을 하며 각자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지안과 하윤이 예비용 침낭을 꺼내 바닥에 깔아두고 그 위로 은정을 눕혔다.

 

그러는 사이 수아가 자신의 가방에서 담요를 꺼내 오더니 지안에게 내밀었다.

 

 

 

 

 

" 지안 언니, 이거요. "

 

" 담요 빌려주려고? "

 

" 네. 아직 겨울은 아니어도 아무래도... "

 

" 고마워. "

 

 

 

 

 

수아가 담요를 건네주는 손길에 지안이 수아를 보았다.

 

지안은 평소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가 강한 수아였기에 아무 감정 없이 그저 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달랐지만. 수아는 관심을 가지게 된 은정이 쓰러졌고, 누워있다가 몸부림치면 어쩌나 싶어 담요를 건네준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뒤척이는 은정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맙다는 지안의 말에 수아는 평소처럼 싱긋,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쓰러진 은정을 두고서 6명은 각자 흩어져 할 일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지안은 잠시 뒤 일어날 은정을 걱정해서 물과 약을 사러 나갔다.

 

지안이 다시 돌아와서 연습을 이어갈 때, 이번에는 하윤이 나가더니 자리를 비웠다.

 

다시 돌아온 하윤은 은정에게 놀린 걸 사과하면서 주려고 과자를 샀다. 하윤이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큰예은와 작은 예은가 같이 나갔다. 두 사람은 동시에 나갔지만, 각자 흩어져서 선물을 사 왔다.

 

은정의 곁에는 수아가 남아 간호해 주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서연이 나가더니 음료수를 사 오면서 간식까지 사 왔다.

 

그러는 사이 은정이 천천히 눈을 뜨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 아... 나 설마 기절한 건가? '

 

 

 

은정은 하얀 천장을 보면서 한탄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서 그런 관심을 받아보긴 했지만, 예쁜 사람들 사이에 묻혀서 곤란한 질문을 받기는 또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떠올리니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은정이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냈다.

 

 

 

 

 

" 은정아, 일어났어? "

 

" 어... 수아... 선배? "

 

" 응, 그런데 선배 말고 언니라고 불러도 돼. "

 

" 아... 네, 수아 언니. "

 

" 아!! 치사하게! 수아가 먼저 선수 쳤어! " 

 

" 뭐... 은정이 너만 괜찮다면 모두에게 언니라고 해도 돼. "

 

" 정말요? "

 

" 응, 정말로. "

 

" 저 언니 생기는 게 소원이었어요! "

 

 

 

 

 

은정이 스스로를 탓하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해 주던 수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선배라고 부르는 은정의 말에 수아가 웃으며 언니라고 부르라고 말했다. 은정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조용해진 주변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수아의 말에 욱해버린 하윤이 치사하다며 연습하던 걸 멈추고 달려와 은정의 상태를 살폈다.

 

하윤의 행동에 은정이 당황하긴 했으나, 점점 모이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기만 했다.

 

지안이 은정에게 모두를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고, 은정이 정말이냐고 물어보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또 흥분한 은정이 언니가 생기는 게 소원이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모두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교내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 아, 벌써 점심시간인가? "

 

" 아... 그럼 저는 이만... "

 

" 은정이는 전학생이었지? "

 

" 그렇지. 은정아, 여기는 식당이 하나뿐이라서 전교생이 거기서 먹거든. "

 

" 정말요? "

 

" 응, 그리고 대회 우승 최소 2회 이상의 동아리는 따로 테이블도 마련해줘. "

 

" 이래서 사립이 좋다니까~ "

 

" 와... 공립이랑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니에요? "

 

" 우리 학교가 제일 독특한 걸지도. "

 

 

 

 

종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던 은정이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자, 은정을 지켜보고 있던 서연이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은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려고 하자, 지안이 다급하게 은정의 손길을 붙잡았다. 그러곤 은정에게 설명해 주었다. 보통의 학교라면 학년별로 먹는 시간도 다른 데다가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엄연히 다르니 은정은 교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안이 설명해 준 건 완전히 달랐다.

 

아무래도 같은 제단에서 만든 학교다 보니 식당이 한 군데뿐이라는 것이다.

 

상당히 크고 잘 되어있는 탓에 불만 있는 학생은 없었다. 거기다가 중학생들을 위한 공간과 고등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동아리끼리 먹을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댄스부는 대회에서 5번의 금메달을 따왔기 때문에 장소가 따로 있다는 것까지.

 

그 말을 듣고 있던 큰예은가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입맛을 다셨다. 은정이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자, 하윤과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 그래서 그런데... 같이 밥 먹을래? 은정이 너만 괜찮으면... "

 

" 음... 그래요, 언니들이랑 밥 먹을래요! "

 

" 그럼 가자. "

 

 

 

 

 

지안의 말에 은정이 고민에 잠겼다.

 

그러는 사이 모두가 잔뜩 긴장한 채 은정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짧게 고민하던 은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먹는다고 말하자, 지안이 웃으며 반겼다. 

 

 

 

.

 

.

 

.

 

 

 

식당의 문이 열리고, 식당 내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새빛여자중고등학교에서 댄스부는 나름 유명했다. 여러 방면으로. 대회를 나가면 나는 족족 우승해서 학교에 트로피를 안겨주는 것은 기본이었고, 초청받아서 무대를 뛰거나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예쁜 선배들이라는 것과 그들의 아우라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

 

3년간 신입이라고는 한 명도 받지 않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전학생을 신입으로 받았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과한 팬들 중에서는 전학생인 은정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여학생도 생겨났다.

 

실제로 식당 내에서도 은정을 질투하고 시기하고 있는 여학생들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여긴 뷔페식이라서 원하는 스타일대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아. "

 

" 와... 돈 장난 아니게 깨지겠네요? "

 

" 사립이잖아. "

 

" 난 오늘 양식 먹을래. "

 

" 은정이는 뭐 먹을래? "

 

" 전... 한식이요! "

 

" ... 한식 먹을까... "

 

 

 

 

 

은정은 아까까지만 하더라고 조금 조용하던 큰예은가 먹을 걸 말하자 눈에서 빛을 내며 설명을 이어가는 걸 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웃으며 말을 돌렸는데, 곁에 있던 하윤이 은정에게 뭘 먹을 거냐고 물어보았다. 은정은 식당을 크게 둘러보았다.

 

양식, 한식, 일식, 중식. 거기다가 베트남 음식에 각양각색의 음식들. 

 

둘러보던 은정이 고른 건 한식이었다. 그러자 큰예은가 작은 목소리로 양식이 아니라 한식을 먹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은정은 큰예은의 손을 붙잡고 한식 코너로 향했다.

 

 

 

 

 

" 같이 한식 먹어요! "

 

" ... 그래. "

 

" 은정이는 한식을 좋아하는 편인가 봐? "

 

" 오늘은 한식이고, 내일은 양식, 모레는 중식... 조금씩 먹어보려고요! "

 

" 그것도 나쁘지 않지. "

 

 

 

 

 

은정이 먼저 나서면서 큰예은의 손을 붙잡고 달리자, 큰예은가 버티지 않고 은정의 뒤를 따라갔다.

 

그 두 사람의 뒤를 나머지 사람들이 뒤따라갔다. 식판을 들고서 음식을 받으면서 은정의 옆에 있던 큰예은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냐는 물음에 은정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큰예은는 그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은정은 수긍하는 큰예은를 보며 그녀가 얼마나 음식에 진심인 건지 알 수 있었다. 귀여우면서도 순수한 면도 있지만, 음식에 진심이라는 게 너무 잘 느껴져서 더더욱 그랬다.

 

 

 

 

 

" 밥 먹고, 은정이도 연습해 볼래? "

 

" 어... 그래도 돼요? "

 

" 일단 너도 여기 학생이고, 동아리 부원이니까. "

 

" 네! 열심히 해볼게요! "

 

 

 

 

 

테이블에 앉은 일곱 명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지안이 은정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연습해 보겠냐는 말에 은정이 답했다. 된다는 그 말에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