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는 오늘 이른 아침부터 신율을 위해 간식거리를 만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힘들게 만든 만큼이나 그 정성을 신율이 알아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조금 들뜬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에게 가기 위해 지저분해진 차림새를 갈아입고, 예쁘게 단장해서 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정성껏 포장한 간식거리를 들고서 향하는 내내 신율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괜스레 손에 쥐어진 포장지를 만지작거렸다. 신율의 방 앞에 서서 혹여나 어디 흐트러진 구석은 없을까, 옷을 정리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서 숨을 내쉬고 천천히 방문을 두들겼다.
" 들어와. "
" 신율 씨, 뭐 하고 있었어요? "
" 협력사에서 보낸 원단들을 보고 있었어. "
" 이거 먹으면서 해요. "
" 네가 만든 거야? "
방문을 열자, 새하얀 눈을 닮은 사내가 서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작게 잘라져 있는 원단 샘플을 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서우를 보고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오후지만, 고생하고 있을 그를 위해 만든 간식거리가 담긴 상자를 내밀었다.
신율은 자신이 들고 있던 원단 샘플을 내려두고, 서우가 건넨 상자를 받았다.
서우를 닮은 듯한 분위기를 가진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고서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한 입 거리 정도 되는 간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간식거리를 본 신율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 미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서우가 웃었다.
" 잠시만 기다려줘, 차를 준비하라고 할게. "
" 일하는 데 방해한 건 아니죠? "
" 물론이지. 너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정도는 쉬워. "
" 내 선물은 어때요? "
" ... 나쁘지 않아. "
신율은 준비되어 있던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서우가 괜한 걱정에 방해한 건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신율이 고개를 저으며 그렇지 않다는 듯 답했다. 서우는 문득 자신에게 선물을 받은 신율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어떠냐고 물어보자, 신율이 움찔거리더니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서우의 눈에는 신율의 붉어진 귀 끝이 들어왔다. 만약 그걸 보지 못했더라면 기껏 이른 아침부터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솔직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신율을 보며 서우는 웃었다.
" 신율 씨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기에 제 사랑을 담았어요. "
" ... 큼, 정정하지. 매우 마음에 들어. "
"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네요. "
어째서인지 그를 더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에 놀리기 시작했다.
귀 끝만 아니라 얼굴 전체를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신율의 모습에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계속 올라가는 입꼬리 때문에 뺨이 얼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마른기침을 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상자를 보는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예전이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솔직하지 못해서 정정하는 말도 하지 않았을 텐데. 서우는 예전의 신율도 귀여웠지만, 아직까지도 솔직하지 못하고 잘 부끄러워하는 그가 너무 좋았다.
살금 신율의 앞으로 다가간 서우가 그를 올려다보고서 말했다.
" 혹시 오늘 시간 되나요? "
" 시간은 있지. "
" 그러면 저랑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어 주세요. "
서우의 수줍은 말에 신율이 다시 마른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는 부끄러운 듯 눈동자를 굴리다가 서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우의 손이 천천히 올라가 신율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종일 부끄러워하느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던 신율의 눈동자가 서우를 담아냈다.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탐미하듯 훑었다.
서우는 언제나 그랬다. 신율의 황금빛 눈동자를 볼 때면 항상 마음이 간질간질거렸고, 쿵쿵 귓가를 어지럽혔다. 자신이 설레고 있는 것처럼 신율도 마찬가지 일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오늘 하루, 신율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예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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