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 리 탐정사무소 안, 그곳에 뜬금없이 찾아온 손님이 왔다.
식사하려던 리는 밥상을 차리던 걸 멈추고 손님을 맞이했다. 다른 이들은 어디를 간 건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사는 오랜만에 탐정사무소를 찾아왔기에 리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왔지만, 리를 제외한 누구도 보이지 않아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리가 놀리듯이 말했다.
" 나만 있어서 유감인 모양입니다? "
" 맞아, 유감이야. "
" 이런... 1만 용문폐라면 아이들을 바로 불러올 수 있는데요? "
" 아이들도 바쁘겠지. "
박사는 자신이 들고 왔던 선물들을 탐정사무소 구석진 곳에 두고서 그의 말에 맞받아쳤다.
짧게 내쉬는 한숨이 아쉽다는 느낌을 주었다. 불러올 수 있다는 리의 말에 박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박사는 익숙하다는 듯 리가 차려놓은 밥상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박사를 놀리려고 들던 리도 밥상 앞으로 걸어와 박사의 맞은편에 앉으며 수저를 들었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밥을 먹기 시작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박사의 젓가락이 생선 살을 바르고, 입가로 들어갔다. 박사는 우물거리며 식사하다가 리를 보며 말했다.
" 아저씨, 시간 돼? "
" 네, 됩니다. 1시간 당 2만 용문폐죠. "
" 하... 돈 좀 그만 밝혀. 그러다 대머리 된다? "
" 대머리가 되기엔 아직 젊고, 어리니까 괜찮습니다. "
" 이익...! "
박사의 반응에 리가 낮게 웃었다. 박사는 언제나 타격감이 좋아 리의 장난을 당하기도 했다.
박사가 젓가락을 내려두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고서야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늘 이런 식이었다. 박사나 리나 상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언제나 리가 장난을 치고, 괴롭히면 박사가 타격감 좋은 반응을 해왔다.
그게 그들의 일상이었고 하루였으며 당연한 일이었다. 리가 로도스에 찾아오던, 박사가 탐정사무소에 찾아가던 똑같았다. 박사는 오늘 하루 그에게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한 이유는 단순했다.
로도스에서 알 수 없는 의문스러운 일들이 계속 벌어진 탓에 그에게 의뢰하기 위함이었다.
" 후... 다른 게 아니고, 로도스에 잠깐 와줄 수 있을까? "
" 로도스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
" 응, 의문스러운 일들이 많이 생겼어. 갑자기 엔진이 꺼진다거나, 음식이 사라진다거나. "
" 이런... 1시간당 ... "
" 네 아이들도 위험하니까 하는 말이지. 아니었으면 로도스 내에서 해결했어. "
" ... 금액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할까요? "
박사는 심각한 표정을 한 자신의 말에도 리가 능글맞게 웃으며 돈부터 이야기하려고 하는 모습에 욱하고 말았다.
탐정사무소에서 파견 나온 아이들이 위험한 일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리가 진지하지 않고 계속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끌고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홧김에 내뱉고 말았다.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리의 능글맞던 표정이 싹 사라지고 잘 보여주지 않던 진지한 모습이 나왔다.
두 사람은 이내 식사를 대충 끝낸 뒤 로도스로 향했다. 로도스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장 박사가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박사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리를 힐끗 보며 속으로 난감해했다.
머리를 굴려 지금 로도스에 와이후와 훔, 아가 있을 시간인지 떠올렸다.
" 리 선생님? "
" 어라, 훔? "
" ... 훔, 다른 아이들은? "
" 걔네라면 리 선생님의 사무소로 갔을 텐데? "
박사는 방으로 가는 길목에서 하필 훔을 만나고 말았다.
착잡한 마음에 다른 아이들은 어디에 갔냐고 물어보았는데, 다행인 건지 탐정사무소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 박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훔을 보냈다. 박사의 다급한 모습에서 리는 의문이 들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리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능글맞은 말투로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표정에서 박사를 놀려먹을 생각이 가득한 게 확 티 났다.
" 아아, 박사님.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거라면 말하지 그러셨어요? "
" ... "
" 그런 거라면 들어는 드렸을 텐데, 어이쿠. 박사님, 진정하세요! "
" 너...!! "
리의 육중한 꼬리가 절로 흔들거리며 그의 기분을 대변했다.
박사는 뒤늦게 자신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했던 게 거짓이라는 걸 그에게 들킨 게 부끄러워졌다. 사실 로도스에서 생겨난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있긴 했지만, 탐정사무소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건 거짓이었다.
그저 항상 자신을 골탕 먹일 생각밖에 하지 않는 리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 말이었다.
그런데 되려 자신이 당하게 되자, 부끄러움이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서 주변에 있던 물건 하나를 잡아 리에게 던지려고 했다.
리는 박사의 반응이 재미있어 더 놀리려고 하다가도 손에 쥐어진 물건을 보고 놀라 진정하라고 말했다.
" 자자, 진정하시고 차라도 한잔하면서 상황을 살펴보죠? "
" 물고기도 아닌 게... "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이래 봬도 용입니다. "
" 흥, 아주 날 놀리는 게 즐겁지? "
" 이제 아셨나요? 어이쿠, 차가 식겠습니다. "
리는 능청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며 박사가 좋아하는 차를 마련했다.
박사는 자신의 공간에서 익숙하게 차를 준비하는 리의 모습에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화가 누그러졌다. 로도스의 그 누구도 자신의 공간에서 저리 능숙하게 차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리가 유일할 게 분명했다.
비록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고기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실망하긴 했지만, 꼬리만큼은...
리가 자신은 용이라며 잔에 차를 따라내는 모습에 박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못마땅한 듯 부루퉁해진 박사의 모습에 리가 기분을 풀어주고자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역효과였다.
리는 자신이 되레 박사의 기분을 더 화나게 하는 것 같아 다급하게 찻잔을 내밀었다.
" 이번만 봐주는 거야. "
" 네네, 감사합니다? "
박사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그가 내려준 차를 마시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리는 여전히 박사를 보며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테이블에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며 로도스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박사의 이야기에 리는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중간중간 박사를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줄리아 차일드 타입' 카테고리의 다른 글
[HL/드림/250111] 잠결에 일어난 일 (0) | 2025.02.28 |
---|---|
[HL/드림/250109] 민속촌 괴담 (0) | 2025.02.28 |
[BL/드림/250107] 소악마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 (0) | 2025.02.20 |
[HL/드림/250107] 신경 쓰이는 사람에게 (0) | 2025.02.19 |
[HL/드림/250101] 고민중독 (0) | 2025.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