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0813] The end of complicated emotions

나비의 보관함 2025. 2. 9. 03:21

 

 

The end of complicated emotions

복잡한 감정의 끝

 

 

 

 에드먼드는 처음으로 감정이 변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나 업신여기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대가 안타깝게 느껴지고, 가엽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무슨 감정일까. 기구한 팔자를 가진 상대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든다면?

이 복잡해 빠진 감정이야말로 버려야 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에드먼드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복잡한 감정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자 했다. 이건 단순히 심문관으로서 정보를 알고자 하기 위함이라 생각하며 굳이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알아서 향하는 방향대로 가보자고. 그렇게 판단했기에.

가짜라는 존재 주제에 나름 신실한 사람, 그게 바로 에드먼드가 생각하는 미카엘이었다

 

 

" 에디. "

" ... 교화를 시작할 시간이군요. "

 

 

에드먼드는 안타리우스의 이단 심문관이었고, 미카엘은 그런 안타리우스의 성녀였다.

에드먼드가 미카엘에게 다른 감정을 깨닫게 되는 건 꽤나 최근의 일인데, 그 일이 하필이면 이교도를 처리하기 위한 일이었다. 안타리우스에서 있었던 매년의 행사, 그곳에 성녀가 나서야 했고 그 성녀의 곁을 지켜야 했던 에드먼드였기에 강제적인 참여였다. 사실상 심문관이라는 직위 때문에 무조건적인 참여가 있긴 했지만.

그저 가벼운 핑계를 대자면 그렇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이교도의 습격에 성녀가 나서서 능력을 사용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그녀의 뒤로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깨졌다. 날카롭게 깨진 조각들이 공중에 띄워지더니 이교도를 향해 공격했다. 

수천 개의 조각들이 빛을 받아 반사되었을 때, 에드먼드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화려한 빛에 반사되어 더 아름답게 빛나던 미카엘의 모습을.

 

 

" 죄인이 줄어들지 않는군요. "

" 수고했어요, 에디. "

" 저들의 무능이 기껍지 않군요. 다친 곳은 없습니까? "

" 전 괜찮아요. 에디는요? "

" 견딜 수 있는 수준입니다. "

 

 

에드먼드는 미카엘이 능력을 쓴 모습을 보다가 하마터면 이교도의 공격에 당해 상처를 입고 말았다.

괜찮다고 말하던 미카엘이 그 상처를 먼저 발견했다. 에드먼드의 외투를 뚫고서 베인 상처에 괜찮냐고 물어보자, 그는 덤덤하게 답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상처 따위가 아니었다. 

능력을 쓰던 미카엘의 모습에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감정이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얌전하게 지내던 이 감정이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에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단 심문관이긴 했으나 자신은 성직자였고, 가짜이긴 했으나 그녀는 엄연히 성녀다.

에드먼드는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알아차린 듯했다.

 

 

" 에디, 나는 당신이 다친 걸 보고 싶지 않아요. "

" 그건 고려하지 못한 문제인데요. "

" 이번에는 고려해서 치료받아보세요. "

" ... 예, 알겠습니다. "

 

 

에드먼드는 점점 자신에게로 다가오며 압박을 하는 미카엘의 행동에 고개를 돌리며 결국 승낙했다.

지금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듯 미카엘이 뒤로 물러섰다. 이단을 처리한 뒤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행사가 진행되었다. 

마무리까지 하고 난 다음 안타리우스로 돌아온 두 사람은 기도실로 향했다.

미카엘이 향하는 곳이면 언제든지 에드먼드가 따라나서야 했다. 그렇기에 에드먼드도 성녀인 미카엘을 따라 기도실로 향했다. 기도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기도를 올렸다.

 

 

" 에디, 오늘... "

" 가겠습니다. "

" 기다리고 있을게요. "

 

 

두 사람에겐 모두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다.

이단 심문관인 에드먼드와 성녀인 미카엘, 두 사람은 각자 원할 때 서로를 불러 욕정을 채웠다. 연인 사이라거나 서로 애틋하게 애정을 나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매번 함께 있었고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이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흘러갔다.

마치 그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운명인 것처럼.

사랑인 듯하면서도 사랑이 아닌 관계였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지만 이번에 에드먼드가 느낀 그 감정은 가볍던 관계를 없애버리기에 충분했다. 

에드먼드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 늦었네요. "

" ... "

" 들어오세요. "

 

 

에드먼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성녀가 있는 응접실로 향했다.

안타리우스 안에선 없었던 공간이 고작 가짜 성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응접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에드먼드가 마음에 안 드는 것 중 하나였다. 

응접실에서 직접 문을 열고 반겨주는 미카엘의 얼굴에 에드먼드는 평소보다 더 차분했다.

마치 아까 행사 도중에 이단자의 습격으로 미카엘을 보며 감정이 반응하던 때와는 달랐다. 방 안으로 들어간 에드먼드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사이 미카엘이 문을 닫고 발걸음을 옮겨 에드먼드의 앞에 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멈춘 채 서로를 읽고 있었다.

 

 

" 에디,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을 많이 아끼고 있답니다. "

" ... 그건 의외군요. "

" 정말이에요. " 

 

 

의외라고 답하는 에드먼드의 반응에 미카엘이 발끝을 세워 에드먼드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언제나처럼 애정 하나 없는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에드먼드는 느릿하게 눈을 뜨며 올곧은 눈빛으로 미카엘을 보았다. 연한 금빛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연하늘빛 눈동자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어느샌가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가 에드먼드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졌다.

노을 진 하늘빛이 응접실 안으로 들어오자 연한 금빛이 반짝이며 흔들렸다. 에드먼드는 고개를 숙여 미카엘의 입에 가벼운 버드 키스를 남겼다. 연달아 입을 맞추더니 잠시 떨어져서 미카엘을 보았다.

 

 

" 에디... "

 

 

에드먼드는 심란하고 복잡한 마음에 다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지고 빈틈없이 교차되었다. 에드먼드는 틈 사이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어 미카엘의 입안을 탐했다. 따뜻한 입안을 돌아다니다가 입천장을 긁어 간지럽히고, 혀를 엉켜냈다.

조용한 방안에서 울리는 질척한 소리는 꽤 크게 울렸고, 그 소리가 괜히 두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