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는 잠시 탐정사무소 아이들을 보기 위해 잠시 로도스에 들렀다가 돌아가기 직전에 박사에게 붙잡혔다.
볼일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박사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퀭해진 박사가 나타나더니 손목을 붙잡고 확 잡아끌었다. 얼떨결에 안으로 들어온 리는 상황 파악하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
잠시 멈춰버린 사고회로 탓에 리가 가만히 있을 때, 박사는 리를 소파에 앉혀두고서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그의 꼬리를 끌어안으며 머리를 기댔다. 뺨에 느껴지는 선명할 정도로 차가운 감촉에 기분이 좋은 듯 비비적거리다가 이내 눈을 감고 잠들었다. 긴장한 듯 뻣뻣하게 굳어있던 몸이 천천히 축 늘어졌다.
" 어라, 박사님? 이러면 곤란한데 말이죠. "
" ... "
" 나중에 용문폐로 받겠습니다~ "
상황 파악이 끝난 리가 정신을 차렸을 땐 박사가 이미 깊은 잠에 빠진 상태였다.
자신의 꼬리를 베개 삼아 머리를 기대고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눈 아래가 푹 꺼진 채 다크서클이 잔뜩 늘어진 모습은 조금 충격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요즘 로도스에 일이 많은 탓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듣긴 했다.
알려준 사람이 와이후였다. 와이후가 요즘 로도스에 일이 많은 탓에 박사가 피곤해 보인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신경 쓰인 탓에 찾아온 것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피곤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리는 조심스럽게 박사의 눈가를 문질러주고는 그녀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았다.
" 흠... 이러고 있으니 정말 얌전해 보이는데 말이죠. "
" 으응... "
" 이런, 하마터면 깰 뻔했네요. "
조심스럽게 만지던 손길은 점점 대범해지기 시작했다.
그 손길에 잠들었던 박사가 움찔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잠결인 건지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가 이내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었다. 움찔거리는 박사의 움직임에 리까지 덩달아 움찔거렸다.
괜히 건드린 건가, 싶다가도 다시 잠드는 걸 보니 박사가 많이 피곤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리는 소파에 팔을 걸친 뒤 몸을 뒤로 젖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구둣발이 탁탁, 바닥을 치면서 리듬을 탔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리의 시선이 박사에게로 향했다.
" 뭐, 아까 너무 건드린 탓이니 지금은 괜찮겠죠? "
" 으음... "
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사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움직임이 조금 거친 탓인지 순간 박사가 움찔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긴 했지만, 소리를 듣자마자 리가 움직임을 멈추었기에 다시 잠들었다. 박사가 얌전히 있는 모습에 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속으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박사의 방으로 향했고, 침대에 눕혔다.
박사를 내려둔 뒤 가만히 지켜보던 리는 박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잘 자라는 인사를 남겼다. 몸을 돌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무언가에 걸려 그대로 넘어지지만 않았더라면.
" 아야야... 대체 뭐가... 박사? "
리는 천천히 일어나 자신이 넘어진 이유를 찾으려 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넘어진 이유를 발견하긴 했으나, 그 이유가 바로 박사라는 게 어처구니없었다. 잠결에서조차 꼬리에 대한 집착은 이제 인정을 해줄 때가 된 것일지도 몰랐다.
박사는 잠이 든 상태에서 리의 꼬리를 붙잡고서 절대 놓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힘인 건지, 리가 꼬리를 빼내기 위해 당겨보아도 박사의 손에서 꼬리가 빠지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던 리가 결국 포기하고 박사의 곁에 앉았다.
리가 꼬리를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박사의 표정이 편안한 듯 펴졌다.
" 후... 이러면 돌아가지 못하겠네요. "
" 으음... "
" 나중에 다 용문폐로 받을 겁니다~ 알아두세요, 박사님. "
결국 포기한 리가 완전히 침대에 누워서 박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박사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큭큭, 낮게 웃으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한참이나 박사를 살펴보았다. 박사는 여전히 리의 꼬리를 붙잡고서 놓아줄 생각 따위 없어 보였다.
< 잠에서 깨어난 이후 >
" 어라, 왜 아저씨가 여기에 있어? "
" ...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겁니까? "
" 모르니까 물어보지. "
" 하... 박사님이 제 꼬리를 놓아주지 않으니 못 갔습니다. 이거 용문폐로 다 받을 거라고요. "
" 어? 에이, 장난이지? "
잠에서 막 깨어난 박사는 부스스하게 일어나, 곁에 있는 리를 보았다.
리는 잠에 들지 못한 상태로 일어나며 박사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꼬리를 붙잡아 확 당기며 박사의 손아귀에서 빼내었다. 드디어 박사의 손에서 벗어난 꼬리를 탁탁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문폐를 말하며 능글스럽게 구는 리의 행동에 박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잠들기 전부터 지금까지 붙잡고 있던 시간으로 계산했을 때, 용문폐의 금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아닌 척하며 잡아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게 분명했다.
" 오늘은 돌아가지만,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
" 어? "
" 그러니 용문폐! 꼭 준비해 주세요. "
무언갈 하기라도 한 듯, 리는 도망치는 사람처럼 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박사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평소라면 용문폐를 내놓으라며 닦달할 게 분명한데도 도망치기 바쁘게 달아나는 그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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