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 안에는 자살 묘사가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蝴蝶之夢
호접지몽 : 이것은 꿈일까, 현실일까.
몽글몽글, 몸이 이상할 정도로 가볍고 정신이 붕 떠서 멍해져 버리는 감각.
이 이상한 감각이 전신을 감싸왔지만, 끝내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감각이 무엇인지 깨닫거나 알아버리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했다간 분명 비웃고 말걸.
그렇게 생각하죠? 어벤츄린 씨. 안 그래요? 정말 너무한 당신이 있는데, 당신이 내 눈앞에 있는데 사라질 것 같다니 말이에요.
" 그렇게 생각해? "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애석하게도 당신은 정말 너무한 사람이니까요.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왕자님이었는데, 이별의 슬픔을 알려준 못된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그러니까 나는 이 몽글몽글하고 울렁거리는 기분을 무시할래요.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요.
그래야 당신을 이제 놓치지 않을 테니까요.
" 아가씨,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는데? "
그래도 괜찮아요, 이걸 버티다가 결국 쓰러진다고 해도 당신이 내 곁에 있으니까요.
나... 생각보다 당신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당신을 기다리다가 나... 나는, 나... 레버리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그랬는데...
" 듣고 있으니까 천천히 말해. "
그랬는데, 당신의 소식이 들렸어요.
어벤츄린 씨, 당신이 죽었다고. 내게 알려줬어요. 그 뒤로 나는 큰 절망에 빠졌고... 그리고...
" 그리고? "
그리고... 기억이 안 나... 어쩌지, 어벤츄린 씨.
나,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당신을 기다리기 위해 호텔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당신의 소식을 듣고... 어떻게 했더라.
" ... "
어벤츄린 씨?
듣고 있어요?
" 아가씨, 난 항상 아가씨 곁에 있어. "
거짓말, 당신은 거짓말쟁이네요.
내 왕자님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거짓말쟁이가 되었을까요? 그렇게 웃지 마요. 나 정말 너무한 당신이 진짜 미워요. 어떻게 날 두고 갈 생각을 했어요? 내가 기다린다고 했는데...
그토록 내가 간절하다고 말했잖아요. 가지 말라고, 내 곁에 있으라고.
그런데 정작 어벤츄린 씨는 내 곁에 없네요.
" ... 미안해, 아가씨. "
미안한 걸 알면 돌아와요.
지금 당장이라도 내 곁으로.
「 미안해 」
" ... 어벤츄린 씨...!! "
잠에서 깨어난 듯 급하게 상체를 일으킨 이리아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그 무엇보다도 뜨겁게 느껴졌다. 이리아는 주변을 살펴보며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레버리 호텔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곳에서 어벤츄린을 기다리다가 그의 부고를 듣게 되고, 듣자마자 기절해 버린 상태였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난 이리아는 그가 돌아다녔던 꿈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다시 레버리 호텔로 돌아왔다.
" 하하... 이제, 당신은 없네요... "
며칠 사이 이리아의 상태가 상당히 나빠졌다.
그녀의 눈가는 너무 울어버린 탓에 빨갛게 짓눌렸고, 동공이 풀린 상태였으며 식사를 제때 하지 않아 말라가고 있었다. 이리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기 위한 준비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그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도박장에서 만난 도박꾼, 그에게서 돈을 빌려 도박에 빠지던 나날, 함께 동거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던 날.
어느새 자신의 심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왕자님이 되어주었던 그.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은 동화, 그 자체였어요.
그러니 마지막까지 우리 함께해요.
이리아의 입술이 뻐끔거리더니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녀의 마지막은 결단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리아는 자신의 꿈속에서 만난 어벤츄린과 다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 어벤츄린 씨, 내 왕자님. 」
「 ... 사랑해요. 」
영원히 떠나버린 탓에 텅 비어진 이리아의 몸은 말라비틀어졌지만, 입가에 남아있는 웃음은 영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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