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나흘이 되며 나흘이 여드레가 되었을 때, 필립은 소피아 에게 다가왔다.
조금씩 아주 친밀하게 다가온 그는 어느새 그녀를 품 안에 가두었다. 마치 가장 좋아하는 것을 남과 공유하기 싫어서 꽁꽁 감추는 못된 어린아이 심보처럼 그렇게 필립 은 소피아 를 모두에게서 숨겼다. 포장하기 좋은 말로 해서 숨겼다지만 소피아 의 입장에선 필립 이 자신을 납치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피아 가 불편했냐 묻는다면 그것도 그렇진 않았다. 필립 이 소피아 를 품었지만, 그녀가 생활하기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으니 오히려 편한 수준이었다. 새롭게 이사한 방은 작고 낡았으며 퀘퀘한 냄새까지 나던 오두막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넓은 거실, 쾌적한 환경, 욕조까지 딸린 화장실, 이동하기 편한 부엌, 킹사이즈의 침대가 들어갈 정도의 큰 방. 거기에 붙어있는 드레스룸과 파우더룸까지. 가히 최고의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집이었다. 소피아 는 제 인생에 있어 이렇게까지 좋은 집에서 지낸 적이 있던가, 떠올려 보지만 단언컨대 없었다.
"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
" 현자님, 무슨 말이야? "
" 아, 필립 . 아무것도 아니에요. "
" 뭐야. 나한테만 숨기는 게 있는 거야? "
넋 놓고 방을 구경하다가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흠칫 놀란 소피아 가 고개를 돌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필립 이 소피아 에게로 다가와 그녀의 뒤에서 끌어안고는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어젯밤의 로맨스로 인해 두 사람은 거의 나체에 가까웠다. 거실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던 소피아 는 알몸이었던 탓에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었고, 그녀의 뒤에 있던 필립 은 상체가 탈의 되고 바지만 입고 있었다. 소피아 는 이불 너머로 느껴지는 필립 의 몸에 부끄러워져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녀가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필립 은 소피아 를 사랑스럽다는 듯 보면서 귓가에 입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흘러 입술에도 입을 맞추었다.
" 현자님, 부끄러워? "
" 아, 그... 네... "
" 뭘 새삼. 우리 어제 볼 거 다 봤는데? "
" 앗, 짖... 궂으셔요. "
부끄럽냐는 말에 소피아 는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답에 필립 은 장난스럽게 답을 하며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소피아 의 맨 허벅지를 더듬거리듯 만졌다. 살결을 따라 올라오던 손길은 아랫배에 머물렀다. 낯설지만 익숙한 손길에 소피아 는 움찔거리며 필립 의 품에서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소피아 는 부끄러워하기는 하지만 필립 의 손길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그걸 필립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대담하게 그녀를 만지는 것일 테지만.
창밖을 보는 사이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소피아 는 부끄러워하다가도 창밖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에 멍하니 보았다.
" 우와... 예쁘다... "
" 이제 겨울이니까. 눈이 올 때이긴 하지. "
" 벌써 겨울이군요... "
" 겨울인데 추우니까 다시 침대로 갈까? "
" 필립 , 괜찮아요. "
필립 은 춥다는 걸 핑계로 다시 침대로 갈 생각이 가득했지만, 눈 구경을 하느라 바쁜 소피아 는 곧바로 괜찮다며 거절했다. 아마 소피아 는 필립 의 말뜻이 무엇인지 몰랐을 테지만 필립 은 그녀의 철벽에도 웃으며 그저 소피아 만 보고 있었다. 눈이 신기하고 재밌다는 듯 그것만 보고 있는 모습이란. 소피아 의 그런 모습을 필립 은 사랑스럽다는 듯 보는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아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건지 소피아 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필립 은 그녀를 안았던 걸 풀고 부엌으로 향했다. 자고 일어났으니 소피아 가 출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뭐라도 해주려고 발걸음을 옮긴 거지만 이미 음식은 준비되어 있으니 따로 할 건 없었다. 필립 이 부엌에 준비된 음식들을 식탁으로 옮기며 소피아 를 불렀다.
" 현자님. 밥 먹으러 와. "
" 아, 네. 필립 . 갈게요. "
소피아 는 필립 의 말에 이불을 내려두고 옷으로 갈아입은 뒤 부엌으로 향했다.
옷을 입은 소피아 를 보던 필립 은 못내 아쉬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시선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노골적인 그의 시선에 소피아 는 어색하게 웃으며 옆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넘겼다. 의자에 앉자 제 앞에 차려지는 밥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침으로 가볍게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 것이었다. 당황한 표정의 소피아 가 필립 을 보며 말했다.
"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
"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먹어. 다 먹으라는 거 아니니까. "
" 네... 일단 먹을게요. 필립 도 같이 먹어요. "
" 그래, 같이 먹자. "
소피아 의 같이 먹자는 말에 필립 은 싱긋 웃었다. 어느 부분에서 기분이 좋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생각하며 소피아 는 수저를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밤새 열심히 힘냈던 덕분인 건지 배가 아주 고팠다. 많았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어느샌가 동이 나버려선 괜히 아쉬움만 남아있었다. 수저로 빈 그릇을 긁고 있을 때 식탁 아래에서 자기 발을 건드려오는 무언가에 소피아 는 몸을 굳혔다. 고개를 들어 필립 을 보자 필립 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소피아 의 얼굴은 점점 빨개져 가기 시작했다. 식탁 아래에서 필립 의 발이 소피아 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쓸어올리더니 앉아 있는 다리 사이로 조금씩 들어갔다.
어디를 봐도 유혹하는 행동에 얼굴이 새빨개진 소피아 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빈 그릇과 수저를 들고서 싱크대 안으로 넣었다.
" 자, 잘 먹었습니다! "
" ... 현자님, 배 더 안 고파? "
" 괜찮아요. 지금은. "
" 흠... "
몹쓸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악동 같은 얼굴로 소피아 를 한참이나 보던 필립 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고개를 돌렸다.
소피아 는 그의 장난에 심장이 여러 번이나 철렁거린다는 사실에 입을 꾹 다물었다. 심장 부근이 심하게 박동하는 탓에 거의 울상이었지만 이내 괜찮은 척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베란다로 나가 창밖에 내리는 눈을 구경하는 소피아 의 뒤로 필립 이 다가왔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뺨에 입을 맞추었다.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필립 과의 평화로운 일상이 또 그렇게 흘러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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