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지 로즈 타입

[GL/나페스/241123] 엄친딸, 그 언니들. 4.5화

나비의 보관함 2025. 2. 15. 11:14


유리구슬 편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더니 지안과 작은 예은가 동아리실을 나갔다. 

 

지안은 동아리실 바로 앞이 아니라 화단이 있는 뒷마당 쪽으로 작은 예은를 이끌고 갔다. 작은 예은는 지안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여전히 짜증을 내고 있었다.

 

툴툴거리며 불만을 토해내는 모습에 지안이 한 마디를 꺼낼 법한데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화단에 도착하고 나서도 똑같았다. 지안은 그저 화단 쉼터에 있는 자판기에서 말없이 음료를 뽑기 시작했다. 지안이 시선만 돌려 작은 예은에게 뭘 마실 거냐고 물어보았다.

 

 

 

 

 

" 뭐 마실래? "

 

" ... 포카리요. "

 

" 지칠 땐 포카리가 좋긴 하지. "

 

" 여기... "

 

" 아, 이건 내가 살게. "

 

 

 

 

 

작은 예은가 주문한 포카리를 누르자 덜컹거리며 음료수가 출구로 나왔다.

 

지안은 포카리 두 개를 뽑아서 하나를 작은 예은에게 주었다. 쉼터에 앉은 작은 예은의곁에 앉은 지안이 말없이 뚜껑을 따더니 한 모금 마셨다. 작은 예은는 아까보다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라도, 잔소리라도 할 줄 알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오는 내내 물론 와서도 말이 없는 모습에 괜히 눈치만 보였다.

 

오히려 긴장하던 게 사라지고 눈치만 더 해진 느낌이었다.

 

작은 예은가 포카리를 한 입 하려고 할 때 지안이 천천히 입을 열고 말했다. 작은 예은는 지안의 말에 잊고 있던 걸 깨달았다. 대회에 집중하느라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였다.

 

문득 짜증을 부렸을 때, 울상이 되던 은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 예은야, 은정이는 이번에 전학 와서 처음으로 춤춰본 사람이라는 거 알지? "

 

" 아... "

 

" 이제 처음 춰봤으니까, 어색하고 잘 추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어. "

 

" 네. "

 

" 너가 대회 때문에 정신없는 건 알겠지만... 우리 후배는 잘 돌봐줘야지. "

 

" ... 네. "

 

" 당분간은 은정이에게서 손 떼고 대회 준비에 집중해. "

 

 

 

 

 

은정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작은 예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의 이런 성격 탓에 안 그래도 주변 친구들과도 사이가 애매했다.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착하고 선한 은정이에게 짜증을 부리고, 탓하기만 했다는 게 부끄러웠다.

 

리더이자 맏언니인 지안이 당분간 손 떼라는 말에 작은 예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로 작은 예은는 최대한 은정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나마 식사 시간이나 동아리 시간에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피해 다니는 것조차 미안해질 정도였다. 

 

대회가 무사히 끝나게 된다면 은정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