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NL/자캐/240906] 빛에게 받치는 진혼곡 : 그 첫 번째 장

나비의 보관함 2025. 2. 11. 07:29


사건 발생 2시간 전.
 
 
기록실, 그곳에서 흑백 화면을 보며 패드에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무엇을 기록하는 것인지 들여다보니, 흑백 화면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생물체가 보였다. 누군가 본다면 저게 정녕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생명체인가? 하고 혼란스러워했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여러 화면 속에 보이는 존재들은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뱀과 닮은 형태의 존재도 있었고, 개를 닮았거나 새를 닮은, 심지어 인간을 닮은 존재도 있었다. 병아리의 형태, 하반신이 없는 존재, 구약성경에 나오는 천사를 닮은 모습을 한 존재도 있었다. 
치지직, 화면에 노이즈가 끼는 걸 반복했다. 
 
 
" 에덴 선배, 오늘치 기록은 끝났어요? "
" 응... 프랭크가 여기에 어쩐 일이야? "
" 아아, 세드릭 씨의 명령이요. 기록팀에 가서 오늘치 기록 먼저 받아와 달라네요. "
" 세드릭 씨가? "
" 네. 지금 세드릭 씨, 지금 아세라 씨하고 같이 있거든요. "
" 웬일로 프랭크가 왔네. "
" 뭐... 오기 싫긴 했는데, 우리 자기가 있는 곳이잖요. 그럼 기꺼이 와야죠."
 
 
패드를 두들다가 흑백 화면을 보길 반복하던 남자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보며 반겼다. 
푸른 곱슬머리, 은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하얀 피부 위로 붉게 올라오는 홍조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에덴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며 거들먹거리는 프랭크를 의외라는 듯 보았다.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어도 잘 듣지 않는 프랭크였다. 
그걸 잘 알고 있는 게 에덴이었기에 웬일로 온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프랭크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에덴에게 바짝 붙어 귓속말로 속삭여왔다. 두 사람이 그러고 있는 사이, 둘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 아아...! 에덴 팀장님! 어째서 그런 경박한 남자와 사랑을 하십니까...! "
" ... 쯧, 판테온. 그냥 포기하는 게 더 빠를걸? 네 감정은 공감하려고 해도 못 하겠어. "
" 무슨 소리입니까! 아즈키 씨! "
[ 포기하는 걸 추천. ]
" 아이텔 씨까지 그러는 겁니까!? "
 
 
에덴과 프랭크가 잠시 일을 내려두고서 둘만의 세상에 들어갔을 때, 벽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고개만 내민 판테온이 울부짖었다. 손수건으로 보이는 것을 물어뜯으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굴었다. 
잔뜩 우중충해진 채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꿍얼거렸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아즈키가 고개를 절레 저으며 판테온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 말이 꽤 날카로웠던 모양인지 판테온이 울컥 반응했다. 그런 와중에도 상당히 신사적이어서, 그리 높은 톤은 아니었다. 
흑백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던 아이텔이 짧은 한숨과 함께 몸을 돌리더니 판테온 앞에서 스케치북을 들어 올렸다. 
그곳에는 판테온에게 포기하는 걸 추천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그의 필담에 충격받은 판테온이 그대로 좌절하며 더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텔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이 하던 일을 마저 진행했다. 
 
 
" 그런데 왜 백업팀은 벌써 자료를 달라고 하는 걸까? "
" 그러게 말입니다. 아직 시간은 오전이라서 데이터도 그리 많이 쌓이진 않았을 텐데 말이죠. "
" 판테온이 프랭크랑 가서 알아보고 올래? "
" 제가... 말입니까? 차라리 에덴 팀장님께 밟히는 게 더... "
" 그건 이루지 못할 꿈이라니까. "
 
 
에덴과 프랭크는 여전히 두 사람만의 세상 속에 있었다. 
아즈키는 팔짱을 끼고서 에덴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프랭크를 보며 말했다. 그 중얼거림을 들은 판테온은 언제 좌절했냐는 듯이 일어나더니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아즈키의 곁에 섰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다가 아즈키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판테온에게 권유했다. 
그러자 판테온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린 채 답을 회피했다. 그 모습에 아즈키가 소리 내 웃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패드를 들고서 이리저리 터치하더니 파일 정리를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백업팀에서 요청을 해온 상황이니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 같은 시각, 훈련소 ]
 
 
훈련소 안에 있는 작은 사무실 같은 공간, 그곳에 화분을 들고 서 있는 사내가 파르르 몸을 떨어댔다. 
그 남자와 같은 공간에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와 갈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인 채 염세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가 함께하고 있었다. 화분을 들고 서 있던 사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 아! 프랭크, 이 자식!! 또 농땡이 피우는 거 아니야?! ... 왁! 이거 또 이러네. "
" 하하... 오늘 오전 훈련도 끝났으니 조금 여유를 가져도... "
" 항상 세드릭 팀장님께서 오냐오냐해주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 매번 놀림이나 받고! "
" ... "
" 거기다 지금 백업팀 팀장님도 계시는데 저러면 안 되지! "
" ... 난 괜찮아. "
 
 
노아가 버럭 소리치자, 능력이 통제되지 못해 들고 있던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갑자기 자라나는 식물에 당황한 노아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능력을 컨트롤하려고 했다. 하지만 곁에서 태평하게 웃으며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성공했을 터였다. 
세드릭의 말에 울컥 화가 난 노아가 다시 화를 내며 외쳤다. 
고막을 뚫고 정확하게 들어오는 공격에도 세드릭은 익숙한 듯 차를 마셨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사이 가만히 있던 아세라는 정말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시선을 노아에게로 옮겼다. 
평소 말수가 적기로 소문난 그녀가 노아의 화에 당황한 모양인지 자신은 괜찮다고 말했다. 
 
 
" 이거 안 괜찮아!  프랭크 녀석, 오면 가만두나 봐라... 오후 훈련은 강도 업이다! "
" 하하... 조심해서 하렴, 조심해서. "
" ... "
 
 
노아의 분노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하는 두 사람이 대단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아가 훈련 강도 업이라는 말을 내뱉자, 동시에 프랭크가 파르르 떨었다. 순식간에 소름이 쫙 돋아난 탓이었다. 프랭크의 곁에 있던 에덴이 무슨 일 있어? 라고 물었다. 
 
 
[ 같은 시각, 정보팀 ]
 
 
" 어? 티, 팀장님! 전략팀에서 요청 사항이 들어왔습니다! "
" 응? 그렇구나,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았니? "
" 네! 팀장님께 올라갈 사항이 아니라면 직원끼리 나눠서 해결하라고 하셨습니다! "
" 그래, 기억하고 있구나. 마키와 소린하고 함께 해보렴. "
" 네! 마키 씨! 소, 소린 씨! "
 
 
커다란 건물 안, 정보를 모으기 위한 미래형 컴퓨터가 3대 놓여있고, 그 끝에 마주 보는 형태로 놓인 컴퓨터 하나.
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어려 보이던 남자가 일어나 연락이 온 메신저를 들고서 혼자 앉아 있던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정보팀의 팀장인 톰은 나긋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최대한 천천히 말해주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 막내는 모르는 게 많을 테니까.
아룬스는 친절하게 알려주는 톰의 말을 전부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리로 돌아가면서 같은 직원들을 불렀다. 마키의 이름을 부르는 건 괜찮았지만, 소린의 이름을 부를 때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남몰래 소린을 짝사랑하고 있는 아룬스였지만, 남몰래라는 건 사실상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 ... 팀장님. 이건 팀장님의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 응? 마키, 가져와 주지 않겠니? "
" 여기 있습니다. "
" ... 다들 오늘 오전 내로 모았던 정보를 전부 서류화해서 기록팀에게 넘겨야겠구나. "
" 지금요? "
" 그래, 지금이란다. "
 
 
마키는 아룬스가 가져다준 메신저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톰을 보며 말했다. 
톰은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가도 마키의 말에 고개를 들어 흘러내리는 안경을 추켜올렸다. 빛이 순간적으로 안경에 반사했다. 톰이 마키를 향해 손을 뻗자, 마키가 각이 맞는 자세로 톰의 앞까지 가서 메신저를 건넸다. 
아까 아룬스가 들고 왔을 때는 오지 않았던 기록팀의 연락이 잠깐 사이에 도착해있었다.
메신저를 확인하던 톰은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모두를 보며 말했다. 평소처럼 나긋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담긴 느낌이 달랐다. 괜히 아룬스까지 긴장해 버리고 말았다. 톰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정보를 서류화하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키보드 자판을 치는 소리가 조용해진 정보실 안에 울려 퍼졌다.
아룬스는 키보드를 치면서 '곧 점심시간인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의무실 ]
 
 
조용하던 정보실과는 달리 의무실은 시끌벅적했다. 
기동팀원들이 부상으로 인해 이곳에서 치료를 받으며 재활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산만한 곳에서 가만히 앉아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무팀을 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의무팀 직원이 두 명이나 붙어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의무실 침대에 누워 부상으로 인해 고통스러울 텐데도 신음 한 번 내뱉지 않고 참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처는 치료를 받는 내내 식은땀을 흘릴지언정 신음을 내뱉지 않는 제이든을 보며 말했다. 
 
 
" 제이든, 힘내게! 기절하면 안 돼! "
" ... 너... "
" 아처... 지금 아픈 사람한테 뭐 하는 거야? "
" 어머, 아처. 너도 꽤 다쳤구나. 이리 와. "
 
 
아처는 좋은 마음으로 제이든을 응원했으나, 다른 이들이 그의 뜻을 알아주지 않았다. 
아처의 응원에도 제이든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제이든의 곁에 붙어서 치료를 하고 있던 이드리스와 랑게누아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랑게누아는 아처도 다쳤다는 걸 확인한 후 치료해 주기 위해 불렀다. 
사실상 아처는 능력 자체가 신체 강화인 터라 크게 다친 부분은 없었다. 
다만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할 정도로 부상을 입은 제이든의 곁에 아처를 붙여두는 것만큼 최악은 없을 것이라 생각해 그를 보고 이쪽으로 오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조금 시무룩해진 아처가 랑게누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 아처, 지금 미네르바도 그렇고 제이든이랑 에옐린도 다친 상태잖아요. "
" 어, 어... 그렇지. "
" 이번에 좀 위험한 실험체를 상대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러니 당신도 치료받는 게 좋겠죠?  "
" 고맙... 다. "
 
 
랑게누아는 조곤조곤, 다정한 목소리로 아처에게 설명해 주었다. 
 
 
사건 발생 1시간 전, 연구실
 
 
정보실보다 비교적 작은 공간에 있는 두 사람은 연구 목적인 실험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양한 서류들과 많은 비커, 연구 물품들이 가득한 곳에서 연구팀의 팀장, 앤젤라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녀의 고민은 바로 적은 샘플과 실험 표본이었다. 아무래도 샘플이 적다 보니 자유롭게 실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고민하고 있는 앤젤라를 본 린리아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팀장님, 저희 샘플이 얼마 없는데 정말 어떻게 하죠? 이래서야... " 
" 후... 린리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에 기동팀에서 새로운 샘플을 가져다 주기로 했으니까. "
" 저, 정말요? "
" 그럼. 새로운 샘플이 도착하면 3가지 정도는 연구할 수 있을 거야. 어디 보자... 지금이 마침 점심시간이겠네. "
" 점심 먹고 가져다주겠죠? "
" 그럴 거라고 봐. 아, 이것 봐. 방금 연락이 왔네. "
 
 
앤젤라는 걱정이 많은 린리아를 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인 건지 메신저를 보여주며 기동팀에게서 온 연락을 보여주었다. 메신저에는 기동팀 소속인 누군가가 점심 이후 샘플을 가져다주겠다는 연락이 떠 있었다. 
그걸 보고 나서야 린리아는 자신의 걱정을 덜어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린리아가 서류 무더기 속에서 한 서류를 꺼내 앤젤라에게 건네주었다. 별거 없는 양이었지만, 앤젤라는 꼼꼼하게 서류를 확인했다. 
 
 
" 아참, 여기... 이 실험체에 대한 성분 보고가 급하다고 했어요. "
" 어디 보자... 하이레시스? 이 실험체는 저번에 올린 걸로 기억하는데... "
" 저도 그게 이상하긴 했어요. 저번에 분명 기록팀에서 가져갔잖아요. 그런데 요청한 곳은 정보팀이에요. "
" 이상하네... 일단 성분 분석과 대항 물질 개발이라고 하니 연구부터 해볼까? 남은 샘플이 있던가? "
" 딱 하나 남긴 했어요. "
 
 
서류를 확인하던 앤젤라는 눈썹 한쪽을 찡그리며 볼펜 끝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성분 분석에 대한 자료는 이미 기록팀에서 가져갔을 게 분명했다. 기록팀에서 가져갔다면 지금쯤 분석과 기록을 마치고 정보팀에게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 모든 것이 이상하다고 여긴 앤젤라였지만, 식사를 하고 있을 대원들을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앤젤라는 고개를 돌려 린리아에게 샘플의 여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린리아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앤젤라가 린리아를 자신의 곁에 두는 이유였다. 눈물이 많고 걱정이 많은 아이였지만,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했다. 
그 이유가 남을 구하는 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앤젤라였다. 
 
 
[ 같은 시각, 식당 ]
 
 
어느새 시곗바늘은 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식당으로 내려와 각자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사람마다 식사를 하려고 하는 시간은 제각기 달랐고, 지금 식당에 밥을 먹기 위해 내려온 사람들은 중앙통제팀과 교육팀이었다. 
크리스토퍼는 학문 서적을 읽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앞을 보지 않고 책만 보고 걷다가 그만 자신의 팀원인 지그마르와 부딪히고 말았다. 지그마르는 책에 빠져있는 크리스토퍼의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그의 책을 보았다. 
 
 
" 팀장님, 밥 드실 때는 밥만 드시는 게 어떻습니까? "
" 어? 그거야 물론이지. "
" 에이, 지금 팀장님 상태가 어떤 줄 아십니까? "
" 어떻길래? "
"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다, 라고 말한 게 누군지 아십니까? "
" ... 갑자기? "
" 예, 갑자기요. "
" 그건... 흠... "
" 그거 하루살이 아니야? "
" 아, 아깝네요. 팀장님은 정답을 놓쳤습니다. 이제 밥 드세요. "
" 아. "
 
 
지그마르는 크리스토퍼의 앞에서 양손을 흔들어 보이다가 그가 방심한 틈에 책을 빼앗아 들었다. 
그런 다음 나름 준비한 개그랍시고 장난을 쳤지만, 상대는 그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퍼가 팔짱을 낀 채 턱을 괴더니 생각에 잠겼다. 저 답을 알아야겠다는 학구열이 치솟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키스켈리샤는 짧은 한숨과 같이 고개를 젓더니 지나쳤다. 
그녀의 곁에 같이 걸어가고 있던 카델리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두 사람의 곁에 와서 조용히 웃으며 지그마르와 크리스토퍼를 번갈아 보더니 지그마르의 개그에 답을 해주었다. 
카델리아의 말에 크리스토퍼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표정에 카델리아가 뺨을 붉히며 웃었다. 
 
 
" ... "
" 어? 세라...! 같이 가! "
" 윽... "
 
 
그때 중앙통제팀에서 뒤늦게 내려온 세라가 세 사람의 뒤로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카델리아가 곧바로 세라를 향해 달려가며 해맑게 웃어오자 세라가 움찔거리며 정색하더니 빠른 발걸음으로 식당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카델리아를 놓칠 생각이 없었던 카델리아가 두 사람을 두고 세라를 따라 들어갔다. 
지그마르는 카델리아와 세라를 보다가 다시 크리스토퍼를 보며 책을 덮어버리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크리스포터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자신의 팀원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밥을 받아서 먹기 시작하고 있었다. 
베르디는 가장 먼저 식당에 도착해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통제팀이 들어오더니 자신의 곁에 하나, 둘 앉기 시작했다. 자신의 곁에 앉은 사람들 중 가장 가까운 지그마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 그런데 오늘 기동팀 무슨 일 있었나요? "
" 예? "
" 다들 부상입은 채 의무실에서 치료받고 있던데요. "
" 아~ 오늘 샘플 채취하는 날이라던데요. 에옐린이 알려줬습니다. "
" 으음... 그렇군요. "
" 아! 베르디 씨. 제가 내는 질문 맞춰보시겠습니까? "
" 뭔데요? "
" 개구리가 낙지를 먹으면 뭐가 되는 지 아십니까? "
" 음... "
" 그거, 개구락지. "
" ... 카델리아. 아까부터 방해하지 마라. "
" 어머?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
 
 
베르디의 질문에 지그마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팀이 많고 사람도 많다 보니 가끔 전달이 늦춰지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라 이거였다. 
그러다가 지그마르는 아까 성공하지 못했던 개그를 베르디에게 맞춰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델리아가 또다시 방해를 해왔다. 두 사람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던 베르디는 조용히 수저를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언제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밥을 먹고 있을 때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손을 들고 흔들었다. 
 
 
" 비제, 여기야! 너희 팀장님은? "
" 아아... 우리 팀장님 지금 훈련팀에 붙잡혀 있는 중. "
" 어라? 훈련팀은 지금 쉬고 있는 중일텐데요? "
" 그쪽네 팀장이랑 이야기하다가 프랭크에게 뭘 시켰는데 아직까지도 안 왔다고 하네. "
" 보나 마나 에덴이랑 놀고 있겠죠. "
 
 
카델리아의 말에 식당에 있던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기정사실이라도 되는 듯이. 중앙통제팀뿐만 아니라 아케메네스와 자비에도 포함이었다. 그러다 베르디의 시선이 자비에에게로 향했다. 비제와 아케메네스는 깔끔했지만, 자비에는 옷에 기름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베르디의 시선을 느낀 자비에가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 하하... 무기 정비를 하다가 끌려왔어요. "
" 밥은 먹고 해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
" 그런가요? 저는 기계를 만질 수 있으면 밥 안 먹어도 괜찮던데... "
" 안 돼요. 모두가 걱정하잖아요! 자꾸 안 드시면 제가 직접 만들어서 드릴 거예요! "
" 하, 하하... 당장 앉아서 밥 먹도록 합시다. 자비에! "
 
 
끌려왔다는 자비에의 말에 베르디가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그러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케메네스가 보다 못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인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케메네스의 음식을 상상하던 비제가 다급한 얼굴로 자비에를 보며 앉아서 밥 먹으라고 명령식으로 말했다. 
자비에는 기계를 만지느라 모를 테지만, 아케메네스의 음식은 괴식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그렇게 다들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지휘팀 팀원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 그런데 전략팀은 어디로 갔을까요? "
" 그러게요. 오늘 종일 안 보이던데... 다들 본 적 있으신가요? "
" 나도 본 적은 없는데... "
 
 
모두가 식사를 하다가 문득 보이지 않는 한 팀의 존재를 거론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주제였을 때는 주제가 확확 바뀌었는데, 전략팀 이야기가 나오자 바뀌지 않았다. 아무래도 모두의 우상이자 존경의 대상이 있는 팀이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 같은 시각, 중앙통제실 ]
 
 
" 어, 어? 저거... 저거 왜 저래요?? "
" 뭐가... 어? "
" ...?? 뭐지, 나 저런 미래 본 적 없는데? "
" 비, 비상이네요! 비상!! "
 
 
교대로 식사를 하기 위해 먼저 식당을 간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수많은 화면 속 이상 문제를 발견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보고 있는 걸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아나스타샤의 말에 느긋하게 앉아 있던 세실이 의자를 돌리며 화면을 보다가 눈을 키워갔다.
그 옆에 있던 이브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멍하니 몸을 굳혀버리자, 정신을 차린 아나스타샤가 다급하게 비상 버튼의 뚜껑을 열고 그대로 꾹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든 건물 안이 붉은 경고등으로 번쩍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