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HL/드림/230412] 목줄과 강아지의 상관관계

나비의 보관함 2025. 2. 1. 22:08

 

연합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하기 전이었다.

레일라는 짐을 챙기면서 품에 있는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마쳐버리는 탓에 저녁을 집에 가서 먹어야 할 판이었다. 혼자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괜스레 입맛이 떨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 먹어야 하는 게 싫었다.

혼자 먹기 싫었던 탓에 최근에 관심이 있고, 가까워진 티모시를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 티모시를 붙잡고는 물어보았다.

 

" 티모시, 오늘 일찍 마쳤는데... 같이 식사할래? "

" 음... 그래요. "

 

티모시는 최근에 친해진 레일라가 식사를 초대해주자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했다.

정말 식사만 하고 갈 거라 생각해서 선뜻 초대에 응한 것이었지만, 초대한 장본인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평범한 식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밥을 먹고 나서 일어날 상황을 상상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며 씰룩거렸다. 티모시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에 팔을 문지르며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티모시의 뒤에서 흥분한 미소를 짓고 있다가 두리번거리는 티모시의 모습에 재빨리 평소대로 표정을 바꾼 레일라가 티모시를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 쓸데없이 감이 좋네... '

티모시의 감에 감탄하며 레일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티모시의 옆에서 나란히 서서 걸었다. 애초에 집으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도, 남자를 초대하는 것도 난생처음이었기에 레일라는 갑자기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 오늘 웬일로 일찍 마쳤지. "

" 그렇긴 해요. 이런 일은 오랜만이라... "

" 그건 그래. 일이 없었나?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오늘 일찍 마치는 것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레일라는 자신이 연합에 소속되고 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평소라면 야근이라던가, 외근이라던가 길어지는 업무에 힘들어해야 할 게 분명했지만, 오늘은 정말 신기하게도 여유로웠다. 마치 큰일을 앞둔 평화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해서 지금의 시간을 누리지 않을 건 아니었다. 

혼자 걸을 때는 더럽게 길다고 느껴졌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쩐지 티모시와 함께 걸으니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일라가 집 앞에서 문을 열지 않고 멍하니 있자 티모시가 레일라의 어꺠를 조심스럽게 붙잡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레일라...? 무슨 일 있어요? "

" 아, 아니야. 집에 돌아오는 길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거든. "

 

티모시의 손길에 화들짝 놀란 레일라가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었다.

레일라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티모시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는 레일라의 모습에 아무것도 아니겠지. 생각하며 뒤따라 들어갔다.

티모시는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티모시가 둘러보는 동안 레일라는 앞치마를 입고서 간단하게 먹을 저녁 준비에 나섰다. 티모시는 혼자 살기에 적당한 크기의 집에 귀엽게 잘 꾸며진 인테리어를 보며 딱 레일라, 그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저녁을 준비하는 레일라의 모습에 부엌으로 향했다.

레일라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 저... "

" 티모시, 기다리고 있어. "

" 도와줄 건 없나요? "

"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순 없잖아. 앉아있어. "

" 하지만... "

" 괜찮다니까. "

 

지켜보던 티모시가 도와주겠다고 말해오자 레일라는 고개를 내저으며 거절했다.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는 명분이었다. 계속 도와주겠다는 티모시와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티모시가 단호한 레일라에게 지고 말았다. 티모시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식탁에 앉아서 레일라가 요리해오는 것을 기다렸다. 

레일라는 오래 걸리는 요리보단 가볍고 빠른 음식 위주로 요리했다.

빠르게 나온 요리에 티모시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던지라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비주얼이라 더 놀랐다.

두 사람은 레일라가 차린 밥을 먹으며 여전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더라도 웃긴 부분이 나오면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어느새 빈 그릇을 포크로 휘적거리며 레일라가 말했다.

 

" 티모시, 요즘 일은 어때? "

" 음... 괜찮아요. 힘들지도 않고... "

" 연합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 "

" 네. 잘 지내고 있어요.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다 먹은 그릇들은 싱크대에 넣어둔 뒤 레일라는 소파에 앉았다. 갈 채비를 하는 티모시를 보며 손짓하고는 웃었다. 

제 옆자리를 툭툭 두들기며 쉬었다가 가라고 말했다. 

그걸 지켜보던 티모시는 어차피 집에 가도 바로 할 것도 없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레일라의 옆자리에 앉았다. 

 

" 티모시, 잠깐 쉬고 가. "

" 네? "

" 그리 멀지 않으니까 잠시 쉬다가 가. 이야기도 조금 더... 하고 싶고... "

" 아, 네. 그렇게 할게요. 잠깐이라면야... "

 

잠깐 쉬고 가라는 레일라의 말에 티모시가 짧은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그러다 또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두 사람은 연합의 일을 대화하면서 웃었다. 연합의 문제아, 이글의 일과라던가 연합의 영웅, 루이스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이었다.

길어지는 대화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 레일라는 티모시를 보았다.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진지하게 답했고, 연합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멋쩍은 듯 웃으면서도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 이글은 여전히 일에 집중 안 하고 노는 분위기지? "

" 그건... 맞는 말이에요. "

" 루이스 씨는 너무 열심히고. "

" 으음... 하지만 그는 영웅이고... "

" 피터와 엘리는? 귀엽잖아. "

" 어린애들이 기특하죠. "

 

연합의 유일하게 어린 피터와 엘리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 티모시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주절주절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레일라는 이야기의 꽃을 피우니 분위기에 풀린 듯 기분 좋다는 미소를 짓는 티모시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았다.

턱을 괴고서 그를 보다가 조용히 나지막하게 운을 띄웠다.

레일라의 눈빛은 그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티모시, 너 가끔 강아지 같다는 소리, 안 들어? "

" 네, 네? 강아지요? "

" 응, 내가 보기엔 너 정말 강아지 닮았어. "

" 아닌데요... "

" 맞는데? 티모시, 너 정말 강아지 같아. "

 

레일라의 의견에 티모시는 제대로 된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부정만 하고 있었다.

그에 레일라는 계속 강아지가 맞다고, 닮았다며 이야기하다가 끝에는 웃으며 부탁했다. 레일라의 웃음과 함께 그녀의 부탁에 티머시는 당황스러웠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역시나 부탁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저에게 하지 않을 부탁을 그녀는 담담하게, 그리고 또 간절하게 부탁했다.

 

" 티모시, 한 번만 강아지 흉내 내주면 안 될까? "

" 네? 싫... "

"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단 말이야. 응? "

" 아니... "

" 제발~ 응? "

 

레일라의 애원에 가까운 부탁에 티모시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면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었다.

결국 말려버린 듯 부탁을 마지못해 들어주게 되자 티모시는 참담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안 들어줄 수가 없었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티모시는 얼굴을 붉히고는 작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레일라는 충분히 귀담아들었다.

눈동자를 빛내며 애원하던 레일라의 표정이 단번에 바뀌었다.

 

" ... 멍멍 "

" 헉...!! 정말 잘 어울려...!! "

 

티모시가 강아지 흉내를 내자 레일라는 감격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녀의 칭찬에 티모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인 자신에게 강아지 소리를 내는 게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듣고서 좋아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눈앞에서 제 강아지 흉내에 엄청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니 좋은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던 탓에 오늘의 일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강아지 소리를 내는 것에 기뻐하는 레일라의 모습에 티모시는 조금씩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분명 밥을 먹으러 레일라의 집에 온 것이었고, 잠시 쉬기 위해 소파에 앉았을 뿐인데 이런 수치심은 처음이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 정말이야. "

 

레일라는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흘겨보는 티모시의 시선에 진심으로 답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티모시가 제 부탁을 잘 들어주는 모습에 여기서 더 대담하게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을 하면서도 제 말에 티모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말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레일라는 이야기하면서 발걸음은 이미 방으로 향해있었다.

 

" 나한테 목줄이 있는데, 이것도 하면 정말 귀여울 거야. "

" 저...!! "

 

티모시가 말리기도 전에 레일라는 이미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제 방 침대 옆 작은 탁상 서랍 안에 넣어둔 목줄을 꺼냈다. 저번에 시내로 나갔을 때, 순전히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구매했던 물건이었다. 

오늘 티모시를 보고서야 그때 샀던 목줄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의 목에도 딱 맞을 정도의 큰 목줄을 가져와서는 티모시 앞으로 내밀었다. 티모시는 레일라의 손에 있는 목줄을 보며 얼굴을 확 붉히고 고개를 틀어버렸다.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엄청나게 거부하기 시작했다.

 

" 이, 이런 건 정말 부끄러우니까 무리입니다...!! "

" 해주면 안 돼? "

" 무리라니까요... "

" 정말 잘 어울릴 거야. 응? 이렇게 부탁할게! "

" 무리에요...!! 부끄러워요. "

" 정말 너에게 딱인걸. 응? 제발... 여기엔 우리 둘뿐인걸? "

" 윽... "

 

레일라는 거절하는 티모시에게 제발 해달라며 애원하면서 부탁했다.

어울릴 거라는 말과 함께 둘 뿐이니 괜찮지 않냐고 꼬드기기까지 했다. 점점 갈수록 티모시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부끄러우니 안 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던 처음과는 목소리가 달랐다.

마지막에 와서야 움찔거리며 거부하지도 못했다.

그녀의 애원에 티모시는 또 어쩔 수 없이 허락하고 말았다.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목줄을 착용했다. 그러면서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레일라의 요구를 듣고 있었다.

 

" 티모시, 정말 잘 어울린다. 다시 멍멍해주면 안 돼? "

" 네? "

" 멍멍, 해봐. "

" 멍멍... "

 

레일라는 한 번 대담해지기 시작하니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부탁하게 되었다.

요구를 잘 들어주는 티모시의 반응이 너무 짜릿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부탁마다 싫은 티를 내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던가, 창피해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라던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자극적이라 흥분하기 시작했지만 멈추진 않았다.

티모시는 이런 요구를 당당하게 하는 레일라의 모습이 의외였다.

 

" 이번에는 내 앞에서 무릎 꿇는 것도 해줘. "

" 무릎을...? "

" 응. 무릎 꿇는 것도 해주면 안 될까? "

 

레일라의 자연스러운 요구에 티모시는 소파에 앉아있는 레일라의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마치 진짜로 강아지가 되어 주인 앞에 앉은 착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요구에 티모시의 얼굴은 마치 불타는 토마토처럼 변하고 말았다. 머리색과 얼굴색이 비슷하게 변해버려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레일라는 그런 티모시를 보면서 귀엽다는 듯 웃어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애원이 담긴 부탁했다.

 

" 그 상태에서 주인님이라고 불러줘. "

" ... 주인님. "

 

애원이 섞인 그 부탁을 들어주던 티모시는 당장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레일라의 애원과 부탁에 티모시는 결국 또 못 이겨 넘어가 버리면서 해주었다. 얼굴과 귀를 새빨갛게 물들인 상태에서 해달라는 요청은 전부 다 해주고 말았다.

레일라는 티모시의 난감해하는 모습이 꽤 귀엽다는 듯 보았다.

티모시는 자기가 왜 그녀가 부탁하는 대로 다 해주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게 해달라고 부탁해오면 들어주게 되고, 또 해주고 나면 레일라가 엄청나게 기뻐하는 그 모습이 어쩐지 계속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왜 자기가 이런 부끄러운 행동들을 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필이면 부끄러움도 제 몫인지라 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레일라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제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 같아서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 주인님과 멍멍은...? 해줄거지? "

" 주, 주인님... 멍멍... "

 

티모시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겨우 강아지 흉내를 냈다.

얼굴이 홧홧하고 뜨거워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목구멍 안쪽이 따끔거릴 정도로 말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슬며시 떠서 레일라를 보았다.

부탁으로 이루어진 말이긴 했지만, 듣고 싶었던 걸 들으니 레일라는 매우 만족한 상태였다.

환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를 보여주었다.

 

" 너무 좋아. 티모시, 지금 너 정말 귀여워... 마음에 들어! "

" 으음... "

 

레일라의 말에 티모시는 난감한 듯한 표정을 보이다가도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한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일라는 제가 해달라고 부탁하는 대로 전부 들어주는 티모시의 모습에 결국 흥분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티모시의 목에 찬 목줄을 잡고서 강하게 당겨 그의 입술 위로 입을 짧게 맞추었다. 다소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혀를 내어 입술을 핥아냈다.

티모시는 갑작스러운 입맞춤과 저돌적으로 바뀐 레일라의 모습에 얼굴을 더 붉히며 멍하니 보았다.

 

" 티모시, 우리 키스... 할까? "

" 네, 네?! "

 

레일라가 입맛을 다시며 당돌한 부탁이 담긴 명령과도 같은 말에 티모시는 화들짝 놀랐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사색이 된 채 다시 식은땀을 흘리며 양손으로 내저어댔다. 거절보다는 말리는 분위기였다.

레일라는 그의 모습에 왜 안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 왜? "

" 그야... 키,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거라고요...!! "

" 흐음... "

 

키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거라면서 자신의 입을 막는 티모시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런 모습도 꽤 귀여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무래도 상냥함이었다. 거부를 하려면 밀어내는 게 좋겠지만 여기서 밀어버린다면 혹여나 제가 상처받고 넘어져서 다치진 않을까 싶어서 밀치지도 못하는 그의 상냥한 다정함 말이다. 

그저 소파 머리맡에 손을 짚고서 바들바들 떨며 버티는 게 전부였다.

티모시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한 레일라는 목줄을 짧게 쥐면서 제 쪽으로 확하고 당겼다. 순식간에 티모시의 몸이 레일라 쪽으로 바짝 붙어버렸다.

 

" 어, 어? 아... 안 되는데... "

" 네가 해줄 때까지 이러고 있어도 돼? "

" 아, 아니... "

 

티모시는 제대로 된 반박 한 번을 하지 못하고 당황해선 말을 더듬어댔다.

식은땀까지 흘리며 레일라의 눈동자에 눈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계속 데굴데굴 굴려대기만 하던 티모시의 모습에 레일라는 조용히 웃었다.

그런 모습도 정말 귀여웠기에 당장 키스를 하고 싶었던 레일라였다.

티모시를 빤히 보면서 애원할 때처럼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 정말 안 돼? 응? 나는 티모시랑 해도 괜찮은데. "

" 하, 하지만... "

" 정말 괜찮은데. 응? 제발. 해주면 안 돼? "

 

레일라의 제대로 된 애원을 코 앞의 거리에서 보게 된 티모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결국 티모시는 레일라의 부탁을 허락하고 말았다. 사실상 레일라가 쥐고 있던 목줄을 당겨 입을 맞출 수 있었지만, 티모시가 부끄러워하면서 허락하는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

레일라는 쥐고 있던 목줄을 팽팽하게 당겨 티모시의 고개를 내려오게 한 뒤 제 고개를 비틀어 입 맞추었다. 두 사람은 아까보다는 길게 입을 맞추었다. 아까의 짧았던 키스가 무마되도록 길고 짙은 입맞춤이었다. 숨을 조여오는 듯 짙어지는 입맞춤에 틈 사이로 혀가 밀고 들어와 입안을 점령했다.

레일라의 혀가 티모시의 입안에서 마치 제 앞마당인 것처럼 돌아다녔다.

 

" 후읍...!! "

" 음... "

 

입천장을 긁어 간지러움을 안겨주고, 치아를 고루 훑어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티모시는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질 키스를 생각했지만, 농후하고 짙은 키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입안에서 자극을 안겨주는 레일라의 혀가 조금씩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혀와 혀끼리 엉키며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을 때는 야릇한 기분까지 들었다.

티모시는 소파 머리맡을 붙잡은 채 겨우 버티며 흥분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떨리는 인기척이 느껴지자 눈을 감고 있었던 레일라는 슬그머니 눈을 뜨고서 티모시를 살펴보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서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파들 떨리는 모습은 매우 귀엽다고 생각했다.

숨이 멎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입맞춤은 떨어질 줄 몰랐다.

 

" 으음...!! 흡, 음... "

 

혀와 혀가 진창 섞이며 질척한 소리를 냈다.

숨이 막혔던 티모시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숨이 겨우 멎기 직전까지 이어지던 입맞춤은 두 사람이 떨어지면서 끝을 맺었다.

겨우 티모시와 레일라의 입술이 떨어졌는데 그 사이로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가 톡 끊어졌다.

두 사람은 거친 숨만 몰아쉬면서 서로를 보았다. 짙고 농후한 키스 자체가 처음이었던 티모시는 5초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이 멍하니 레일라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야한 키스를 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러곤 정신이 들었는지 곧바로 제 목에 걸려있던 목줄을 허둥거리며 풀었다.

그 뒤엔 레일라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인지 허둥지둥 외투를 챙기고서 도망치듯 돌아가 버렸다.

 

" 음... 티모시가 가버렸네... "

 

레일라는 제 손에 남아있는 목줄을 보면서 아쉽다는 듯 웃었다.

비록 티모시가 제게서 도망치고 말았지만, 생각만 해왔던 것들을 오늘 이루게 되어서 크게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특히 도망치기 직전 티모시의 표정이 가히 최고였다.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만족스러웠다.

붉게 물든 뺨과 귀, 당황해서 한 곳에만 머물지 못하던 눈동자, 긴장한 탓에 계속 흐르던 식은땀. 그는 충분히 밀어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밀치거나 밀어내는 걸로도 족할 텐데도 혹여나 제가 다칠까 싶어 버티기만 하던 그 상냥한 다정함.

레일라는 오늘 좋은 꿈을 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일이 기대되네. "

 

중얼거리던 레일라는 티모시가 벗고 도망간 목줄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그러고는 정말 신이 났던 모양인지 앞으로는 더 대담하게 행동해볼까 생각하며 호기심으로 목줄을 샀던 가게를 떠올렸다. 

점장이 추천해줬던 여러 가지의 물건들도 함께 생각났다.

신중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전에 들러서 목줄을 샀던 가게를 떠올렸다. 내일 퇴근 후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 흠... 가게에 다시 가볼까. "

 

다급하게 외투를 챙겨 입고서 도망가던 티모시는 여전히 얼굴이 뜨거웠다.

마치 불에 덴 것처럼 홧홧 달아오르는 게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 그 탓에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은 거친 숨만 나왔다.

티모시는 금방 자기 집에 도착해 들어갔다.

문에 기댄 채 주르륵 미끄러지듯 주저앉으며 방금 상황을 떠올렸다. 자연스레 튀어나올 것 같은 신음 때문에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 윽... "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레일라의 애원이 섞인 부탁에 그녀가 기뻐하는 것 때문에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 걸 들어주며, 그에 대한 반응을 보고 좋아했던 제 자신이 떠올랐다.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서 주인님이라 부르고 강아지처럼 짖어대던 제 모습이 아른거렸다.

귓가에까지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티모시는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서 웅크렸다. 짧은 신음과 함께 무자각 속에서 다른 생각을 했다.

 

" 다음, 다음에도... "

 

내심 다음에 또 레일라의 집에 놀러 가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했다.

다시 그 상황이 되길 자각하지 못한 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티모시는 괜히 제 목을 어루만졌다. 티모시의 목에는 목줄로 인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아까 같은 상황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다. 욱신거릴 정도로 아려오는 심장 부근과 아랫배에 티모시는 죽을 노릇이었다. 이런 건 제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