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자컾/250216] 복수의 시간

나비의 보관함 2025. 3. 3. 01:28


태성은 오랫동안 은서에게 폭행과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다.

이대로 있다간 남자의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언제 뒤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며칠 전부터 부쩍 늘어났다. 생명의 위협으로 인해 본능을 깨운 건지, 아니면 저보다 작은 여자애에게 그저 당하기만 한 게 억울했던 건지.

태성은 은서에게 맞고 있으면서도 속으로 언젠가 복수를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문제는 그 다짐의 결실이 얻어맞았던 그다음 날에 바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태성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였다. 우연히 발에 무언가 걸려 넘어지면서 은서의 위로 올라탄 게 화근이었다.

주먹을 휘두르며 비키라고 욕할 줄 알았던 은서는 되려 얼굴을 붉히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냈다.

 

 

" 오, 오빠... 빨리 나와... "

" ... 너 지금 뭐 하냐? "

" 아, 빨리 나오라니까...! "

" 하! ... 야, 지금 얼굴 붉혔냐? "

 

 

태성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은서에게 복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얼굴을 가린 은서의 손목을 붙잡아 힘으로 끌어내리며 붉어진 얼굴을 보았다. 얼굴은 이미 붉게 타오른 상태였고, 심지어는 귀까지 붉힌 상태였다. 태성은 자꾸 비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한 채 은서를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로리타 양복을 입은 탓인지, 은서의 다리 사이로 태성의 다리 하나가 들어가 맨살을 부대꼈다.

은서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멈추지 않고, 태성의 손이 노골적으로 은서의 다리를 쓸어올렸다. 점점 살결을 타고 올라오는 손길에 은서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태성을 사랑하긴 했지만, 이런 관계를 생각한 적 없었다.

 

 

" 반항도 못 하고... 재밌네? 왜, 또 때려보지. "

" 으으... 오빠, 그만하래도... "

" 싫은데? 네 반응이 꽤 재밌거든. "

 

 

평소라면 은서의 주먹에 처맞기만 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저 복수를 위해 비열함을 갖춘 상태였다.

태성이 은서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은서의 다리를 벌려내며 자신의 앞섶을 그녀의 속옷 위로 가져다 댔다. 노골적인 그의 행동에 은서의 얼굴이 더 빨갛게 물들었다. 

마치 밥이 다 된 밥솥처럼, 가열된 다리미처럼 스팀을 내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은서는 자신의 속옷 위로 닿아오는 것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입만 연신 벙긋거렸다. 주먹을 휘둘러 때린다거나 밀어낸다는 걸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으으... 흐아... "

" 왜 그래? 이렇게 가까우면 내가 너랑 키스할까 봐 그래? 아니면 섹스라도 할까 봐? "

" 우읏...! 그, 그런 말 하지 마...! 

 

 

태성의 입에서 나오는 숭한 단어들에 은서가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목까지 붉게 물든 은서의 반응에 태성이 코웃음을 치더니 조금만 더 다가가면 입술이 맞닿을 거리까지 얼굴을 내밀었다. 은서는 자신의 코앞에서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태성의 모습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파르르 떨었다.

그때 태성이 고개를 숙여 입술이 아닌 은서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 입술을 문질러댔다.

은서는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몸을 굳혀버리고 말았다. 팔을 휘두르기는커녕 태성에게 보기 좋게 휘둘리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분위기에 머릿속은 온통 빨간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태성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떨기만 하는 은서의 반응에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 반응이 제법 마음에 드는데. "

" 내,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

" 악! "

 

 

태성이 속으로 또 때리면 똑같은 방법을 써먹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몸은 여전히 아래를 맞댄 채였고, 입술은 목덜미에 머물러 있었다. 태성이 고개를 드는 순간 새빨갛게 익어버린 은서가 참다못해 바둥거리며 태성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태성의 복수는 효과가 좋았으나, 너무 좋아서 반감을 일으켰다.

결국 보기 좋게 은서의 주먹을 맞은 태성이 바닥을 나뒹굴며 그의 복수는 싱겁게 끝을 맺고 말았다. 은서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전히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어딘가로 달려 나갔다.

집안에는 태성이만 고통에 뒹굴거리며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