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BL/드림/250203] 즐거운 게임 시간

나비의 보관함 2025. 3. 2. 02:36


 

" 남규형, 식사는 드셨어요? "

" 시후야... 좀 떨어져라... "

" Yo 남수~ 인기 많아? "

" 남규요. "

 

 

게임이 끝나고 저녁 식사 시간, 모두가 모인 공간에서 시끌벅적하게 각자 떠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남규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가장 시끄럽게 장난을 치며 놀았는데, 그들은 게임에 대한 긴장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각자 웃고 떠들며 장난을 치던 것도 잠시, 시후가 남규에게 달려들듯 안으며 말했다.

남규는 속으로 욕을 내뱉은 채 자신에게 달라붙는 시후를 꾹 밀어냈다.

남규와 시후의 옆으로 타노스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또다시 이름을 틀리는 그의 말에 남규는 화가 나는 걸 참아내며 자신의 이름을 정정해 주었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양쪽에서 들리니 남규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만만한 시후에게 주먹을 휘두르면 시후 자식이 조소를 흘리며 타노스를 언급하니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 남규형, 아직 밥 안 먹었으면 저랑 먹어요! "

" 하... 내가 왜, 씨발... "

" Hey~ 밥 먹는 거야? 같이 먹자. "

" 예... ㅎㅎ "

 

 

남규는 시후가 달라붙으며 밥을 먹자고 하는 말에는 욕까지 붙이며 밀어놓고는 타노스가 말을 걸자,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가만히 보고 있던 세미와 민수도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세미는 인상을 찡그린 채 고개를 저었고, 민수는 겁에 질려 떨면서 시후와 남규, 타노스 사이를 살폈다.

그들은 막 두 번째 게임을 마친 상태였다. 5인 6각 게임이 끝나고, 타노스, 남규, 시후, 경수가 팀이었지만, 타노스가 세미와 민수를 같이 하자고 제의를 했고 두 사람은 흔쾌히 받아들여 6명이서 움직이기로 했다. 남규는 게임을 하던 도중이나 쉬는 시간에도 빼먹지 않고 달라붙은 시후도, 사사건건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세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타노스가 같은 팀으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며 다독이는 말에 속으로 욕을 할 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 하... "

" 남수, What's going on? "

" 남규요, 형. "

" 그래. 남규! 무슨 일 있어? 없으면 다 같이 밥 먹어. "

" 맞아요, 남규 형. 문제없잖아요. "

" 하... 씨발... "

 

 

다른 사람들은 웃고 떠들지만, 그 가운데에 낀 남규만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타노스와 시후가 서로를 마주 보며 낄낄대고, 웃어대는 통에 남규의 혈압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치솟았다. 남규는 주먹을 꽉 쥐고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 위해 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삼켰다.

그러다 눈치를 살피고 있던 민수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용기 내 한 마디 꺼냈다.

 

 

" 다, 다음 게임은... 뭘 것 같아요? "

" 우리가 이제까지 한 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랑 5인 6각 게임이니까... 다음은 아무래도 비비탄 쏘기? 탕~ 탕탕! "

" 민수형은 뭘 거라고 생각해요? "

" 나, 나는... 아마... 달고나 뽑기 아니면 짝짓기... 아닐까. "

" 짝찟기? Ooh! Shit!! 짝짓기?! 다 같이 하는 게임인 거지? "

" 설마 그게 나오겠냐, 고작해야 고무줄 튕기기나 나오겠지. "

" 야, 너 시끄러워. 생존이 걸린 건데 고무줄이 나올 리 있겠어? "

 

 

민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일행들 사이로 퍼졌다.

민수의 물음에 타노스가 흥분해서 갑자기 일어나더니 춤을 추듯이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큭큭 웃어대던 시후가 웃느라 흘려버린 눈물을 닦아내며 민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민수가 자신은 달고나 뽑기나 짝짓기 중 하나 일것 같다고 말했다.

짝짓기라는 단어에 타노스가 총 게임보다 더 흥분한 건지 과한 액션을 보였다. 그 모습에 시후가 다시 웃었고, 지켜보던 세미가 피식 웃고 있을 때였다. 지켜보던 남규는 모든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민수에게 고까운 반응을 보였다.

조소가 섞인 명백한 비웃음, 남규의 반응에 민수가 어깨를 움츠리며 소심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나름 괜찮았던 분위기를 흐리는 남규의 행동에 세미가 인상을 찡그리더니 남규를 향해 일침을 놓았다. 명백히 상대를 조롱하고자 하는 도발적인 말투에 남규가 보기 좋게 넘어갔다.

세미의 말에 욱한 남규가 주먹을 쥐고서 세미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 Yo! 남수.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

" 남규요. 하... 형 덕분에 산 줄 알아라. "

" 남규 형~ 밥부터 드시죠? "

 

 

남규의 덤벼듦에도 세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남규를 노려보았다.

자칫 잘못하다간 팀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에 시후가 타노스의 옆구리를 쿡쿡 눌렀고, 타노스가 남규의 어깨를 움켜쥐며 웃는 얼굴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경고했다. 

타노스가 상황을 좋게 끝내라는 듯이 말하자, 남규가 쥐고 있던 주먹을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규의 험악하게 변한 표정이 풀리자, 그제야 시후가 곁으로 다가와 남규를 끌어안았다. 남규도 절대 작은 체구는 아니었지만, 시후의 품에 구겨지듯 안기니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시후가 직접 빵 봉지를 까주더니 남규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 남규 형, 빵 맛있죠? 퍽퍽하진 않아요? "

" 으읍! "

" 퍽퍽하니까 우유도 같이 먹어요. "

" HaHa!! 남수! 빵 맛있게 먹는데? "

" ... 남규요! "

" 그래, 남규! "

 

 

시후의 행동에 남규가 바둥거렸고, 그걸 지켜보던 타노스가 정말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와중에도 남규는 입안에 있던 빵을 전부 삼켜낸 뒤 자신의 이름을 고쳐 말했다. 빵을 전부 삼켜내고 나니, 퍽퍽한 목 때문에 마른기침을 몇 번이고 내뱉었다. 급하게 우유를 마시고 주변을 살폈다.

소등 시간 5분 전,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오전.

 

[ 세 번째 게임이 시작됩니다. 전 참가자는 일어나... ]

 

 

" 아, 정말. 형들. 약 좀 그만 먹어요! "

" 지훈쓰! 좋은 말 할 때 그거 돌려줘. "

" 시후야... 그, 그거 조심해서 다뤄야 해. "

" 이게 그렇게 좋나? "

 

 

이른 아침부터 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미와 민수를 보며 인사했다.

그러다 두 사람이 타노스와 남규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두 사람은 십자가 안에 있던 마약을 삼키고 있었다. 대뜸 타노스와 남규의 앞으로 찾아간 시후가 타노스의 손에 있던 십자가형 목걸이를 빼앗듯이 들어  올리더니 빙빙 돌렸다.

안에 든 내용물을 알고도 가볍게 다루는 시후의 모습에 놀란 타노스와 남규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장난을 치고 있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평소와 다른 두 사람의 반응에 시후는 멀뚱거리며 목걸이를 보다가 주머니에 쏙 넣어버리고는 중앙을 향해 달려갔다.

달려가는 시후의 행동에 타노스와 남규가 뒤늦게 시후를 쫓아 중앙으로 향했다. 

 

 

" 하하! 게임이나 하자고요! "

" 지, 지훈아! 스탑!! Stop it!! "

" 시후야, 시후야! 목걸이는 돌려주고 가야지! "

" 하... 우리도 이만 갈까? "

" 아... 응, 그래... "

 

 

세 번째 게임을 하기 위해 장소를 이동하게 되었다. 모두가 긴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타노스 일행은 전혀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정확하게는 타노스와 시후, 남규만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타노스와 남규는 타노스의 약에 의해 긴장감 따위 말아먹은 상태였고, 시후는...

 

 

" 와, 남규 형! 이거 빙글빙글 돌아가는데요?! "

" 링가링가~! 재밌는데? "

" 하하, 미친...! "

 

 

타노스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노래에 맞춰 빙글빙글 팔을 돌리며 여유롭게 춤까지 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춤을 추자 신기해하기만 하던 시후까지 덩달아 춤을 추었다. 주변 사람들이 세 사람을 외면하고 있을 때, 민수만 세 사람을 지켜본다. 경수가 민수를 챙기려고 할 때, 커다랗게 나오던 음악이 끝났다.

처음에는 10명, 모르는 사람 4명을 더 끌고 와서 무사히 첫 턴을 넘겼다. 

모두가 어수선하게 짝도 찾지 못하고 있을 때조차 타노스와 그들의 일행들은 하나같이 정신을 놓은 듯 신나 보였다. 심지어는 타노스와 남규가 팔짱을 끼며 빙글빙글 돌고서 춤까지 췄다.

노래가 끝나고, 또다시 아비규환이 된 곳에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 5명! ]

 

 

" 어어? 5명? "

" ㅎㅎ... 경수! You Out!! "

" 저 팬인데... "

" 어, 경수... "

" 민수형! 빨리 가요! "

 

 

5명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하나같이 모여서 5명을 짝짓기 시작했다.

타노스 일행도 5명이라는 숫자에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였다. 타노스가 씨익 웃더니 경수를 말로 걷어차며 남은 5명을 이끌고 방을 향해 달렸다. 밀려난 경수를 보던 민수가 당황하고 있을 때, 시후가 민수의 팔을 잡아당겼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민수의 모습에 시후가 손을 놔버리고 남규를 따라가 버렸다.

남겨진 민수를 세미가 챙겨서 타노스가 들어간 방을 향해 들어갔다. 환호를 내지르며 방 안으로 들어온 5명은 각자 숨을 돌리고 있었다. 남규가 창문 너머로 밖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을 때, 경수가 걱정된 민수가 남규에게 물어보았다.

경수의 잘게 떨리는 손이 남규를 붙잡았다.

 

 

" 남규야, 경수는 어떻게 됐어? "

" 하... 씨발, 민수야. 너 한 번만 더 나한테 반말하면은 다음에 너 버린다. "

" 잠깐, 웨이트! "

" 그대로 멈춰! "

" 너희 우리 경수 얻다 두고 왔어? "

 

 

남규는 깊은 빡침을 느끼는 듯 한숨을 쉬더니 민수를 밀어내며 욕과 함께 경고를 보냈다.

그러던 도중 타노스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시후가 웃는 얼굴로 타노스를 따라 했다. 경수를 어디에다가 두고 왔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는 총성이 들려왔다. 

타노스가 남규를 밀치고, 창밖을 보면서 쏟아지는 총알을 맞아 죽는 경수를 보았다.

방에서 빠져나오고, 다시 중앙에 모여 노래를 틀다 말고 멈추었다. 4명이라는 말에 타노스가 민수와 세미 사이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라며 재촉했다. 민수가 세미를 배신하고 그녀 대신에 방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라운드의 시간이 다가왔고, 그 긴장감 속에 춤을 추던 타노스 일행도 춤을 추는 걸 멈추었다.

 

 

" 이번에는 몇 명일 거 같아? 남규 형. "

" 글쎄다. "

" 잘 생각해 봐! 남수! "

" 남규요, 형. "

" 그래, 남규! 내가 생각했을 땐 2명이거나 3명이야. "

" 남은 숫자가 그렇게 계산되긴 하죠. "

 

 

가만히 있던 시후가 남규를 향해 몇 명일 거 같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남규가 귀찮다는 듯 대충 답했고, 그 답에 듣고 있던 타노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의 말에 남규가 또다시 자신의 이름을 정정해 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3명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타노스는 고민할 것도 없이 남규와 시후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시후는 타노스의 손길에 이끌려 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남겨진 민수를 보았다. 민수는 다행히도 다른 사람과 함께 움직였다. 방 안으로 들어가 생존한 사람들은 게임이 종료되었다는 알람이 들리자 나오고, 처음에 모였던 곳으로 향했다.

이동을 끝내고 돌아온 시후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십자가를 타노스에게 돌려주었다.

 

 

" 형들, 약은 적당히 해요. 진짜. 아직 더 있어야 하잖아요. "

" 지훈... 앞으로 이러지 마. "

" 약 세어봤는데, 적당히 해야 마지막 날까지 버틸 수 있을걸요? "

" 시후야. 몇 개 있던데? "

" 안 알랴줌. 어? 민수 형! "

 

 

시후의 잔소리에 타노스가 인상을 찡그리며 짜증을 냈고, 그 짜증에도 시후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십자가 안에 있는 약을 세어봤다는 시후의 말에 타노스의 상태를 살펴보던 남규가 시후의 곁으로 다가와 몰래 물어보기까지 했다.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시후는 남규의 말에 고개를 돌리며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타노스가 목걸이를 착용할 때, 시후가 생존해서 돌아오는 민수를 보며 반겼다. 민수의 등장에 타노스와 남규까지 달려와 민수를 반겼다. 민수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지만, 두 사람에겐 상관없는 듯했다.

 

 

" 마이 리틀 보이, 민수! "

" 민수 형... 괜찮아요? "

" 형, 이 새끼 쉽게 안 죽는다니까. "

" ... "

 

 

세 사람이 말을 걸어도 민수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온 뒤 타노스와 남규의 시선이 명기에게로 향했다. 명기가 준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서 저들끼리의 대화를 이어갔다. 투표를 하기 위해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고, 각자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뒤에서부터 누르기로 한 탓에 타노스 일행은 거의 중간부터 순서가 되었지만, 타노스 일행은 정말 당연하게도 O를 눌렀다. 한때 같은 팀이었던 세미가 X를 누르고 자리를 이동한 뒤 민수 차례일 때, 세미가 남규에게 엿을 날렸다.

남규의 옆에서 지켜보던 시후가 비웃듯이 웃어 재꼈다.

남규가 O을 누르고, 마지막에 1번을 남겨두고, 시후가 O를 누르면서 동점이던 점수가 바뀌었다. 다음 날에 재투표를 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가 흩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콜라와 김밥을 나눠 받았다.

시후는 김밥을 먹으며 돌아다니다가 싸움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자리를 잡고 앉아 불구경하듯 지켜보았다.

김밥을 다 먹을 때까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다가 은박지를 꽁꽁 싸맨 뒤 주변을 살폈다.

 

 

" 아, 뭐야. 이 형들은 또 어디 갔대? "

" ... 저... 총각, 아까 보니까 항상 같이 다니던 놈들, 화장실 갔던데... "

" 그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

 

 

시후는 주변 사람이 알려준 대로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마시기 위해 남겨두었던 콜라도 한 입 마시며 여유를 부리다가 조금 늦게 화장실에 도착했다. 뒤늦게 도착한 화장실 안에서는 동그라미와 엑스가 편을 나누어 싸우고 있었다.

화가 난 타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에서는 동그라미와 엑스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후가 나서서 상황을 좋게 풀어보기도 전에 두 대립 간의 사이가 순식간에 다툼으로 번져갔다. 어차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기에 시후가 말린다고 해도 좋게 풀어질 리 없었다. 늦기도 했고.

시후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나서였다.

 

 

" 이, 이게 뭐야? 남규 형! "

" 끅... 흐... 씨발... "

" 어떻게 된 거야? 타노스 형은... 헉... "

" 흐, 흐흐... 씨발 새끼... 개병신 같은 새끼... "

" 남규 형? "

 

 

화장실에 들어온 시후는 곧바로 남규에게 달려와 남규를 부축해 주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온통 피 천지에 여기저기 부상 당하고 죽은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들어온 선명한 보라색 머리카락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남규는 시후의 부축을 받으며 타노스를 향해 힘껏 노려보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후는 일어나면서 남규의 손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포크를 발견했고, 그걸 누가 볼세라 냉큼 주워서 남규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그대로 남규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왔다.

중앙으로 돌아왔을 때, 남규가 자신을 부축해 준 시후를 뿌리치고 달려나가 동그라미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 형, 남규 형. 괜찮아? "

" 하... 그만 해라, 씨발 놈아. 어? "

" 이거 왜 이러실까? 형 여기까지 데리고 온 사람도 난데. "

" 아오 씨발... "

 

 

소등 5분 전, 시후는 남규의 곁으로 다가와 젖은 수건으로 남규의 얼굴에 묻은 피딱지를 닦아내 주고 있었다.

남규는 시종일관 귀찮게 구는 시후의 행동에 팔을 쳐내며 욕을 내뱉었다. 이제 곁에 타노스도 없겠다, 이 녀석이 자신을 협박할 만한 건더기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시후는 남규의 생각과는 달리 타노스가 없어도 당당하게 행동했다. 

이러나저러나 똑같은 시후의 반응에 남규는 욕을 내뱉으며 십자가 목걸이를 열어 그 안에 든 약을 꺼내, 바로 입안으로 삼켰다. 하나로는 부족했던 모양인지 두 개나 입안에 넣고 삼켰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시후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픈 사람이 지금 약이 넘어가? "

" 알 빠야? 좀 내버려둬. "

" 형, 방금 그 포크는 어떻게 된 거야? "

" 씨발, 조용히 안 해? "

 

 

약을 두 개나 삼켜내는 남규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 시후가 따지고 물었다.

짜증이 섞인 남규의 목소리에 시후가 말을 돌려 이번에는 포크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이긴 했으나, 들킬까 봐 겁났던 남규가 시후의 입을 틀어막았다.

남규는 묵직한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서 포크를 꺼내며 천천히 돌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주머니 안에 넣으며 숨긴 뒤 시후에게로 바짝 가까이 붙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후는 남규의 행동에 괜히 긴장되는 듯 마른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 사실... 그게... 나도 몰라, 새끼야. "

" 뭐? 모른다는 게 말이 돼? "

" 어, 모른다고. 타노스 그 새끼 목에 박혀있었으니까. "

" 허... "

 

 

시후의 가까이에 붙은 남규가 귓속말로 말해주는가 싶더니 모른다고 말했다.

시후는 남규의 말도, 그걸 챙겨와서 보고 있는 행동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소등 준비를 하고, 마치 짜여진 소설처럼 모든 동그라미가 엑스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왔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동그라미도 있었다.

유일하게, 딱 한 사람. 그게 바로 시후였다. 깜깜해진 어둠 속에서 동그라미들이 일제히 엑스를 향해 달려들 때, 전등이 나간 듯 깜빡거리며 눈앞을 어지럽게 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고, 잠들려고 하던 시후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 남규의 자리를 확인하니, 남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하게 엑스들이 자던 곳으로 향해 남규의 이름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아수라장에서 아무리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비명소리에 파묻혔다.

다급해진 시후가 숨이 벅차올라도 멈추지 않고 침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남규를 찾았다.

 

 

" 나, 남규 형! 남규 형!! 어디 있어요?! "

" 꺄아아악!! "

" 그, 그만... 아악! "

" 남규 형! "

 

 

모든 상황이 끝나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들이닥친 병정들로 인해 시후가 남규를 찾는 건 조금 더 뒤의 일이었다.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대치하는 이들을 보며 시후가 나서려던 순간, 팔을 들어 올리는 시후의 팔을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그 손길에 시후가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하니, 상대는 바로 남규였다.

얼굴이 피떡이 된 채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서 시후를 보았다.

시후는 그토록 찾던 남규의 모습에 반기던 것도 잠시, 피떡이 되어버린 남규의 모습에 덩달아 인상을 찡그렸다. 다치고 온 게 바로 저녁이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또 다쳐온 게 속상했다.

 

 

" 남규 형, 뭘 하고 있던... "

" 쉿. 시후야. 지금 상황 안 좋으니까 조용히 해라. "

" 안 좋아 보이긴 해요. "

" 반란이라니, 말이 되나. 차라리 게임 한 판 더 하고 나갔으면 오죽 좋았겠어? 씨발... "

" 형은 여기에 있으려고? "

" 어, 나 치료 좀 도와줘. "

 

 

반란에 동참하려던 시후였지만, 치료해달라는 남규의 말에 기꺼이 그곳에 남았다.

사실 치료해달라는 말보다 먼저 손을 잡고 찾아준 것이 제일 컸지만. 시후는 언제나 항상 자신이 먼저 매달리고 안기다 보니 익숙했지만, 남규가 먼저 다가와 준 것에 고마웠다.

그래서 그대로 그곳에 남아 다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을 때, 남규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 아, 씁...! 씨발! 개 따갑잖아! "

" 남규 형!  아파도 참아! 그러게 누가 다쳐서 오래?! "

" 끙... "

 

 

치료하는 내내 남규는 따끔거림을 참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지만, 돌아오는 시후의 잔소리에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남규의 치료를 끝낼 때쯤에는 반란은 패배로 끝났고, 남겨진 사람들은 전부 상황 정리를 하러 들어온 병정들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시후가 남규를 부축하며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남규가 인상을 찡그렸고, 그의 고통에도 시후는 무심하게 흘겨보았다.

아까 부축해 주던 자신을 뿌리치고서 가버리던 모습이 떠오른 탓이었다. 뚱한 표정을 잠시 짓고 있다가도 푸흐,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남규가 고개를 들고 웃고 있는 시후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 뭐 잘못 먹었냐? "

" 아니... 그냥, 둘만 살아남은 것도 웃겨서. "

" 참내, 좆같은 게임이지만 살아남아야 상금도 받아 가지. "

 

 

아래로 내려와 자리에 앉으며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었다. 애석하게도 아직 게임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