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리두 도심과는 달리 구석진 곳에 있는 외환선에는 작은 자동차 극장이 있다.
라이터와 라이즈는 그곳에 새로운 영화가 들어왔다는 정보를 듣게 되고,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다는 라이즈의 의견에 따라 영화를 보러 가게 된다. 라이즈는 처음으로 라이터와 영화를 보게 되는 것에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그에게 티를 내지 않았지만, 이 상황이 마치 데이트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이번 영화는 <위대한 사랑>입니다! "
" 라이터, 본 적 있는 영화야? "
" 아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영화인데. "
" 그래? 팸플렛에도 없는 영화네... "
두 사람은 정비를 마친 자동차를 타고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새로운 영화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위대한 사랑>이라는 영화는 배부받은 팸플렛에도 적혀있지 않은 완전한 새로운 영화였다. 두 사람 다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있던 사람이었기에 자동차 극장에서 보는 지금의 상황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낡은 자동차, 커스텀 되어 있는 자동차,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자동차, 등등.
다양한 자동차들이 있었지만, 그리 많진 않았다. 두 사람은 가장 잘 보이는 중앙 자리에 정차를 시켜두고서 대화를 나누었다. 라이터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라이즈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팜플렛을 살펴보던 라이즈는 라이터에게 팸플렛을 보여주며 말했다.
" 여기 안쪽에 매점 코너가 있대. 거기 가서 먹을 거라도 사 올까? "
" 영화 볼 땐 마실 게 필요하다던데, 그걸 여기서 사는 모양이군. "
" 그럼 가자. "
두 사람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잠시 매점에 들러 보기로 했다.
매점으로만 향했으면 좋았을 문제였지만, 매점 근처에는 풍선 터트리기, 다트 던지기, 홀짝 맞추기 같은 도박성 게임도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하필 홀짝 맞추기가 라이즈의 시선을 끌었다.
음식을 사기도 전에 라이즈의 발걸음이 홀짝 맞추기로 향했다.
홀짝 맞추기 앞에 선 라이즈는 라이터의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돈을 지불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운이 따라서 어느 정도 따는가 싶더니 후반으로 갈수록 돈을 잃기 시작했다.
모든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라이터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 ... 라이즈, 이만 돌아가는 게 어때? 다 잃은 거 같은데. "
" 라이터, 나 딱 한 판만. 응? 지금 딱 느낌이 왔어. "
" 네 그 올인을 좋아하는 성격도 이해한다만, 곧 영화가 시작하거든. "
" 아... 어쩔 수 없지. 간식만 사고 돌아가자. "
이만 돌아가자는 라이터의 말에 라이즈가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애원했다.
하지만 라이즈의 애원에도 라이터는 냉정하게 딱 끊어서 말하며 영화가 시작된다고 말해주었다.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라이즈는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근처의 매점에서 팝콘과 콜라, 건오징어를 사서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자연스럽게 라이터가 운전석으로 탑승하고, 라이즈가 조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주변이 어두워지며 커다란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가벼운 광고를 틀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매점에서 사 온 물품을 정리했다.
그 사이에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힌 탓에 잠깐의 정적이 있었지만, 영화의 소리에 정적이 깨졌다.
" ... 익숙한 배우가 나오는군. "
" 저 배우를 알아? "
"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종종 포스터는 본 것 같아서. "
" 그래? 음... 아! 저 배우는 로맨스와 액션 영화를 주로 찍는대. "
" 그런가. "
두 사람은 팝콘을 먹으며 영화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영화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오해로 시작된 관계에서 계기가 될 만한 일로 인해 서로 오해를 풀고, 각자의 감정을 깨닫는 구간이었다.
스크린 속 두 배우가 입을 맞추는 모습에 당황한 라이즈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팝콘을 주워 먹다가 문득 들어 올린 시선에 라이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스크린의 빛으로 인해 라이터의 얼굴을 살펴보는 데는 문제 없었다.
라이즈는 스크린으로 향해있는 그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걸 보았다.
" ... "
[ 당신을 사랑해요, 필립. ]
[ 에거사... 나도 이제야 나의 진심을 알아차렸어. 나도 당신을 사랑해. ]
" ... "
라이즈는 힐끔, 눈동자만 돌려 스크린 속 두 배우를 보았다.
홍조를 붉히고 진실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다시 눈동자를 돌려 라이터를 보았다. 아,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사랑하는 감정을 공감해 버리고 말았다.
여자 주인공의 대사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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