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0813] 새장 안에 갇힌 새의 자유를 위해

나비의 보관함 2025. 2. 9. 03:20

 

for a free spirit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한평생 집 밖으로 나가본 적 없던 소녀는 언제나 자유를 갈망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새장에 갇힌 새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계속 갇혀 살아온 존재는 밖을 갈망하지만, 정작 스스로 그 공간을 깨부수고 밖으로 나올 용기가 부족했다.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손길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누구나 그렇듯이 캐롤라인도 그런 사람이었다. 집안에서만 지낸 탓에 조용하고, 차분하며 소극적인 성격이 되어 더더욱 밖을 갈망하지만 정작 기회는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했다. 

캐롤라인는 이런 자신의 유약한 성격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외출 한 번 했다고 집안에선 반성문을 쓰라고 했음에도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수기로 작성하던 그녀였다. 심지어 외출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녀에게 일갈하던 아비는 반성해야 할 점으로 다른 사람과 접촉했다는 것을 말했다. 

 

' 왜 타인과 접촉하는 게 문제가 되는 걸까. '

 

아무것도 모르는 정원 속 장미꽃 같은 존재인 캐롤라인는 반성문을 쓰면서 마지막으로 의문이 들었다.

비상식적이고 강압적인 처벌에 대해선 이미 이골이 나 무뎌져 버린 그녀였지만, 마지막 의문만큼은 무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문을 부모에게 표현할 수 없는 게 그녀의 성격이었다.

항상 들어왔던 다른 의문은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왜 부모님께서 자신에게 그리 모질게 구는 것인지. 왜 엄격하고 억압하며 가두려고 하는 것인지. 묻고 싶은 건 많았으나 그러지 않았다. 이젠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돌아오는 게 얌전히 있어라, 라니. 자신이 지금 새장 속 새이긴 했어도 인형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겨우 죄송하다는 말로 버무려진 반성문을 두고서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 갑갑한 마음에 테라스를 연 거였지만, 가장 원하는 건 밖이었다. 

그때 나타난 장발의 남성은 자신을 밖으로 이끌어 주려 하던 사람이었다. 

 

 

" 캐리, 밖으로 나온 소감이 어때? 처음으로 디뎌본 밖의 거리는, 향기는? 앞으로 다양한 즐거움과 시간들이 올 거야. "

" ... "

" 아찌, 아찌! 이 온냐 울어? 어디 아파?? "

" 쉿... 엘리. 이럴 땐 조용히 해줘야 하는 거야. "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자는 자신을 루퍼슨이라고 소개하고 캐롤라인에게 청혼서를 내밀었다. 

항상 어릴 적부터 갈망해 오던 자유를 직접 목도한 캐롤라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감격의 크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달라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캐롤라인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며 단단하게 받쳐오는 루퍼슨의 팔과 품이 기꺼웠다. 어찌 된 것이 자신의 혈육인 가족들도 하지 못하게 하는 즐거움을 며칠 전 한 번 보기만 했던 남자가 자신에게 안겨주었다. 

남을 위해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캐롤라인였다.

 

 

" ... 고마워요. "

" 엉? 고마울 것까지야~ "

" 온니야! 엘리두 고마워~ "

" 두 사람에게... 너무 고마워요... "

" 앞으로 즐거울 일만 남았는데 너무 울지마~ "

 

 

캐롤라인는 루퍼슨의 신체적 능력 덕분에 순식간에 높은 담을 넘어 그 위에 올라선 채로 밖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커다란 새장이 이젠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저런 곳에 갇혀 살았구나. 먼저 용기 내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 거였구나. 이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을.

목 안쪽까지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에 목이 막혀왔다.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울음 때문에 겨우 참아내고 말했다. 고맙다고, 자신을 저 새장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어 너무 고맙다고. 울컥 차오르는 감정이 도통 갈무리되지 않았다. 곁에 있던 루퍼슨은 그녀의 감사함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고, 엘리스는 캐롤라인의 옷을 잡아당기며 해맑게 웃어주었다. 

그동안 갇혀 지내며 심란하기만 하던 마음을 두 사람이 눈 녹듯 녹여주었다.

 

 

" 당신 말이 맞을 거예요. 앞으로 즐거울 일만 남았겠죠. "

" 맞아. 지하 연합에 얼마나 웃긴 녀석들이 많은데. 그 녀석들 보고만 있어도 하루 종일 웃길걸? "

" 아찌가 할 말은 아니긴 한뎅... "

" 푸흣... "

" 엘리... "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바람이 캐롤라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며 흔들렸다. 순간 훅하고 불어오는 강풍에 버티지 못한 캐롤라인가 휘청거렸다. 

캐롤라인가 비틀거리자, 루퍼슨이 자신의 팔로 그녀를 단단하게 받쳐주었다. 

루퍼슨이 입꼬리를 올리며 특유의 느낌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캐롤라인의 옆에 있던 엘리스가 핀잔을 주며 흐릿한 눈으로 루퍼슨을 보았다.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캐롤라인도 마찬가지로 웃음이 나왔다.

두 사람처럼 자신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있겠지.

드디어 자유를 가지게 되었으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차고도 넘쳤다. 억압하는 것도 없을 테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벌도 없을 테니까. 

 

 

" 여기야, 지하 연합. "

" ... 여기가 지하 연합이군요... "

" 어? 나비 언냐~ "

" 뭐야, 엘리 데리고 어딜... 누구? "

" 아... 아, 안녕하세요! "

 

 

루퍼슨의 손길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지하 연합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싱글벙글 웃고 있던 엘리스가 안에서 나오던 나이오비를 발견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나이오비에게 달려가 그녀에게 안겼다. 나이오비는 엘리오너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아주며 루퍼슨을 노려보았다.

루퍼슨을 탓하려고 하다가 그의 옆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낯선 여자인 캐롤라인를 발견하고 누구냐고 물었다.

소심했던 캐롤라인였지만, 용기 내 나이오비를 향해 인사했다. 

나이오비는 루퍼슨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루퍼슨은 별다른 설명 없이 어깨를 으쓱이기만 할 뿐이었다. 루퍼슨의 행동에 짧은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캐롤라인에게 어서 오라고 말하며 반겨주었다. 

어느새 밖으로 나온 다른 사람들이 캐롤라인를 반겨주었다. 

캐롤라인는 처음에 쭈뼛거리던 것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