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인물도 좋고, 사람들과 말하면서 친해지는 걸 좋아하다 보니 여기저기에 친구가 많이 있었다.
오늘도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물 좋은 클럽이 있다며 같이 가자는 권유에 그러자며 따라나섰다. 물 좋은 곳이 맞긴 한 건지 입구에서부터 줄기차게 늘어진 사람들을 보고서 재밌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의 보안요원이 입장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친구 녀석은 누군가에게 통화를 거는 듯했다.
" 아, 여기다. 제혁아! 친구 데리고 온다더니 진짜 데리고 왔네. "
" 형이 데리고 오라면서요? 좋은 술 준다고. 그래도 나름 생겨먹은 놈으로 데려왔어요. "
" ... 뭐, 그런 거 같네. "
" ...?? "
시후는 입장하기 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내려오는 쓰레기를 보았다.
하얀색의 작은 결정들. 이게 점점 쌓이면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거겠지. 멍하니 있을 때, 대화를 끝낸 친구가 시후의 팔을 잡아당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클럽 MD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안내받고, 안주와 술을 주문하고 있을 때였다.
멍하니 기운이 없어 보이던 시후의 눈동자가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흐리멍텅에서 삶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던 그 눈빛은 점점 생기를 되찾아갔고, 그것도 부족한 건지 시후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까지 했다. 시후가 얼굴을 붉힌 채 입만 연신 벙긋거리고 있는 모습에 주문을 받던 클럽 MD가 말했다.
" 저기요. 그쪽 손님은 뭘 드실 겁니까? "
" 네, 네? "
" 주문을 하셔야죠. "
" 아... 저는 생맥이면 돼요. "
" 안주는 제혁이 놈이랑 동일하게 해드릴게요. "
" 네... 허, 아니... 우제혁, 저... 저 사람 뭐야? 누구야? "
" 엉? 아~ 여기 클럽 MD. 여기 오려면 예약해야 하는데 전부 저 사람을 통해서 하거든. "
" 이름은 몰라? "
" 이름... 뭐였더라. 성은 기억 안 나는데, 이름은 남규였나? "
" 남규... "
시후는 어둠 속에서도 클럽 MD의 얼굴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짙은 눈썹, 쭉 올라간 눈매, 깔끔하게 묶은 반머리, 옹졸해 보이는 작은 입술.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인상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상대는 같은 동성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이 쿵쿵 울렸다.
' 아, 이거 혹시 클럽 박자 때문인가? '
클럽에서도 쿵쿵 울렸으므로 그것 때문인가 싶어 가슴에 살포시 손을 올려보지만, 티가 날 정도로 쿵쿵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질문에 따라 답을 하던 것도 잠시 주문을 끝내고 돌아가는 상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고 나서야 시후가 친구에게로 몸을 바짝 붙이며 물어보았다.
물을 마시고 있던 친구는 시후의 말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퉁명스러운 답에도 원하는 답이 나오고 있으니, 시후는 거리낌 없이 물어보았다. 이름까지 알게 된 이후로 시후가 남규에게 완전히 폴인럽해버린 순간이었다.
" 여기, 맥주 나왔습니다. "
" 어라... 저기, 아까 그분은... "
" 아 MD님이요? 그분은 예약자 모셔야 하시기도 하고, 물품 관리 하셔야 하셔서요. 무엇보다 원래 서빙은 웨이터 몫이기도 하고요. "
" 아... "
시후는 맥주까지 남규가 가져다주는 줄 알았으나, 낯선 남자가 오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클럽이 처음인 건 아니지만, 친구의 지인이니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작은 기대감은 와장창 무너진 채 시후만 속앓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친구가 맥주를 마시고 안주를 주워 먹으며 말했다.
" 그 형, 평소에 예약자 안내 끝내고 나면 흡연실 가니까 한 번 가보던가. "
" ... 고맙다! 제혁아! "
" 거참... 취향 이상한 놈이네. "
안주를 주워 먹고 있던 친구의 말에 시후가 친구를 와락 안아주고는 후다닥 자리를 벗어났다.
갑자기 안겼다가 사라진 시후의 모습에 남겨진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안주와 술을 마시기에 바빴다. 자리를 벗어난 시후는 흡연실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숭할 정도로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들이 다가올 때도 있었고, 술에 취한 사내들이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다.
그러다 시후가 흡연실을 발견하고서 그쪽으로 향했을 때였다. 남규도 흡연실로 향하던 건지 입구에서 딱 마주쳤다. 시후가 남규를 반가워하고, 남규는 시후가 누구더라 생각하고 있었다.
시후가 어색하게 웃으며 방금 친구와 함께 들어온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 저기...! "
" ... 누구더라? "
" 아까 제혁이랑 같이 들어온 예약자요. "
" 아~... 그런데 여긴... 아, 흡연하시려고? "
" 아니요, 그... MD님 찾은 건데... "
" 저요? "
" 네. 다음에 따로 예약하고 싶어서...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
" 아... 뭐, 예... 제혁이를 통해서 받아도 됐을 텐데... "
" 성함도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
" 남규요. "
흡연실 앞에서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시후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남규의 앞으로 내밀며 고개를 숙였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남규는 마치 고백이라도 받는 장면 같네,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시후의 휴대폰에 자신의 영업용 번호를 찍어주었다.
번호를 저장하면서 '펜타콘 클럽 MD 남규'라고 친절히 저장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규의 입장에서는 시후가 클럽에 돈을 쏟아부울 정도로 멍청하고, 호구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그거'를 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상냥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후가 남규에게 나이를 물어보았고, 남규가 시후에게 자신은 26살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 남규 형이네요! "
" 어, 예... 흡연하시는 거 아니라면 저 먼저 들어가도 됩니까? "
" 아, 너무 붙잡고 있었죠. 가보겠습니다. "
" ... 이상한 사람이네. "
시후는 남규의 나이를 듣고 대번에 넉살 좋게도 형이라고 부르며 웃었다.
남규는 자신과 그리 친한 것도 아닌데도 이리 친근하게 구는 시후를 보며 '와, 슈퍼E...'라는 생각을 하며 말을 돌렸다. 흡연실을 가리키며 가도 되겠냐고 하자 시후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본래 왔던 자리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남규가 중얼거렸다.
시후는 친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서 신나게 폴짝거렸다. 자리에 도착해서는 친구에게 여기 좋은 것 같다며 맥주를 마셨다. 시후가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친구가 훅 들어오는 말을 했다.
그 탓에 맥주가 목에 걸려버렸고, 시후는 계속해서 기침을 콜록, 콜록 내뱉었다.
" 제혁아, 여기 진짜 물 좋은 거 같아! "
" ... MD보고 하는 말이지? "
" 크흛?! 컥, 큽...! 콜록, 콜록! 어? "
" 아닌 척하진 마라. 너 얼굴에 다 티나니까. "
" 큽... 그, 정도야? "
기침을 멈추지 못하던 시후가 물을 마신 뒤 그 정도냐고 놀라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마실 뿐이었다. 친구의 반응에 시후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다시 맥주를 마셨다. 그날, 시후는 클럽에서 집으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마셨다.
다음 날이 밝고, 일어나자마자 극심한 두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부엌 찬장을 뒤적거렸다.
꿀을 꺼내 미지근한 물에 탄 다음 한 번에 원샷으로 마셨다. 얼마나 거칠게 잠들었던 건지 시후의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다 뒤집어진 채 까치집을 짓고 있었다. 시후는 휴대폰을 켜서 연락처를 뒤적거렸다.
열심히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이 한 이름 앞에 멈추었다.
" ... 남규 형... "
옥타곤 클럽에서 첫눈에 반한 상대를 만난 이후로 시후는 그곳의 죽돌이가 되었다.
죽돌이라고 해서 마냥 중앙 홀에서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술을 꽐라가 될 때까지 흔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MD인 남규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다닌 게 전부였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고. 클럽이 여는 날이면 어김없이 시후가 등장해 남규를 따라다녔다.
오죽하면 클럽 관계자들이 시후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기까지 할 정도였다. 누군가는 동성을 쫓아다닌다며 혀를 차고 손가락질하기도 했지만, 시후에게 있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후의 짝사랑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니까.
" 하... 대체 몇 번째야? "
" 저요? 여기 온 건 지금 8번째인데요? "
" 언제까지 올 건데? "
" 음... 계속요? "
" 이제 좀 가라! 이 새끼야! "
" 이 새끼 아니고 시후요! "
시후는 남규를 만나기 위해 클럽에 들어가는 돈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주말 입장료만 기본 3만 원에 입장 후 자리 잡는 금액이 최소 30, VIP로 들어가면 입장료는 무료지만 50부터 뛰는 주대가 있었다. 시후는 매번 그 큰돈을 주말마다 내며 들어왔고, 그만큼의 돈을 내고서 하는 것이 고작 MD를 따라다니는 일이었다. 한 번은 함께 입장한 친구가 시후에게 질문한 적 있었다.
" 시후야, 박시후. 너 그렇게 쫓아다니기만 해서 되겠냐? "
" 어? 왜? "
" 그렇게 쫓아다니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될 텐데. "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 남규 형한테 커피 한잔하자고 해도 안 받아주던데. "
" 그럴 땐 밀당을 해야지. "
밀당은 기본이라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여 들었다.
시후가 남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단순히 짝사랑만 하고 있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시후가 느끼기엔 호기심이 가장 크다고 여겼다.
남규의 입장에서는 일하느라 바쁜데 자신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시후가 아니꼬웠다.
아무래도 '그거'를 팔아서 뒷주머니를 채워야 하는 입장에서 누군가가 뒤를 따라다닌다는 건 불편할 뿐이었다. 제대로 판매는커녕 손님들에게 맛보기로 보여주지조차 못하니까.
그걸 알 턱이 없는 시후는 9번째도, 10번째도 클럽을 드나들며 남규의 뒤를 따라다녔다.
" 너도 진짜... 징글징글하다, 어? "
" 에이~ 남규 형! 제가 형 보러 온다고 클럽 매출 올랐잖아요. "
" 그래서 욕도 못 하잖아. "
" 거기다 제가 친구도 데리고 오는데요? "
" 하... 그래, 새끼야. 이뻐죽겠다. "
" 이뻐죽겠으면 저랑 데이트 한 번만 해요~ "
" 꺼져라. "
시후는 남규를 만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돈을 끌어다 쓰고, 그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했다.
약 1년간 시후는 주말마다 남규를 만나기 위해 클럽을 찾아왔고, 시후가 1년 동안 클럽에 온 횟수는 무려 96번이었다. 4번만 더 오면 딱 100번을 채우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 횟수 안에서 시후가 남규를 따라다니면서 '그것'에 대해 알게 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남규를 따라다니며 타노스, 그러니까 최수봉을 만나게 되었고, 남규가 타노스를 따라 코인 투자를 한다는 것까지도 알게 되었다. 안 그래도 대출로 더 이상의 자금은 사체밖에 없던 시후에게 남규가 도움을 청해왔다.
" 시후야, 부탁 하나만 하자. "
" 네?? 어떤 부탁이요? "
" 너도 나랑 같이 코인이나 하자. "
" 코인이요? "
" 어, 이번에 진짜 대박인 코인이 있거든? 내가 이번에 3배나 먹었어. 다음은 5배일 거 같다. "
" 음... 좋아요, 대신에 저랑 데이트나 하죠? "
" 뭐? 그놈의 데이트가 뭐라고... 쯧, 까짓거 해! 하자고! "
" 아싸! "
애초에 시후가 남규의 부탁을 거절하기엔 힘들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시후는 머리를 굴려 자신의 이득을 챙겼다.
결국 남규의 부탁에 의해 시후는 사체까지 건드렸고, 빚은 억 단위로 넘어가기에 이른다. 타노스와 남규 역시나 채무가 발생했고, 빚이 무려 억 단위로 넘어가긴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후는 차마 남규를 탓하지도 못한 채 밀려가기 시작하는 채무를 어떻게 부담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카드로 돌려막기 하던 것은 그리 좋은 묘수도 아니었고, 금방 막히기까지 했다. 더 이상 물러날 때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마지막으로 남규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 남규 형! "
" 아, 씨... 깜짝이야! 새끼야, 말하고 들어와. "
" 그것보다 저 당분간 못 올 거 같아서요. "
" 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
" ... 형, 남규 형. 코인에 대해 할 말 없으세요? "
" ... 씨발아, 지금 니 눈엔 내가 지금 골머리 앓는 거 안 보이냐? 안 그래도 코인 그거 타노스 형이랑 명기 그 새끼 채널 보고 투자했다가 우리도 나가리됐어. "
" 아~... 명기가 누군데요? "
" MG 코인 운영자. 하.. 그 새끼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그 새끼 때문에 총 12억 채무 생기고 나는 3억... 넌 얼마냐? "
" 전 2억 5천이요. "
남규의 질문에 시후는 순전히 코인으로 손실 난 채무 금액을 말했다.
남규를 만나고자 클럽에 들어갔던 금액은 제외하고서.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억대의 채무이니까. 시후는 자신에게 짜증을 부리는 남규의 태도에도 묵묵히 평소처럼 받아들였다.
시후는 일전에 행복하게만 느꼈던 일상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이젠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불안감에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그간 있었던 일들이 너무 꿈같이 느껴져서, 깊게 타들어 가는 속에 절로 나오는 한숨이 현실이라고 알려주었다.
못 올 거 같다는 남규의 말이 매정하게만 느껴졌다.
그간 자신이 저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자주 왔는데, 이유조차 물어보지 않고 냉정하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그럼 어쩔 수 없지. 이 말이 전부라니. 시후는 현타가 강하게 찾아왔지만, 내색하지 않고 남규를 불렀다.
" 남규 형. "
" 왜, 인마. "
" ... 남규 형. "
" 왜 부르냐고. "
" ... 남규 형, 남규 형. "
" 아, 씨발!! 귀 처먹었냐? 왜 부르냐고 묻잖아! "
시후는 남규를 향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목울대까지 치고 올라오는 물음은 격해지는 감정에 목이 잠겨버린 탓에 그저 남규의 이름만 계속 반복하며 불렀다. 계속 반복되는 말에 참다못한 남규가 들고 있던 컵을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남규가 고개를 돌렸을 때, 시후의 앞에는 시후보다 살짝 크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남규와 시후가 당황해 버린 채 몸을 굳혔다. 그 사내는 말 없이 두 사람에게 명함을 하나씩 내밀었다. 시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건네받았지만, 남규는 못마땅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명함에는 '○△□'가 그려져 있었다. 시후는 고개를 들어 그 사내를 보았다.
" 저랑 게임 한 판 하시겠습니까? "
" 예? "
" 뭐야, 이 새끼! 어디로 들어온 거야? "
" 저랑 한 판만 하시죠. 이기면 20만 원 드리겠습니다. "
" 나, 나랑 해! 나랑! "
그 사내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웃으며 자신의 품 안에서 딱지 두 장을 꺼내며 게임을 하자고 말했다.
이기면 2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남규가 달려들듯 일어나 시후를 밀치고 사내의 앞에 섰다. 시후는 남규가 밀치는 탓에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잡으며 자신을 밀친 남규를 보았다.
시후는 멍하니 남규가 자신을 붙잡고 밀었던 부분을 감쌌다.
사내의 시선이 남규에게 향했다가 시후에게로 향했다. 그 사내가 다시 씩 웃었다. 딱지 하나를 남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우승하면 20만 원이지만, 지면 따귀라고.
" 좋아! 한번 해보자고! "
" ... 남규 형. "
해보자던 남규는 딱지를 제대로 치지 못하고 결국 계속 졌다.
뺨이 팅팅 부어오를 정도로 맞고 나서는 잠깐 기절한 모양인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 사내는 고개를 돌려 딱지를 쥐고서 시후에게 내밀었다. 고운 목소리로 게임 한 판 하겠냐는 질문이 시후에게 들려왔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고, 딱지를 건네받은 뒤 보기 좋게 첫판부터 이겼다.
뒤집혀진 딱지를 바라보던 사내는 정색하다가 웃으며 품 안에서 20만 원을 꺼내 시후에게 쥐여준 후 귓속말을 속삭였다. 사내가 떠나려고 할 때, 남규가 정신을 차리고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거기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
" ... "
" 하, 한 판만 더 해... "
사내는 한숨을 내쉬고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딱지를 남규에게 내밀었다.
남규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딱지를 쥐고 힘껏 내려쳤다. 그러자 딱지가 보기 좋게 뒤집혔다. 사내가 하찮다는 듯 남규를 보면서 20만 원을 꺼낸 뒤 남규에게 쥐여주며 시후에게 말했던 것처럼 똑같이 말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돈을 위해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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