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HL/드림/230522] 횡설수설한 만남

나비의 보관함 2025. 2. 2. 07:05



나츠노는 카라스노 고교로 전학을 오기 며칠 전에 미야기현에 이사를 왔다.

조금 떠들썩한 이사로 인해 정신이 없어지긴 했어도 지금은 나름 정리가 되었기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형태가 되자 나츠노의 관심은 전학하게 될 학교로 향했다.

저녁을 먹을 요리를 하는 엄마를 향해 설레는 마음으로 말했다.

요리에 집중하고 있던 그녀의 엄마는 흔쾌히 나츠노의 요구에 그러라고 말했다.

 

 

" 엄마! 나 전학 갈 학교 보러 다녀와도 될까? "

" 음... 그리 멀지 않으니까 그렇게 하렴. 식사 시간 전까지는 와야 한다? "

" 응! 알았어. "

 

 

엄마와 약속을 한 나츠노는 가벼운 사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뒤 길을 나섰다.

큰 도로를 따라 걷다가 올라가는 통로를 따라 올라가니 큰 학교 건물이 보였다. 입구에서 카라스노 고교라고 적혀있는 문패를 보고 제대로 도착했다는 확신이 생겨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 전이었던 탓에 학교 안은 한창 수업하고 있어서 조용한 편이었다.

나으노 역시 발끝을 세워 살금살금 이동했다. 학교 근처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본관 건물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미야기현에 있는 학교라고 치기엔 생각했던 것보다 컸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오른편에는 자전거 보관함이 있었다.

 

 

" 신기하네... "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본관 건물 안에 있는 구름다리를 통해 후관에 도착했다.

후관을 지나 조용한 1 체육관을 지날 때 함성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인 건가 싶어 창문으로 힐끔 보니 배구부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코트를 가르며 뛰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밝은 표정으로 시합을 하는 모습에 나츠노는 저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조용히 옆길로 빠져나오자, 나무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출출하고 계속 걷느라 힘들었던 탓에 잘 되었다 싶었다. 나츠노는 나무 벤치로 향해 자리에 앉아 제가 싸 들고나온 빵을 먹었다.

우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살랑거렸다.

빵 하나를 물고서 벤치 뒤에 있는 건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 문을 열어보려고 했으나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나츠노는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남아있는 빵을 입에 넣었다.

 

 

" 뭐 하는 곳이었을까? "

 

 

굳게 닫힌 건물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2 체육관 앞에 도착했다.

앞선 닫힌 건물과는 달리 문이 활짝 열려있는 체육관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랄 정도의 큰 소리에 무슨 일이지? 싶었던 나츠노는 바짝 긴장했다.

열려 있는 문을 방패 삼아 기대고서 슬그머니 구경했다. 체육관 안에서는 검은색과 오렌지색이 섞인 옷을 입고서 배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학생들보다 더 거칠고 파워풀한 모습에 넋 놓고 구경하게 되었다.

 

 

" 와... 열심히 하네... "

 

 

나츠노가 그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그녀의 뒤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츠노는 제 몸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멍하니 배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넋 놓고서 보고 있던 나츠노는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빵 봉지를 그만 바닥으로 툭 떨어트리고 말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떨군 빵 봉지에는 시선도 주지 못한 채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뒤에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남학생이 보였다. 나츠노는 당황한 와중에 횡설수설 마음에도 없던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그를 보며 꽤 잘생긴 미남이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여자 배구부는 1 체육관으로 가야 하는데, 아니면 구경하러 온 거야? "

" 아, 아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배구 싫어하는데 구경을 왜 하겠어! "

" 어? 어라... "

" 스가 상!! 무슨 일 있으십니까?! "

" 거기서 뭐 해? "

" 아... 그게 누가 왔었는데 말이야... "

 

 

나츠노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채 억지스러운 말을 왁왁 소리쳤다. 

힐끔 시선을 돌리자 나츠노의 시야 안으로 앞에 있는 남학생이 입고 있는 옷이 들어왔다. 체육관 안에 있는 학생들과 같은 배구부원의 복장이었다. 그제야 제가 내뱉은 말이 상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말인지 깨닫게 되어 창피해지고 말았다.

옷을 꽉 쥐고서 미세하게 떨리던 몸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미친 듯이 도망가던 나츠노의 뒤로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릴수록 그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나츠노는 망했다며 울 것 같은 얼굴이 되고 말았다.

 

 

" 하... 어쩌지... "

 

 

카라스노 고교에서 미친 듯이 달려 도망쳐 집에 도착한 나츠노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은 채 아무리 생각해도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학교에서 마주치기라도 하겠어?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교실이 있지 않은 학교였기에 금세 만나게 될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 뒤에는 그냥 그 학생을 찾아가서 사과해야 하는 걸까, 생각했지만 그 아이의 교실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멈추지 않으니, 두통이 몰려왔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고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제가 도망치면서 빵 봉지를 두고 왔다는 것이 뒤늦게 생각났다. 아차 싶었던 나츠노는 빵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 내일 전학 가는 날이니까, 더 늦게 자면 지각하겠지... "

"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할래... "

 

 

한껏 풀이 죽은 모습을 하던 나츠노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가지고서 생각을 해 봤자 좋은 생각 따윈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게 결론이었다. 고민하며 잠들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나츠노는 뒤집어썼던 이불까지 걷어차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카라스노 여 교복을 앞에 두고서 한참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였다. 그 아이를 찾아가서 사과하고 빵 봉지를 돌려받는 방법뿐이었다. 씻고 나온 뒤 머리를 양 갈래로 늘어뜨리고 도넛같이 말아 길고 큰 리본으로 묶었다.

여름이었기에 하복을 입어야 한다며 하복부터 산 교복을 빤히 보았다.

반소매 와이셔츠를 입고 붉은 리본 넥타이를 맸다. 회색 치마를 입고 상아색의 카디건까지 입으니 제법 교복이 예뻐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음! 마음에 들어. "

 

 

나츠노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제 교복 상태를 확인한 뒤 가방을 들었다.

가방 안에는 잊지 않고 새로운 빵 봉지도 챙겼다. 빵 봉지 안에는 이른 아침 일찍 만든 쿠키를 가득 넣었고, 학교에서 먹을 생각에 들뜨기도 했다. 한편 긴장되는 것도 있었기에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섰다.

아빠는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출근한 상태라 함께 가지 못했다.

그래도 학교 마치고 돌아오면 카스텔라를 해준다고 했으니 괜찮다고 했다.

엄마와 함께 학교에 도착해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 교실로 향하게 되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마친 엄마는 가게로 가셨다는 말을 선생님이 해주셨다. 나츠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님이 업무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수업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리자,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마. 나츠노. 잘 따라오도록 하고. "

" 네! "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복도를 한참 걸었다.

교실 앞에 도착하자 멈춘 선생님이 나츠노를 향해 잠시 기다리라고 말했다. 소개하고 들어오라고 말하면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나츠노는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먼저 들어가시고 조금 기다리자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왔다.

선생님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끌벅적했던 교실이 한순간 조용해지자, 이상하게 떨려왔다. 모두의 앞에 나서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많은 시선이 모이자 살짝 긴장되고 말았다. 

나츠노는 칠판에 이름을 적고 몸을 돌려 앞을 보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 안녕! 내 이름은 나ㅊ... 어? "

" 무슨 일 있니? "

" 아, 아니요... 내 이름은 나츠노 소요카. 어릴 때 홍콩에서 살다가 중학생 때 후쿠오카로 돌아왔고, 저번 주에 여기로 이사 오게 되었어. 잘 부탁해! "

" 나츠노의 자리는... 스가와라의 옆이 좋겠구나. "

" 네? "

" 저기 뒤에 있는 남학생 말이다. "

" 어, 어... 네! "

 

 

고개를 돌려 스가와라를 보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놀란 건 나으노 뿐만이 아니었다. 스가와라 역시 놀란 편이었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나츠노를 보았다. 당황한 나츠노가 소개하다 말고 멍하니 있자 선생님이 말을 걸었다.

어수선해지는 분위기에 나츠노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홍콩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것. 이야기를 마치자, 모두의 시선에 호기심이 비쳤다. 나츠노는 긴장해서 괜히 카디건 끝자락을 계속 문질러댔다.

출석부를 살펴보던 선생님은 나츠노에게 맨 뒷자리에 있는 스가와라를 가리켰다.

당황한 나츠노가 되물어 보자, 선생님은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시선으로 나츠노를 보았다. 말을 더듬던 나츠노는 결국 발걸음을 옮겨 스가와라의 옆자리에 앉았다.

 

 

" 안녕, 어제 봤던 애 맞지? "

" ... 으응, 어제는... "

" 너 이거 두고 갔더라? "

" 어, 내 빵 봉지! "

 

 

스가와라는 제 옆에 조심스럽게 앉는 나츠노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난감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답을 하려던 나츠노는 와중에도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스가와라가 나츠노의 책상 앞으로 빵 봉지를 내밀었다. 어제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두고 갔던 빵 봉지였다.

사실 반쯤 포기하고 있던 물건이 다시 돌아오자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모두의 시선이 나츠노와 스가와라에게로 향했다. 머쓱해진 나츠노가 얼른 빵 봉지를 가방 안으로 숨겼다. 큰 외침에 선생님이 교탁을 두들기며 말했다.

 

 

" 전학 첫날부터 소란이니? "

" 죄송합니다! "

" 수업에 집중해주렴. "

" 네! "

 

 

나츠노의 답을 마지막으로 수업이 다시 이어졌다.

아직 교과서가 없었던 나츠노였기에 스가와라의 교과서를 함께 보게 되었다. 나츠노는 수업에 열중하는 스가와라를 힐끗 지켜보다가 제가 들고 온 작은 메모지 위로 무언가 끄적거렸다.

다 적고 난 뒤에는 앞을 보며 선생님 눈치를 살폈다.

선생님이 등을 돌려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있을 때, 재빨리 스가와라에게 메모지를 내밀었다. 스가와라는 제 앞에 내밀어지는 메모지를 빤히 보았다.

메모지에는 ' 어제는 미안했어. 사실 배구에 흥미 있는 편이야. ' 라고 적혀있었다.

그걸 보던 스가와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수업 도중이었기에 웃음이 들리지 않게 빨리 입가를 가려냈다. 나츠노는 스가와라가 웃는 모습에 갸웃거렸다.

 

 

 

 

'에덴로즈 타입' 카테고리의 다른 글

[ALL/1차cp/230627] 데자뷔  (0) 2025.02.03
[BL/드림/230530] 새로운 목표  (0) 2025.02.02
[BL/1차cp/230511] 결혼식과 친구들  (0) 2025.02.02
[NL/자캐/230408] Seth  (0) 2025.02.01
[NL/자캐/230409] 가족의 이야기  (0) 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