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한참 끌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아이돌 그룹 테스타.
테스타 내에서는 자체 제작 컨텐츠 촬영을 위해 회의가 한창이었다. 그들의 바뀐 소속사, Stars Orbit에서 진행된 자체제작 컨텐츠 회의를 하는 중, 가장 먼저 어떤 걸 하느냐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누군가는 간단하게 무대의 뒤에 있는 테스타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 결정에 곰곰이 생각을 하던 매니저가 생각을 마치고 의견을 내밀었다. 그의 의견은 모두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 의견은 바로 <테스타의 교사 체험>이었다.비교적 얕은 어린이층과 학부모층을 겨냥한 컨텐츠였다.
"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 자체 제작 컨텐츠로 교사 체험을 하게 되었는데, 큰세진이네 동생이 유치원 교사를 한다고 했잖아. "
" 어... 그렇죠? "
" 혹시 거기서 근무하면서 촬영하는 건 어떨까 싶어서. "
" 언제부터 하는데요? "
" 모레부터인데... 가능할까? "
" 뭐, 일단 물어는 볼게요. "
매니저는 테스타를 모아서 이번 일정은 이렇다, 하고 알려주었다.이세진이 자신의 동생에게 물어보겠다는 말을 뒤로하고, 매니저가 이세진에게 결정 나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세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동생이라면 테스타가 출연한다고 하면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받아줄지 의문이었다.그날 저녁 본가로 돌아간 이세진은 자신의 동생, 예진에게 통보하듯이 알려주었다. 예진에게 있어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는 소리와 같았지만, 거절할 만한 건 없었다.
" 예진아~ 이 오빠가 부탁할 게 있다. "
" 뭐? "
" 그게... 우리 테스타에서 자체 제작 컨텐츠 촬영을 하는데... "
" 그걸 왜 나한테 말해? "
" 교사 체험을 하려고 하거든. 너네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걸로 될까? "
" ... 그게 언젠데? "
" 모레... "
" 아! 미쳤나 봐!! 야! 이틀 만에 허락받을 수 있을 거 같아?! "
당장 이틀 뒤에 촬영이라는 말에 예진이 화를 내며 허락받을 수 있을 것 같냐고 잔소리를 퍼부었다.하지만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출근한 예진이 원장님에게 조심스럽게 권유를 했는데, 당장에 내일 촬영이라는 사실에도 원장은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 주었다.
' 이게 되네...? '
예진은 본의치 않게 테스타의 인기를 실감하고 말았다.막무가내식 권유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촬영이라고 하니 나름대로 꾸미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 아이돌이 자신의 반 담당으로 들어와 2주간 촬영한다고 전달받은 게 전부였다.그나마 2주간 촬영하면서 1~2시간 잠깐하고 끄면서 이후에는 카메라 없이 한다는 것까지.예진은 그날 밤을 새워가며 아이들 작품으로 교실을 예쁘게 꾸몄다. 늦은 철야 작업에 예진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앉았다. 예진은 자신의 몹쓸 오빠를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며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했다.일찍 도착해서 교실 문을 열었는데, 그곳에 자신의 친오빠가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에 당황했다.
" 아니, 야... 너 왜 여기 있어?! "
" 어? 내가 분명 말했잖아. 촬영한다고. "
" 설마... 오빠가 하는 거야? "
" 그건 아니야, 예진아~ "
" 오랜만이네, 큰세진이 동생. "
" ... 안녕. "
" 누님, 오랜만입니다. "
예진은 문을 열었더니 보이는 자신의 친오빠에 인생 최대로 절망해 버리고 말았다.아이돌이라고 해서 내심 누구일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빠 놈이라니.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익숙한 얼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선아현, 류청우, 배... 배세진!! 그리고 김래빈. 테스타에서 두 명을 제외한 4명이 이곳에 있었다. 이세진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와 함께 최애캐를 영접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 실망하던 감정을 치웠다.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유치원 투어 겸 일과 소개와 주의점을 설명하게 되었다.
" 여긴 우리 교실이고요. 이쪽으로 나가면 화장실인데...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이랑 구분해서 가야 해요. 그리고 여긴 부엌인데, 요즘 유치원에서 밥을 준비해 줘요. 여기는 애기들한테 물 마시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
" 음... 신기하다, 유치원이라... "
" 어렸을 때 다니던 기억은 있는데 말이죠. "
" 맞아... 이렇게 작았구나. 그땐 컸는데... "
" 세진이 형은 지금도 작... 아야; "
" 오빠, 시끄럽고 따라와. "
유치원 투어를 하다가 조금씩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하는 아현과 어릴 적 추억에 잠긴 청우, 모든 게 작아서 신기한 배세진, 장난스럽게 웃으며 배세진에게 장난치는 큰 세진. 그걸 보다 못한 예진이 이세진을 툭 치며 끌고 갔다.배세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었고, 다른 사람들도 웃으며 예진을 따라갔다.교실로 돌아온 예진과 테스타는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늘 일과와 주의점을 들었다.
" 우선 9시~30분까지 아이들 개별 등원 시간이에요. "
" 20분 정도 남았나... "
" 그리고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짐을 풀고 자유놀이 시간인데, 아이들이 직접 투약함 정리하고 물병이랑 수저통 정리해요. "
" ... 요즘 애들은 그런 것도 해? "
" 10시 30분에는 이야기를 나누죠. 어제 뭐 했는지, 오늘 무슨 활동할 건지 같은 거요. "
" 음... "
" 이후로 11시까지는 교과 수업을 해요. 30분 정도인데 한글이랑 알파벳, 독서도 하죠. "
" 뭐? 30분밖에 안 해?? "
" 그것보단 벌써 알파벳이랑 한글을 한다는 게 더 놀라운 것 같습니다."
설명을 듣던 이세진이 깜짝 놀라며 물어보았다.그 말에 반론하듯 래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글과 영어를 한다는 걸 더 신기해했다. 그건 래빈 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 다른 사람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들의 반응에 예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시 이어서 설명을 하며 11시~12시까진 바깥 놀이 시간인데, 아이들이 밖에서 놀고 있을 때 보조들이 점심 식판에 담아서 세팅해야 해야 한다는 것도 설명했다. 그다음 12시~13시는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는 시간이고, 13시~ 13시 40분까지 예체능 수업으로 미술, 발레, 체육, 음악을 격일로 한다는 것까지 알려주었다. 발레라는 말에 아현이 웃었고, 음악이라는 말에 래빈이 웃었다.체육이라는 말에 청우와 이세진이 웃었는데, 배세진만 웃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예진의 말을 듣고 있었다.
" 40분부터 2시까지는 간식시간이에요. 작은 떡이나 과일, 카스테라나 시리얼과 우유를 먹죠. "
" 귀여워... "
" 그렇죠? 간식 시간 끝나면 교사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에요. "
" 아하, 그때 연극을 하듯이 하는 건 어때? 세진이 형도 있겠다. "
" 그것도 좋을 거 같네요.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개별 하원과 방과후 돌봄 시간이에요. "
" 아~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들이 있으니까. "
" 네, 그거죠. 주의점은... 아이들은 낯을 엄청나게 가려서 처음 볼 때 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정도 많거든요. "
" 그게 아이들의 장점이긴 하지. "
" 그리고...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졸리면 우는 아이들도 있어요. "
" 음... "
" 또 2~3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워해요.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르기도 하고,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못 하죠. "
" 선생님 대단한데? "
남은 일정과 주의점을 알려주고 나니, 모두가 예진을 보며 작은 박수를 쳐주었다.선생님은 대단하다며 박수를 치더니 래빈이 그러면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예진이 좋은 질문이라며 호칭은 이름 뒤에 선생님을 붙이면 된다고 알려주었다.자신을 포함한 모두도 선생님이라고, 테스타는 일일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이 등원할 9시가 되었다.
" 어서 오렴, 엄마에게 인사할까? "
" 엄마, 빠빠! "
" 얼른 들어가자~ "
" 안녕~ 오늘 잘 부탁해! "
만 3세 반을 담당하고 있던 예진과 5명은 차례대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아이들이 낯선 테스타를 보고서 움찔거리며 부모님의 뒤에 숨어버리거나 울먹거렸다. 특히 이세진과 청우는 워낙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 보니 아이들이 더더욱 낯설어하고 무서워했다.
결국 예진이 특단의 조치로 이세진과 청우를 교실 구석에 이세진을 앉혀놓고, 다시 아이들을 맞이하러 나갔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도착하고, 아이들 데리고 왔던 학부모가 돌아가고, 다시 교실로 돌아온 예진은 평소처럼 아이들의 짐을 풀어주고 자유 놀이 시간을 가지게 했다.
10시 30분이 되자 아이들을 앉혀놓고 어제 뭘 했는지, 어떤 걸 먹었고 누구랑 시간을 보냈는지, 오늘 무슨 활동을 한 건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마지막에는 오늘 테스타가 함께 수업을 할 거라고 알려주었다.
" 박수 짝짝! "
" 짝짝!! "
" 애들아, 오늘은 특별한 손님을 소개해 줄게. "
" 특별한 손님이요? "
" 저기 있는 아저씨들이에요? "
" 음... 오늘 인기 아이돌인 테스타가 우리랑 같이 수업을 할 거야. "
" 우와! 아이돌! "
예진의 설명에 모든 아이들이 눈에 빛을 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지루해서 졸고 있던 아이도,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아이도, 짐을 정리하고 있던 아이도 모두 하나같이 같은 반응이었다. 그 귀여운 반응에 예진이 옅게 웃으며 뒤에 서 있던 테스타에게로 걸어갔다.
예진이 아이들에게 테스타를 차례대로 소개해 주었다.
" 자~ 주목! 이쪽부터 이세진 선생님. "
" 안녕~ 얘들아! "
" 이쪽은 김래빈 선생님. "
" 반갑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친구들. "
" 이쪽은 선아현 선생님. "
" 반가워, 잘 부탁해. "
" 이쪽은 류청우 선생님. "
" 잘 부탁할게, 친구들. "
" 이쪽은 배세진 선생님이셔. "
" ... 안녕. "
차례대로 소개를 마친 뒤 11시가 되어 교과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 할 건 한글 공부였다. ㄱ부터 ㅎ까지, ㅏ에서 ㅠ까지. 테이블당 한 사람씩 배정하고 2~3명의 어린이를 앉혔다. 예진은 보조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하면서 깨달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교과 수업을 끝마친 뒤 바깥 놀이시간이 다가왔다.
예진은 배세진과 래빈, 아현에게 아이들 식판에 음식을 담아서 세팅해줄 것을 부탁했다. 체력 좋은 이세진과 청우에게는 바깥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부탁했다. 밖에서 아이들이 이세진과 청우하고 잘 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잠시 안으로 들어와 식판을 잘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교실에서 래빈이 테이블마다 아이들의 수저를 놓았고, 부엌에서 배세진과 아현이 음식을 꺼냈다.
다 큰 남자들이 아이들 식사를 위해 저러고 있는 모습에 푸핫, 하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웃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견디지 못해 끅끅거리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예진에게로 향했다.
" 혜, 예진아... "
" 잘하고 계시네요. "
" 그래...? "
" ... 으아아아앙!!!! "
" ?! "
예진이 울먹거리는 아현의 등을 토닥여 힘을 북돋아주고, 배세진을 보며 쭈뼛거리고 있을 때였다.
바깥에서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란 예진이 부엌을 나와 바깥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따라 울며 예진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며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작은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그 끝에는 한 남자아이가 넘어진 건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우는 아이의 앞에서 이세진과 청우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식은땀을 흘리기까지 했다. 예진이 아이들을 달래어 준 뒤 넘어진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 우리 준우, 넘어졌어? "
" 흐어엉!! 슨샌님...!! "
" 씩씩한 준우, 스스로 일어나볼까? "
" 흡, 끄읍... "
" 아... 아까 준우 모습 엄청 멋졌는데! "
" 맞아! 준우 엄청 멋졌는데, 스스로 일어나다니... 정말 대단한걸! "
예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어주며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엉엉 울기만 하던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내밀어진 예진의 손을 붙잡고 스스로 일어났다. 그러자 곁에 있던 이세진과 청우가 다급하게 울던 아이에게 멋있었다며 칭찬을 해주기 시작했다.
성인의 칭찬에 기분 좋았던 건지,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친구가 웃는 모습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웃었다. 예진이 몸을 일으키며 잠시 아이의 손을 놓고 박수를 쳤다. 예진의 박수에 모두의 시선이 예진에게로 향했다.
" 자, 우리 이제 밥 먹을 시간이에요! "
" 헉... 저 더 놀고 싶어요!! "
" 우리 오늘은 밥 먹고 체육할 건데~ 승현이 혼자 놀고 있을래? 우리 체육할 때 승현이는 밥 먹겠네? "
" 아, 아니요!! 같이 밥 먹을래요! "
" 자~ 밥 먹으러 갑시다! "
" 우와~ "
예진은 밝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밥시간이라는 걸 알렸다.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으며 들어갔다.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확인하니, 각자 한 아이를 목말 태우며 따라오고 있었다.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각자 테이블에서 식사를 이어갔다.
신기하게도 5명의 테이블에는 배정받은 사람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식사를 했다.
청우와 아현의 자리에는 조용하면서도 다정한 아이들이 있었고, 래빈의 자리에는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세진의 자리에는 몸 쓰길 좋아하고 체력이 넘치며 활동적인 아이들이, 배세진의 자리에는 낯 잘 가리고 조용한 아이들이.
예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신기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 선생님! 오늘 체육 시간에는 뭘 배우나요! "
" 음... 오늘은 특별 선생님도 있으니, 게임을 해볼까요? "
" 네!! 좋아요! "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이며 게임을 진행한다고 하니 모든 아이들이 좋아했다.
첫날은 그렇게 게임을 하고, 간식시간에 과일을 먹고, 동화를 들은 뒤 하교했다. 아이들이 하교할 때 5명을 보며 내일도 오냐고 물어볼 정도로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을 전부 하원시킨 6시, 퇴근 전에 예진이 모인 5명을 보며 말했다.
" 오늘처럼 해주시면 돼요. 내일은 촬영을 바깥 놀이 시간 때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 그럽시다. "
" 예진이 너도 수고했어. "
" 오늘 정말 다들 선생님처럼 보였어요. 우리 오빠 놈은 좀 부족한 거 같지만... "
" 내가 뭘?! "
그렇게 헤어진 이후 며칠이 지났다. 언제 어색했냐는 듯이 아이들은 테스타를 반겼다.
이젠 제법 친해진 모양인지 헐레벌떡 뛰어오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회 정도의 분량이 나와 유튜브에 테스타의 자체 제작 컨텐츠로 교사 체험 편 1화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 영상을 예진은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그만큼 정신없을 정도로 바빴기 때문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에 일찍 도착한 예진은 자신보다 먼저 와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테스타들도 이젠 익숙해진 듯 개별 등원으로 오는 아이들을 반겨주고 짐을 풀고, 자유 놀이 시간을 가졌다. 한 아이가 색종이를 쥐고서 쭈뼛쭈뼛 배세진의 근처를 왔다 갔다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본 예진이 아이에게 다가가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배세진을 가리키며 저 선생님과 색종이 접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진이 그러면 같이 가서 물어볼까? 하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와 함께 배세진에게 다가갔다.
" 배세진 선생님, 유진이가 선생님이랑 색종이 접기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
" 어... 그, 그럴까? "
" ... 네! "
" 잘 부탁드려요. "
예진은 배세진과 사이좋게 색종이 접기를 하며 유대감 형성을 하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어제 좀처럼 배세진이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 신경 쓰였는데, 오늘 보니 괜한 걱정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세진은 그 나름대로 아이들과 친해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오자, 가볍게 이야기를 끝내고 오늘 무슨 활동을 할지 설명해 주었다.
오늘은 오전에 교과 수업 대신 인형극을 보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신나는지 소리를 지르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진은 귀가 따끔거렸지만,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웃으며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그때, 졸린다며 칭얼거리는 아이가 청우의 옷을 붙잡고 울먹거리더니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 흐, 흐어엉...!! 지, 집에 갈래요...! "
" 아이고... 우리 지예. 무슨 일일까요? "
" 졸려요... 흑, 집에... 갈래요... "
" 오늘 귀여운 토끼 친구랑 거북이 친구가 놀러 오는데, 지예는 집에 갈 거야? "
" 흐잉... 토끼... 친구요? "
" 응, 토끼 친구가 지예랑 친구 하고 싶어서 놀러 온대요. "
" 그럼 볼래요... "
예진이 나서기도 전에 청우가 아이를 안아주며 다독여 주었다.
그저 빈 말로 다독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있을 인형극을 예를 들며 다정하게 아이를 달래어 주었다. 어제는 우는 아이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오늘은 나름 준비를 했던 모양이었다.
원래 다정한 사람이었으니, 분명 퇴근 후에 준비를 했던 거겠지.
교과 수업 대신 인형극을 보고, 바깥 놀이 시간을 가졌다. 체력 좋은 이세진과 청우에게 바깥 놀이를 부탁하고, 배세진과 아현, 래빈에게 아이들의 밥을 부탁했다.
아이들만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 자, 구름 반 친구들! 오늘 밥은 떡볶이래요~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까? "
" 녜!! 좋아요! 션생님!! "
" 떡볶이... 안 맵겟지...? "
" 매우면 물에 씻어 먹으면 돼. 울 엄마가 그랬어. "
아이들은 예진의 뒤로 줄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에 차려진 식판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떡볶이가 먹기 싫었던 모양인지 한 아이가 떡을 바닥에 집어 던지는 둥, 음식을 가지고 멀리 던지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시작하니 다른 아이들까지도 동참하며 음식을 던져댔다.
테스타들이 어쩔 줄 몰라서 허둥지둥거리고 있을 때 예진이 책상을 탕탕 내려치며 아이들의 시선을 한 번에 주목시켰다. 화났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아이들을 보았다.
화를 내는 척하는 음성이 어른들에게는 알아차리기 쉬웠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 구름 반 친구들! 음식을 던지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에요! "
" 우으... "
" 지혁이! 먹기 싫다고 음식 던지면 돼요, 안 돼요? "
" 아, 안 돼요... "
" 선생님이 뭐라고 했죠? "
"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께 죄송한 행동이라고 햇어요... "
선생님의 호통에 놀란 아이들이 움찔거리더니 울먹거렸다.
그렇게 상황은 잠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아이들을 양치시키려 화장실로 보낸 사이 예진과 청우, 아현, 래빈은 아이들이 던지고 논 떡볶이를 치우느라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다음 예체능 수업으로 미술을 하기로 했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고, 40분 동안 선생님들은 아이를 잘 이끌며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주제는 사랑이었고,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아끼는 것이나 부모님, 반려동물, 가족을 그리기도 했다.
그림 그리기가 끝난 뒤에는 간식으로 시리얼과 우유를 먹었다. 책을 읽어준 뒤 하원시키고, 선생님을 자처했던 테스타 5명은 잔뜩 지친 채 퇴근했다. 그들은 선생님이란 직업은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 저, 예진 선생님... "
" 네? 아현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
" 제가 궁금한 게 생겨서... 혹시 연락처 교환 가능하세요? "
" 물론이죠. "
" 어? 그럼, 저도 주시죠, 번호. "
" 래빈 선생님도 드릴게요. "
" 그러면 나도 줄래요? 예진 선생님. "
" 네? 그, 그래요... 배세진 선생님도... 드릴까요? "
" ... 주면... 좋죠. "
8일 차 정도 되었을 때, 아현을 시작으로 다른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예진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4명이 알려달라고 하니 어색한 느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번호를 남겨주려고 할 때, 한 아이가 튀어나와 4명과 예진의 사이를 가 막았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예진과 테스타 4명이 그 아이를 보았다.
" 주, 준혁아... "
" 안 돼요!! 선생님은 나랑 결혼할 거란 말이야! "
" 준혁아, 그게 무슨 말이니? 그냥 선생님들끼리 전화번호 주고받는 거야. "
" 선생님... 하, 너무 둔해. 우리 선생님. "
" 으응? "
" 흠... 준혁이, 선생님들을 라이벌로 두고 괜찮겠어? "
" 이익...! "
예진만 모르고 있을 뿐, 아현이나 래빈이, 청우와 배세진 네 사람은 예진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동료 혹은 친구의 동생, 누나였지만 자체 제작 컨텐츠 교사 활동을 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마음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심지어 이 감정을 혜지만 모르는 게 이세진은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방해를 하기도 했다. 이세진의 방해해 눈 깜빡할 사람들이 아니긴 하지만. 정이 들면 호감이 생기기 마련이고, 호감이 생기면 절로 마음이 설레는 게 당연했다.
그날 저녁부터 연락처를 받아 간 네 사람이 일시 다발적으로 연락을 보내와서 예진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 예진아~ 걔네한테 연락 와? "
" 어? 으응... 안 그래도 방금... 야! 뭐해?! "
" 이런 건 무시해도 돼~ "
" 아씨... 헉, 야!! 이세진!! "
" 아야; 아; 이 오빠는 널 지켜준 죄밖에 없어! "
" 뭐래! "
그날 예진과 세진이 함께 퇴근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고 난 이후부터 세진이 계속 예진의 주변을 얼쩡거리며 관심을 주고 있었다. 신경 거슬렸던 예진이 인상을 찡그리며 답을 하고 있는 사이 세진이 예진의 휴대폰을 쏙 빼앗아 갔다.
무시해도 된다며 무어라 답을 남기는 모습에 예진이 다급하게 휴대폰을 빼앗았다.
세진이 답한 건 냉정하게 피곤하니까 잘게요. 라고 딱 잘라 거절하는 답장뿐이었다. 놀란 예진이 세진을 향해 달려들며 고양이 솜방망이 같은 손으로 세진을 때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일 차, 오후의 예체능 수업으로 음악을 하기로 했다.
" 우와... 래빈 쌤! 피아노 쳐요??"
" 아이돌은 다 칠 줄 알아요? "
" 이건 뭐예요? "
" 래빈 쌤~ "
" 아... 하, 하나씩 하자. 하나씩. "
" 래빈 선생님이 인기가 많네요. "
" 아무래도 피아노니까요. "
평소 얌전하게 있던 아이들도,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이들도 모두 래빈이 치는 피아노 소리에 홀린 듯 얌전히 앉아서 경청했다. 두 눈을 반짝거리며 즐거워 보이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했다.
아이들이 자꾸 달라붙으며 질문 공세를 하는 탓에 래빈이 힘든 것도 알고서 모른 채 넘어갔다.
갑자기 우는 아이를 달랠 때도, 아이들을 등하원 시킬 때도, 수업을 할 때도 예진과 테스타 4명의 사이에서는 은은하게 핑크빛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눈치가 빠른 아이들 중 몇몇은 테스타 4명을 방해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혹여나 선생님을 빼앗길까 봐서 방해할 수밖에 없었다.
" 구름 반 친구들~ 오늘이 우리 특별히 초대된 선생님이랑 마지막 시간이에요. "
" 네?! "
" 서, 선생님... 우리가 괴롭혀서 가는 거예요...?? "
" 흑... 우와아아앙!! "
촬영은 어느덧 14일, 2주째를 맞이하며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어느새 정들어 버린 건지 마지막 시간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울면서 각자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의 다리를 붙들고 울기 시작하자, 테스타들까지 울컥하고 감정이 북받쳤다.
식사 배식할 때도, 인형 놀이를 할 때도,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할 때도, 편식하는 아이들을 달랠 때도.
알파벳 공부를 할 때나 양치질을 할 때도, 신나게 놀 때나 놀다가 넘어질 때도. 2주란 시간은 아이들에게 결코 짧지 않았다. 정을 준 사람들이 떠난다는 말에 아이들이 서럽게 울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별은 어린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우리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걸 할까요? "
" 흐윽... 흐엉... "
" 으아아앙! "
" 구름 반! 짝짝! "
" 짝짝...! "
" 선생님들은 아이돌이라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 해요. 우리가 다음에 언젠가 만나겠지만, 선생님들이 무대에서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는 걸 응원 해주어야겠죠? "
" 녜...!! "
예진은 아이들을 달래다가도 코끝이 찡해지는 걸 느꼈다.
아이들에게도 2주란 시간이 짧지 않았지만, 그건 예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친오빠인 이세진은 집에 가면 또 보는 얼굴이라고 하지만, 2주 동안 다른 테스타들을 만난 건 기쁜 일이었다.
거기다 최애캐인 배세진까지 만나 성덕으로 인정받았으니 더 감격이었다.
아현, 배세진, 래빈, 청우의 시선이 예진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2주의 시간을 보냈다. 누르는 와중에도 나름 표현한다고 표현했지만, 예진이 알아차렸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아이들은 차례대로 선생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 선생님, 이거 떼면 안 돼요. 알았죠? "
" 응, 알았어. 예린아. "
" 아이, 이뿌다... "
" 와아악!! 쌤! 더 빨리! 빨리!! "
" 세진 열차 나가신다! "
" 아하하! "
" 흐엉... 청우 선생님... 안 가면 안 돼요? "
" 수지야, 울지 마... "
" 래빈 선생님, 저... 노력하면 래빈 선생님처럼 노래... 잘할 수 있을까요? "
" 물론이죠. 지훈이는 똑똑하니까 잘할 겁니다. "
예진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아현이는 여자아이들에게서 스티커를 받으며 얼굴 여기저기에 꾸며졌고, 이세진은 남자아이들을 차례대로 목말 태워주며 신나게 놀아주었다. 청우는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었고, 래빈은 이런 와중에도 음악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예진의 시선이 닿은 배세진은 조용한 아이들과 마주 보고 서 서로 포옹을 해주었다.
그날, 아이들과의 시간을 가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저녁이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 하원시킬 때 아이들의 얼굴은 너무 울어버린 탓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각자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서 퇴근을 하려고 할 때, 이세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우리 마지막인데... 회식이라도 할까? "
" ... 좋아요! 우리 회식, 합시다! "
" 좋은... 생각이야. "
" 그래, 그러자. 근처에 괜찮은 고깃집 있던데, 거기로 갈까? "
" 회식... 괜찮은 생각이야. "
" 모두들 수고 하셨어요. "
이세진의 의견에 따라 회식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원래라면 예진은 바로 퇴근을 택했겠지만, 2주의 시간 동안 멤버들과 꽤 많이 가까워졌기에 흔쾌히 가겠노라고 허락했다. 회식 자리로 채택된 고깃집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그들 사이에서는 예진만 모르는 남자들의 암투가 발생했다.
그 사이에서 예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이세진은 알고 있지만 굳이 끼여서 자신의 동생을 지킬지, 아니면 그냥 무시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그들이 해봐야 나오는 이야기라고는 유치원 내에서 있었던 이야기였지만, 그중에는 예진과 개인적으로 나누었던 대화, 행동들이 주된 내용이었다.
" 아, 아이들이 웃을 때 엄청 귀여웠는데... 이대로 헤어진다니 아쉽다. "
" 맞습니다. 아이들만큼이나 누님도 귀여웠는데 말입니다. "
" 아이들 밥 차려줄 때, 배식하는 예진이 표정 귀여웠지. "
" ??? "
" 종이접기 한다고 집중하던 모습도 꽤... "
" 예진이가 화낼 때도... 난 귀엽다고 생각했어. "
예진은 그들의 대화 사이에서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빈 술병들이 점점 테이블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예진이 얼굴을 붉히는 걸 보며 그녀가 취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이세진은 술을 홀짝이며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다.
동생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술도 깰 겸 간 것이었다.
이세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래빈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술에 취해있는 예진에게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답이 진심일지 아닐지는 자신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면서. 주변에 있던 세 사람은 말로는 말렸지만, 정작 눈빛은 궁금해하고 있었다.
" 누님, 혹시 그... 멤버들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
" 으응? 누굴 좋아하냐고? "
" 예. "
" 래빈아... 그런 걸 물어보면 어째... "
" 맞아, 예진이가 불편해할 수도 있잖아. "
" 뭐야? 뭐 하고 있는데? "
" 래빈이가 예진이한테 멤버들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 물어봤어. "
잔뜩 긴장한 래빈과 힐끗거리며 예진을 보는 청우와 아현, 술잔만 홀짝이며 긴장한 배세진.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때, 화장실을 갔던 이세진이 돌아왔다. 이세진의 질문에 청우가 상황을 알려주었다. 이세진도 궁금하긴 한 모양인지 자리에 앉아 예진을 보았다.
예진이 술잔을 들고서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비틀거렸다.
그녀가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모두가 속으로 당연히 자신일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예진이 느리게 눈을 깜빡거리다가 웅얼거리듯이 말하더니 그대로 테이블 위에 푹 쓰러져서 잠들었다.
" 이... 세진... "
" ... 뭐? "
" 푸, 푸하하핰!!! "
" 허... 아깝습니다. "
" 그러게, 아깝네... "
" ... "
" 어쩔 수 없지. 오빠는 못 따라가니까. "
예진의 답에 다들 헛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다음으로 나오는 사람은 기필코 자신일 것이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모두가 예진을 짝사랑하고, 예진의 마음이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이세진만이 폭소에 가까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저 눈앞의 상황이 너무 웃긴 탓도 있었다.
이세진은 그대로 일어나 예진을 등에 업고 이만 집에 가보겠다며 자리를 먼저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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