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지 로즈 타입

[GL/나페스/241117] 엄친딸, 그 언니들. 1화

나비의 보관함 2025. 2. 15. 11:09


유리구슬 편

 

 

부제 :: 이사하기 싫... 아니, 오히려 잘했을지도.

 

 

2014년, 광주에 있는 하늘 중학교. 

 

웅성웅성.

2학년 A반. 그곳은 아침 조례가 막 끝나 수업 준비를 해야 했기에 조용해야 할 반이었지만, 오늘따라 시끄러웠다. 그 이유는 바로 반 친구 중 한 명인 은정이 갑작스럽게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서였다.

은정과 가깝게 지냈던 몇몇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교실에서 그 말을 들으니, 친구들은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렸다. 은정을 부등켜 안고서 몇몇이 목 놓아 울었다. 웬만해서라면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었으나, 부모님의 일로 인해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어버렸다.

은정은 처음에 부모님에게 자취하게 해달라며 매달렸던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 은정아, 사업으로 인해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구나. "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서울로 가게 되었다고 말하는 중이다. "

" 아빠!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디 있어요?! "

" 그렇게 되었구나. 너랑 달빛이는 짐을 싸고, 친구들이랑 인사 나누도록 해라. "

" 차라리 저 자취하게 해주세요! "

" 씁! 어린 녀석이 어딜 자취한다는 말을 해! "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발대꾸를 하고, 반항을 했던 날이었다.

동생이야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중학생이었고, 자신의 성격상 갑작스러운 이사와 전학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할 게 뻔했다. 자신도 모르게 자취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호통을 치듯 말했다.

자취라는 건 쥐뿔도 없을 것 같아서 이미 포기했다. 먹고 살아야 하니 이사를 가야 한다고 다독이는 부모님의 말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걸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친구들이랑 카톡 하면서 가끔 보면 되니까 다행인 점이었다.

 

 

" 은정아... 올라가서도 꼭 카톡해야혀! 알았제? "

" 당연하지! "

" 가끔 우리가 서울도 놀러 가고 할텐께... 잊지 말고! "

" 내가 너네를 어떻게 잊어... "

" 은정아, 어머니 오셨다. "

 

 

은정과 그녀의 친구들은 서로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담임 선생님께서 은정을 불렀다. 그 말에 은정은 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참아내며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맞잡았던 두 손에 힘이 들어가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간절하기만 했다. 결국 손을 놓고 멀어져야만 했다.

은정은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시무룩한 채 창문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뚱해 보이는 표정에 운전을 하고 있던 은정의 엄마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딸~ 기운 내. 응? 엄마랑 아빠가 일하는 거 때문에 너희까지 힘들게 해서 미안해. "

" ... 아니야, 엄마. 친구랑 헤어지는 게 처음이라서 그래. "

" 그렇겠지... 너네 유치원에서부터 함께 했으니까 말이야. "

" 대신에 나중에 내가 애들이랑 논다고 하면 허락해 줘. "

" 그래, 그래~ 알았어. 엄마가 용돈도 줄게. "

 

 

용돈을 준다는 말에 은정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나아졌다.

그렇게 약 3시간을 달려 겨우 도착한 서울이었다. 은정은 차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켰다. 3시간 동안이나 앉아 있었더니 온몸이 찌뿌둥하게 느껴졌다. 

새롭게 이사한 집은 이전보다 훨씬 큰 상태였다. 

동생과 같은 방을 쓸 필요도 없었고, 자신의 개인 방이 생겼다.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풀리기엔 충분했다. 머릿속은 어떻게 꾸며갈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은정은 자신의 방에 걸려있는 교복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다잡았다.

 

.

.

.

 

다음날, 은정은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언제나 칙칙하던 하늘 중학교의 교복이 아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컬러의 교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어색한 기분을 접어두고서 새빛여자중학교로 향했다.

은정은 교무실 앞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서 후, 내뱉었다.

제대로 긴장한 상태였다. 교무실 문을 열자, 지긋하게 나이를 먹은 여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선생님이신 듯했다. 은정을 발견한 여자는 오라는 듯 손짓까지 했다. 

은정은 천천히 자신을 부르는 선생님에게로 향했다.

 

 

" 오늘 온다던 전학생이니? "

" 네... "

" 그래, 중학교 전학이라니, 쉽지 않을 텐데 고생하고. "

" 아... "

" 나는 네 담임이고, 너는 B반으로 갈 거야. 잘 따라오렴. "

" 네! "

 

 

은정은 여자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을 벗어나 자신이 앞으로 지내게 될 교실로 향했다.

향하는 동안 선생님은 은정에게 학교 특성의 규칙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알려주신 규칙 중에서 조금 독특한 규칙이 존재했다. 의문이 들었던 은정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잘 들으렴, 우리 학교는 중, 고등학교가 계단식으로 이어진단다. 학교끼리 통합되는 교칙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전학생이 오면 멘토를 붙여주는 거란다. "

" 멘토요? "

" 그래, 학교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면 큰일이잖니? "

" 아... 그래서... "

" 네 멘토는 뭐... 이례적으로 많긴 하다만. 다 착한 아이들이니 잘 봐줄 거라고 본단다. "

" 누구... 길래요? "

 

 

여자 선생님을 통해 은정은 자신의 멘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빛여자중학교와 새빛여자고등학교는 새빛제단에서 개설한 학교이기 때문에 새로 온 전학생의 경우 새빛학교에 적응을 위해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도움을 주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1:1이거나 많아도 3:1인데 6명이 은정의 멘토를 지원했다는 말이 전해졌다.

6명이나 된다는 말에 덜컥 겁을 먹은 은정이 누구냐고 물어보았고, 선생님은 그저 웃으며 착한 아이들이니 잘 이끌어줄 거라는 말만 남길 뿐이었다. 은정은 다시 조용해진 복도에서 또 물어볼 수가 없어서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교실 앞에 도착하고, 모두의 앞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끝냈다.

 

 

" 어디서 왔다고? "

" 광주. "

" 와... 거기 전라도 쪽 아니야? "

" 맞아, 거기서 왔어. "

" 너는 멘토 정해졌어? "

" 응... 무려 6명이라던데... "

" 어... 설마...? "

" 왜? 뭔데? "

 

 

쉬는 시간, 은정의 주변으로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이 은정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멘토 이야기가 나왔고, 은정은 계속해서 들리는 멘토라는 말에 여기서는 흔한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6명이라는 말에 학생들이 얼떨떨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자, 은정이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한 학생이 설명해 주기를, 웬만해선 멘티를 잘 받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보통 5교시~7교시까지는 MM 수업이라고 해서 멘토와 멘티가 만나 배워나가는 시간이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멘토인 6명이 새빛여자고등학교 내에서 유명한 댄스부 선배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명하다는 말에 은정은 묘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서운 선배들이면 어쩌지, 싶은 걱정이 앞선 탓이었다. 모두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더 신경 쓰였다. 그래도 착한 선배들이니까 괜찮을 거야. 

그 말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말이기도 했다.

 

 

" 저... 실례합니다...? "

" 어머, 누구야? 이 쪼꼬미는? "

" 아! 이번에 새로 전학 왔다던 전학생? "

" 네, 네...! "

" 귀엽다~~ "

 

 

은정은 새로 사귄 친구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니 덜컥 걱정이 앞섰다.

어떻게든 중앙 건물에 있는 댄스부실로 오긴 했지만, 안에 누가 있을지 모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서 고개를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꺼냈다.

불쑥, 처음 보는데도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외모의 여자가 눈을 빛내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뒤에 있는 책상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던 여자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은정은 마른침을 삼키고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전학생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당황해하며 식은땀을 삐질 흘리고 있는 은정의 모습에 눈을 빛내던 여자가 자신의 손으로 양 뺨을 감싸며 소리쳤다.

 

 

" 후... 누구야? "

" 이번에 우리 멘티가 된 전학생. "

" 벌써 왔어? 성실하네. "

"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빛중학교로 전학 온 은정입니다! "

" 어머. 이름도 예쁘다~! "

" 잘 부탁해. "

" 우리도 자기소개해야겠지? "

" 응. "

" 완전 애기네, 애기. "

" 이름만큼 얼굴도 예쁘고. 댄스부 안 할래? "

" 그건 나중에 얘가 결정할 문제지. "

" 으으... 으아... "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은정의 시선에는 끝자락에 있는 테이블만 보였을 뿐, 동아리실 안은 상당히 넓었다.

10명이 동선이 넓은 춤을 춰도 될 정도로 넓찍하고 컸다. 은정이 어리둥절해서 말을 더듬고 있을 때, 거울을 보며 춤 연습을 하고 있던 다른 4명이 소란을 알아차리고 은정에게로 다가왔다.

은정은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심지어 모여든 사람들이 같은 여자임에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예쁘고, 화려해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너무 긴장한 탓에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은정이 먼저 허리를 숙여 자기소개를 했다.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는 6명이 은정을 가운데에 두고서 이런저런 말을 이어갔다. 

 

' 어, 어쩌면... 전학 오는 거 잘했을지도... '

 

광주에서 그렇게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울던 은정이었다.

맞은 편에 있는 6명의 선배들로 인해 은정의 생각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은정은 마른침을 삼켜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처음부터 하이텐션이던 사람이 비명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귀엽다고 말했다.

 

 

" 우리부터 인사할게. 나는 지원이라고 해. 댄스부 리더이자 부장이야. 여기서부터 하윤이, 나랑 같은 3학년. "

" 안녕~ 귀염둥이. "

" 여긴 수지랑 시아. 2학년이야. "

" 안녕. 잘 부탁해. "

" 반가워, 잘 지내보자. "

" 이쪽은 가희랑 예나. 1학년이야. "

" 꼬맹이! 귀여워~ 잘 부탁해! "

" 너무 꼬맹이라고 놀리는 거 아니야? 잘 부탁해? "

" 일단 댄스부 예명이고, 이름은... "

 

 

지원은 김지안, 하윤은 정하윤, 수지는 정예은, 시아는 최수아, 가희는 황예은, 예나는 김서연이라는 이름까지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지안이 은정에게 수지와 가희는 이름이 똑같으니 큰 예은, 작은 예은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 말에 은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웃음을 지켜본 6명이 가만히 그 미소를 보더니 서로 눈빛 교환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