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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두 사람이 있었지만, 분위기는 조용함을 넘어 냉랭하기만 했다.
두 사람은 엄연히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위치에 있었으나, 그들의 관계는 어색할 뿐이었다. 그 흔한 아침 인사도 없이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었다. 음식을 옮겨주는 하녀들조차 뼈마디까지 시린 분위기에 음식만 내어주고 빠르게 도망쳤다.
테레사는 식기를 들고서 조용히 고기를 자르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받아왔던 핍박과 싸우기 위해 몸가짐을 바르게 해왔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못했다. 아직 어린 그녀가 식기로 고기를 썰다가 삐끗해서 그릇을 긁는 실수따위야 할 수 있었지만, 테레사는 그러지 않았다.
" ... "
" ... 마가렛과 마리아에게... ... 말을 전한 게 너라고 들었다. "
" 예, 제가 기사 경연에 참여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
" 왜 그랬지? "
" 그야... 그 잘난 니어 가문이 유명무실이라니, 웃기지 않습니까. "
" 고작 그 이유였나? "
" 고작이요? 고작이라... 니어 가문에게 핍박당하고 망가진 제 인생은 아버지에게 고작이었던 모양이네요. "
테레사는 무에나를 아버지라고 강조해서 부르며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거두었다.
그녀의 말에 무에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모양인지 입을 벙긋거리다가 이내 다물었다. 목젖을 치고 올라오는 말이 있었으나 구태여, 여기서 꺼냈다가는 단순한 핑곗거리에 불과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에나는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의 귀가 묘하게 축 가라앉은 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테레사는 육즙이 터지는 고기를 입안에 넣고 몇 번 씹은 뒤 삼켰다. 무릎 위로 올려두었던 냅킨으로 입술을 닦아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버지, 저는 다 먹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
" 테레사. 아직 덜 먹은 것 같은데... "
" 입에 더 안 들어가겠네요. "
" ... 몸조심하거라. "
" ... 예, 아버지도 부디. "
그녀의 말대로 무에나는 테레사가 어릴 적, 니어 가문에 핍박받고 있을 때 해준 것이 없었다.
마가렛이 유배를 당하고, 당시 기사장이 세상을 뜬 뒤로 니어 가문의 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챙겨주어야 했을 존재를 챙기지 못하고 가문에만 신경을 써야 했다.
스포츠 기사 문화를 싫어해서 '귀족' 지위에 연연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가족 관계가 이리 무너졌을 줄은 모르고 있었다.
처음에야 좀 어색하긴 해도 곧잘 인사도 해주고, 받아주기도 하며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무에나는 그 부분이 매우 아쉬웠고, 그리웠으며 후회되었다.
테레사가 힘들 때 조금이라도 신경 써줄 것을,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겠지... 언제 저리 컸을까, 테레사... "
후회가 가득 찬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식당 밖으로 나갔던 테레사가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올리며 꿋꿋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와서 아버지의 후회를 받아줄 생각 따윈 없었다.
비록 어릴 적 가장 찾았던 존재가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하나뿐인 아버지였다.
그 사실만큼은 어디를 가더라도 변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어색하고, 이번 일로 틀어져서 많이 냉랭한 사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버지였다.
" 계속 후회하세요. 제가 아버지를 부르며 울었던 날들까지. "
이것이 테레사 나름의 복수라면 복수라고 할 수 있었다.
복수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미련만 남은 후회를 받아줄 생각은 없었다. 테레사는 니어 가문에서 태어나 기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밤낮으로 울부짖으며 아버지를 애타게 찾았지만, 단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매정하다면 매정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끔씩 보여주던 애정은 진짜라고 아직까지도 믿고 싶었기에. 그녀는 자신이 니어 가문과 아버지의 오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점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몰두하다 보니 높은 지위까지 오게 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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