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틈 사이를 타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R의 뺨을 간지럽혀왔다.
따스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에 R는 인상을 찡그렸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어제 축제 데이트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이후 곧장 잠들었던 걸 떠올렸다.
막 잠에서 깨어난 R가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창밖을 보았다.
" ... 아침이네. "
" 아침이죠, 잘 잤어요? "
" 응... L는? "
" 평소보다 더요. "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에 R가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R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깰 때까지 곁을 지켜준 L를 보았다. 아까부터 간질간질, 심장을 간지럽혀오는 감각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자 L가 상체를 일으키며 R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L의 버드키스에 R가 간지러운 듯 웃으며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L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손을 R의 손과 깍지 껴 잡으며 그녀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R의 몸 위로 올라타고서 가벼운 키스를 계속해서 남겼다.
이마와 눈두덩이, 뺨과 귓가, 턱과 입술까지. 빠짐없이 전부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맞추었다. R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계속 간지러운 탓에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 푸흐, 간지러워... L "
" 좋은 아침입니다, R. "
" 정말로. "
" 앞으로도 함께 자는 건 어떠세요? "
" 음... "
R는 L와 계속 대화를 하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을 완전히 밀어낸 다음 침대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돌리려고 할 때, L의 아련한 손길이 R의 손끝에 닿았다. 그 손길을 느낀 R가 고개를 돌려 L를 보려고 할 때였다.
L가 R의 손을 붙잡고 확 잡아당긴 탓에 R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 위로 무너지듯 누웠다.
R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올곧은 눈으로 L를 보며 눈빛으로 말을 거는 듯했다. L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R의 반응에 움찔거렸다.
고개를 숙여 R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남기고 다시 비켜주었다.
" 오늘 하루도 힘내야죠. "
" 응, L는 어떤 임무 할 생각이야? "
" 당신이랑 같은 거요. "
R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조금씩 빠져나가는 L의 손끝을 보았다.
그게 참 아련하게 느껴져서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렸다. 아침부터 느껴지는 간질간질한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남은 그의 온기를 놓칠세라 꽉 주먹을 쥐고서 어떤 임무를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이 같은 걸 나가겠다고 하는 것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최근에 나간 임무마다 대부분 L가 함께했다. 자신이 위험할 때 항상 구해주던 사람도 L였고.
R는 그제야 의구심이 든 듯 얇게 뜬 눈으로 L를 보았다.
" 설마... 이때까지 임무... 일부러 나랑 맞춘 거야? "
" ... 당연하죠, 당신은 제가 지켜야 하니까요. "
" 나도 나름 강한데? "
" 그래도요. 당신은 가끔 방심할 때가 있어서요. "
" 으음... "
금방 옷을 차려입은 R와 L는 나갈 준비를 했다.
방문 앞에서 두 사람은 실랑이를 벌이듯 대화를 이어 나갔다. L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R는 불만이 있다는 듯이 답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들어온 L의 말에 반박을 하지도 못했다.
반박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분했던 R는 입을 꾹 다문 채 눈썹을 찡그리고 L를 보았다.
L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귀끝이 뜨거웠지만, 애써 모르는 척했다. 문 앞에 서 있는 R의 등 뒤에 선 채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기댔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R의 몸이 묘하게 굳어버린 걸 알아차렸다.
아, 또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
"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거잖아. "
" 그건 맞지만요. "
" 하... 알아서 해. "
" 좋습니다. "
L는 R의 목가에 입을 맞추며 점점 올라와 뺨에 입을 맞추었다.
입꼬리에 짧게 입을 맞추더니 떨어지며 R를 빤히 보았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R의 뺨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 R는 L의 어깨를 밀어내며 말했다.
알아서 하라고 하긴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고 뜨겁게 느껴지는 열기를 식혀야 했다. 가볍게 손부채질을 하며 열을 식혔다. 후, 짧게 숨을 내뱉고 난 뒤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R는 자신의 뒤로 L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안심했다.
" ... R? 지금 L 방에서... "
" 어, 어? 아, 아르메... 그, 그게...! "
" 에, 엘리시스 님...!! 리르 님! "
" 아르메~!! "
R는 굳게 닫혀있고,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 믿었던 곳에서 아르메가 나타나자 크게 놀랐다.
하마터면 뒤로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는데, 다행히도 뒤에서 따라오던 L가 그녀를 받쳐주어 넘어지지 않았다. R는 너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르메를 불렀다.
하지만 아르메는 R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며 엘리시스와 리르를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R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어차피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L의 방에서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R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니, L가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 제가 잘 말해보도록 할게요. "
" ... 어떻게? "
" 그거야... "
L는 R의 눈에 매달린 눈물을 보았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내 주며 옅게 웃었다. L가 말한 방법이라는 건 R의 손을 붙잡고 사귀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R의 예상과는 달리 동료 모두가 놀랐다.
데이트냐고 놀려대던 동료들도, 술을 마시고 있던 동료들까지.
그저 장난을 치던 거였는데 정말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축하와 더불어 사과를 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R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애초에 사귀고 있던 것도 모르는 동료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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