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대하던 윈터컵 도쿄예성 결승리그 3일째, 세이린과 키리사키 제 1고가 승부를 겨루는 날이었다.
카가미는 농구부 감독인 리코에게서 시달리다시피 키리사키 제 1고의 농구부에 대해 교육을 받았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인원과는 조금 다른 느낌에 곁에 있던 쿠로코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농구부 녀석들이 유독 저 녀석에게만 감싸고도는 느낌이 강했다.
" 쿠로코, 너 저 녀석 누군지 아냐? "
" 네? 누구... 아니요, 모릅니다. "
" 흠... "
가벼운 워닝업으로 근육을 깨우고 있던 카가미의 시선이 키리사키 제 1고의 선수진으로 향했다.
험악한 인상을 가진 선수진들 사이에서 유달리 눈에 띌 정도로 옅은 녀석이 시선에 걸렸다. 쿠로코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키가 작은 것도 아니었고, 옅은 존재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카가미가 신지를 보게 된 것은 시합 전 잠시 화장실에 들렀을 때였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나오려고 할 때, 화장실 근처에서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시끄러운 주변에 화장실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누군가 다급하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칸 안으로 들어갔다.
우당탕 소리를 내더니 화장실 안쪽에서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excuse me? 괜찮... 오우... "
" 우욱, 윽... "
카가미는 상대가 걱정되던 마음에 그가 들어간 자리를 노크하려고 했다.
노크를 하기도 전에 열린 문 안으로 비틀거리며 사색이 된 신지의 모습이 보였다. 당황한 카가미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조심스럽게 신지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모습에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때 화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이 카가미의 어깨를 붙잡고 밀쳤다.
상대는 상대 팀의 하나미야였다. 하나미야의 뒤로 상대 팀 모두가 거친 숨을 내쉬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의 등장에 하나미야가 밀쳤던 것도 까먹고서 당황한 카가미였다.
뒤늦게 카가미를 발견한 야마자키가 사과했다.
" 아, 넌 세이린의... 미안해, 상황이 좀 이래서. "
" 괜... 찮은데, 저 녀석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
" ... 알아봤자 좋을 거 없으니 시합 준비나 하러 가는 게 좋을 거야. "
" 웃스. "
힐끗, 카가미가 지켜본 화장실 칸 안에서는 하나미야가 신지의 입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숨을 쉬게 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아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라는 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카가미는 발걸음을 돌려 자리로 돌아갔다. 화장실에는 키리사키 제 1고의 농구부 사람들만 남았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하라가 상황을 알아 온 마츠모토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었냐는 질문에 마츠모토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 앞에서 큰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야마자키는 어쩐지, 화장실 다녀온다던 녀석이 왜 안 오는가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네. 생각했다.
" 커, 흑...! "
" 망할...!! 숨... 쉬어! 신지! "
" 비켜봐라. "
" 하아... 하... "
하나미야는 계속되는 헛구역질로 인해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신지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정신이 날아가 버린 탓에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호통쳐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 텐데도 조금이라도 듣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외쳤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야마자키가 하나미야의 어깨를 두들기더니 비키라고 말했다.
인상을 찡그리던 하나미야가 자리를 비켜주자, 야마자키는 신지를 변기에 앉힌 뒤 조심스러운 손길로 귀를 막아주었다.
고개를 들게 하고, 흐릿해진 신지의 시선에 눈을 맞추며 신지가 진정하기를 기다려주었다.
하나미야가 그렇게 매달려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신지의 호흡이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 하아... 자키... 형? "
" 그래, 이제 내가 보이냐? "
" 나... 또... "
" 괜찮아. 신지.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까 오늘은 먼저 집에 가 있어. "
" ... 으응, 미안해. 시합... 보고 싶었는데. "
" 녹화한 거 보면 되지. "
신지의 흐리멍덩하던 눈동자에 점점 초점이 돌아왔다.
선명하게 눈을 반짝이며 신지의 눈은 야마자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마자키는 덤덤하게 말하며 신지의 턱에 흘러내린 타액을 닦아내 주었다. 신지는 자신이 또 정신을 놓고 말았다는 사실에 안색이 안 좋아졌다.
화장실 안에서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는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하나미야를 뺀 모두가 괜찮다며 웃어주었다. 신지의 시선이 하나미야에게로 향했다. 고개를 돌리고 있던 하나미야가 짧게 한숨을 쉬더니 시합 끝나면 함께 경기 녹화나 보던지. 라고, 말한 뒤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하나미야의 행동에 신지가 옅게 웃으며 콜록 기침을 했다.
" 내가 데려다 줄 테니까 너넨 경기장에 가 있어. "
" 곧 시합인데? "
" 택시 태워서 보내야지. "
야마자키의 말에 모두가 자리로 돌아가고, 야마자키가 신지를 데리고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곧 도착한 택시에 신지를 태우고서 집으로 돌려보낸 뒤 경기장으로 돌아가 시합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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