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총웨와 아미야, 켈시를 데리고서 함께 전투를 나갔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앞에 나가 있던 모두가 고전하고 있던 때, 총웨는 불안한 기운에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았다. 새파란 하늘 위에는 드론 하나가 떠 있었다.
그 드론은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총웨는 어째서인지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들었고, 드론을 자세히 보는 순간 그 불안감이 어디에서 온 건지 바로 알아차렸다.
드론 아래에는 폭발물이 달려 있었고, 그 드론은 점점 박사를 향해 날아갔다.
총웨가 급하게 발걸음을 돌려 박사를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 박사! 피해라...!! "
" 어, 어? "
하지만 박사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드론과 다급히 외치는 총웨의 목소리에 놀란 나머지 움직이질 못했다. 마치 발이 바닥에 뿌리를 내린 듯 말을 듣지 않았다.
점점 다가오는 드론에 두 눈을 질끈 감는 게 최선이었다.
총웨는 눈을 감아버리는 박사의 모습에 혼신을 다해 달려갔다. 다행히도 드론이 박사에게로 와 터지기 직전에 총웨가 타이밍 좋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총웨는 드론의 폭발을 견디려는 듯 그대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날아오던 드론이 총웨와 박사를 향해 달려들더니 그대로 쾅 하고 터져버렸다. 큰 소리와 함께 총웨와 박사가 있었던 곳이 터졌다.
콰광!!!
큰 폭발로 인해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주변을 덮었다.
연기가 자욱하면 앞뒤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앞에 있었던 아미야와 켈시가 놀라며 전투를 끝내고 다급하게 달려왔다.
연기가 걷히기 전까지는 두 사람의 생사를 알기 힘들었다.
" 박사... 박사님...!! "" 어, 어떻게... 드론이 폭발을... "" 으윽...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연기가 가라앉자, 두 사람의 인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난 곳 옆으로 아슬하게 피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총웨가 제대로 감싼 덕분인지 폭발을 직격으로 맞은 사람은 아무래도 총웨인 듯했다.
연기가 완전히 가라앉자, 아미야와 켈시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박사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는 두 사람의 표정이 많이 안 좋았다. 그 이유는 가장 먼저 보인 총웨의 상태 때문이었다.
총웨를 발견한 아미야가 그의 등 상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뒤늦게 확인한 켈시가 놀란 나머지 입을 틀어막으며 주춤 물러섰다. 그들이 확인한 총웨의 등은 일반인이라면 즉사에 해당할 법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 흡...!! 이, 이건... "
" 상태가... "
" 윽... "
켈시가 다급하게 스킬을 쓰며 총웨의 부상을 치료하기에 나섰다.
그녀의 치료 덕분인지 미동도 없던 총웨가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총웨는 눈을 떴고, 곧바로 박사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총웨가 아무리 불러도 박사는 미동조차 없었다.
총웨는 폭발에도 멀쩡했던 반면에 박사는 폭발의 여파인지 기절했기 때문에 답을 주지 못했다. 그는 박사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살펴보았다. 안색이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린 채 눈을 감고 있는 박사의 상태에 놀란 건 비단 총웨뿐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미야와 켈시 또한 일어나지 않는 박사에 놀랐다.
총웨는 두 사람보다 더 놀란 상태였다. 분명 자신이 온몸으로 그녀를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책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 귀공... 귀공? 일어나 보게. 전투는 끝났다네. "
" ... "
" ... 박사의 몸을 너무 흔들지 마. "
" 귀공을 깨워야 하지 않겠나. "
" 지금은 일단 최대한 안 거드는 게 좋아. 상처를 어디에 입었는지 모르니까. "
" ... 하... "
두 사람이 총웨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표정이 흔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표정이었다. 총웨는 파르르 떨리는 손길로 조심스럽게 박사의 뺨을 만지며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박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총웨가 박사의 몸을 흔들어 보다가 그녀의 목뒤로 팔을 받치고 안았다. 그렇지만 박사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말았다.
총웨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던 두 사람을 보았다.
" 응급조치해야 하는 게 아닌가? "
" ... 그게... 지금 당장 박사에게 할 수 있는 건 없어. "
" ... 귀공... "
응급조치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총웨의 말에 켈시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조금 옅어진 그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알아차렸지만, 그녀가 내뱉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에 총웨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박사를 보았다.
박사의 안색은 여전했기에 그의 걱정은 더더욱 커졌다.
총웨는 기절한 박사를 안아 들고서 다급하게 로도스 아일랜드로 돌아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박사를 의료실 침대에 눕히고 따라 들어온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 지금 당장 귀공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전부 불러오도록 하게나. "
" 네, 네! "
" 그러도록 할게. "
" 분명 내가 지켰는데 귀공이 기절한 뒤로 일어나질 않고 있다네. "
진중하면서도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총웨의 목소리에 아미야와 켈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박사가 눈을 뜨는 것이 세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총웨의 말에 아미야와 켈시가 치료할 수 있는 인원을 찾기 위해 건물 안을 돌아다녔다.
켈시는 총웨를 치료하기 위해 스킬을 써버린 탓에 박사에게 쓰지 못해 아쉬웠다.
총웨는 자신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박사가 깨어나길 그녀의 곁에서 지켜야만 했으니까. 그는 박사의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하염없이 박사를 보았다.
박사가 무사히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짧고 간결한 기도까지 하게 할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점은 아까 현장에서 박사의 안색은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린 상태였는데, 지금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 같아서.
" ... - "
총웨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박사의 진명을 불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사가 일어나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무사히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안색이 아까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마냥 안도하고 있을 순 없었다.
아직 박사가 눈을 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총웨는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의료실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료에 대한 지식이 민간 지식뿐이었던 탓에 마땅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총웨는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 이럴 줄 알았더라면 조금이라도 지식을 쌓아둘 걸 그랬군. "
" 박사님...!! "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땀을 잔뜩 흘린 아미야였다. 아미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총웨를 보았다. 눈동자를 굴려 침대에 누워있는 박사도 보았다. 아직 박사는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고, 아미야는 자신이 데려온 사람을 이끌고 박사에게 다가갔다.
아미야가 데려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안셀이었다.
안셀은 박사의 상태를 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총웨와 아미야를 보며 말했다.
" 대체 뭘 했길래 박사가 기절한 거예요?! "
" 그, 그게... "
" ... "
안셀은 두 사람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아미야와 총웨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건 핑계거나 변명일 테고,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박사를 지켜내지 못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으로 힘들어했다.
아미야는 박사를 걱정했고, 총웨는 걱정과 더불어 그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힘들어했다. 안셀은 박사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상체를 숙여 그녀의 심장께에 귀를 가져다 댔다.
다행히도 심장박동은 안정적으로 들려왔다.
총웨는 안셀의 행동에 주먹을 꽉 쥔 채 지켜보기만 했다.
안셀은 고개를 들더니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박사님의 심박수는 정상이네요. "
" 그런가? "
" 네, 심박수에 이상이 있으면 큰일이니까요. "
" 그러면 귀공은 언제 깨어날 수 있겠나? "
" 음... 그건 알 수 없어요. "
" ... "
" 박사님이 이렇게 되신 이유가 뭐죠? "
" ... "
" 그게, 우리가 전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드론이 나타났어요. 그걸 가장 먼저 발견했던 총웨 씨가 박사님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달려가서 보호했고요. 그다음에 드론이 터졌고, 먼지가 자욱해서 상태를 확인하기 힘들었는데... "
" 그리고요? "
" 먼지가 걷히고 나서 확인하니 총웨 씨가 생각보다 크게 다쳐서 켈시 선생님이 치료해 주셨어요. 그다음에 박사님을 봤는데... 기절하셨더라고요. "
" 하... 박사님은 지금 그 폭발의 후유증으로 기절하신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상태가 꽤 나아진 거고요. 치료할 필요는 없는데, 곁에서 항상 상태를 봐줄 사람이 필요해요. "
" 그건 내가 하겠네. ...내가 귀공을 기다리겠네. "
안셀의 말에 총웨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듣던 아미야는 안도한 듯 짧게 숨을 내뱉었다. 총웨가 진지한 목소리로 안셀에게 물어보았다. 안셀은 박사가 기절한 이유를 물었고, 총웨는 입을 꾹 다물어 답을 피했다.
마치 그녀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말하지 않는 총웨 대신 곁에 있던 아미야가 입을 열어 안셀에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은 점점 길어져 갔고, 그런 도중에도 총웨는 박사를 살폈다. 모든 설명을 들은 안셀이 박사를 보며 이어 말했다. 그녀의 곁을 지켜주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총웨가 입을 열었다.
심각한 총웨의 표정에 그 누구도 나서서 자신이 곁에 있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총웨의 심경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웨는 직접 몸을 던져 지키기까지 했는데, 제대로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으니까.
" 그러면 그렇게 알고... 가보겠습니다. "
" 수고했네. "
" 총웨 씨, 박사님... 잘 부탁드려요. 박사님이 깨어나시면 바로 말씀 주세요. "
" 그렇게 하겠네. "
가장 먼저 안셀이 인사를 건네며 의료실을 나갔다.
급격하게 조용해진 의료실 안에서 버티기 힘들었던 아미야는 총웨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박사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모두가 나가고 나니 병실은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홀로 남겨진 총웨는 박사를 보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했다.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기절해 있는 박사를 보는 무거운 마음이 겹쳐서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그녀일 테지만.
지금은 그나마 박사가 잠든 것처럼 보여서 안심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
.
.
박사는 정말로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비록 충격으로 인해 기절하긴 했지만, 지금은 잠에 빠져든 것이었다. 그녀가 잠든 건 그간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깊게 잠들지 못했던 탓이 컸다.
새까만 어둠이 박사를 감싸듯 주변을 가득 채웠다.
박사는 주변이 어두웠지만, 거기서 포근함을 느꼈다.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안도감에 잠겨 잠을 자고 있었던 거였다.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늪에 잠기는 듯 점점 잠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총웨만 그저 박사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 미안하네, 귀공... 내가,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
" ... "
총웨는 잠들어 있는 박사를 보며 진심을 고백했다.
기절한 그녀를 발견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느끼고 있던 감정을 털어놓았다. 막상 그 감정을 박사가 듣거나 느끼진 못했지만, 총웨의 고백은 계속되었다.
박사는 생각보다 금방 깨어나질 못했다.
사고가 있던 날로부터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총웨는 박사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잠시의 쉬는 시간도 없었고, 식사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총웨는 여전히 의료실에서 박사를 보살피고 있었고, 보살피는 거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대로 된 밥을 먹기도 힘들었다.
총웨의 입장에서는 아예 안 먹은 편에 가까웠지만.
대부분이 그저 박사를 지켜보고 있거나 그녀의 잠자리가 힘들지 않도록 한 번씩 자세를 바꿔주는 일이 전부였지만 총웨는 힘든 내색을 한 번도 내지 않았다.
" ... 그렇게 버티다간 분명 총웨 씨도 쓰러질 거예요. "
" ... 상관없네. "
" 제발 부탁드릴게요. 밥 좀 먹고 오세요. 무작정 버티고만 있으면 분명 박사님도 안 좋아하실 거예요. "
" ... "
총웨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아미야가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고 한 마디 내뱉었다.
부탁이라며 애원하듯이 말하는 아미야의 말이 의료실에 울려 퍼졌다.
총웨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들린 말에 결국 밥을 먹기로 했다. 그의 입장에서 그 말이 날카로운 가시 같았다.
박사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를 떠올렸다.
만약 밥도 안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박사의 표정이 뇌리에 박혔다. 그래서 아미야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총웨의 모습에 아미야는 켈시를 불렀다.
" ... 무슨 일이야? "
" 켈시 선생님. 총웨 씨가 잠시 밥 먹고 오는 동안 박사님을 부탁드려요. "
" 그래,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
" ... 잘 부탁하네. "
총웨는 결국 켈시에게 박사를 맡긴 뒤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하긴 했지만, 마치 온 정신은 다른 곳으로 가 있는 듯했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고 있지만 박사가 신경 쓰여서 제대로 먹고 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였다.
온 정신과 신경이 의료실에 있는 박사에게로 향한 기분이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퍼도 박사는 잠든 탓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일 텐데, 그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밥을 입에 넣기 전에 한 번씩 한숨을 푹 내쉬고 먹었다.
" 총웨 씨, 박사님 이야기는 들었어요. 아직... 인 거죠? "
" 그렇다네. "
" 박사의 상태는 어때? "
" 처음보단 나아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일세. "
밥을 먹던 총웨의 근처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총웨에게 박사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총웨는 먹던 숟가락을 내려두고서 들려오는 질문에 하나씩 답을 해주었다.
모두 답해주니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그들은 총웨가 지금 박사의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 대답을 듣고서 수긍한 것이었다. 홀로 남겨진 총웨는 남은 음식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남겨진 음식을 버리고 다시 박사에게로 돌아갔다.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켈시가 박사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녹색빛이 박사의 몸을 감쌌다. 켈시가 스킬을 쓰고 있는 듯했다. 총웨는 문을 열고 들어와 멍하니 박사를 보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안색이 편안해졌다고 느껴지는 모습에 큰 안도감을 느꼈다.
치료를 끝낸 켈시에게 다가가 말했다.
" 이제 내가 있겠네. 수고했군. "
" ... 하, 그래. 알았어.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할게. "
총웨는 켈시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켈시가 식은땀을 닦아내면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자 침대 곁에 있던 의자에 총웨가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켈시가 짧게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총웨는 켈시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박사를 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박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안색이 좋아져서 다행이네. "
" ... "
" 얼른 일어나기만 해주게. 아직 나는 귀공의 휴일을 받지 못했다네. "
총웨의 목소리가 박사에게 닿았던 건지 박사가 잠결에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 총웨는 자신도 모르게 박사를 따라 웃었다. 얼른 일어나기만 해달라며 부탁하는 듯 말을 이어갔다.
총웨는 속에서부터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눈에 힘을 주었다.
힘을 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흰자위에 붉은 핏줄이 올라올 정도로 힘을 강하게 주었다.
총웨의 손길이 박사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그 휴일에 할 게 많으니 일어나기만 해주면 되네. "
" ... "
총웨가 박사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떠난 줄 알았던 켈시가 물 한 바가지를 들고서 다시 돌아온 거였다. 그런데 총웨가 박사에게 속삭이는 말소리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 서 있었던 거였다. 켈시는 대화가 끝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침대 옆에 있는 탁상 위로 바가지를 올렸다.
힐끗 총웨를 보다가 몸을 돌려 찬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찬장을 열어 깨끗한 수건을 꺼냈다. 수건을 적신 뒤 짜내더니 박사의 이마에 올리면서 말했다. 그녀의 표정에도 박사를 향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 아까 보니까 박사가 가끔 열이 올라올 때가 있었어. "
" ... "
"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둘 테니 나중에 식으면 다시 물에 적셔서 올려두면 돼. 가능하지? "
" 그렇게 하지. "
이어지는 켈시의 말에 총웨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다시 켈시가 가버리자 홀로 남은 총웨가 박사를 보면서 정성으로 돌보기 시작했다. 혹여나 박사가 또 열이 오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그녀의 몸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만약 박사의 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알아차리기 위해서였다.
조금이라도 열이 오르면 바로 물수건을 갈아주거나 그녀가 목이 마를까 싶어 다른 수건으로 물을 적셔 입술을 톡톡 두들겨주며 수분을 보충해 주었다. 총웨는 그저 하염없이 박사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
.
.
박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겨우 눈을 떴다.
그녀는 두 눈을 느리게 끔뻑거리다가 주변이 온통 새까맣게 변해있는 걸 발견했다. 아무도 없이 홀로 어둠 속에 있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박사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황이 바뀌면 누구든 불안해야 하기 마련일 텐데, 그녀는 전혀 그런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둠 속에서 멍하니 무작정 걷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고 또 그립고 좋아하는 목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총웨였다.
[ - ]
" 어...? 총웨 씨...? "
박사가 총웨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 이제까지 총웨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인사를 건네오는 총웨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던 그때도 떠올랐다.
총웨가 다른 누군가의 기일에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그의 생일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그 대신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 날도 스쳐 지나갔다. 박사는 그 모든 시간을 보며 새로이 깨달았다.
자신은 총웨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고.
그때 총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나는 아직 귀공의 휴일을 받지 못했다네. ]
" ... 아...! "
씁쓸해 보이는 그의 목소리가 박사의 심장을 꿰뚫듯 들어왔다.
박사가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총웨는 여전히 자책 중이었다. 자신이 몸을 던져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사를 보며 입술을 짓물었다. 총웨가 박사를 돌보기 시작한 지 이틀째를 넘어가던 날이었다.
이토록이나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한 적 없었는데.
지금은 간절하기만 했다. 박사가 아무런 문제 없이, 아프지 않고 멀쩡하게 눈을 떠주기만을 기다렸다.
" -... "
총웨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까부터 계속 같은 생각에만 잠겨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차라리 전투하다가 드론을 발견했을 때, 바로 없앴더라면.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지만 이미 현실은 박사가 기절해서 침상에 누운 상태였다.
뒤늦은 후회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꾸 머릿속으로 박사를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는 게 강박관념처럼 남아버린 이후였다. 그렇게 후회와 자책을 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꼬박 삼일이라는 시간 동안 잠들지 못했던 총웨가 박사를 돌보다가 잠시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가 의도해서 잠들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삼 일간 잠들지 못한 탓에 견디다 못해 거의 기절 잠을 자는 것과 같았다. 그는 꿈에서조차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고 있었다.
[ 그렇게 해선 그녀를 구할 수 없어. ]
누군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듯 말을 걸어왔다.
총웨는 그 목소리에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 목소리조차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삼 일 전, 그녀가 기절하기 전의 상황과 똑같은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웨는 위기에 놓인 박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드론을 파괴했다. 큰 굉음과 함께 큰 폭발이 총웨를 덮쳤다.
[ 그게 아니지, 너는 그때 그렇게 구하지 않았잖나. ]
" 뭐...? "
총웨가 드론을 처리한 뒤 박사는 기절하지 않고 그의 앞에서 웃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치 경고하는 듯 그에게 말했다.
총웨가 되물어보는 순간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총웨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내 자신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앉아서 잔 탓인지 아니면 며칠간 제대로 된 잠을 청하지 않아서인지 피로가 느껴져서였다.
기억나지 않는 꿈을 떠올리지 않기로 한 그는 고개를 들어 박사를 살폈다.
그때 박사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더니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박사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천장이 보이자, 눈동자를 굴렸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이 있는 곳이 의료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 ... 총웨 씨...? "
" ... 귀공? "
박사가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서 막 잠에서 깨어난 총웨를 발견했다.
박사는 자신도 모르게 후후, 옅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 웃음에 총웨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박사를 보았다.
그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박사의 상태를 확인했다.
깨어난 박사의 모습에 총웨가 놀란 눈이 되어 물어보았다. 총웨의 질문에 박사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 귀공, 괜찮은 건가? "
" ... 네, 괜찮아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총웨 씨. "
" ... 나는... 귀공을 구하지 못했다네. 결국 그대가 기절했으니... "
" 아니예요. 총웨 씨가 아니었으면 저는 여기에 없었을 수도 있었어요. 오히려 구해줘서 정말 고마운 건 저라고요. "
" ... 귀공... "
박사가 힘겨워하는 모습에 총웨가 입술을 꽉 다물었다가 열었다.
감정이 한껏 억눌린 듯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총웨는 자신이 박사를 구하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있었다.
박사는 총웨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단호하게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고맙다며 생명의 은인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담았다. 박사의 말에 총웨는 그간 자신이 자책하며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눈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는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총웨는 몸을 일으켜 박사에게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 귀공이 그런 말을 해줘서 정말 고맙네. "
" 별거 아니에요. "
박사의 말 덕분인지 총웨는 한결 속이 편해진 기분이었다.
지난 삼 일간 상당히 고민에 휩싸이고 자책하기도 했고, 죄책감에 쉬이 잠들지도 못했다. 그런데 박사가 해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고맙다고 말하는 총웨의 목소리에 박사도 웃었다.
그녀는 조금 숨이 막혀오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시간이 지나 박사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모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달려왔던 모양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특히 아미야랑 켈시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가장 빠르게 도착했기에 더욱 힘겨워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도착하자마자 박사에게 달려들 듯이 안겼다.
아미야는 이미 울고 있었고, 켈시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 어, 어? 진정해, 두 사람 다. "
" 으흑... 바, 박사님...!! 깨어나셔서 다행이에요...!! "
" 박사... 아픈 곳은 없어? "
" 이제 정말 괜찮아. 울지 말고. "
" 크흠... 귀공은 아직 몸 상태가 회복된 게 아니니 너무 그러지 마시게. 자칫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으니. "
" 흑, 흐엉... 박사님... "
두 사람이 울기 시작하자 박사는 크게 당황했다.
박사가 다급하게 울지 말라며 두 사람을 달래어 보지만 그럴수록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박사가 더 크게 당황했고, 보다 못한 총웨가 달라붙은 두 사람을 떼어내 주었다.
그러곤 지금의 박사는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아미야와 켈시를 다그쳤다.
그러자 두 사람이 크게 시무룩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총웨의 말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총웨가 풀어주었다.
두 사람은 박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수긍했다.
아미야와 켈시가 떠나기 전 박사를 보며 인사했다. 특히 아미야가 박사를 보며 당부하듯이 말했다.
" 박사님, 꼭 나으셔야 해요! 그동안 일은 저에게 맡기시고 푹 쉬세요. 아셨죠? "
" 잘 부탁할게. 빨리 나아서 갈 테니까 그동안만 잘 부탁해. "
" ... 빨리 나을 생각하지 마시고 충분히 쉬어! "
아미야가 푹 쉬라는 말에 박사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지켜보던 켈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빨리 나을 생각보다 충분히 쉬는 게 좋다고.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가고 의료실에 남은 건 박사와 총웨 뿐이었다.
그 두 사람이 의료실을 나설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고 있던 박사는 둘의 모습이 안 보이고 나서야 손을 내리고 총웨를 보았다.
" 많이 기다렸어요? "
" ... 긴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별거 아니었네.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어. "
" ... "
" 흠, 열은 없는데. "
" 그, 이번에 받은 휴일은 저를 위해 기다려준 총웨 씨를 위해 쓸게요. "
" 그러지 말고 더 쉬어도 된다네. 지금이 아니더라도 시간은 언제든지 있으니 말일세. "
" 제가 지금 그러고 싶어요. "
많이 기다렸냐는 박사의 말에 총웨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박사를 한참이나 말없이 보고 있던 총웨가 살포시 웃더니 그녀의 말에 답을 해주었다. 많이 보고 있었다고 말하자 박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총웨는 빨갛게 달아오른 박사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려 온도 확인까지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열은 없었다. 총웨는 자신의 손 온도가 이상한 건가 싶어 다른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려 보았다.
총웨가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박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총웨의 시선은 박사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걱정된다는 듯 말을 이어가자,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더니 자신이 그러고 싶은 거라며 총웨의 팔을 살포시 잡았다.
" ... 크흠, 그러면 뭐 하고 싶은 건가? "
" 음... 총웨 씨가 좋아할 만한 걸 하도록 해요. "
" 그러면 우선 빈 속일 테니 뭐라도 먹고 시작하도록 하게나. "
" 그럴까요? "
총웨는 자신의 팔을 붙잡아오는 손길을 보다가 시선을 올려 박사를 보았다.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그는 제대로 거절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총웨는 마른기침하며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고민하던 박사가 어깨를 으쓱이며 총웨에게 선택지를 넘겨버렸다. 총웨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녀가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을 말했다. 삼 일간 잠든 탓에 그 무엇도 먹지 못한 그녀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 말에 박사가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소를 바꾸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총웨가 다급하게 그녀를 말렸다.
" 내려오지 말게나, 귀공. 여기서 해결해도 괜찮으니. "
" 네? 여기서요? "
" 그래. 잠시만 기다리게. "
" ?? "
총웨의 말에 침대에서 내려오려던 박사의 행동이 멈추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총웨를 보고 있으니, 총웨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비웠다. 얼마 안 가 식당에서 들고 온 건지 죽 한 그릇을 들고 왔다.
그 모습에 박사가 다시 일어나려고 했으나 총웨가 말렸다.
" 그냥 그대로 있게나. "
" ... "
" 아픈데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도록. 비록 충격 때문이라고는 하나 몸에 무리가 가면 안 되네. "
" 네... 알겠어요. "
" 귀공은 방금 깨어났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하게. "
" 그렇네요. 저 방금 일어났죠...? "
총웨가 그대로 있으라는 말을 하자 박사가 굳어선 다시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시무룩해진 박사의 모습에 총웨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꺼냈다.
콕 집어 말해주자, 박사는 뒤늦게 깨달은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박사는 총웨의 말에도 굳이 덧붙여 말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웨는 박사가 알겠다고 하는 말에 안심했다.
탁상 위에 있던 물 바구니를 치우고 그 위에 죽을 올려두었다. 그러곤 그녀가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아, 하게나. "
" 네, 네? 제... 제가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
" 아니, 내가 도와줄 수 있게 해주면 좋겠네. "
" ... 아~ "
총웨가 박사의 곁에 앉더니 죽을 들어 숟가락으로 펐다.
후후, 뜨거운 김이 나는 죽을 식히기 위해 불어준 뒤 박사에게로 내밀었다. 박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손사래까지 치며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총웨의 말에 그녀의 거절은 거기서 끝났다.
박사는 입을 벌려 자신의 앞에 있는 죽을 먹었다. 따뜻한 죽이 속으로 들어가자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 혹시...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나요? "
" ... 삼 일 동안 누워있었다네. "
" 삼일이나요? 그렇게나 누워있었어요? "
" 그렇다네. "
" 그, 그럼, 이제까지 밀린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
" 걱정하지 말게나. 귀공의 일을 도와 줄 사람은 많다네. 밀린 것들은 전부 아미야가 처리하기도 했고. "
" ... 아미야에게 너무 미안하네요. 제가 없어서 아주 바빴겠어요. "
" 오히려 그녀는 귀공을 도와줄 수 있어서 기분 좋아 보였던데? "
" 그래요? "
총웨가 주는 죽을 계속 받아먹던 박사가 그를 보며 물어보았다.
얼마나 누워있었냐는 말에 총웨가 삼 일간 누워있었다고 답했다. 그 말에 박사는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밀린 일은 어떻게 되었냐며 다급하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러자 총웨가 다시 죽을 퍼 박사의 입에 넣어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아미야가 밀린 일을 전부 처리했다고 말하며 박사의 입가까지 닦아주었다.
총웨의 말에 진정한 박사가 자신의 손을 만지며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책하는 듯이 박사가 말하자 총웨는 그녀를 달래듯 사실을 전했다.
박사는 그의 말에 안도하며 싱긋 웃고는 다시 죽을 받아먹었다. 총웨는 박사가 죽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내자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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