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당시
윙윙, 중앙통제팀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에 붉은 경고등이 퍼졌다.
경고등이 켜지자, 모두가 일제히 있던 곳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휘실에 있던 맥심과 정보실에서 서류화하고 있던 톰과 마키, 소린, 아룬스. 의무실에서 기동팀을 치료하고 나서 쉬고 있던 사람들도.
훈련실에 있던 세드릭과 아세라, 노아도.
연구실에 있던 앤젤라와 린리아, 기동실로 돌아온 미네르바와 아처, 이옐린, 제이든도. 기록실에 있던 에덴과 프랭크, 아이텔, 아즈키, 판테온까지. 식당에 있던 훈, 러브데이, 맥스, 크리스토퍼, 세라, 카델리아, 지그마르, 키스켈리샤, 비제, 아케메네스, 자비에까지도 말이다.
모두가 상황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중앙통제팀에서 상황을 알려주었다.
[ 모두에게 알립니다. 중앙통제실의 아나스타샤입니다. 현재 긴급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실험실의 모든 개체의 실험체들이 탈출, 몇 시간 내로 본 건물로 올라올 것 같으니 모든 직원들은 신속하게 대피실로 향하시길 바랍니다. 치료가 끝난 기동팀은 전투 준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알립니다. 긴급... ]
"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요? "
" 빠... 빨리 이동부터 합시다! "
[ 새로 알립니다. 지금 기록팀! 기동팀과 함께 현재 상황의 발생 이유를 파악해 주시길 바랍니다. ]
건물 내에 전체적으로 울리는 안내 방송에 모두가 놀라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급 매뉴얼에 따라 건물 내에 구비되어 있는 대피실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땅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천재지변이 오려고 하는 흔적과도 같았다.
튼튼한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난생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직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각 구역마다 있던 팀원들이 신속하게 당황해하고 있는 직원들을 인솔하며 대피실로 향했다. 모두가 대피실로 향하고 있을 때, 기록실에서는 어찌하지 못한 채 모두가 가만히 있었다.
그나마 프랭크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에덴의 어깨를 붙잡았다.
" 에, 에덴. 당장 대피실로 가자. 긴급 상황 매뉴얼에 대피실로 가라고... "
" 방금 방송 들었잖아, 프랭크. 기록팀은 기동팀과 이동해야 해. "
" 하지만 실험체들이 온다잖아! 그곳에 가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
" ... 아니, 그래도 난 가야 해. 난... 팀장이잖아. "
" 에덴! "
" 아이텔, 부탁이야. 프랭크와 함께 대피실로 향해줘. "
[ 정말 괜찮겠어요? ]
" 응, 아즈키도 있고 판테온도 있잖아. "
당황한 프랭크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처음 겪어보는 온통 빨간 경고등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고 말았다.
에덴은 그의 당황스러움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그의 손을 붙잡아 조심스럽게 내리며 고개를 저었다. 프랭크에게 너와 함께 대피실로 가지 못한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뜻을 바로 알아들은 프랭크가 온 힘을 다해 에덴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에덴의 말대로 그는 기록실의 팀장이었다. 두렵고 무섭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잔뜩 긴장한 에덴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아이텔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프랭크를 부탁하며 프랭크를 밀어냈다. 프랭크를 보내고 난 뒤 기록실로 전투 무장을 한 기동팀이 들어왔다.
" ... 가자, 에덴. "
" 미네르바 씨... "
미네르바는 쓰고 있던 전투 헬멧의 보호막을 올리며 에덴을 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서로의 시선 속에서 긴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에덴은 자신보다 한참 큰 미네르바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준비되었다는 듯 아즈키와 판테온이 기록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기동팀과 기록팀이 실험체가 날뛰고 있는 지하로 향했다.
지하로 향하는 길
지하로 향하고 있는 7명 사이에서 그 흔하던 평소의 여유는 없었다.
오직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잔뜩 긴장한 기류만 흐를 뿐이었다. 선두로 미네르바와 아처가 앞서 나갔고, 중앙에는 기록팀이, 기록팀의 뒤로 후방을 봐주는 에옐린과 제이든이 있었다.
맨 앞에서 걷고 있던 미네르바가 먹통이 되어버린 메신저를 툭툭 치며 인상을 구겼다.
" 아씨, 이게 왜 말을 안 들어? "
" 무슨 일인가요? "
" 메신저가 말을 안 듣는데 네 것도 그래? "
" 잠시... 어라? 이상하네요... "
" 전략팀이랑 지휘팀에 연락하려고 했더니. "
" 전략팀은 오늘 종일 안 보인다던데... "
앞에서 어수선하게 구는 미네르바의 행동을 지켜보던 에덴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메신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을 하자 에덴이 자신의 품에서 메신저를 꺼내 확인했다. 그녀의 말대로 메신저의 상태가 이상했다. 오류라도 생긴 건지 화면이 여러 번 깜빡거리더니 어느샌가 훅 꺼져버리고 말았다.
에덴은 메신저 위로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미네르바를 보았다.
전투의 상황이다 보니 기동팀은 기본적으로 지휘팀과 전략팀과 연락이 닿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화 중 이상하다고 여긴 에덴이 오늘 전략팀을 보지 못했다고 말하자 미네르바가 수상하게 굴었다.
괜히 말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 키샤아아앗!! ]
" 젠장, 기동팀! 전투 준비! 조준! ... 발포! "
" 윽... 기, 기록팀은 뒤로 빠집시다. "
에덴이 미네르바를 붙잡고 물어보려고 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발걸음은 여전히 지하로 향하고 있었으니, 조금 들어오자마자 실험체 하나와 마주치고 말았다. 당황한 에덴과 기록팀 직원들과는 달리 미네르바는 익숙한 듯 팔을 들어 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기동팀 전원이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 들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미네르바의 명령과 동시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 중앙에 있던 에덴은 자신의 팀을 챙기며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주변을 조사하기로 했다. 물론 실험체가 다가오지 못하는 선에 한해서.
지하 입구에서부터 달려든 실험체는 가믈린이었다. 작은 체구에 빠른 속도, 눈이 보이지 않는 녀석이 어찌 그리 빠른 건지.
실험체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아니고서야 사살은 허락되지 않았다.
전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에덴이 미네르바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 미네르바 씨. 기믈린은 꼬리를 공격하면 경직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음... 제이든 씨의 전기 공격이면 충분하겠네요. "
" ... 제이든, 들었지? "
" 예. "
미네르바는 그걸 왜 이제 말하냐는 듯이 에덴을 보았다.
실험체들에겐 기본적으로 총기가 통하지 않는데도 굳이 총기를 사용한 이유는 적은 데미지와 충격을 주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조금 버겁긴 해도 사살까지 가능할 테니까 최대한 쓰지 않았다.
에덴이 알려준 방법은 새로웠고, 신박했다.
미네르바의 허락이 떨어지자, 제이든이 앞으로 나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출력을 최대한 줄여서 기믈린의 꼬리만 집중 공격을 했다. 그러자 기믈린이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경직하더니 그대로 픽 쓰러졌다. 그 이후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며 기믈린을 발견하면 아까와 같이 제이든이 앞장서서 기절시켰다.
하지만 그 운이 계속되는 건 아니었다.
[ 끼에에엑!!! 꾸륵, 꾸르륵...! 끼에에!! ]
" 큭... 망할, 할리바드잖아! "
" 할리바드의 퇴치법... 있습니까? "
" 할리바드는 정보가 부족해서... "
중간 정도 왔을까, 오는 동안 기믈린만 보다가 프라스트와 하우디의 등장도 있었다.
하지만 셋 다 소형 실험체였기에 능력을 사용해서 제압할 수 있었다곤 하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오니 처음으로 대형 실험체와 조우하고 말았다. 애석하게도 대형 실험체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공략법이 없었다.
미네르바가 할리바드의 도망을 막기 위해 불을 조종해 우리를 만들었다.
잠시 주춤거리던 할리바드는 괴성을 지르더니 미네르바를 향해 달려왔다. 할리바드의 괴성 때문인 건지 미네르바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다른 기동팀원들이 공격을 퍼부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미네르바는 그대로 할리버드의 공격을 직통으로 받아내야 했다.
" 윽...! "
" 팀장님! "
" 다들 전투태세를 풀지 말고 사격! "
" 하지만 팀장님이...!! "
미네르바의 표정을 읽은 팀원들이 결국 총을 들고서 일제히 사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할리버드가 주춤거리더니 일정한 거리를 두며 괴성을 질러왔다. 잔뜩 사나워진 눈빛으로 바라보는 팀원들의 시선에 겁을 먹고 멀리 달아났다. 당장 실험실에 넣어도 부족했으나, 지금 당장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기동팀의 기둥이자 리더인 미네르바의 부상은 상당히 큰 부분을 잃은 것과 같았다.
미네르바는 자신의 부상에 달려든 할리버드를 끌어안으며 붙잡았고, 팀원들에게 사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그 명령을 들을 직원들 중 그 누구도 미네르바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다.
[ 같은 시각, 중앙통제실 ]
" 아!! 환장하겠네! "
" 저거 못 도와주나?? "
" 지금 메신저도 먹통이라... "
" 하... 하필 메신저가... "
" 지휘팀이랑 전략팀이랑 기동팀이 동시에 연락되어야 하는데 지금 전략팀이 연락 안 되고 있습니다. "
" 어디 간 거랍니까? "
" 어제 밤에 긴급 파견을 나갔다고... 하던데요. "
중앙통제팀에는 크리스토퍼가 대피실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와 다른 직원들과 분주하게 움직였다.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린 메신저로 인해 당황하기는 중앙통제팀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부재였던 전략팀이 어째서 부재인 건지 알게 되자 모두가 일제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긴박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화면 속의 지하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상자가 속출했다. 처음으로 미네르바가 다쳤고, 그다음으로 제이든과 아즈키가 다쳤다. 화면 구석에는 대피실로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앙통제실 역시 비상사태로 돌입 후 실험체들이 1층으로 올라올 경우 자동으로 셔터가 내려오게 되어있었다.
" 하아... 하... 지금 지하 상황이 어떻죠? "
" ... 랑게누아?? 너 대피실에 가지 않고 여기서 뭐 해? "
" 당연히 기동팀 치료하기 위해서죠! "
그때 중앙통제실로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
의무팀의 랑게누아였다. 급히 달려온 건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아나스타샤가 여기서 뭐 하냐고 물어보았다.
지하로 가기 위해서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녀는 지하의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달려서 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벙쪄버린 탓에 그 누구도 랑게누아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 같은 시각, 지하 ]
" 아악! "
" 아, 아파요... 팀장님... "
" 조... 조금만 버텨봐, 아즈키 "
에덴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그저 혼란스러웠다.
앞에서는 기동팀이 부상을 당하고 있더라도 실험체와 싸우고 있을 때였다. 실험체 중 하나가 뒤에서 에덴을 향해 급습을 하려고 했었다. 아슬한 순간에 아즈키가 에덴을 지켰기에 그녀가 대신 부상을 입었다.
에덴은 앞쪽에서 들려오는 총성 소리와 고통에 찬 아즈키의 신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때였다. 푸른 머리카락, 두꺼운 눈썹, 반짝이는 금안.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이가 지하실에서 존재를 드러냈다. 아담이 팔을 뻗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수많은 빛의 갈래가 나오더니 실험체를 구속했다.
아담의 뒤를 따라 나타난 가벨라와 아우로라, 오리온이 뒤쪽에 물러나 있던 기록팀과 부상자인 기동팀을 챙겼다.
" 하하, 이봐. 미네르바. 훈련을 더 해야겠는데? "
" 뭐? 아담! 늦게 와놓고 이러기야?! "
" 늦은 건 어쩔 수 없었어. "
" 부상자들은 뒤로 빠져주세요! "
아담이 등장하자마자 일 처리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구속에 애를 먹고 있던 실험체들도 아담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기만 해도 바로 속박되었다. 아담은 구속되고 있는 실험체들을 보다가 시선을 옮겨 지쳐 보이는 미네르바를 보았다.
미네르바는 부상을 입고서 다친 곳을 누른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전략팀 사이로 랑게누아가 나타나 가장 먼저 미네르바에게로 왔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미네르바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 미네르바 씨, 가만히 있으세요. "
" 아니... 아담 저 녀석이...!! "
" 치료 안 해드려요? "
" ... "
미네르바는 안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동팀의 팀장까지 맡고 있는 자신이었지만, 아담의 전투 실력과 센스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런 것들이 질투 나고, 분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부상을 입은 자신의 팀원들을 보았다.
아담의 말대로 훈련 강도를 올려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담은 천천히 실험체들을 포박해 가며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난장판이 되어버린 지하에 허탈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품속에서 메신저를 꺼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의 메신저는 멀쩡해 보였다. 몇 번 툭툭 치던 아담은 몸을 돌려 뒤늦게 등장한 이를 반겼다.
" 어서 와, 맥심. "
" ... 늦었군요. 아담. "
" 이래 봬도 상당히 빨리 온 거야. "
" 포박한 녀석들은 다시 실험실에 넣으면 됩니다. "
전략팀의 부재만큼 지휘팀의 팀장 또한 부재가 심각했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맥심이 굳이 아담에게 타박을 주며 다른 이들에게 명령했다. 랑게누아의 능력 덕분에 치료를 받은 기동팀이 다시 참전했다. 그들은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했기에, 아담이 포박해 둔 실험체들을 실험실 안으로 옮겼다.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고, 또 갑자기 해결되었다.
긴급 사태가 끝났다는 듯 붉은 경고등은 꺼졌고, 아즈키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 알려드립니다. 현재 지하의 상황은 아담 팀장님의 등장으로 조속하게 처리가 되었으니 긴급 단계를 풀고 모두 밖으로 나와 하시던 일을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 수고했어, 아즈키. "
" 별걸요. 직원으로서 이 정도는 해야죠. "
" 그래. 쉬고 있어. 판테온과 기록하고 있을게. "
에덴은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아담과 맥심의 뒤를 따라갔다.
아담이 모든 실험체를 구속했고, 기동팀이 실험체를 정리할 때 기록팀인 에덴은 판테온과 함께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며 이렇게 된 발생 원인을 찾고자 했다.
에덴이 능력을 쓰며 기록을 하고 있을 때, 아담과 맥심이 대화를 나누었다.
" ... 그래서 침입자는 찾아냈나? "
" 잡긴 했지, 스스로 자결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
" 이래서야 내가 잠수탄 이유가 없는데. "
" 한 놈이었어, 아니... 어쩌면 두 놈일지도 모르겠군. "
어딘가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중심은 침입자였고, 그 침입자를 잡기 위해 전략팀의 아담이 부재였던 걸 대화로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 기록을 하고 있던 에덴이 능력을 사용하다가 안쪽 구석에 무언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이동해 그 무언가를 집어 올렸다.
" ... 팀장님들, 이것 좀 보셔야겠는데요. "
" 에덴. 지금 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이건? "
" 아무리 봐도 우리 회사 물품인 것 같은데. "
" 네, 이거... 우리 회사 내에 있는 연구실에서 쓰는 물품입니다. "
에덴은 눈앞에 있는 혈청주사기와 액체분사기에 표정이 굳어졌다.
혈청주사기를 돌려보더니 구석쯤에 각인되어 있는 HIESS-0023 이라는 단어는 아무리 보아도 자신의 회사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에덴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아담과 맥심을 불렀다.
에덴의 곁으로 다가온 두 사람은 그가 보여주는 것을 보았다.
아담은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맥심은 아는 눈치였다. 에덴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에게 설명해 주었다. 연구소라는 말에 아담은 무언가 번뜩이는 생각이 들어 어떤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에덴이 아즈키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두들겼다.
" 아즈키. 미안하지만, 텔레파시 한 번만 더 가능할까? "
" 네, 당연히 가능하죠. 누구에게 말하면 될까요? "
" 연구팀 전원, 기록실로 오라고 해줘. 끝나면 너는 의무실 가보고. "
" 하하... 네. "
《 의무팀, 의무팀은 텔레파시를 듣는 즉시 기록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
[ 잠시 후, 기록실 ]
기록실로 올라온 에덴과 아담, 맥심은 먼저 도착해있는 연구팀을 보았다.
기록실 안에는 경계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앤젤라까지 긴장한 티가 역력하게 나타났다. 앤젤라의 등 뒤에서 린리아가 바들바들 떨며 겁에 질린 채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 제가 이곳으로 와달라고 한 이유는... 이거 때문입니다. "
" ...!! "
" 티, 팀장님... 이건... 우리 팀 물건이잖아요! "
" 이게 왜... "
" 지금부터 그걸 듣고자 해서 부른 거죠. 여기에 담겼던 액체가 뭔지 아시겠나요? "
" 예... 그건 며칠 전에 기록팀에서 요청해서 가져간 하이레시스 실험체의 성분 분석을 기반으로 만든 대항 물질이네요. 혹시 거기 적힌 숫자가... "
" 23이네요. "
" 23... 그러면 아직 실험 단계라는 건데. "
" 연구팀에서 분실했다거나 누락하진 않았습니까? 저희 기록실에서는 그런 걸 요청한 적 없습니다. "
" 예, 그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아! 메신저 보여드릴게요. "
에덴이 앤젤라의 앞으로 아까 주웠던 혈청주사기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앤젤라의 눈이 커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뒤에 있던 린리아가 다급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앤젤라에게 말을 걸었다. 앤젤라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이곳에서 일하며 한 번도 샘플과 혈청을 누락시킨 적 없었다.
거기다가 하필이면 혈청주사기를 통해 액체분사를 했다니, 이번 폭주의 사태가 어쩌다가 벌어진 건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에덴의 말에 앤젤라는 진지하게 답했다.
무엇보다 자신과 팀원인 린리아가 의심받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 어, 어라? 여기 대화 목록은 있는데... 알 수 없음이라고 뜨네요. "
"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
" 허어... "
당당하게 보여서 오해를 풀고자 했으나, 앤젤라가 보여준 메신저에는 '알 수 없음'이라고 떠 있는 창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화를 나누었던 흔적만큼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앤젤라는 입을 달싹거리다가 에덴을 보며 말했다. 그날, 분명 기록팀에서 요청을 해왔고, 그 파일과 샘플 또한 넘겼다는 것이었다.
에덴은 아무리 떠올려보려고 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담과 맥심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실로랩 내부에는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그러다가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섞였다. 두 사람은 상대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맥심이 먼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까지 모든 게 생각이 비슷해 보였다.
[ 사태 이후 ]
다행히도 사태가 터진 지 3시간째 될 때 무사히 해결했다.
대피실로 대피해 있던 직원들이 다시 밖으로 나오면서 그들은 일상을 되찾아갔다. 지휘팀은 이날 이후로 따로 팀을 꾸려 배신자를 축출해 내기 위해 움직였고, 그것은 전략팀도 마찬가지였다.
정보팀은 여전히 어린 막내의 어리광을 보며 지냈다.
연구팀과 백업팀은 서로 협동하여 이번에는 직원이 아니면 혈청주사기를 이용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의무팀은 여전히 기동팀의 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시간을 보냈고, 여기서 진료를 받은 기동팀은 곧장 훈련실로 끌려가 평소보다 강도가 높은 훈련을 해야만 했다.
기동팀 사이로 함께 훈련을 받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프랭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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