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ALL/1차cp/230627] 데자뷔

나비의 보관함 2025. 2. 3. 00:01


GL/BL/HL 전부 언급됩니다. 뇨타화 있으니 거부감 드시는 분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샤디크는 눈을 떴다. 급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방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샤디크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별달리 바뀐 게 없자 더 당황스러웠다. 

주먹을 꽉 쥐고 파르르 떨었다. 그때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한 여자의 실루엣이 비추었다. 

뒤늦게 정신차린 샤디크가 다가오는 실루엣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일어나셨군요. 정신 차리셨으면 일어나세요. " 

" ... 어? 라우다 닐? " 

" 네. 접니다. " 

" 왜...? " 

" 당신을 깨우는 중이니까요. "

 

 

샤디크에게로 다가온 여자의 정체는 라우다였다. 

샤디크는 제게로 다가와 일어나라며 말을 걸어오는 라우다를 보며 되물었다. 그러자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샤디크가 되물어 보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해주었다. 

그를 깨우는 것에 성공한 라우다는 더 볼일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홀로 남겨진 샤디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상태를 살펴보았다. 멀끔한 상태의 모습에 제가 악몽을 꾼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라우다가 나갔던 곳으로 나갔다.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오자 조용한 복도가 보였다. 복도에는 라우다가 홀로 서 있었다.

 

 

" 식사 시간인데, 드실 건가요? "

" 어? 먹어야지. " 

"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 

" 너는 어디로 가는 거야? " 

" 저는 밥 먹고 왔는데요. 미오리네는 아직 안 먹은 거 같으니 같이 드시던가요. " 

" 미오리네... ? "

 

 

복도에 선 라우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샤디크에게 말을 걸었다. 

밥을 먹는다는 그의 말에 라우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샤디크가 그녀를 향해 물어보았다. 

라우다는 답을 하면서도 미오리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샤디크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미오리네의 이름을 반복하며 멍하니 있었다. 라우다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샤디크는 발걸음을 옮겨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의 입구에는 미오리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 미오리네? " 

" ... 라우다가 여기에 있으라고 한 이유가 이거였군요. " 

" 라우다 닐이 여기에 있으라고 했다고? " 

" 네. 밥 먹는 것 정도야 나쁘지 않죠. " 

" 허... "

 

 

미오리네가 말해주는 것들이 샤디크는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선뜻 자신을 기다려 준 게 아니라 라우다의 부탁으로 저를 기다렸다는 것에 더더욱 이해 불가능이었다. 미오리네가 기다렸다는 것보다 라우다가 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미오리네는 밥 먹는 것 정도야 나쁘지 않다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샤디크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미오리네의 뒤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라우다의 말대로 식사 시간이라 그런 건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그는 미오리네의 하얀 머리카락만 쫓기 바빴다.

 

' 분명 꿈에서 이 장면을 본 거 같은데... '

 

샤디크는 마치 데자뷔처럼 느껴지는 감각에 마른침을 삼켜냈다. 허황한 꿈에서 본 듯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미오리네와 샤디크는 밥을 받고 자리에 앉아 가볍게 식사했다.

 

 

" 라우다에게 굳이 이럴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 

" 아... 그걸 내가? " 

" ... "

 

 

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복도를 걸으며 대화했다. 

라우다에게 이럴 필요 없다고 전해달라는 말에 샤디크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답하자, 미오리네는 말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그 모습이 노려보는 것 같아서 샤디크는 입을 다물었다. 

미오리네가 먼저 자리를 옮기려고 하자 샤디크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샤디크가 팔을 붙잡아 오자 자연스럽게 미오리네의 몸이 그의 방향 쪽으로 돌아갔다. 미오리네는 제 몸이 돌아가자 당황스럽다는 듯 샤디크를 보았다. 두 사람의 키 차이로 인해 한 사람은 고개를 내려야 했고, 한 사람은 고개를 올려다봐야 했다. 샤디크는 그녀를 붙잡긴 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그, 미오리네... " 

" 네? 할 말 있으신가요? " 

"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좋... " 

" 미오리네 씨~!! 앗, 아... 샤디크... 씨 도... 계시네요... " 

" ... " 

" 어서와요. 슬레타. 할 말이 어떤 건가요? " 

" ... 아무것도 아니야. "

 

 

샤디크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평소 능글맞던 그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에 미오리네는 의문을 가졌다. 그가 용기를 가지고 고백하려고 할 때, 복도 끝에서 슬레타가 미오리네를 부르며 달려왔다. 슬레타는 뒤늦게 샤디크를 발견한 듯 달려오던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의 등장에 샤디크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입을 다물자, 미오리네는 고개를 돌려 샤디크를 보았다. 

되물어 오는 말에 샤디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에서 느꼈던 데자뷔 같은 이질감이 강하게 들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수선하던 복도는 어느새 조용해진 상태일 뿐, 그가 의심하고 있던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미오리네와 슬레타가 샤디크를 불러보지만, 그는 생각에 잠겼다.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한 장면과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 ... 혹시 두 사람, 라우다 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 

" 저는 모르죠. " 

" 아! 아까 오는 길에 라우다 씨 보긴 했어요! " 

" 어디에 있어? " 

" 이대로 가시면... 샤디크 씨?? " 

" ... 우리는 갈까요? " 

" 으응... 괜찮은 걸까요? "

 

 

샤디크는 문득 누군가를 떠올리며 두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미오리네는 라우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고, 슬레타는 오는 길에 보았다고 했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샤디크는 발걸음을 옮겼다. 미오리네와 슬레타는 무작정 멍하니 걸어가는 샤디크의 모습을 보았다. 

샤디크는 슬레타가 말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누군가와 대화하는 라우다가 보였다. 그는 기다리지 않고 라우다의 팔을 붙잡았다. 라우다는 그의 반응에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대화하고 있던 사내에게 돌아가라는 손짓을 했다. 

사내가 떠나가고 복도에 남은 사람은 두 사람뿐이었다.

 

 

" 라우다 닐, 너는 뭔가 알고 있지? " 

" 뭘 말하는 건가요? " 

"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기분 말이야. 마치 꿈속인 듯한...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착각은 아닌가요? " 

" 착각일 리가 없잖아.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나는 구엘에게... " 

" ... 이번에도 실패네요. 그만두세요. " 

" 뭐? 무슨... "

 

 

샤디크는 라우다를 향해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다. 

그의 말에 라우다는 모르는 척하며 시치미를 뗐다. 샤디크의 입에서 구엘의 이름이 나오자, 순식간에 라우다의 눈빛이 바꾸었다. 바뀐 라우다의 눈빛에 샤디크의 몸이 절로 움찔 떨렸다. 

그녀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음에도 묘한 감각은 계속되었다. 

라우다는 완전히 몸을 샤디크의 쪽으로 돌리며 그를 지긋이 보았다. 습관적으로 옆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샤디크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심장한 말에 되물어 보았다. 

그때 서서히 샤디크의 시야에 암흑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졸음에 샤디크는 버티지 못하고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샤디크는 눈을 떴다. 급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상체를 일으켰다.

 

 

" ... 어? " 

" 일어나셨네요. 정신 차리셨으면... " 

" 라우다 닐, 뭔가 이상하지 않아? " 

" ... 전 모르겠네요. " 

" 잠, 나 왜 몸이... "

 

 

샤디크는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거칠게 호흡했다. 

찝찝함에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펴 보았다.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라우다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라우다의 말이 전부 이어지기 전에 샤디크가 먼저 나서 말을 채갔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는 샤디크의 말에 라우다는 고개를 돌리며 모르겠다고 답했다. 

샤디크는 전신을 감아오는 식은땀의 찝찝함과 무언가 잊고 있다는 감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묘하게 몸이 무거워 더듬어 보니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게 있는 몸을 확인했다. 볼륨감이 살아나는 몸매에 샤디크는 당황해 말을 더듬거렸다.

 

 

" 일어나셨으면 밥 먹으러 나가죠. " 

" 어? 어... " 

" 이상한 건 없으니까요. " 

" ... 정말? "

 

 

라우다는 당황스러워하는 샤디크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샤디크는 제대로 된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그녀의 말에 답을 할 뿐이었다. 이상한 건 없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라우다가 나가버리고 홀로 남은 샤디크는 그녀가 나간 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옷을 갈아입고 복도로 나온 샤디크는 기다리고 있는 라우다를 보았다. 

저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또다시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 이질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무엇 때문인 건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다만 떠오르는 건 꿈에서도 그녀는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 그리고 입을 열고 말하겠지. 식사 시간인데... '

 

그의 생각대로 라우다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 식사 시간인데, 드실 건가요? " 

" 그렇지... " 

"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 

" 너는 어디로 가는 거야? " 

" 저도 밥 먹으러 가야죠. 미오리네도 아직 안 먹은 거 같으니 같이 드시던가요. " 

" 미오리네... ? "

 

 

샤디크는 꿈속에서 들었던 말과는 다른 걸 발견했다. 

꿈에서 라우다는 밥을 먹었었고, 지금의 라우다는 밥을 먹지 않았다.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상황에 그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변함이 없다는 건 미오리네와 같이 먹으라는 말이었다. 

샤디크는 라우다를 보았다. 이젠 그녀가 되어버린 그의 시선에도 라우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돌려 어딘가로 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샤디크는 라우다의 팔을 붙잡고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갑작스럽게 붙잡아 오는 손길에 라우다는 고개를 돌려 샤디크를 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샤디크를 보았다.

 

 

" 무슨 일인가요? " 

" 어? 아니... 너랑 밥 먹을까 해서. " 

" 저랑요? 미오리네를 두고? " 

" 미오리네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 

" 그녀라면 슬레타와 함께 먹겠지. " 

" ... 알아서 하세요. "

 

 

라우다는 샤디크가 미오리네가 아닌 저와 밥을 먹겠다는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우다가 그녀를 향해 되물어 보자 샤디크는 슬레타를 언급하며 말했다. 샤디크의 말에 라우다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알아서 하라고 답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샤디크는 먼저 길을 나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긴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앞에는 미오리네와 슬레타가 서 있었다. 

샤디크는 지금도 꿈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자, 그녀의 동공이 떨려왔다. 식당 앞에서 샤디크를 제외한 미오리네와 슬레타, 라우다가 대화를 나누었다.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샤디크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 샤디크 씨? " 

" 어, 어? " 

" 라우다 씨와 식사하실 거죠? " 

" 그렇지. " 

" 맛있게 드세요! " 

" 두 사람도 맛있게 먹어. " 

" 정말 미오리네와 같이 안 먹어도 되는 건가요? " 

" 그래. 들어가자. "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샤디크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라우다와 식사할 거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맛있게 먹으라는 안부를 전하자, 슬레타와 미오리네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샤디크가 미오리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곁에 있던 라우다가 말했다. 그녀의 말속에는 지금이라도 미오리네와 함께 먹으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지만, 샤디크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샤디크가 먼저 들어가는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짓던 라우다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맛있게 드세요. " 

" 너도 맛있게 먹어라. "

 

 

두 사람은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 서로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를 건넨 후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샤디크와 라우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를 걸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 없이 조용히 걷기만 했다. 조용히 걷던 중 라우다가 발걸음을 멈추고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자 샤디크 역시 멈추고서 몸을 돌려 라우다를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아떨어졌다. 라우다는 습관처럼 옆머리를 문질러댔다. 샤디크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 제가 일이 생겨 가봐야 할 거 같네요. " 

" 어디를? " 

" 그것까지 알려드려야 하나요? " 

" 그건 아닌데 궁금하니까. "

 

 

그녀는 일이 생겨 가야 한다는 라우다를 붙잡고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작은 실랑이를 벌이다가 샤디크가 고개를 돌리고서 제 목을 문질렀다. 말을 돌리는 그녀의 행동에 라우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샤디크는 라우다의 반응을 살펴보다가 입안에 맴도는 할 말을 어떻게 꺼낼지 고민했다. 

아까부터 제가 느끼고 있던 의문과 묘하게 느껴지는 데자뷔에 관해 라우다에게 말하고 싶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샤디크는 겨우 입을 열어 제가 고민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그녀의 말에 라우다의 표정이 기하급수적으로 굳어가기 시작했다.

 

 

" 라우다 닐, 내가 지금 느끼는 걸 어쩌면 너는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 

" 무슨 말씀인가요? " 

" 꿈속에서 봤던 장면이 현실에서도 나온다면 그걸 데자뷔라고 한다지. " 

" ... " 

" 아까 일어나서부터 나는 그걸 느끼고 있어. 묘하게 바뀐 부분이 있긴 하지만. " 

" ... 이번에도 실패네요. " 

" 꿈에서 너는 같은 말을 했지. 그게 무슨 뜻... " 

" 잘 자요. "

 

 

샤디크의 말에 라우다는 처음에 모르는 척을 했다. 

무슨 말이냐며 치솟은 눈길로 보았지만, 샤디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 데자뷔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말을 이어 나가자 라우다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딘가 서글퍼 보이는 표정을 짓는 라우다의 반응에 샤디크는 또다시 데자뷔를 느꼈다. 그녀가 말을 끝까지 이어가기 전에 다시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샤디크는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라우다의 말을 끝으로 완전히 암전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라우다의 표정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 흡...!! " 

" 일어나셨나요? " 

" ... 라우다 닐. " 

" 네? "

 

 

잠에서 깨어난 샤디크는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며 숨을 급하게 들이 삼켰다. 

숨을 고르게 쉬고 있을 때, 곁에 있던 라우다가 샤디크에게 말을 걸었다. 라우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샤디크는 모든 게 떠올랐다. 언제부턴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상황 속에는 항상 라우다가 중심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의심이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하며 라우다의 손을 붙잡았다. 

갑작스럽게 붙잡힌 라우다는 샤디크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샤디크는 라우다를 불러놓고서 한참을 말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얼굴을 볼 뿐이었다. 그의 반응에 라우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샤디크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라우다의 표정이 단번에 변화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 네가 내게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아. " 

" 무슨 말... " 

" 모르는 척 그만해. 네가 지금 계속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잖아. " 

" 그건... " 

" 이미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지금까지 3번째야. " 

" ... " 

" 자세하게 말하도록 해. 난 더 이상 이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

 

 

샤디크의 캐물음에 라우다는 끝까지 모르는 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샤디크는 라우다의 말을 자르고 이어 갔다. 모르는 척 그만하라는 그의 일침에 라우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괜히 입맛을 다시며 말을 삼켰다. 진지한 표정의 샤디크가 말을 이어가면서 3번째라는 말에 라우다는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라우다의 행동에 샤디크는 그녀에게 무언가 있다는 걸 느꼈다.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이었지만, 제 몸이 다시 돌아왔다는 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라우다는 항상 능글맞게 나오던 샤디크의 진지한 모습이 의외라는 듯 보았다.

 

 

" ... 저한테 말해도 소용없어요. " 

" 하지만 항상 네가... " 

" 전 그저 돌아가는 것만 할 줄 아니까요. " 

" 돌아가는 것만이라니? " 

" 말 그대로예요. 항상 당신의 선택이 틀어져서 전 돌아가는 기점만 정할 수 있어요. " 

" ...하, 그러면 내가 이걸 계속 느껴야 한다는 거야? " " 선택에 따라 다르니까요. 당신이 기억하는 선택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 되는데요. "

 

 

진지한 샤디크를 보며 라우다는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라우다의 말에 샤디크가 따지려고 들 때, 라우다가 다시 이어갔다. 라우다는 길어질 것 같은 상황에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이어지는 라우다의 설명에 어이가 없어진 샤디크는 기함을 토해냈다. 벗어날 방법에 대해 말해주자, 라우다가 답해주었다.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는 그녀의 말에 샤디크는 고개를 저었다. 

선택을 달리하려고 해도 상황이 전부 달라졌다. 지금만으로도 꿈속과는 전혀 달랐다. 샤디크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평소와 다른 라우다의 표정에 아직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더 몰아붙여야 하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때 라우다가 입을 열었다.

 

 

" 당신은 몇 번째까지 기억하나요? " 

" 나는... 3번째. 이번이 3번째야. "

" ... 제가 기억하는 당신은 이미 5번째예요. " 

" 뭐? " 

" 그리고... 최악의 선택은 당신의 죽음이었어요. " 

" ... 내가 죽는다고? " 

" 제가 도와줄 건 당신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돌려보내는 것뿐이에요. " 

" 하... "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샤디크는 답했다. 

그는 이어지는 라우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라우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저를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돌려보내는 것뿐이라는 말도 충격이었다. 

하지만 샤디크의 생각은 달랐다. 

최악의 선택이 있다면 최선의 선택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우다에게 말하자, 그녀는 차분히 가라앉은 시선으로 샤디크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반응은 샤디크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

 

 

" 당신은 항상 최악의 선택을 했어요. " 

" 지금은 다를 수도 있잖아. " 

" 물론 기억하는 지금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네요. " 

" 기억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함께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 

" ... 어떻게 하시려고요? "

 

 

차분히 이어지는 라우다의 말에 샤디크는 맞받아쳤다. 

그녀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목을 울렁거렸다.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샤디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선 라우다에게 들어야 할 게 있었다. 깊게 파고들던 고민을 멈추고 라우다를 보았다. 

그녀를 보던 샤디크는 머릿속에 어지럽혀져 있는 생각들을 정리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모르는 처음을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기억하는 처음은 항상 복도로 나가 미오리네를 만나거나 라우다와 함께 식사한 게 전부였다. 물론 물어본다고 해서 라우다가 알려줄 것 같진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물어봐야만 했다.

 

 

" 라우다 닐, 하나만 물어볼게. " 

" 네, 말씀하세요. 답해드릴 수 있는 걸 답해드릴게요. " 

" ... 내가 한 행동 중에서 하지 않은 게 뭐야? " 

" ... " 

" 알려주기 힘든가? " 

" 아뇨. 생각하느라... 당신이 하지 않은 건 하나예요. " 

" 그게 뭔데? " 

" ... 저와 함께 식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거요. "

 

 

샤디크의 진지한 물음에 라우다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알려주기 힘드냐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어댔다.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단 하나뿐이라는 말에 샤디크는 되물어 보았다. 

라우다는 입맛을 다시며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유일하게 하지 않았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곳으로 가보았다는 말이 되었다. 라우다의 말에 샤디크는 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의 곁에 섰다. 비장한 듯한 표정으로 라우다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 그러면 그걸 해보는 수밖에. " 

" 정말... 하시려고요? " 

" 그래. 궁금한 게 있는데. " 

" 뭐죠? " 

" ... 내가 기억 못하는 나의 처음은 어땠어? " 

"  당신의 첫 번째의 이야기라면... "

 

 

자리에서 일어난 샤디크는 라우다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억하지 못하는 처음이 어땠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길게 이어질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첫 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 

평범하게 잠에서 깨어나 미오리네를 만나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그다음에 고백했다. 

슬레타의 등장으로 인해 고백이 흐지부지되어 버리고, 그 뒤로 이어진 모빌슈트 출격에서 수리가 덜 된 미카엘리스를 탑승하다가 사고 탓에 죽기 직전까지 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라우다는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죽었어야 할 그는 살아있었고, 제 앞에서 인사를 해주었다. 

자고 일어나 제게 아침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에 북받쳐 오르는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다시 살아난 샤디크는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복도를 나와 미오리네와 아침을 먹고 고백하다가 모빌슈트에 탑승하려고 했다.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라우다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렇게 샤디크와 라우다는 하루를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 그렇게 된 거죠. 그다음 이야기가 두 번째인데... " 

" 그때도 같았나? " 

" 아뇨. 그때는 조금 달랐어요. 당신이 여자가 되었었거든요. " 

" 이 전에도 내 몸이 여자긴 했지. " 

" 짝수로는 여자의 몸인 모양이네요. 여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미오리네와는 사이가 좋았죠. " 

" 그래? " 

" 하지만 고백은 차였고, 당신은 다시 미카엘리스를 타려고 했어요. "

 

 

그 뒤로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빌슈트를 타려고 하는 샤디크를 말리기 위해 라우다가 나섰다는 것까지. 그 뒤는 샤디크가 기억하는 이야기라고 해주었다. 샤디크는 제가 기억하는 끝은 항상 라우다가 마지막이었다. 제게 죽음이라고는 없었다. 

기억나지도 않는 공포를 떠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라우다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샤디크는 발걸음을 옮겨 복도로 향했다. 그런 샤디크를 보며 라우다 역시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다. 복도에는 묘하게 싸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샤디크는 몰라도 라우다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상 이 시간대라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어수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 이 시간이... 조용하던가? " 

" 아니요. 이 시간은 항상 시끌벅적하죠. " 

" ... 이상하군. " 

" 그러네요. " 

" 우선 식당 말고 다른 곳으로 가볼까. " 

" 네. 아마 우리가 안에서 조금 시간이 걸려서 그런 게 아닐까 해요. "

 

 

두 사람 다 의문을 가지고서 중얼거렸다. 

샤디크와 라우다의 발걸음은 복도를 나와 식당과는 정반대가 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복도는 끝을 알 수 없었다. 계속되는 복도에 두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샤디크가 몸을 돌려 뒤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라우다가 동의한다는 듯 정면을 보며 마른침을 삼켜냈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자, 옆으로 빠지는 길이 나타나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우다가 옆쪽으로 빠지자 샤디크 역시 빠르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 ... 복도가 이렇게 길었던가? " 

" 그러게요. 이게... 아, 이쪽에 길이 있네요. " 

" ... 이 길이 있던 길이던가? " 

" 일단 가보죠. "

 

 

샤디크와 라우다가 무작정 걷기 시작한 복도의 끝은 어둠뿐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서 한참이나 말없이 시선만 교환했다. 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게 분명했다. 샤디크와 라우다는 아무런 말 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발이 어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으로 샤디크와 라우다의 몸이 빨려 들어가듯 들어가고 완전히 사라진 뒤에 남은 것은 무겁게 가라앉은 정적뿐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