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것보다 좋아 보이자 당황한 잇세이가 입을 열었다.
" 이건 절대 에미야의 솜씨가 아닐 텐데?! "
" 훗... "" 누가 해준 거야? 여자 친구냐? 내가 모르는 여자 친구가 있는 거야?! "
" 아니, 그런 거 아니야. "
" 허... 뭐지? "
" 잘 먹겠습니다. "
도시락의 퀄리티에 놀란 잇세이가 시로와 도시락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여자 친구냐는 잇세이의 말에 시로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젓가락을 들더니 합장하더니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시로는 계란말이와 고기완자, 소시지가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놀랐다.
잇세이도 시로의 도시락을 먹어보더니 심각하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 역시 이건 에미야가 만든 게 아니야. "
" 하하... "
" 에미야가 만들었으면 이렇게 간이 되어 있을 리가 없지. "
" 그런가? "
시로는 잇세이가 말하는 게 어느 정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자신이 먹었던 도시락은 밍밍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간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서가 만들어 준 도시락은 신기할 정도로 입맛에 맞았다.
시로는 학교를 마치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갔다.
도시락 통을 주방에 두면서 아서를 보았다.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아서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세이버, 도시락 정말 맛있더라. 잘 먹었어. "
" 잘 먹었다니 다행이네. 시로. "
" 음... 좀 있으면 저녁 시간이네. 이번에는 내가 밥해줄게. "
" 시로가? "
시로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시간이 또 하필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식사 시간 전에 오던 사쿠라도 그렇고 후지무라도 그렇고 집에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로가 아서를 힐끗 보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밥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시로는 앞치마를 꽉 매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서는 시로가 주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시로는 오늘 저녁을 뭐로 할지 고민에 잠겼다.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그 안에 있는 재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 세이버, 따로 먹어보고 싶은 건 있어? "
" 음... 그게, 아까 잡지를 보다가... 전골을 봤는데, 맛있어 보였어. "
" 전골? 흠... 좋아, 오늘 저녁은 전골이다! "
하지만 시로가 생각했던 재료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재료가 전부 애매했던 모양인지 시로는 앞치마를 풀더니 아서를 보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서가 조금 뜸을 들이더니 답했다.
오늘 보았던 잡지 속에서 전골을 보았고, 그게 맛있어 보였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시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안에 있는 돈을 보았다. 고민을 하더니 큰 결심을 하듯이 외쳤다.
지갑을 닫고 주머니에 넣어둔 뒤 외투를 챙겼다.
시로는 나서기 전에 아서를 보며 말했다.
" 세이버, 같이 시장에 가볼래? "
" 그래. "
같이 시장에 가겠냐는 물음에 아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시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시로는 어떤 게 더 저렴할지 고민하는 반면에 아서는 시장 자체가 신기해서 둘러보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과거의 어느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이었다.
시로가 한 정육점 앞에 서더니 사장에게 말했다.
" 샤브샤브용 소고기 300g 정도만 주세요. "
" 예! 샤브샤브용 소고기~ 300g! "
" 세이버, 신기해? "
" 응. 이런 건 처음 봐서 신기해. "
시로는 소고기를 그 정도만 사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시로가 멈추자 아서도 덩달아 멈추어 서선 고기들이 나열되어 있는 가판대를 보았다. 고기가 썰리는 동안 시로가 아서를 보며 신기하냐고 물어보았다. 시로의 질문에 아서가 마치 태어나 처음 보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소고기를 받고 계산한 시로가 발걸음을 옮기자 덩달아 아서도 따라갔다.
시로가 고민에 잠겨서 홀로 중얼거렸다.
" 흠... 집에 쯔유랑 육수는 있으니까... 냉장고에는 계란이랑 버섯이 있었고... 사야 하는 건 대파와 실곤약, 시금치, 두부인가. "
" 시로? "
집에 있는 걸 계산하고는 사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시로가 사야 하는 건 대파와 실곤약, 시금치와 두부였다. 시로는 아서를 데리고 마트로마트로 들어가 필요한 걸 샀다. 그러고 나서 아서의 반응이 궁금했던 시로가 그가 잠시 구경하고 있을 때 콜라도 함꼐 샀다.
시로가 계산하고 있을 때 곁에 있던 아서가 콜라를 발견했다.
처음 보는 물건에 놀란 아서가 시로에게 물었다.
" 시로, 이게 뭐야? "
" 기대해도 좋아. "
아서의 물음에 시로는 씩 웃더니 장난스레 말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시로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었다. 시로의 뒤를 따라오던 아서도 들어왔다.
아서는 시로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겪었던 감정을 말했다.
" 오늘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 "
" 그래? 앞으로 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야. "
주방으로 들어온 시로는 가스버너를 꺼내 코타츠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전골용 냄비를 꺼내 가스버너 위에 올려두고 주방으로 들어가 재료 손질에 나섰다. 버섯은 +모양으로 칼집을 내주고 두부와 시금치, 대파, 실곤약은 먹기 좋게 잘랐다.
시로는 아서에게 냄비에 육수 좀 부어달라며 육수를 주었다.
아서가 냄비에 육수를 붓고 그릇과 수저를 놓은 뒤 그 앞에 앉았다. 시로가 보기 좋게 자른 재료들을 들고나오며 아서의 모습을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 세이버, 신기해? "
" 엄청 신기해. "
시로도 아서의 맞은편에 앉은 뒤 냄비 안에 차례대로 재료를 넣고 한 구석에 소고기까지 넣고 나니 때깔 좋은 전골이 탄생했다.
시간이 지나자, 전골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쾅 열리고 누군가 나타났다.
" 맛있는 냄새가 난다!! "
" 우왁?! "
" 어머, 전골이네요. "
" 전골?! 맛있겠다! "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후지무라였다.
그녀의 뒤에 사쿠라도 함께였다. 쾅 하고 문이 열리는 탓에 놀란 시로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았다.
후지무라가 사쿠라의 말에 전골을 발견하곤 맛있겠다며 바로 자리에 앉았다.
냉큼 자리를 잡고 앉으니 뒤이어 들어오던 사쿠라도 후지무라의 곁에 앉았다. 시로는 순간 다 같이 먹을 만큼의 양이 되려나, 싶어서 고민이 되었다.
후지무라와 사쿠라가 먹는 모습을 보고서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 일단 먹자. "
" 음, 시로. 맛있어! 다음에 또 먹고 싶을 정도야. "
" 하하, 다음에 또 시간이 되면 더 맛있는 걸 만들어 줄게. "
" 우린 잘 안 만들어 주면서?! "
" 윽... 후지 누나는 사쿠라가 만들어 주잖아. "
아서가 전골을 먹으며 맛있다고 하는 말에 시로가 웃으며 답했다.
다음에 또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전골을 먹고 있던 후지무라가 다급하게 말했다. 하필 고기를 먹고 있는 와중에 말하는 탓에 여기저기 음식이 튀었다.
시로는 자신의 얼굴에 음식물이 튀자, 인상을 찡그렸다.
시로가 몸을 뒤로 젖히자 아서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시로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아서의 손길에 시로가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 순간 급히 조용해진 거실에서 모두의 시선이 시로와 아서에게로 향했다.
사쿠라가 조용히 입을 가리며 말했고, 후지무라가 순진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 ... 어머. "
" 뭐야, 둘이 무슨 사이야?! "
"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
" 후후... 그런 사이였어? "
" 아니, 세이버!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
시로가 다급하게 벌떡 일어나선 황급히 말했다.
시로가 뭐라도 말해보라는 시선으로 아서를 보았지만, 아서는 시로를 보며 그저 웃기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황한 시로가 결국 아서에게 말 좀 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서는 그저 말없이 웃기만 했다. 두 사람은 이미 관심을 끊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바쁘게 먹기만 하고 있었지만 정작 시로만 어찌 못해서 끙끙거렸다. 아서도 그런 시로를 보기만 하다가 다시 전골을 먹기 시작했다.
시로는 말을 하지 않는 아서가 얄미웠다.
아까 마트에서 샀던 콜라를 들고 와 아서에게 내밀었다. 시로가 주는 콜라를 받은 아서는 의심치 않고 콜라를 마셨고, 목 안에서 튀는 탄산에 놀랐다.
" 읍?! "
" 하하! 세이버, 이건 콜라라는 거야. "
" 엄청... 윽... "
시로는 아서가 콜라를 마시며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콜라병을 흔들며 설명을 해주었다. 아서가 콜라를 마시며 힘들어하는 작은 헤프닝이었다.
저녁 시간이 끝나고 시로와 아서는 방 청소를 하기로 했다.
아서의 방은 시로의 방 바로 옆에 하기로 했다. 혹시나 저번처럼 갑자기 랜서가 처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 만전을 기하는 게 중요하니까. "
" 그렇지. "
시로는 자신의 옆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많은 먼지가 순식간에 시로를 덮쳤다. 쏟아지는 먼지에 놀란 시로가 콜록거리며 기침하니 지켜보던 아서가 물어보았다.
" 시로, 괜찮아? "
" 응, 콜록! 괜, 찮아. "
" 괜찮다면 다행이야. "
" 하... 이거 치우려면 조금 거릴지도 모르겠는데? "
" 음... 함께 하면 금방 할 거야. "
아서가 시로의 등을 두들기며 괜찮냐고 말했다.
그러자 서로가 기침하며 괜찮다고 답했다. 시로는 방 안으로 들어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어느새 하늘은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시로가 방안 가득 쌓인 먼지와 짐을 보며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설프게 웃고 있는 시로의 모습에 아서가 팔을 걷어붙이며 다독이듯 답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먼지가 가득한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서의 말대로 두 사람이 함께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치우게 되었다. 먼지와 짐을 치우고 나니 방은 시로가 처음 보았던 그때처럼 말끔하게 변했다.
시로는 만족한 듯 웃으며 말했다.
" 방에서 있다가 심심하면 언제든지 말 걸어도 돼. "
" 알았어. 시로도 말 걸어도 돼. "
" 그래. 어쩐지 동성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네. "
시로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쑥스러워했다.
몇 없는 동성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그의 말에 아서가 입꼬리를 웃는 것으로 답을 주었다.
'에덴로즈 타입' 카테고리의 다른 글
[HL/드림/240208] 환승 연애 (0) | 2025.02.06 |
---|---|
[HL/드림/240119] (0) | 2025.02.05 |
[NL/1차/240115] 성배 전쟁 2 (0) | 2025.02.05 |
[NL/1차/240114] 성배 전쟁 1 (0) | 2025.02.05 |
[NL/1차/240108] 마지막 이야기 (0) | 2025.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