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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마을 어귀에서 이상한 사람 봤다? 젊은 형인데, 막 혼잣말하는 거야. "
" ... 필립,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니? "
" 아니요! 애들이랑 그 사람 구경하다가 놀았어. "
" 앞으로도 말 걸지 말렴. 미친 사람이야. "
모든 일이 끝이 나고, 평화가 다시 찾아왔을 때.
한 마을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흑발의 남성이 시시때때로 나타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치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처럼 실실 웃거나, 허공에서 대화하다가도 갑자기 미친 듯이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은 평화가 찾아오기 전에도 나름 유명했다.
여자만 찾아다니는 미친 새끼라고 해서 일명 '여미새'라고 부르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그런 그에겐 평화가 찾아오지 않은 걸까. 모두에게 찾아온 평화가 하필 그에게만 비껴간 걸까.
하지만 마을 사람에 불과한 내 눈에는 어째서 그의 곁에 금발의 예쁜 여인이 보이는 걸까.
" 위다즈, 어찌 이러는가. 잠시 나와보게. "
" ... 아무래도 베아트리스의 존재가 컸나 봅니다. "
쾅쾅, 대낮부터 굳게 닫힌 문을 강하게 두들기는 손길이 거칠다.
나오지 않는 집 주인을 찾기 위해서인 건지 아니면 안에 있는 걸로 알고 이러는 건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금발의 사내와 어색하게 서 있는 은발의 사내 모습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의 곁으로 한 소녀가 다가와 옷깃을 잡으며 끌어당기더니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
" 그 아저씨라면 저기, 부둣가에 있어요. "
" 고맙구나. "
실리안과 아만은 어린 소녀의 말을 듣고서 부둣가로 향했다.
그러자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문이 열리며 소녀에게로 작은 주머니를 내어주었다. 소녀는 주머니를 받고 신나게 뛰어나갔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사내의 모습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눈동자가 데굴 굴러가며 문 앞을 살피더니 다시 문이 굳게 닫혔다.
창문에 달린 커튼을 치고, 어둡게 내려앉은 방안에 일렁거리는 촛불 하나를 켜놓은 채 사내가 버석하게 웃었다.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적거리더니 무언가를 붙잡은 듯한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사내의 앞에는 무엇도 없었다.
" 베아트리스, 내가 방금 우릴 떨어트리려고 하던 놈들을 멀리 보냈어. "
" 걱정하지 마. 오지 않을 거야. "
" 하하... 베아트리스도 참, 별걸 다 걱정해. "
사내, 위다즈는 허공을 향해 마치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끔해서 어디 아픈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가 하는 행동은 터무니없이 정신이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누군가 말했다지, 소중하고 너무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날에는 정신을 놓아버린다고.
위다즈의 상태가 지금 그러한 상태일지도 몰랐다. 정작 자신은 그걸 모르고 있는 눈치였지만.
카제로스가 죽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베아트리스는 종국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 그녀를 세계에서 위대한 영웅이라 칭송했으나 유일하게 위다즈에게만은 영웅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위다즈만이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 곧 자야 할 시간이잖아. 오늘은 더 안 올 거야. "
" 걱정하지 말라니까? 베아트리스, 이만 자자. "
[ 예쁜 꿈을 꿔요. ]
" 꿈에서 봐, 베아트리스. "
위다즈는 혼자 쓰기엔 너무나도 큰 침대 위로 혼자 누웠다.
마치 옆자리에 사람이 있다는 것처럼 끝자리에 자리했다. 몸을 옆으로 돌려 옆자리를 보았다.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 위다즈의 곁으로 옅은 목소리로 속삭여오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위다즈가 그 소리에 안부 인사를 남기며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잠이 들었다.
그가 눈을 감았다가 뜨자, 눈앞에는 수줍게 웃고 있는 금발의 소녀가 위다즈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초원 위에 나란히 서서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위다즈는 그곳에서 덧없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베아트리스에게 입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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