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ALL/크오/250204] 구마 의식

나비의 보관함 2025. 3. 2. 02:42

 

 


유니아 수녀의 일 이후, 미카엘라 수녀에게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구마 의식 없이도 꾸준한 약물 치료와 인지능력 향상 훈련으로 언제든지 회복이 가능하리라 믿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수녀는 구마 의식을 할 수 없다는 종교의 규칙에도 미카엘라 수녀는 꾸준히 구마 의식을 행하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그녀가 장미십자회에 들어온 구마 의식 의뢰로 인해 로마에 파견 나갔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 ... 미카엘라 수녀님이십니까? "

" 예, 제가 장미십자회에서 파견 나온 미카엘라 수녀입니다. "

" 반갑군요, 장미십자회 수녀님. 호그와트의 교장, 알버트 덤블도어입니다. "

" ... 아이는 어디에 있나요? "

" 이쪽으로. "

 

 

미카엘라는 로마로 입국하고 난 이후부터 일어난 모든 일이 신비로웠다.

물론 구마 의식을 행할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도 일어나기 힘든 일인 건 여전했기에 그리 큰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호그와트라고 하는 마법 학교에 오는 길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카엘라는 기차가 아닌 호그와트로 향하는 나룻배를 타고, 부둣가에 도착했다.

미카엘라가 나룻배에서 내리자, 큰 키와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사람이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미카엘라는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 뒤 자신을 알버트 덤블도어라고 소개한 남자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가 안내한 방에는 구속이 되어있는 한 아이가 보였다. 

 

 

" ... 바로 구마 의식을 진행하죠. "

" 도울 게 있겠습니까? "

" 덤블도어 교장님은 정말로 저 여자가 학생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

" 그럴지도 모르죠.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요. "

 

 

그 방 안에는 악마에 씌인 학생뿐만 아니라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 교수도 함께였다.

그 학생이 슬리데린의 학생이었는지, 아니면 그 학생의 친구들이 슬리데린 학생이었던 건지. 교수들 외에도 슬리데린 학생들도 함께였다. 그들은 전부 머글 종교에 기대는 덤블도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미카엘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가져온 가방에서 묵주와 성경, 종과 십자가, 향로를 꺼냈다.

부사제가 없는 만큼 자신의 할 일이 많았기에 바쁘게 움직였다. 도울 게 있냐는 덤블도어의 말에 미카엘라는 힐끗,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거기 학생들, 이 학생의 팔과 다리를 꽉 붙잡으세요. "

" 예, 예? "

" 우리가 왜 그래야 합니까! "

" 이 학생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하셔야 하실 겁니다. "

" 어서 하거라. "

 

 

미카엘라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부탁했다.

그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왜 그래야 하냐고 외쳤지만, 덤블도어의 밀에 어쩔 수없이 묶여있는 학생의 팔다리를 꽉 붙들어 잡았다. 미카엘라는 가방 안에서 금색 실로 십자가가 박힌 흰 천을 꺼내 학생의 눈을 가렸다.

그다음 머리와 가슴, 양어깨를 순서대로 집으며 성호경을 그었다.

이후 십자가를 쥐고 묵주를 목에 건 다음 성경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향로 안에 유향과 몰약을 넣고 태운 뒤 뚜껑을 닫고 들어 올리며 천천히 흔들었다. 기도문을 외우며 천천히 부마자에게로 향했다. 

부마자가 고통에 휩싸인 듯 발버둥 치자, 학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주춤거렸다.

미카엘라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학생들에게 다시 경고했다. 가방 안에서 성염을 꺼내 부마자의 근처로 뿌리며 짧은 기도를 함께 올렸다. 그러자 부마자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 제대로 잡으세요. 놓치면 안 됩니다. "

" 윽... 이 녀석... 원래 이렇게 힘이 좋던가? "

" 조용히 하세요! 그 어떤 소리도 내시면 안 됩니다. "

" ... "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 Victimae pascháli laudes ímmolent Christiáni ... "

 

 

성수로 부마자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린 뒤 다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향로에서는 연기가 점점 퍼지고,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향로의 불빛이 부드럽게 일렁거렸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미카엘라의 행동을 유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부르는 기도의 노래에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카엘라는 기도를 끝낸 뒤 성경을 덮어두고 십자가와 함께 흰 천 위로 손을 올렸다. 향로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부마자의 주변을 감쌌다. 기도가 끝나고 성경이 이마에 닿자, 바둥거리기만 하던 부마자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소리였다.

 

 

" 캬아아악!! "

" 당신의 이름을 말하세요. "

" 윽... 크으... 그걸 알려, 줄 성싶으냐... 어린 양이여...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합니다. 왜 이곳에 온 겁니까! "

" 알려줄 의무는 없다. 쓰으... 크으...! "

" 이제 당신이 온 곳으로 돌아가세요! "

 

 

미카엘라를 제외한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괴이한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못했다. 미카엘라는 그저 익숙하다는 듯 놀라지도 않고서 부마자에게 계속 말했다. 다른 이가 지켜보기엔 대화가 헛돌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부마자의 몸이 기괴하게 꺾이고, 향로의 연기가 부마자를 덮으며 새까맣게 변했다. 

그러자 부마자를 붙잡고 있던 학생들이 기겁하며 교수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부마자의 형체가 변하자 놀란 교수들이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며 공격하려고 할 때, 덤블도어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들의 행동에도 미카엘라는 불어로 부마자에게 말을 걸었다.

 

 

"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

" 28개의 국가에는 마실 물이 없어 546,372,909명이 목을 말라 하고, 85,938일 검은 풍선이 터져 7,284,430명이 죽고... 11년 간 마법사 간의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나는... 마법사들과 인간들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이 세상의 빛을 끄기 위해 왔다.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이름을 말하세요! "

" 방금... 저 말은... "

" ... 쉿. "

" 크으윽... 바알, 레포르... "

" 역시... 12 형상이었군요. 

 

 

미카엘라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12형상의 이름을 물어보며 성수를 뿌렸다.

성수의 고통에 힘들어하던 12형상이 종국에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사뭇 긴장한 듯 보이는 미카엘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들고 있던 향로를 내려두고, 십자가로 부마자의 이마를 꾹 누르며 다시 기도를 올렸다.

이번에 올리는 기도는 모든 악을 대항하는 기도였다.

미카엘라가 기도를 올리는 동안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멀쩡하던 학생이 향로에서 나오던 연기에 뒤덮이더니 갑자기 변해버리는 모습을 보고 멀쩡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시여, 티 없으신 동정녀, 천사들과 대천사들, 천국의 모든 성인들이여 제 위에 내리소서. "

" 크, 아아아악!!!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 당장 떠나라! 발레포르! "

" 아아악!!! 인, 간들이 인간을 미워하고... 계속 전쟁을 치루는 순간... 나와, 떨어진 별은 다시 현세에 기어 올라와 빛을 꺼버릴 것이다...!! "

" 인간은 인간을 미워하되, 저주하지 않는다. 그만 물러가라! "

" 끄으윽...!! "

 

 

모두가 숨을 죽인 공간에서 미카엘라의 조곤조곤하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게 들려왔다.

부마자의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계속되는 호통은 불어로 이어졌다. 물러가라는 말이 끝나자,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향로에서 나왔던 연기들과 함께 흩어져 사라졌다.

미카엘라는 깊은숨을 내뱉은 뒤 구마 의식이 성공한 것인지 보았다.

기운이 빠진 듯 힘없이 축 처진 학생은 멍하니 천장만 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잠들었다. 그 학생의 반응을 살펴보던 미카엘라는 안심한 듯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를 위해 가지고 온 종을 세 번 울렸다. 종을 세 번 울리는 건 악마의 물리침을 알리는 의식으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뜻하며 구마 의식이 무사히 마친다는 것을 뜻한다.

종이 울리자 가만히 서 있던 덤블도어가 미카엘라에게로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 후... "

" ... 끝난 겁니까? "

" 예, 덤블도어 교수님. 무사히 구마 의식을 치뤘고, 다행히 12 형상은 물러났습니다. "

" 이제 학생은 무사한 것이겠죠? "

" 예. 아마 피곤해서 잠든 걸 겁니다. 저는 이걸로 장미십자회에 가서 12 형상이 발레포르였다는 걸 보고해야겠습니다. "

" 지치셨을 텐데 잠시 쉬었다 가시죠. "

" ... 저들이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

" 학생이 깨어나는 모습도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예... 그러면 감사히 쉬었다 가겠습니다. "

 

 

미카엘라는 자신이 챙겨왔던 물건들을 하나, 둘 챙기며 덤블도어와 대화를 나누었다.

의식이 무사히 끝을 맞혔고, 학생이 무사하다는 걸 두 눈으로 보고서도 주변 사람들은 머글 종교에 대한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유일하게 덤블도어만이 미카엘라에게 다정히 대했다.

짐을 모두 추린 미카엘라는 일어나며 떠나려고 했지만, 덤블도어가 미카엘라를 붙잡았다.

덤블도어의 말에 미카엘라는 힐끗, 그의 뒤로 보이는 불온한 눈빛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덤블도어가 옅게 웃더니 상체를 살짝 숙여 미카엘라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 미카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함을 전했다. 

 

 

" 자, 일단 학생들은 숙소로 돌아가고 교수들만 남으세요. "

" 예? 교장 선생님! "

" 이제 곧 잘 시간이잖니. 얼른 숙소로 돌아가거라. "

" 하지만 제이든이...! "

" 제이든이 일어나면 숙소로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말렴. "

" 예... "

 

 

미카엘라가 잠들어있는 학생에게로 향하고 있을 때, 덤블도어는 어수선한 학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카엘라는 학생의 곁에 앉아 가방 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무언가 끄적끄적 적어 내려갔다. 자신이 무사히 행했던 구마 의식의 기록을 남기며 그녀는 자신이 구마한 학생이 무사히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든이라고 하는 학생은 멀쩡히 일어나 미카엘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