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HL/나페스/231124] 다음 생에도 함께

나비의 보관함 2025. 2. 4. 03:12


*트리거 요소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묘사가 들어가 있으니 읽기 전 다시 생각해 주세요.

*해당 키워드 : 동반자살

 

 

예진은 형원이 가수로 활동하기 전부터 알고 지냈고, 이후로 관계를 이어오다가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형원이 활동하는 그룹과 그가 인기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형원의 여자친구인 예진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었다.

인기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로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만인의 연인이 되어버린 형원도, 많은 사람이 형원을 사랑하는 것도 버티기 힘들었다. 아니 버거웠다는 것에 가까웠다.

예진은 계속 참고, 또 참았다가 결국 형원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헤어지자고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예진에게 있어서 많이 힘든 일이었다. 겨우 용기를 내서 헤어지자고 말한 거였다.

 

 

" 오빠, 우리 헤어져요. "

" ... 뭐? 예진아. 그게 무슨 말이야... "

" 말 그대로예요. 저 너무 힘들어요. 우리 그만해요. "

" 아니, 아니. 예진아. 오빠가 혹시 서운하게 한 게 있었어? 아니면 내가 실수한 거라던가... "

" 그런 거 없어요. "

 

 

예진의 헤어지자는 말에 형원은 당황스러웠다.

그런 조짐이 전혀 없었던 예진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게 형원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정말 그런 조짐이 없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순간에 수만 가지 생각들이 형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에게 있어 힘들어했을 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 아니라고 부정하기엔 맞다고 반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던 시간이 너무 많았다. 예진은 괜히 형원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충격받아 멍하니 있는 형원의 모습에 예진은 괜히 그에게 미안해졌다.

헤어지자는 말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형원에게 예진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 오빠, 미안해. "

" ... "

" 버티려고, 끝까지 버텨보려고... 했는데... 진짜 더는 못 버티겠어. "

" 예진아... "

" 정말 미안해... "

 

 

울먹이면서 물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예진의 목소리에 형원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형원은 예진의 말에 적잖게 충격을 받은 건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서 예진의 모습을 보기만 했다.

형원의 시선에 예진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너무 사랑했던 형원은 이대로 예진과 헤어질 수 없었고, 무엇보다 놓아 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한 번도 눈 뜬 적 없었던 집착이 고개를 들며 형원을 자극했다.

이대로 그녀를 떠나보낼 거냐고, 미련하게 붙잡지도 못하고 놓을 거냐고 말을 거는 듯했다. 형원은 예진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입을 달싹거리다가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입을 다물었다가 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만 생각 날 뿐이었다.

이 차고 넘쳐흐르는 감정이 사랑이 아니면 뭐겠어.

 

 

" 예진아, 나한테는 네가 없으면 안 돼. "

" 오빠... "

" 너도 알잖아. 내가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너라는 거. "

" 알아. 오빠가 항상 이야기했잖아. "

" 그치, 그런데 여기서 너 하나 빠져버리면... 나, 죽어. 죽는다고. 그래도 괜찮겠어? "

" ... "

 

 

형원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이야기했다.

자신에게 있어 예진이 없으면 안 되는 것,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었던 이유라는 것, 예진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마치 매달리듯이 애원했다. 

죽을 수도 있냐며 괜찮겠냐는 말에 예진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오히려 예진이 답이 없자 형원은 더 간절하게 말했다. 누가 들으면 너무 절절해서 감정 이입이 될 정도로 처절하고 지독한 애원이었다. 바짓가랑이만 붙잡지 않았을 뿐이었다.

형원은 자신이 하려고 했던 말이 이런 처절한 말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계속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설득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내뱉는 말들은 전부 설득이 아닌 애원뿐이었다.

 

 

" 정말 안 돼. 다른 건 다 괜찮아. 근데 헤어지자는 건 안 돼. "

" ... 오빠. "

" 나 진짜 죽어! 예진아! "

" ... 하... "

 

 

처절하고 지독한 애원에 예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헤어지자고 말한 건 아니었는데. 예진은 답답한 듯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자 형원은 익숙하다는 듯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물론 형원은 담배를 피지 않았지만, 예진이 담배를 피우다 보니 가끔 나눠 피우게 되었다.

그래서 형원의 주머니에는 예진을 위한 라이터가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형원은 불을 붙여준 다음 라이터를 매만지며 지금 예진이 많이 답답한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 예진이 비흡연자인 자신의 앞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항상 답답하거나 일이 잘 풀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뿐이었다. 때문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형원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예진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예진이 담배를 다 피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 스읍, 후... "

" ... "

 

 

예진은 입에 담배를 물고 강하게 빨아들였다가 후, 깊게 숨을 내뱉었다.

하얀 연기가 공기를 타고 뿌옇게 퍼졌다가 흐트러졌다. 하필 시간이 또 늦은 밤이라 그런지 뿌연 연기가 시야에 정확하게 보였다. 형원이 아무래도 연예인이다 보니 낮에는 아무렇게나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예진이 형원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밤 아니면 새벽뿐이었다.

예진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이해했고, 또 괜찮아지려고 노력했었다.

언제나 노력하려고 하는 건 예진뿐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고 형원이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예진은 항상 친구들이 연인과 쉽게 만나고 낮에 데이트하고 평범한 데이트를 하는 게 매우 부러웠었다. 형원과 만나면서 그 쉬운 데이트 한 번 하기가 어려웠다.

예진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 항상 노력하고 있다는 걸 형원도 알고 있었다.

 

 

" 예진아... "

" 하... "

 

 

두 사람은 직업 때문에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본 적 없었고, 함께 했던 시간은 적었다.

어디 나가서 식당 데이트를 한다는 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걸 예진도 알고 형원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형원도 나름 노력하긴 했지만, 그게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예진은 담배가 필터까지 줄어들 때 바닥에 떨구었다. 그대로 신발로 지져 불을 껐다.

절로 깊은 한숨이 나오는데 형원도 덩달아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그 말들이 목을 치고 올라왔지만 내뱉지 않았다. 어떤 말을 꺼내야 예진이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 쓰였다.

그간 신경을 써준다고 쓴 거였는데도 불구하고 예진이 불편함을 느꼈고, 불만이 생겨났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예진에게 부담이 되었을 테니까.

형원은 반박할 수 없었다.

 

 

" 예진아... 오빠 좀 봐. 응? "

" 오빠... 진짜... 하... "

" 오빠가 미안해, 응? "

 

 

세상 어떤 사람이 와도 예진에게 헤어지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형원은 그래도 예진을 붙잡아야만 했다. 자신이 내뱉었던 말대로 자신은 예진이 없으면 생활조차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감히 상상해 보건대, 예진이 없는 생활을 자신이 할 수 있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어림도 없다는 듯이 그의 상상은 도저히 이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성립이 될 수 없는 주제였다. 그걸 예진이 알아줬으면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심정으로는 그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형원은 조심스럽게 예진의 손을 잡고 깍지를 끼면서 애원하듯이 말했다.

억누를 대로 눌린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나왔다. 정말 안 된다고,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되겠느냐고.

 

 

" 예진아... 정말 안 돼.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될까? "

" 오빠... 정말 자주, 엄청나게 생각해 봤어. "

" 예진아... "

" 오빠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내가 너무 힘들어. "

 

 

형원의 간절한 손길에도 예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붙잡은 손길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기 위해 손목을 비틀었다. 손목이 빠져나가려고 할 때면 형원이 다시 예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형원은 예진이 자꾸 자신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은 게 싫었다.

형원은 손목을 꽉 붙잡으면서 예진을 보았다. 그녀의 곁에 있어야 하는 건 분명 나여야만 했다. 나만이 예진의 곁에 있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예진을 보았다.

예진의 입에서 형원이 생각했던 말들이 나왔다.

 

 

" 오빠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분명 나여야 하잖아. "

" 어? "

" 그런데 오빠의 팬들이 너무 커. 마치 내가 곁에 있을 자리가 없는 거 같아. "

" 예진아. 널 포기해야 하는 거라면 차라리 내가 일 그만둘게. "

" 뭐? 그걸 왜 그만둬!? 오빠! "

 

 

예진의 말에 형원은 괜히 울컥했다.

예진이 이렇게까지 생각할 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던 건가, 그녀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한 무능력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차라리 자신이 일을 포기한다고 말해버렸다.

형원의 말에 예진은 화들짝 놀란 듯 커진 눈으로 형원을 보았다.

너무 놀란 예진이 형원을 보면서 말리듯이 말했다. 뿌리치려고 했던 손을 오히려 잡으며 형원을 말렸다. 형원은 자신을 붙잡아 오는 예진의 모습에 작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렇게라도 예진을 붙잡고 싶었다.

 

 

" 오빠 꿈이었던 거 아니었어?? "

" 맞아, 꿈이지. "

" 그런데 왜 그래? 지금 엄청 잘하고 있는데 왜...!! "

" ... 당연하잖아, 네가 없으니까!! "

" ... "

 

 

예진은 최선을 다해 형원을 말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점점 말투가 거세지고 억양이 거칠어졌다. 계속되는 예진의 말에 형원이 격앙된 감정을 가득 담아 외쳤다. 예진이 없다고 외치고는 거친 숨을 색색 몰아쉬었다.

그 말에 예진의 입이 굳게 다물려졌다. 마치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여전히 놀란 눈이었지만, 입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형원은 고개를 푹 숙였다가 힐끔 예진을 보면서 말끝을 흐리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이 아니라면 예진을 붙잡지 못할 것 같았다.

정말 진심을 담아 간절하게 말했다.

 

 

" 예진아, 오빠 진짜 무리야. 차라리 네가 떠난다면 나 진짜 죽을 수도 있어. "

" ... "

" 오빠가 죽었다는 말을 뉴스에서 봤으면 해? "

"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나도 오빠 없으면 못 살아... 알잖아. "

" 알지.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너... 다시는 헤어지자고 말하지 마. "

" ... 근데 나... 진짜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어, 너무 힘들어. 오빠... "

" ... "

" 정말 오빠 꿈을 응원하고, 가수가 된 것도 좋지만 너무 힘들어. "

 

 

뉴스에 나왔으면 하냐는 형원의 말에 예진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형원이 없으면 못 산다고 말했다. 그러자 형원이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따지듯 물어왔다. 다시는 헤어지자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예진이 결국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형원은 항상 자신의 앞에서 웃어주던 예진의 눈에서 구슬같이 눈물이 뚝뚝 떨어지자 적잖게 놀랐다.

형원이 예진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손을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지금 상황에서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는 게 너무 분하기만 했다. 주먹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예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형원의 엄지손가락이 예진의 뺨을 문지르며 눈물을 닦았다. 닦아도 닦아도 고이다가 흘러내리는 눈물에 형원은 심장이 찢길 듯한 고통을 느꼈다.

 

 

" 울지 마, 예진아. 내가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

" 아니, 아니야... 오빠. 이건 내가 너무 약해서 그래... 그래서 버티지 못한 거야. "

" 예진아. "

"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 버티면 되는데 그걸 불안해해서, 부담으로 느껴서 미안해. "

" ... "

" 그런데 정말 무리야. 나 진짜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아. "

" ... 앞으로는 내가 힘이 되어 줄 테니까 기운 내. 내가 널 지킬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 "

" ... 흐윽, 흡... "

 

 

형원이 자기 잘못이라며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예진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이어지는 예진의 말에 형원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서 예진을 꼭 안아주었다. 자신의 품 안으로 가득 끌어안으며 안정감을 느끼도록 꽉 안았다.

지금 너무 많은 감정이 그의 안에서 교차되고 있었다.

슬픈 것도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예진을 설득하고 헤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까지 가버렸다. 그러다가 형원이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 우리... 같이 죽을까? "

" ... 어? "

" ... ... ...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

" ... 오빠? "

" 같은 날, 같은 시간, 한순간에 죽으면 다음 생에 그 두 사람이 이어진대. "

" ... "

" 이전 생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인연이 다음 생에는 이어져서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더라. "

" ... "

" 그때는 가수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고 네 곁에 있을게. "

" ... 그렇게까지... 함께 해주는 거야? "

"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야, 예진아.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

 

 

형원의 의미심장한 말에 예진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형원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눈동자를 굴리고, 그 끝에 예진을 보며 말했다. 어디서 들었다는 이야기는 바로 함께 죽으면 다음 생에도 이어진다는 말이었다.

다른 직업까지 가지고 곁에 있겠다는 말에 예진은 만감이 교차하였다.

울적했던 기분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고 또 불안했다. 이다지도 저를 위해 생각해 주는 남자친구라는 게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형원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생각해 주는데 자신은 그저 부담스럽다는 것 하나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었다.

예진은 그걸 버티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고 미워지기까지 했다.

그녀는 형원이 한 선택이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형원의 말에 예진이 답했다.

 

 

" 우리 차라리 그럴까? 다음 생에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나, 이번 생은 아무래도 좋아. "

" 그래, 그러자.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 우리 제대로 사랑하자. "

" 응. "

" 지금처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도 하지 말고, 밤이나 새벽이 아니라 낮이나 아침에 만나고, 다른 커플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그렇게 평범한 연애를 하자, 우리. "

" 좋아, 우리 그렇게 하자. "

" 저번에... 아프지 않게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봤거든. "

" 어? "

"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봤어. "

 

 

형원은 자신의 말에 동의해 주는 예진의 모습에 웃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동일한 예진의 마음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너무 좋아서 그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형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프지 않게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형원의 말에 예진이 놀랐다.

그는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다가 봤다면서 어설프게 웃었다. 그 방법이라는 게 흔하디 흔하지만 잠들 듯이 갈 수 있는 방법이라며 덧붙였다. 그가 말한 방법이 비록 집안을 온통 닫아놓고 번개탄을 피우는 거였지만, 예진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기만 했다.

예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날 바로 형원과 함께 준비를 했다.

큰 대형 마트에서 번개탄을 사고 난 뒤 같은 곳에서 사면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다른 가게를 가서 청 테이프를 샀다. 개인 집이 아니라 산속에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

 

 

" 오빠,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건 없어? "

" ... 음... 예진이 웃는 얼굴 보는 거? "

" 나도 오빠 웃는 얼굴 보고 싶어. "

 

 

차를 타고 가면서 두 사람은 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내내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었다.

별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은 함께 자살할 생각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아무도 오지 않는 한적한 별장이었다.

형원과 예진은 별장에 갈 때 아무런 준비조차 하지 않고 갔다.

그 흔한 옷가지들이나 생필품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정말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사람처럼 짐 하나 없이 그저 편지 한 통과 휴대폰이 전부였다.

별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청 테이프로 창문과 문의 빈틈을 막았다.

문이 전부 닫힌 걸 확인하고 그 위로 테이프를 덧대면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형원이 연탄을 피울 준비를 했다. 형원은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운 채로 옆에 있는 예진의 손을 잡았다.

연탄을 피우자, 회색빛의 잿가루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연탄이 점점 빨갛게 익어가자, 예진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예진아. "

" ... "

" 예진아! "

" 오빠... "

" 예진아, 많이 사랑해! 다음 생에 꼭 봐. "

" 응... 오빠, 나도 많이 사랑해. "

 

 

마치 잠들려고 하는 사람처럼 예진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형원은 속에서부터 무언가 울컥 감정이 차올랐다. 목이 메왔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아왔던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많이 사랑한다고, 다음 생에 꼭 다시 보자고. 형원의 고백에 예진이 옅게 웃으면서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형원은 눈을 감고 잠들기 전에 마치 기도하듯 속으로 읊조렸다.

 

' 부디 신이 있다면 우리를 가엽게 여겨 다음 생에는 꼭 함께할 수 있게 해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