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NL/1차/240115] 성배 전쟁 2

나비의 보관함 2025. 2. 5. 04:58


하지만 코토미네에게 들었던 10년 전의 일이 심경의 변화에 컸던 모양이었는지, 결심하게 되었다. 

조용한 성당 안에서 시로는 고개를 들어 코토미네를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 나는 싸우겠어. "

" 흠... "

" 10년 전의 화재가 성배 전쟁 때문이었다면 그런 일을 두 번 다시 일으키게 할 순 없어. "

" 그럼 결정된 거네. 이제 돌아가자. "

 

 

시로가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도 싸우겠다고 답했다. 

그의 답에 토오사카가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돌렸다. 이제 돌아가자며 발걸음을 움직였다. 성당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기다리고 있던 아서를 보았다. 

시로는 코토미네에게 받아온 우비를 아서에게 주었다. 

 

 

" 우선 갑옷은 너무 눈에 띄니까 이걸 입고 돌아가자. "

" 시로, 이건... "

" 내가 보기엔 지금 그게 더 눈에 띌 것 같지만 말이야. "

" 이것밖에 받아오지 못해서 미안. "

" 아니야. 이거라도 입는 게 좋을 것 같아. "

 

 

아서는 시로가 건네주는 샛노란 우비를 보며 움찔거렸다. 

갑옷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눈에 띄는 샛노란 우비였다. 시로와 아서의 곁에서 토오사카가 어깨를 으쓱이며 콕 집어 이야기를 하자 시로가 눈에 띄게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시로의 반응에 움찔거리던 아서도 이내 괜찮다는 듯 말을 다시 이었다. 

결국 아서는 시로가 준 샛노란 우비를 입어야만 했다. 시로는 아서가 우비를 입고나니 속으로 그래도 갑옷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성당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로는 토우사카를 불렀다.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이걸로 빚은 다 갚았어. "

" ... 토오사카는 좋은 사람이구나. "

" 그게 무슨 말이야? "

" 그게... "

" 시로! "

 

 

빚은 갚았다며 떠나려고 하던 토오사카를 붙잡은 시로는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토오사카의 뺨이 붉어지며 당황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되물어 보았다. 그때 무언가를 느낀 아서가 고개를 돌리면서 시로를 불렀다. 

아서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대화가 멈추고 고개가 아서 쪽으로 돌아갔다. 

아서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졌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어린 소녀와 한 쪽 눈이 금색으로 반짝이고 있는 거구의 사내가 있었다. 

그때 앞쪽에 있던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안녕, 오빠. 이렇게 만나는 건 두 번째네. "

" 너는... "

" 내 이름은 이리야.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 아인츠베른이라고 하면 알겠지? "

" 아인츠베른... "

" ... "

" 어차피 여기서 다 죽을 테니까 상관없지만. "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는 자신을 이리야라고 소개했다. 

치마 끝자락을 붙잡고 서양에서 귀족들이 할 법한 우아한 인사를 하며 토오사카를 보았다. 싱긋, 귀엽게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니었다. 

토오사카가 아쳐를 불러 대화를 나누었다. 그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나서 시로를 보았다. 

시로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에미야, 네가 도망칠지 싸울지는 네 마음이야. 하지만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도망치도록 해. "

" 읏... "

" 이야기는 다 끝났어? 그러면 시작해도 될까? "

" 크윽... "

" 그럼 죽일게. 해치워버려, 버서커! "

 

 

토오사카는 시로를 보며 이왕이면 도망치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시로는 떨리는 시선으로 토오사카를 보다가 앞을 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기다려주었던 이리야가 입을 열었다. 

이리야가 말하자 소녀의 뒤에 서 있던 거구의 사내가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 에미야! 피해! "

" 윽?! "

" 시로, 물러나! "

 

 

정확하게는 시로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아서가 시로를 지키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말했다. 버서커가 달려들기 직전에 붉은색의 무언가가 날아와 버서커를 맞추었다. 

커다란 괴성과 함께 시로의 눈앞에 폭발이 보였다. 

갑자기 날아온 화살은 정확하게 버서커를 맞추었고, 버서커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토오사카와 시로는 다급하게 버서커가 떨어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큰 굉음과 폭발에 비해 버서커는 멀쩡했다. 

아무런 피해 효과가 없었던 거였다. 버서커가 다시 튀어 오르더니 시로를 노렸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아서가 우비를 벗어 던지면서 시로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왔다. 

버서커가 대검을 휘두르는데 아서가 박차고 달려와 그 대검을 막았다. 

 

 

" ...세이버! "

" 시로, 피해라! "

" 아쳐, 엄호를...! "

 

 

그렇게 버서커와 아서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시로와 토오사카의 표정은 심각하게 변해갔다. 그러다 토오사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아쳐에게 엄호를 요청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화살이 날아왔다. 

거대한 굉음이 다시 들려왔다. 날아온 화살은 정확하게 버서커에게 박혔다.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고 수북하고 짙은 연기가 버서커를 가렸다. 시간이 지나자, 연기가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옅은 연기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연기가 걷히자 보이는 건 멀쩡한 버서커였다. 

아쳐가 날린 화살에도 버서커는 여전히 멀쩡했다. 아서와 버서커의 전투가 다시 이어졌다. 아서는 공격을 하지 못하고 막기만 하는 상황에서 이리야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 끝났네. 뭉개버려, 버서커. "

" ... 큭, 그렇게 냅둘까 보냐...! "

" 토, 토오사카! "

" 아쳐! "

 

 

이리야의 말에 울컥한 토오사카가 다급하게 앞으로 뛰쳐나갔다. 

시로가 말릴 기세도 없이 달려간 토오사카는 아쳐를 부르면서 보석 세 개를 꺼내 버서커를 향해 던졌다. 그러자 공중에 뜬 보석이 산산조각 나더니 버서커를 공격했다. 

아쳐가 순식간에 여러 발의 화살을 버서커에게 쏘았다.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날아온 화살은 정확하게 버서커의 등에 꽂혔고, 동시에 쾅 소리를 내며 터졌다. 하지만 그 공격에도 버서커는 멀쩡했다. 

다시 아서와 버서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서가 계속 버서커의 공격을 막다가보니 외국인의 묘지까지 와버렸다. 그걸 지켜보던 이리야가 묘지로 향하고 지켜보던 토오사카도 뒤따라가려고 했다. 

토오사카는 가기 전에 시로를 향해 제대로 당부하듯이 말했다. 

 

 

" 당신은 도망치도록 해! "

" 크윽... "

 

 

자신이 할 말을 마친 토오사카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시로는 버서커와 아서의 전투에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리고 바닥을 내려쳤다. 

 

 

" 젠장,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

 

 

시로는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에 굉장히 분했다. 

아서가 기술을 쓰려고 하는 순간 버서커가 대검을 휘둘로 바닥에 찍어버렸다. 그러자 바닥이 일어나면서 지형이 바뀌었다. 아서는 개의치 않고 버서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버서커는 아서의 기술을 한 손으로 막아버렸다. 

버서커가 다시 검을 들고 휘두르려고 하는 순간 아서가 기합을 외치며 검을 더 깊게 꽂아 넣었다. 

 

 

" 하아아...!! "

 

 

그 순간 아서가 들고 있던 투명했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큰 빛을 쏟아내면서 버서커의 몸을 완전히 뚫어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결은 끝났다. 아니, 끝나는 듯했다. 모습을 보였던 검이 다시 투명해지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때 시로가 아서를 부르면서 달려왔다. 

 

 

" ...!! 자기 재생? 아니, 이건 시간을 되돌리는 것에 가까워. "

" 세이버! "

" 소생의 저주... 죽음과 동시에 발동하는 보구...! "

" 세이버...! "

" 시로, 와서는 안 돼! 오지 마! "

 

 

그런데 그 순간 뚫렸던 버서커의 몸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놀란 아서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뒤늦게 달려오는 시로가 신경 쓰였다. 다급해진 아서는 몸을 돌리면서 제게로 달려오는 시로에게 외쳤다. 

아서의 외침에 달리고 있던 시로가 멈추었다.

왜 그러는가 싶어 아서를 보다가 그의 뒤에서 점점 살아나고 있는 버서커의 모습을 발견하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런데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묘한 느낌이 들어 하늘을 보았다. 

 

 

" 그 녀석...! "

 

 

어둠의 장막이 드리운 것처럼 까만 하늘은 마치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듯했다. 

아쳐가 뭘 하려고 하는지 시로는 대충 느낀 모양이었다. 아쳐의 기술이 날아오고 버서커를 맞추었지만 그럼에도 버서커는 여전히 멀쩡했다. 

그 모습을 토오사카와 시로가 지켜보았다. 

잔뜩 긴장된 상황 속에서 이리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시 봤어, 린. 네 아쳐도 꽤 하는걸? "

" ...? "

" 됐어. 돌아와, 버서커. "

" 하...? "

" 시시한 건 처음부터 끝내버리려고 했는데, 조금 예정이 바뀌었어. "

" 도망치는 거야?! "

" 그래, 마음이 바뀌었어. 당분간 살려줄게. 그러면 바이바이. "

" 뭐? "

" 또 놀자, 오빠. "

 

 

이리야가 아쳐가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이리야는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토오사카가 도망 치는거냐고 따지자, 이리야가 그렇다며 버서커에게 돌아오라고 명했다. 

그러자 버서커는 이제까지의 전투는 없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이리야의 곁으로 돌아갔다. 

아쳐가 쐈던 화살로 인한 불꽃이 일렁거렸고, 그 사이에 이리야와 버서커가 사라졌다. 시로는 아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아서를 붙잡고 있었다. 

아서가 그걸 지켜보다가 말했다. 

 

 

" 시로, 궁지에 빠진 걸 도와주신 것에 대해선 고마워. 그런데... 이제 놔주지 않겠어? "

" 어, 어? 미안...! 세이버는 괜찮아? "

" 응, 괜찮아.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쉬면 괜찮아 질 거야. "

" 그거 다행... 어라? "

" 시로, 왜 그래? "

" 우욱...?! "

" 기분이라도? "

" 커헉! "

" ... 시로? 시로! "

 

 

아서가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이제 손을 놔달라고 말하며 시로에게 붙잡힌 손을 보았다. 

그러자 크게 당황한 시로가 얼른 손을 놓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시로는 아서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했다. 그러면서 아서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아서가 시로의 질문에 답을 하며 쉬면 괜찮다고 답했다. 

그런데 정작 괜찮냐고 물어보던 시로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힘없이 주저앉아버렸다. 그의 모습에 아서가 왜 그러냐며 기분이라도 이상하냐 물어보았다. 

그 순간 시로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쓰러지는 시로를 아서가 다급하게 받아주었다. 이후 아서가 쓰러진 시로를 엎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아침, 깨어난 시로는 눈앞에 있는 인영을 보았다.

시로의 앞에 있는 사람은 토오사카였다. 시로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토오사카라는 사실에 놀라 벌떡 일어났는데, 토오사카가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 우와아아악?! "

" 뭐야, 이제 상처는 괜찮구나? "

 

 

토오사카가 비꼬듯이 말하자 시로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이후 시로와 이야기를 끝낸 토오사카가 돌아가고, 시로는 아서를 찾아 나섰다. 그는 집 안에 있는 도장에서 수련하고 있었다. 시로가 아서에게 다가가자 아서는 감았던 눈을 뜨며 시로를 보았다.

시로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굳게 다물렸던 입술이 어느새 호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아서는 시로를 발견하고 웃으며 물어보았고, 시로는 아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시로, 상처는 어때? "

" 응, 이제 괜찮아. "

" 도와준 건 고맙지만... 다음에는 그러지 마. "

" 알았어. 그런데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야? "

" 아, 이건 토오사카가 구해줬어. "

" 토오사카에게 저런 옷이 있었단 말이야? "

 

 

아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 달라고 하니 시로는 떨떠름하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시로는 뒤늦게 아서가 갑옷이 아닌 셔츠를 입고 있는다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 토오사카가 구해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서와 시로가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전화가 울렸고, 시로는 그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끝내고 나서 시로가 도시락을 챙기더니 아서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해 도장으로 바로 들어가 사쿠라와 인사를 나누었다.

 

 

"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은...? "

" 아, 인사해. 이름은 세이버. 세이버, 이쪽은 내 후배. 사쿠라야. "

" 아... 반가워요. "

" ... "

 

 

시로의 소개에도 아서는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였다.

아서는 사쿠라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서 고개를 돌렸다. 어색해진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사쿠라는 가보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시로는 사쿠라와의 인사를 뒤로하고 뒤이어 찾아온 미츠즈리에게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 정말 다행이다. 밥을 못 먹은 후지무라 선생님은 감당이 안 돼. "

" 이거 후지 누나에게 전해줘. "

" 고마워. "

 

 

그 뒤에는 학교에서 아서와 함께 있게 되었다.

석양이 지는 늦은 오후까지 아서와 함께 학교를 돌아다니다가 선생을 만나기도 했다. 아서는 시로에게 말했다.

 

 

" 신기한 게 많네. "

" 그렇지? "

" 시로의 일상은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 같아. "

" 이게 보통이긴 하지. "

" 별다른 위험이 없는 거야? "

" 그럼. 성배 전쟁이 위험한 거지. 일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

 

 

학교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가는 길에 아서는 시로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시로는 아서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답해주었다. 시로의 답에 아서는 그 뒤로 입을 다물었다. 어째서인지 마치 자신으로 인해 시로의 일상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여전히 각자 할 일을 했다.

그러다가 시로가 창고에서 평소처럼 창고에 있는 모습을 아서가 목격했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시로가 끙끙거리며 악몽을 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서는 주방으로 가 잔과 차를 들고서 시로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의 정자세로 곁에 앉아 시로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

.

.

모든 기억을 되새겨 보았던 시로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서를 보았다.

아서는 여전히 시로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로에게 물었다.

 

 

" 시로,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

" 아, 여긴... 창고로 쓰고 있는 곳이야. "

" 창고? 시로는 창고에서 뭘 하고 있던 거야? "

" 음... 이런 공구로 작은 기기들이 고장 나는 걸 막기 위해 수리를 하고 있었지. "

" 나도 도와줄 수 있는 거야? "

" 어? 그럼, 당연히 도와줄 수 있지. 우선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는지 봐. "

" 응. "

" 트렌스 온. "

 

 

아서가 창고를 보며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자, 시로가 아서의 시선에 따라 창고를 둘러보았다.

시로의 답에 아서가 창고에서 뭘 하고 있던 거냐고 묻자, 시로가 곁에 있던 몽키스패너와 톱을 보면서 답해주었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아서가 자신도 도와줄 수 있는 거냐고 말했다.

아서의 말에 살짝 놀란 시로가 웃으며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시로는 공구를 쥐고서 곁에 있던 기계를 고치기 시작했다. 자기 영창 주문을 중얼거리며 시로가 무언가를 하는 모습에 아서가 놀란 눈으로 시로를 보았다.

 

 

" 시로, 그건 어떻게 한 거야? "

" 이건 어릴 적부터 할 수 있던 거였어. "

" 호오... "

 

 

아서가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시로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서는 시로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그가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창고에서의 일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 식사 시간이었던 모양인지 거실에는 후지무라와 사쿠라가 있었다.

아서를 처음 본 후지무라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 어머, 이 잘생긴 청년은 누구니? "

" 아까 봤는데 제대로 인사를 못 했어요. 반가워요, 세이버. "

" 뭐야, 사쿠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야? 시로가 이런 남자를 알고 있었다고? "

" 큼... 세이버, 이쪽은 후지무라 타이가. 가끔 놀러 오는 누나라고 생각하면 돼. "

 

 

요리를 하나씩 내주던 사쿠라는 웃으면서 아서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정작 아서는 사쿠라에게 답을 주진 않았다. 머쓱해진 사쿠라는 만들어진 음식을 하나씩 내오면서 몸을 돌렸다. 지켜보던 후지무라가 아서와 사쿠라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시로는 모든 사실을 후지무라와 사쿠라에게 말할 수 없었기에 아서를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당분간 같이 살게 되었다는 것까지만 알려주었다.

후지무라는 시로의 말에 웃으며 마시고 있던 물잔을 높게 치켜들었다.

 

 

" 당분간 세이버가 살게 되었어. "

" 잘생긴 남자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더 있다가 가도 돼! "

" 후지 누나, 그렇게 물잔 흔들면 쏟아. "

" 감사합니다. "

 

 

후지무라의 말에 아서가 웃으며 목인사를 하고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네 사람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영령화가 안 되던 아서였기에 차려진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서는 밥을 먹으며 맛있다고 말했다.

 

 

" 밥이 맛있네요. "

" 세이버, 먹을 만해? "

" 시로.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야. 맛있어. "

"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다. "

" 사쿠라의 밥은 정말 최고지! "

" 별거 아니에요. "

" ... 사쿠라, 새로운 모습을 보네. "

 

 

아서의 칭찬에 사쿠라가 수줍게 웃으며 별거 아니라고 답했다.

수줍어하는 사쿠라의 모습을 처음 본 시로는 사쿠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본다며 말하곤 밥을 먹었다. 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고 각자 돌아가게 되는데, 집에 남은 건 시로와 아서 뿐이었다.

시로는 아서를 재울 곳이 애매했기에 오늘은 자신의 방에서 같이 자기로 했다.

 

 

" 세이버, 미안. 다른 방은 먼지가 많을 거라... 내일 청소하고 안내해 줄게. "

" 괜찮아. 시로. "

" 그래도 같은 남자니까 상관없을 거야. "

" 고마워. "

 

 

시로는 어차피 같은 남자라 상관없다며 아서에게 이불을 안겨다 주었다.

아서는 시로에게서 이불을 받은 뒤 그의 방을 구경하며 신기하다는 듯 둘러보았다. 다음 날, 시로가 바쁘게 등교 준비를 했다.

하루 사이에 벌어진 수많은 일 때문에 피로가 쌓여서 늦잠을 잤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늦잠을 잔 적 없었던 시로였기에 그는 더욱 당황한 상태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로를 지켜보던 아서가 그의 뒤를 계속 쫓아다녔다.

시로가 전부 챙긴 뒤 신발을 신으려고 하는데 아서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천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을 시로에게 내밀었다.

 

 

" 이건...? "

" 새벽에 사쿠라의 도움을 받아 내가 도시락을 만들어 봤어. "

"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워. "

 

 

시로는 아서가 내미는 도시락이 뭔가 싶어 그를 보았다.

시로의 시선에 아서가 어색하게 웃으며 새벽에 자신이 만들었다고 답했다. 아서의 말에 놀란 시로가 고맙다고 말하며 도시락을 받았다.

천 보자기 너머로 맡아지는 따끈한 밥 냄새에 시로는 웃으며 아서를 보았다.

 

 

" 맛있겠다. 잘 먹을게. "

" 시로, 안 늦어? "

" 아, 맞다! 나 가볼게! "

 

 

시로의 미소에 아서도 마주 웃어주더니 그를 향해 늦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

시로는 뒤늦게 아차 싶었던 모양인지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건넨 뒤 다급하게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서는 집에서 시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시로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아서는 도장에 들러 만전 상태를 위한 수련을 하기로 했다.

진심으로 수련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버서커가 나타났을 때처럼 방어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생각에 투명한 검으로 선베기로 수련했다.

아서가 한참 수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시로는 교실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그때 친구인 잇세이가 다가오더니 시로에게 말을 걸었다.

 

 

" 오늘 점심도 학교에서 먹을 거냐? "

" ... 오늘은 도시락이야. "

" 뭐? 갑자기 도시락이라고? "

" 그럴 일이 있었어. "

" 그러면 옥상에서 먹자. 점심시간에 매장 좀 같이 가주라. "

" 그래. 나중에 보자. "

 

 

잇세이의 질문에 시로는 씩 웃으며 자신이 들고 온 도시락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당황한 잇세이가 갑자기 도시락이냐며 묻자, 시로는 그럴 일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잇세이의 말에 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되고 시로는 잇세이와 함께 매장에 들렀다.

잇세이가 먹을 밥을 고르고 옥상으로 올라온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시로가 도시락 뚜껑을 열자 하얀 밥 위에 장아찌 하나가 올라가 있었고, 그 옆에는 소시지와 계란말이, 과일 몇 개 그리고 고기완자가 있었다.

도시락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깔끔하고 정갈하게 되어있자, 시로도 놀라고 잇세이도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