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연이 열리기 전날, 리에와 파르티엔 사이에는 사소한 다툼이 생겼었다.
그 탓에 축하연 당일에 리에와 파르티엔의 사이가 많이 어색해진 상태였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없었다.
리에는 어제 다투었던 상황을 먼저 떠올려 보았다.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도 그녀의 기분은 아쉬운 감정과 서운한 감정이 컸다. 리에 뿐만 아니라 파르티엔 역시 그랬다. 그 다툼으로 인해 서로에게 처음으로 서운한 기분을 느꼈던 날이었다. 리에가 떠올린 어제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축하연을 앞두고서 두 사람이 그리운 문브뤼다를 추모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다.
우선 추모를 하기 전에 그리다니아의 여관, '둥지나무'로 향해 여관 주인에게 방을 하나 잡아둔 뒤 바로 옆에 있는 카페 자리에 앉아 가볍게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 음... 일단 도도 석쇠 구이 하나랑 오믈렛 하나... 파르티엔, 뭐 먹을 거야? "
" 나는 아무거나! "
" ... 통구이도 하나만 주세요. "
" 나... 용과스무디도... "
" 용과스무디 두 개 주시고, 바바가누쉬 하나 부탁해요. "
" 네, 알겠습니다! "
리에는 칼라인 카페에서 주문하고 파르티엔이 앉아있는 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파르티엔을 보았다. 리에는 축하연이 있기 전날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파르티엔과 함께 한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파르티엔과 대화하려고 했었다.
그러니까 대화를.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 게 아니라 대화할 생각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리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투가 툭툭 내뱉어지고,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가끔 쓰지만, 파르티엔은 그 속뜻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리에는 주변을 살펴보다가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이는 파르티엔에게 말을 걸었다.
" 내일이면 축하연이 열리는 날이네. "
" ... 그러게... "
리에의 말에 파르티엔은 어색하게 웃다가 눈꼬리를 접었다.
그녀의 귀가 시무룩하게 축 늘어졌다. 짧게 침음하던 파르티엔은 할 말이 있다는 듯 입맛을 여러 번 다셨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을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에는 문브뤼다의 일로 파르티엔이 걱정되었다.
그녀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 축하연을 볼 수도 있는 거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했다. 물론 식사가 끝난 뒤에는 문브뤼다의 추모해야겠지만 지금은 식사를 위해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지 않길 바랐다.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아무래도 파르티엔의 기분이었겠지만.
" 파르티엔, 괜찮아? "
" ... 차라리 그때 내가 다치는 게... 더 나았지 않았을까? 아니, 나았을 지도 몰라... "
" ... 무슨 그런 말을 해! "
" 리에... "
리에는 진심으로 파르티엔이 걱정되어 괜찮으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로 돌아오는 답은 걱정과는 반대가 되는 답이었다. 오히려 더 걱정되게 하는, 그런 답이었다.
리에의 물음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파르티엔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파르티엔은 자신이 다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리에는 순간 욱하는 감정이 속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감히 말하건대, 이렇게까지 화가 난 적은 없었다.
곧 있을 축하연과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좋게 만들려고 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노력했던 자신이 바보가 되는 순간 같았다.
하늘을 날아보려고 노력하다가 갑자기 진창으로 처박히는 그런 기분.
썩 달갑지 않은, 오히려 찝찝한 기분이었다.
"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지금 네 앞에 누가 있는지 알지? "
" ... 알아. "
" 네 모험가 파트너야. 파트너! 거기서 네가 다치면 나는? 널 걱정하는 나는 안 봐? "
" ... "
리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해보지만, 그것조차 그녀의 모든 속내가 내포된 건 아니었다. 결국 속을 추스르고 추슬러 나무라듯이 나온 말이었다.
파르티엔에게 내뱉는 모든 말들이 리에의 많은 감정을 억누른 채 나온 상태 같았다.
물론 리에도 파르티엔이 다쳤더라면 차라리 자신이 다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문브뤼다도 충분히 소중한 동료지만, 파르티엔은 모험가 파트너였다. 소중한 모험가 파트너. 그 소중한 모험가 파트너가 본인이 다치는 게 나았지 않았을까 라는 말을 들으니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모험가에게 물어봐도 자신의 파트너가 저런 말을 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리에는 속에서 마치 천불이라도 난 듯 따끔거려 왔다.
" 파르티엔, 왜 그런 말을 해. "
" 그냥... 난... 동료가 그렇게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모든 모험가가 마찬가지야. "
파르티엔은 자신의 심정과는 달리 나무라듯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리에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계속 눈을 뜨고 있으면 문브뤼다의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을 감았다.
리에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열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 열이 전부 머리로 올라가는 탓에 안 그래도 툭툭 내뱉던 말투는 더 심해졌다. 파르티엔의 말을 듣고 생각하던 것들이 전부 하얗게 변해버렸다.
소중한 동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파르티엔, 그걸 듣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 "
" ... "
" 그런 말을 하면 듣고 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할 거 같아? "
" ... 리에, 너 역시 나에게 숨기는 게 있잖아. "
" ... "
리에는 너무 욱한 나머지 파르티엔에게 따지듯, 나무라듯이 말했다.
파르티엔은 리에의 말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리에의 모든 말들이 감정을 억누른 느낌이 강해서 듣기만 하는 중이었다.
파르티엔이 답이 없자 리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파르티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파르티엔은 리에에게 너 역시 숨기는 게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리에를 보면서 그렇지 않냐는 듯한 시선을 주었다.
리에는 파르티엔의 말에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이제껏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르티엔이 그걸 알아차렸다는 것에 놀란 상태였다. 커르다스의 일 같이 평소 강한 척을 해왔던 것, 파르티엔에게 걱정을 늘리기 싫어서 산크레드와 아씨엔의 일이나 크리스탈 브레이브에 대한 의심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축하연을 앞두고 기묘하게 불길한 느낌에 대한 것도.
그 어떤 것도 파르티엔과 전혀 의논하지 않았었다.
숨겨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들키자, 나라의 입은 굳게 다물렸다.
" ... "
" ... 하... "
" 파르티엔... "
파르티엔은 리에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모양인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리에는 파르티엔의 한숨에 들켰다는 생각만 들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파르티엔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은연중에 파르티엔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본능과도 같았던 거라 자기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작 리에 자신도 정신력이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리에와 파르티엔이 동시에 입을 다물어 버리자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만 흘렀다. 그리다니아의 여관 앞이었기에 주변은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유독 두 사람 주변만 조용해졌다. 파르티엔은 리에의 생각과는 반대로 리에가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리에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랐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꽤 많이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고민이 있어도 의견을 나누지 않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털어놓지 않았다.
" 식사 나왔습니다!! "
" ... "
주문했던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와도 두 사람은 여전히 조용했다.
적막이 맴도는 두 사람의 사이에서 음식을 가져다주던 직원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밝게 인사하던 그 사람도 두세 번 이어지다 보니 그저 조용히 음식만 두고 가버렸다.
파르티엔은 앞에 음식이 놓여도 리에를 보지 않았다.
그 무엇도 털어놓지 않는 그녀가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자신이 믿지 못할 사람인 건가, 이제까지 함께하면서 자신이 리에에게 그리 믿음을 주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에 쓸 정도로 리에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랐는데. 리에가 나를 믿어준다면.
커르다스의 눈밭 한 가운데 멍하니 있던 리에를 보기도 한 걸 적어둔 것처럼. 뼈 사이가 시리고 코끝이 쨍했던 커르다스의 추위도, 숲에 있는데도 뜨겁게 느껴졌던 다날란의 열기도.
파르티엔은 리에와 함께하면 그저 좋았었다.
아마 오늘 있었던 일도 잠들기 전에 리에를 보며 다시 일기를 써 내려가겠지.
리에가 여전히 자신과 같은 한 인간이기를 바라면서. 리에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면서.
" ... 파르티엔, 일단... "
" ... "
생각이 깊어진 파르티엔은 리에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떨리는 눈빛이 리에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리에를 보고 있자니 지켜주지 못했던 문브뤼다의 마지막 웃음이 떠올랐다.
리에는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는 파르티엔의 표정에 할 말을 잃었다.
눈동자를 굴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더 말 하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먼저 말을 꺼내기가 애매한 분위기였기에 식사부터 하자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하지만 파르티엔이 답을 주지 않자, 나라의 입은 다시 다물렸다.
숨 막히는 길고 긴 정적이 이어지다가 끊어진 건 먼저 입을 연 건 파르티엔이었다.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질문은 언젠가 한 번 들어본 적 있던 질문이었다.
" ... 우리, 여행... 그만할까? "
" ... "
" 난... 소중한 동료가 죽어가는 걸 보자고 모험가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
" ... "
파르티엔이 속을 터놓고 하는 말에 리에는 입술을 여러 번 달싹거렸다.
가슴 한편에 묻힌 수많은 말들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수만 가지의 고민과 슬픔이 파르티엔의 말에 망설여지고 있었다.
테이블 위로 올라온 파르티엔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걸 보았다.
하지만 리에는 답을 주지 못하고 눈동자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속에 담아두었던 모든 것들을 풀어내면 편해지기야 하겠지만, 파르티엔에게 말할 수 없었다.
모든 걸 그만두자고 말하는 파르티엔의 모습 속에서 문브뤼다가 생각났다.
눈앞에서 쓰러지던 동료가 떠올랐다. 아씨엔을 물리치기 위해, 모든 것을 대신해 희생해 버린 그 동료가 지금 너무 보고 싶었다.
리에는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멈추지도 못해. "
" ... "
" 그리고 여기서 그만두면 어중간할 뿐이야. 그... "
저번처럼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겁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리에는 많이 고민하다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만두면 어중간하다는 말과 그다음으로 이어질 말을 꺼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직 문브뤼다의 일로 슬퍼하는 파르티엔에게 희생한 문브뤼다를 위해서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 말이 가시가 되어 목구멍에서 자꾸 걸려 왔다.
결국 리에는 그 말을 힘겹게 목구멍 안으로 삼켜냈다.
이번에는 파르티엔에게 그동안 숨겼던 것들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걸 미안하다는 말이 목젖을 '탁' 치고 올라왔지만, 끝내 말하지 못하고 삼켜내기만 했다.
리에는 입맛을 다시면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괜히 어색해진 두 사람 사이로 주문했던 음식들이 식어가고 있었다.
" ... 우선 먹자. 먹고 나서 이야기하자. "
" 그래. "
파르티엔은 리에를 보면서 우선 먹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리에는 그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식어가고 있는 음식을 하나둘 먹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테지만, 지금은 아무런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있었다.
리에는 밥을 먹으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깊은 생각 탓인지 아무리 씹어도 맛이 안 느껴질 정도였다. 굉장히 찝찝하고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서 식사하게 되었다.
언제나 맛있게 먹었던 도도새의 고기들이 오늘따라 퍽퍽하고 싱겁게 느껴졌다.
*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빈 접시를 두고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빈 접시로만 향해있었다. 얼룩덜룩 소스만 남아있는 접시를 보며 리에는 마치 지금 자신의 상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접시만 보던 리에는 고개를 올려 파르티엔을 보았다.
파르티엔의 귀가 축 늘어져 있었는데, 그게 괜히 미안해졌다. 무엇이 미안한지는 몰랐지만, 미안한 기분이 느껴졌다.
서운하지만 또 미안하고, 그렇다 보니 아쉬운 감정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뭐라도 내뱉어 버리면 그게 또 파르티엔에게 상처가 될까 봐서 두려웠다. 리에는 쥐고 있던 식기를 내려두고서 입맛을 다셨다.
파르티엔의 이름을 부르며 차분하게 말했다.
"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
" ... "
차분하게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리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톡 쏘는 말투였다.
말하고 나서야 리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리에의 말에 파르티엔이 울상이 되다시피 시무룩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나란히 걸어서 들어갈 두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좀 어색해진 탓에 조금 떨어져서 걸어갔다.
여관 주인에게 배정받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리에는 파르티엔에게 씻고 오겠다고 말했다.
리에가 씻으러 가자, 파르티엔은 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익숙한 책을 펴고 깃펜에 잉크를 묻혀 하나씩 써 내려갔다. 가장 먼저 문브뤼다의 일을 적었다. 문브뤼다를 지키지 못한 것, 아니 문브뤼다가 우리를 지킨 일. 그러고 나서 리에의 말에 서운했던 것들, 미안한 것들, 여러 가지를 쓰고 나니 리에가 들어왔다.
" 파르티엔, 이제 씻으러 가. "
" 아, 어... 응! "
리에가 들어오면서 씻으라는 말에 파르티엔이 씻으러 갔다.
리에는 파르티엔이 나가고 난 뒤 침대에 앉아서 머리를 털다가 지친 나머지 누워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까무룩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리에는 파르티엔과 라벤더와 라일락이 가득 핀 들판에서 웃고 있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파르티엔의 모습에 리에도 덩달아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모든 전투와 전쟁이 사라지고 세상에 오로지 두 사람만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
그렇게 기억 회상이 끝내고 꿈에서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던 리에가 고개를 들어 여관 앞에 있는 그리다니아의 숲을 보았다. 그러다 참았던 말을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파르티엔을 보았다.
평소완 달리 멍하니 있는 파르티엔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굳게 다물고 있었던 탓에 목소리가 조금 탁하게 굳어버린 느낌이 강하게 났다. 리에는 입안이 바싹 말라 텁텁함이 느껴졌지만, 애써 모르는 체하며 말했다. 천천히 파르티엔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법한 단어를 선택하며 말했다.
" 네가 말은 그렇게 해도 림사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저번에 말했던 것 다 기억하고 있어. "
" ... "
" 그러니 약해지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여기서 멈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
" ... "
처음 림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걸 안다고 했을 때 파르티엔은 답이 없었다.
리에는 파르티엔이 답이 없어도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계속 그녀와 찝찝하고 응어리가 남아있는 상태로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파르티엔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말을 할 때마다 귀가 쫑긋거리는 걸 보면 듣고 있는 것 같았지만, 정작 답을 주어야 할 입술이 굳게 닫혀있었다.
리에는 여기서 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모험가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파르티엔에게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랐다. 이렇게 바란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솔직히 파르티엔이 조금 더 순수하고 밝은 채로 곁에 있어 주길 바랐다.
리에는 파르티엔이 답을 주지 않으니 그저 찝찝하고 아직 풀리지 않고 남아있는 응어리 때문에 기분이 다운되었다. 그렇다 보니 분위기까지 안 좋아졌다.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예민해진 감각이 오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다고 경고해 왔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할 것 없이 맑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분명 그리다니아의 하늘은 화창하고 맑았는데도.
날카롭고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리에의 뺨과 귀를 스쳐 지나갔다. 리에는 이 찝찝함이 사라지길 간절하게 바랐다. 그녀의 시선이 파르티엔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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