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트앙은 마리포사가 며칠째 연락이 오지 않아 걱정되었다.
물론 며칠 정도 안 오는 일이 있기야 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걱정이 앞선 구스트앙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제자리걸음으로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뿐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게 며칠이 아닌 일주일이 지나자, 그녀를 찾기 위해 사람을 풀었다.
그리고 한 주가 더 지났을 때가 되어서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정보를 가져다준 사람은 구스트앙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 소식을 들은 구스트앙은 처음으로 분노라는 걸 느꼈다.
" 구스트앙 님, 마리포사 님께서는 현재 트로이메라이 님의 댁에 계십니다. "
" 대체 나비가 왜 거기에... "
" ... 가둬진 상태라고 합니다. "
" ... "
이야기를 듣는 내내 구스트앙의 손에는 꽤 강한 힘이 들어갔다.
뿌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꽉 쥔 손이 부들거리며 떨렸다. 왜 거기에 있냐는 구스트앙의 말에 정보원은 한참 뜸을 들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보원의 말에 구스트앙은 깊은 화남이 느껴졌다.
그는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이동해 트로이메라이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트로이메라이를 찾아다녔다.
트로이메라이는 자기 집에 소란이 생기고 나서야 뒤늦게 나타났다. 그는 소란을 일으키는 구스트앙을 보며 말했다.
" 내 집에서 뭘 하는 거지? "
" 네가 나비를 데려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녀를 보내도록 해. "
"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 그녀는 네가 감히 잡아둘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
" 네가 무슨 상관이라고. "
" 상관이야 있지.. "
" 그녀는 새장에서 벗어난 나비지, 나는 벗어난 걸 다시 잡아둘 뿐이거든. "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의 대화가 이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구스트앙은 보이지 않는 마리포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점점 안쪽으로 들어갔고, 트로이메라이는 들어오는 구스트앙의 앞을 가로막았다. 둘러보던 구스트앙은 트로이메라이의 손에 들린 책을 보게 되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책의 제목은 '나비 박제'라는 제목을 가진 꽤 두꺼운 책이었다.
그 책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는 더 급하게 마리포사를 찾기 바빴다. 구스트앙이 알고 있는 트로이메라이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박제하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리포사를 풀어달라고 해도 트로이메라이는 절대 그녀를 내놓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듯한 표정과 말투에 차분한 구스트앙까지도 화가 나게 할 정도였다. 구스트앙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분노를 참으며 그를 보며 말했다.
" 나비는 어디에 있지? "
" 내가 알려줄 의무는 없지. "
" 그녀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
" 무슨 상관이지? "
구스트앙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반복되는 듯한 대화에 신물이 났다.
보여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만 계속 보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반복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어수선한 소란이 일어났다. 그 소란에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란이 일어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혀져 불편함을 티 내는 마리포사가 보였다.
그녀의 곁으로 트로이메라이의 시녀들이 붙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구스트앙의 표정이 이제야 보이는 마리포사의 등장에 안색이 밝아졌다. 그는 길을 막고 있던 트로이메라이를 지나쳐 그녀에게로 향했다. 마리포사는 자꾸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히려는 시녀들을 뿌리치며 나오다가 다가오는 구스트앙을 보았다. 구스트앙은 마리포사에게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 포 비더의 가주님? 여긴 어떻게... "
" 나비, 2주간 갇혀있었는데 다친 곳은 없는 건가? 괜찮다면 이제 돌아가도록 하지. "
" 네? "
" 그녀는 데려가지 못해. 나비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
"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이겠지. "
" 아니, 저... 로 포 비아의 가주님? 포 비더의 가주님? "
놀란 마리포사가 구스트앙을 보며 말했다.
그녀가 놀라 하고 있을 때, 구스트앙은 제 품에 안겨있는 마리포사를 풀어주고 나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트로이메라이의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려 나갈 기세였다.
구스트앙이 마리포사의 손을 붙잡고서 돌아가려고 했지만 걸음이 멈추었다.
구스트앙과 마리포사의 앞길을 트로이메라이가 막아섰다. 트로이메라이가 앞길을 막자, 구스트앙의 얼굴이 단번에 구겨졌다. 마리포사의 곁에 있던 시녀들은 두 사람의 긴장되는 기류에 잔뜩 겁에 질려 이미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끼이게 된 마리포사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 나비? "
" 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요. "
" 나비, 너는 여기에 있어. "
" 나비가 가겠다잖아. "
마리포사의 말에 트로이메라이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마리포사는 양쪽에서 저를 붙잡아 오는 두 사람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이곳에 2주간 있으면서 그리 나빴던 건 아니었지만,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때마침 구스트앙이 오길 다행이었다.
구스트앙이 아니었더라면 계속해서 이곳에 있었어야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마리포사는 한참이나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저 당황스러워하는 그녀를 두고서 두 사람은 신경전을 계속 나누었다.
" 아니, 저... 아파요. "
" 나비는 나와 함께 갈 거야. "
" 아니, 나비는 나와 여기에 있을 거라니까. "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의 표정에는 마리포사를 향한 집착이 드러났다.
아프다는 마리포사의 말에 두 사람 다 손에 힘을 풀어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으르렁거리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이어가는 대화 속에서 마리포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 마리포사는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다툼은 멈출 줄 몰랐다. 한 사람을 두고서 싸우던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는 대화를 넘어 무력의 다툼까지 갈 기세였다. 뒤늦게 마리포사의 눈에 트로이메라이가 들고 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뚜렷하고 선명하게 '나비 박제'라는 제목에 그녀는 놀라고 말았다. 마리포사의 머릿속에서는 나비라는 단어와 박제라는 단어가 용솟음치듯 빠르게 돌아다녔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트로이메라이를 보았다.
" 나비, 이건... "
" 로 포비아의 가주님, 이건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을 거 같아요. "
" 이건 아니야. "
마리포사는 2주간 이곳에서 지내게 된 이유를 책으로 알게 된 기분이 들었다.
마냥 좋지 못한 기분에 절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녀의 찌푸려진 인상에 트로이메라이는 크게 당황한 모습을 비추었다. 그와 대화하고 있던 구스트앙은 그가 들고 있던 책을 다시 보았다.
마리포사의 몸을 제게로 확 잡아당기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구스트앙의 행동에 마리포사는 깜짝 놀랐고, 트로이메라이는 인상을 찡그렸다. 구스트앙은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린 뒤 트로이메라이를 보며 말했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진지함을 넘어 분노가 느껴질 정도였다.
마리포사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구스트앙의 손에는 절로 힘이 들어갔다.
" 그녀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
" 포 비더의 가주님? "
" 이만 가도록 하지. "
" 잠시 기다려. 나비, 이건 네가 아니라 다른 나비를 박제하기 위해서야. "
" 아까와 말이 다르군. "
" 네가 상관할 대화가 아니니 조용히 해. "
구스트앙이 다시 마리포사의 손을 붙잡고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마리포사는 그를 따라가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았다. 막 벗어나려고 하려던 찰나, 트로이메라이가 다급하게 마리포사의 손을 붙잡았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완전히 멈추고, 마리포사의 시선이 트로이메라이에게로 향했다.
길게 이어지는 말에 그녀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다른 나비라는 말에 트로이메라이를 지긋하게 보았다.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비라는 존재를 한 톨도 본 적이 없던 그녀였다. 구스트앙이 마리포사의 곁에서 거들어 주듯 한 마디 내뱉었다.
그의 핀잔에 트로이메라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구스트앙을 보았다.
구스트앙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래도 저는 갈 거예요. 2주나 있었으면 오래 있었잖아요. "
" 나비,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
" 윽... 아파요...! "
" 나비가 아프다잖아. "
마리포사는 제 손목을 붙잡아 오는 트로이메라이의 손아귀에서 비틀며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에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답하며 손목을 꽉 쥐어낸 트로이메라이는 제 쪽으로 마리포사를 확 잡아끌었다. 그의 행동에 마리포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구스트앙은 그녀의 손목이 붉어진 게 시야에 들어오자, 트로이메라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언제 몸싸움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마리포사는 화끈거려 오는 제 손목을 문질렀다.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분위기는 마리포사가 두 사람의 손을 빼내면서 확 돌변해 버렸다.
마리포사는 트로이메라이와 구스트앙을 번갈아 보다가 한 마디를 내뱉은 후 먼저 발걸음을 떨어트렸다.
먼저 길을 나서는 마리포사의 뒤로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가 다급하게 쫓아가기 시작했다.
" 로 포 비아의 가주님과 포 비더 님의 가주님께서 계속 싸우세요. 저는 가보겠습니다. "
" 나비? "
" 나비, 잠... 나비! "
두 사람은 구스트앙이 박차고 들어왔던 문 쪽으로 걸어가는 마리포사의 뒤를 열심히 쫓았다.
마리포사는 뒤에서 들려오는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의 목소리에도 고개를 돌려보지도 않고 갈 길을 갔다. 두 사람은 다급하게 쫓아가면서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2주간 제가 감금을 당했다는 것에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두고서 두 사람은 서로 다투기만 하고 있었으니, 좋게 끝날 리 없는 상황이었다.
구스트앙과 트로이메라이는 마리포사의 앞에서 질투와 집착을 보이더니 정작 마리포사의 반응이 좋지 않아 당황해하며 그녀에게로 달려가고 있었다. 뒤에서 겁에 질린 채 지켜보기만 하던 시녀들은 황급히 달려 나와 어지럽혀진 곳을 정리했다. 세 사람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한 시녀는 날개가 찢긴 나비와 그런 나비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로 보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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