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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드림/230729] 결혼 결심

나비의 보관함 2025. 2. 3. 13:25


사토루는 그동안 휴식 하나 없이 많은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 탓에 제 연인과 제대로 된 데이트는커녕 대화조차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기에 사토루는 오랜만에 받은 휴식을 제대로 연인과 즐기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

연인의 집 앞에 도착해 노크를 해보기도 하고 벨을 눌러보아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토루는 아무 반응이 없자 그녀가 주었던 비상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를 부르며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 이나리? "

 

 

그녀를 불러보지만, 집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현관에 그녀가 집에 있음을 알려주는 신발이 가지런하게 놓여있긴 했지만, 그의 부름에 답을 주진 않았다. 혹여나 그간 바쁜 탓에 신경을 써주지 못해 삐진 건가 싶은 마음에 집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복도를 지나 거실과 부엌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둘러보아도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다.

조용한 거실은 따뜻한 느낌이 가득해 사람이 사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사토루는 익숙한 듯 거실에 있는 소파에 꽃다발을 두고서 발걸음을 돌려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는 이나리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사토루는 조용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문을 닫고 쓰고 있던 안대를 벗었다. 잠들어 있는 이나리의 모습을 지긋하게 지켜보면서 조심스러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 이나리... "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머리카락, 반듯한 이마, 갈무리된 눈썹,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얇은 턱선까지. 볼수록 사랑스럽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사토루의 손끝이 이나리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가까이 다가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눕는 자세가 되었다. 그녀의 곁에 누워서 보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런 잠투정도 없이 깊게 잠에 빠져들어 있는 모습을 보자, 사토루 역시 같이 잠에 빠져들었다.

곧이어 깊게 잠이 든 사토루는 꿈에서도 이나리를 만나게 되었다. 꿈에서의 자신은 이나리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며 서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피크닉을 가서 놀기도 하고, 함께 집에서 쉬기도 하며 요리하기도 했다.

꼭 저와 그녀를 닮은 아이와 같이 웃고 떠드는 평범한 일상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토루 역시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그녀와 아이를 보며 함께 웃고 있었다.

 

 

" 으음... "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하늘은 노을빛으로 가득 물들어 가고 있었다.

창문 너머, 커튼 사이로 붉은 노을빛이 새어 들어오면서 사토루를 깨웠다. 사토루의 속눈썹에 붉은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사토루는 천천히 눈을 뜨면서 멍한 상태로 아직 잠들어 있는 이나리를 보았다.

그는 멍한 와중에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꿈에서 행복하게 지내던 자신과 이나리의 모습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사토루는 하품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보던 시선을 돌려 이나리를 보았다. 이나리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 이나리를 보며 사토루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잠들어 있는 이나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그녀를 불렀다.

 

 

" 이나리?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

" 으응... "

"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

 

 

사토루의 부름에 이나리는 잠투정을 부리며 바르작거렸다.

사토루는 제 목소리에 반응하며 잠투정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그녀의 위로 겹치면서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이나리의 얼굴을 볼수록 계속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사토루는 제 욕심을 참지 않고 그대로 표출했다. 잠에 빠져 칭얼거리는 이나리의 뺨과 입술에 마구잡이로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쪽쪽, 짧은 입맞춤이 점점 진해질수록 그녀의 투정이 줄어갔다.

이나리에게 입을 맞추면서도 사토루는 생각했다.

그녀와는 집안끼리 이어진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꿈에서 봤던 것처럼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났다.

그러면서 계속 이나리의 이름을 불렀다.

 

 

" 이나리, 일어나. 응? "

" 으응... 더 잘래요... "

" 이나리. "

" 아직 더 잘 수 있... 으응... "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난 사토루는 이나리를 깨우면서 아직 잠에서 덜 깬 그녀를 침대맡에 앉혔다.

비틀거리는 이나리의 몸을 완전히 앉히고 나서 사토루는 다시 이나리의 이름을 불렀다. 잠에서 덜 깬 채 자리에 앉힌 이나리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칭얼거렸다.

더 자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사토루는 웃으면서 이나리의 뺨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었다.

이나리가 비몽사몽이면서 제대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사토루는 그녀의 앞에 무릎 한쪽을 꿇고 앉으면서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반지 케이스를 꺼내 그녀의 앞에서 내밀었다.

감겨있던 이나리의 눈이 케이스를 발견하고 서서히 커지자 그제야 케이스를 열어 보였다.

케이스 안에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금반지가 들어가 있었다. 이나리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눈앞의 반지를 보자마자 바로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다.

 

 

" 사토루 씨...? "

" 우리, 사랑이 가득한 결혼을 약속하자. "

" 사토루 씨... "

 

 

이나리는 당황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러보았다.

사토루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이나리를 보면서 말했다. 결혼을 약속하자는 그의 말에 이나리는 더 매우 놀라며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작은 다이아몬드와 큰 다이아몬드가 박힌 예쁜 디자인으로 되어있는 반지가 눈앞에서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자, 이나리의 눈은 어느새 눈물이 고여 글썽거리고 있었다. 이나리의 울 것 같은 표정에 사토루는 당황했지만, 이나리의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나리는 샤토루의 프러포즈에 응하는 듯 손을 내밀어 주었다.

조심스럽게 겹친 손에 사토루는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 이나리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반지는 정말 신기하게도 그녀의 손가락 크기에 딱 맞아떨어졌다.

이나리는 손을 들어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며 신기해했다.

 

 

" 어떻게 사이즈가... "

" 내가 네 크기를 모를 리 없잖아. "

" 어머, 후후... 아... 사토루 씨 거는요...? "

" 내건 여기. "

 

 

크기에 대해 신기해하는 이나리의 질문에 사토루는 웃으면서 답했다.

모를 리 없다는 사토루의 말에 이나리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나리가 자기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궁금했는지 그를 보며 물어보았다.

제 반지는 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토루의 것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나리의 말에 그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남성용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사토루가 케이스를 꺼내자 이나리가 바로 받은 뒤 케이스를 열어 반지를 보았다.

확실히 디자인이 다르긴 했지만, 누가 봐도 커플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나리는 케이스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꺼내 사토루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수줍은 듯 웃어 보였다.

 

 

" 우리, 함께 해요. "

" 이나리... 고마워, 사랑해. "

" 저도 사랑해요. "

 

 

이나리의 행동에 사토루는 울컥 차오르는 느낌에 입을 꾹 다물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이나리의 손을 붙잡고는 그녀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추며 고맙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이나리 역시 웃으며 저도 사랑한다고 답을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사토루와 이나리는 식사를 끝내고 나서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단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나리가 문득 궁금해진 건지 사토루를 보며 물어보았다.

 

 

" 반지는 혹시 언제 샀어요? 사이즈는 진짜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

" 아, 그거... "

 

 

반지를 어디서 언제 샀으며 사이즈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사토루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휴가를 맞이하고 그녀의 집에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거... 라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가 한창 바쁠 때의 이야기였다.

사토루는 바쁜 와중에도 그녀와의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했었다. 날짜를 전부 계산하고 나니 그녀와 함께하게 된 지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닫자, 하던 일을 빠르게 처리한 뒤 거리로 나갔었다.

거리에 도착한 뒤 주변을 둘러보고 근처에 보이는 액세서리 샵으로 무작정 들어가 살펴보았다.

헐레벌떡 뛰어온 탓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인 남성이 샵에 들어와 살펴보고 있으니 걱정되었던 직원이 다가와 친절히 물어봐 주었다.

 

 

" 어서 오세요. 어떤 제품을 찾으시나요? "

" 아... 이번에 기념일인데, 좋은 게... "

" 그러시다면 여기 커플 반지는 어떠신가요? "

 

 

직원은 기념일이라는 단어와 커플임에도 반지 하나 끼고 있지 않은 상태를 파악해 반지를 추천했다. 사토루는 직원이 추천해 주는 반지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예뻐 보이는 반지를 선택해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바로 결제를 선택한 사토루의 결정에 직원은 밝게 웃으며 여성용과 남성용 반지를 따로 케이스에 담아주었다. 그 직원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뒤편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던 사토루는 나오는 직원이 건네주는 꽃다발을 받았다. 

장미와 작약, 안개꽃이 어우러지는 예쁜 꽃다발이었다.

 

 

" 좋은 사랑 하세요. 감사합니다. "

" 수고하세요. "

 

 

꽃다발을 건네받은 사토루는 괜히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꽃다발과 케이스를 보는 내내 이나리가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각 주머니에 케이스를 넣어두고서 하루빨리 쉬는 날이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에 집중했다.

그 뒤 며칠 되지 않아 휴일을 받아 이나리의 집에 오게 된 거라고 사토루는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이나리는 그를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의 뒤로 보이는 꽃다발이 유독 눈에 들어왔었다. 저게 그 꽃다발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그 꽃다발이 저건가요? "

" 맞아. 이건 이나리의 꽃다발이야. "

" 흠... 그럼, 반지를 사기 전부터 제 생각뿐이었던 거네요? "

" ... 그런가? "

 

 

이나리가 사토루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웃고 있던 이유가 밝혀졌다.

그녀는 사토루가 일상에서도 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나리의 말에 사토루가 귀 끝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이나리가 웃었고, 그녀가 웃자, 사토루가 고개를 돌려 마주 본 채 웃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