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HL/드림/231211] 작은 이벤트가 열리게 되면

나비의 보관함 2025. 2. 5. 04:51


위리앙제와 빛전는 사귄 지 반년이 넘어섰다.

울티마 툴레로 떠나기 전날,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쉬어가기로 했던 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빛전와 위리앙제, 그리고 새벽의 동료들이 라스트 스탠드에서 쉬기로 했는데, 우연히도 술을 마시게 되었다.

모두가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야기의 화살이 위리앙제와 빛전에게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대답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빛전였다.

반면 술에 취한 위리앙제는 웅얼거리면서 동료들이 하는 질문에 전부 답을 해주었다.

 

 

" 빛전, 위리앙제. 너희 이제 사귄 지 반년이 넘었지? "

" 어, 어? 어... "

" 그렇습니다... 어느새 반년이 되었군요... "

 

 

동료들은 당황해서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는 빛전를 제치고 위리앙제를 보았다.

위리앙제에게 술을 마시게 하면 질문하는 건 전부 답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동료들이 위리앙제에게만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다.

산크레드가 위리앙제에게 술잔 하나를 쥐여주면서 장난스러운 질문을 남겼다.

 

 

" 너네 사귄 지 반년이 넘어가는데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

" 무무무무무슨... 소소소소리를 하하하십니까... "

" ... "

" 우우우리는 지지지진지합니다. 지지지진도를 왜 나나나가겠습니까. "

" 허... 이거 진짜야? "

" ... 정말이야? 빛전. "

" ... 애석하게도 정말이야. 아직 진도 아무것도 안 나갔어. "

" 손잡는 거라던가 키스라던가? 정말로 안 했어? "

 

 

산크레드의 질문에 위리앙제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말에 모든 동료의 시선이 빛전에게로 향했다. 그저 묵묵하게 침묵을 유지하며 지켜보기만 하던 야슈톨라가 빛전에게 정말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하다 못 한 빛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위리앙제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답하자 산크레드가 놀라면서 되려 물어보았다. 산크레드의 질문에도 빛전는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리앙제는 술에 취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저들끼리 모여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 어떻게 사귄 지 반년이 넘었는데 키스조차 못 할 수 있는 거지? "

" 뭐... 사람마다 다르니까. "

" 아무리 그래도. "

" 나는 저 커플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 "

" 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 일세. "

" 어머, 저도 찬성이에요. "

 

 

동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들은 저 두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말했다. 서로 말이 통한다는 걸 깨달은 동료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위리앙제와 빛전가 듣지 못하도록 바짝 붙어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빛전는 동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녀의 곁에 있는 위리앙제는 완전 술에 취해서 빛전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빛전는 위리앙제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오자 얼굴을 빨갛게 익혔다. 너무 놀란 빛전가 연거푸 술을 들이켜 마셨고, 너무 마신 탓에 그만 뒤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사이좋게 바닥에 누워 잠이 든 두 사람을 보며 동료들이 사악하게 웃었다. 

 

 

" 그래, 계획대로 해보자고. "

" 가보자고~! "

" 일단 먼저... "

 

 

잠들어 있는 두 사람에게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

.

.

잠에서 깨어난 빛전는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숙취 탓에 힘겨워 보였다. 빛전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녀에게 어딘가 익숙한 곳이었다. 

 

 

" 하...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익숙한 샬레이안의 여관 같아 보였다.

그러다 침대 옆자리에 누워 있는 위리앙제를 발견했다. 빛전는 곤히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빤히 보았다. 그가 잠든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빛전는 열심히 위리앙제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험난한 모험을 하면서 항상 곁을 지켜줬던 그의 얼굴을 이제서야 자세히 보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다. 위리앙제는 빛전가 쳐다보는 시선에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창밖을 보던 빛전는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여기가 샬레이안의 여관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데, 문이 밖에서 잠그도록 되어 있었다. 

 

 

" 어...? 이게 무슨 일이지? 문이 왜... "

 

 

아무리 문 고리를 잡아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었던 빛전는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낯선 종이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는데 편지 두 장이었다. 

한 장은 【키스하기 전까지는 못 나가는 방】이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편지에는 동료들이 정신없이 써놓은 안부들이 적혀 있었다. 

편지 속에서 동료들은 정확하게 빛전를 부르고 있었다. 

 

 

' 위리앙제와 키스를 못 해봤다고 하길래 준비한 이벤트야! '

' 제대로 즐겨보길 바라요, 빛전! '

' 키스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게 되어 있네. 힘을 내게. '

 

 

이어지는 동료들의 말에도 빛전는 아직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허탈하게 편지를 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위리앙제가 잠에서 깨어났다. 위리앙제로 빛전처럼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으면서 일어났다. 

눈을 뜬 위리앙제는 가장 먼저 빛전를 발견했다. 

 

 

" 빛전?? 빛전, 여긴... 아무리 봐도 샬레이안 여관이군요. "

" 그렇죠. 아무리 봐도 샬레이안 여관이네요. 괜찮으십니까? "

" 아... 죄죄죄송합니다. "

 

 

주변을 둘러보던 위리앙제는 누가 봐도 샬레이안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일어나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리고 말았다. 휘청거리는 위리앙제의 곁에 있던 빛전가 그를 부축해 주었다. 위리앙제가 다시 침대에 앉았는데, 빛전의 손에 쥐어져 있던 편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위리앙제의 질문에 빛전는 조용히 편지를 내밀어서 보여주었다. 

 

 

" 그건 뭔가요? "

" 아... "

" 이이이게... "

 

 

빛전가 내민 편지를 읽어보던 위리앙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간 문어처럼 익어가기 시작했다. 

위리앙제는 편지를 침대 위로 올려두고 일어났다. 그는 문을 열어보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강한 힘에 문이 덜컹거리긴 했지만 전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빛전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내가 이미 해봤는데 안 열렸어. "

" 이런... "

 

 

빛전가 위리앙제를 보았다.

그는 단둘이 있는 상황만으로 이미 귀까지 붉어진 상태였다. 빛전가 위리앙제의 뒤로 가서 슬쩍 그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위리앙제가 심하게 움찔거렸다. 

심지어 덜덜 떨기까지 했다. 

빛전는 위리앙제의 반응에 흥미를 느꼈다. 위리앙제가 결심한 듯 몸을 돌리고 빛전를 내려다보았다. 용기를 내서 빛전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빛전는 장난을 여기까지만 할까, 하다가 위리앙제가 뺨에 입을 맞춰오자 오히려 벙찌고 말았다. 

그녀도 덩달아 위리앙제처럼 얼굴이 붉어져선 당황해하고 있었다. 뒤로 주춤 물러나려고 할 때, 위리앙제가 빛전의 어깨를 붙잡고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둘러 받쳤다. 

확 당기자 빛전는 그대로 힘없이 끌려가 위리앙제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 위, 위리앙제? "

" 이건... 그러니까... "

 

 

위리앙제는 자신을 불러오는 빛전의 목소리에 별다른 변명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짧게 맞추었다. 

벙쪄있는 빛전의 모습을 보다가 다시 용기를 냈다. 

위리앙제는 가만히 빛전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녀의 명랑하고 낙천적인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 긴장이 풀리기도 했다. 지금도 그 느낌을 원하기에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며 당황스러워하는 빛전를 보며 위리앙제는 더 긴장하고 말았다. 

위리앙제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갔다. 빛전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단단한 팔이 더 굳어졌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잔뜩 긴장한 위리앙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위리앙제... 괜찮아? "

" 괘괘괘괜찮습니다. "

 

 

괜찮냐는 빛전의 말에 위리앙제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말과는 달리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리앙제는 다시 용기를 내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입술이 완전히 맞물리도록 고개를 살짝 돌리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위리앙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놀라 벌어진 빛전의 입술 틈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입안에서 혀를 섞어대면서 농후하게 키스를 이어갔다. 

점점 길어지면서 짙어지는 입맞춤에 빛전가 정신을 못 차렸다. 

빛전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는데 그걸 위리앙제가 붙잡아주었다. 빛전의 손이 자연스럽게 위리앙제의 어깨에 둘러졌다. 

두 사람은 계속 키스를 이어갔다. 

 

 

" 이런 분위기에서 첫키스를 하게 되다니, 웃긴다. 그치? "

"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 조금 더 진지한 분위기이길 바랐습니다. "

" 어쩔 수 없잖아. 못 나가는걸. "

" 그렇네요. "

 

 

 

쪽쪽, 길었던 키스가 끝나고 두 사람은 입술을 잠시 떼어낸 뒤 서로를 바라보았다. 

빛전가 짙은 숨을 내뱉으면서 위리앙제를 보고 말했다. 상황이 웃긴 건지 자신도 모르게 살풋 웃고 말았다. 위리앙제의 시선도 빛전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다가 짧게 몇 번 입을 맞추었다.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서로 웃겼던 모양인지 웃음이 터져버렸다.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보면서 웃기만 했다. 

 

 

" 위리앙제... "

" 빛전. "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은 방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위리앙제와 빛전는 자신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동료들을 찾으러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라스트 스탠드에서 아직까지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놀고 있던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위리앙제와 빛전의 등장에 동료들이 술잔을 들어 보이며 외쳤다. 

 

 

" 오, 위리앙제! 빛전! 드디어 나왔네! "

" 어머, 그렇다면... 축하해야겠네요. "

" 축하하네! "

" 그래서 했어? 했어?? "

" 부끄럽게 왜 그랬어? "

" 우린 너네가 오래 갔으면 좋겠으니까... "

" ... 고마워. "

" 뭐라고~? "

 

 

축하한다며 외치던 동료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을 보고 키스를 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위리앙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고, 빛전는 동료들을 보기만 했다. 빛전가 부끄럽게 왜 그랬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답이 의외였다. 

동료들이 입을 모아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빛전는 부끄러워하면서 고맙다고 작게 속삭였다. 동료들은 장난치면서 빛전를 놀렸다. 

빛전는 악기를 꺼내 연주하면서 동료들을 향해 고맙다고 화답했다. 

위리앙제는 빛전가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개를 숙여 빛전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웃어주었다. 

 

 

" 어, 어? "

" 하하하... "

" 어? 뭐야! 이제 키스 정도는 한다고 대놓고 보여주는 거야?! "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빛전가 위리앙제를 보고서 얼굴을 붉혔다. 

지켜보던 동료들이 휘파람을 불며 더 열성적으로 두 사람을 지지했다. 술잔을 들고 아까보다 더 왁자지껄하게 놀기 시작했다. 위리앙제가 앞에 있던 술잔을 드니까 곁에 있던 빛전가 술잔을 빼앗아 도로 내려두었다. 

 

 

" 위리앙제는 술 마시지 마. "

" 정말... 안 됩니까? "

" 그런 모습을 보여도 안 되는 건 안 돼. "

" 한 잔 정도는 줘라! "

" ... 하, 딱 한 잔만 마셔. "

 

 

빛전는 위리앙제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렸다. 

그러자 위리앙제는 눈에 띄게 시무룩한 모습으로 빛전를 보았다. 빛전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동료들이 곁에서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 잔 정도는 주라면서 위리앙제를 응원하기도 했다. 

계속 자신을 보는 시선에 빛전는 결국 졌다는 듯 딱 한 잔만 마시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빛전의 허락에 위리앙제가 웃으며 한 잔을 받들고 마셨다. 

동료들도 위리앙제와 함께 술잔을 들어 올렸다. 

 

 

" 위리앙제와 빛전를 위하여! "

" 위하여! "

 

 

동료들은 두 사람이 함께 하길 바라며 다들 단 번에 원샷을 했다. 

그걸 지켜보던 위리앙제 역시 원샷을 했고, 그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빛전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