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은 요즘 로즈월의 저택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의 교육을 맡게 되었다.
맡기보단 도와주는 것에 가까웠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저절로 가까워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가까워졌다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도 유를 만나게 되다 보니 렘에겐 고민이 이만저만 있는 게 아니었다.
" 레무링, 무슨 일 있어? "
" 아무것도 아니에요. "
" 레무링~ "
" 하... 지금 쉬는 시간 아닌가요? "
렘은 쉬는 시간임에도 자신에게 달라붙으며 말을 걸어오는 유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유가 로즈월의 저택에 오게 되면서 자신이 교육을 도와주게 되긴 했지만, 그 탓에 스바루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어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그런데 눈치 없게도 유가 달라붙으니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달라붙어 오는 유를 꾹 눌러 밀어내며 다혈질인 성격을 죽이고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좋은 건지 유는 해맑게 웃으며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렘은 유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유면서 간식으로 들고나온 쿠기를 먹었다.
렘은 멍하니 하늘을 보며 지금쯤 자신의 언니인 람과 있을 스바루를 떠올렸다.
" 유, 오늘 교육은 다 끝났나요? "
" 아... 아니, 그게~.. "
" ... 설마 안 한 건 아니겠죠? "
" 집안일 못 한다고 쫓겨났어. "
렘은 유를 보며 흐릿한 눈으로 보았다.
유가 온 지도 어느새 몇 개월째. 이상하게도 그녀는 집안일을 전혀 못 했다. 알려줘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본 렘이었기에 조금 걱정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쫓겨났다는 말에 오늘 어디에서 일했냐고 물어보니 주방이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식기를 깨버유고, 손님용으로 나갈 음식을 쏟아버렸다고 말했다.
렘의 꾹 닫힌 입에서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신이 옆에서 알려주고 있긴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않는 건지. 그게 의문이었다. 로즈월의 저택에서 놀고먹으며 쉬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유뿐일 게 분명했다.
사람이라면 자신이 못하는 걸 알았을 때 조금 더 노력이라도 할 텐데.
" 조금 더 노력해 보는 건 어떤가요? "
" 나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어! "
" 그렇군요... "
보다 못한 렘이 유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유는 그걸 알아차유지 못하고 상체를 앞뒤로 움직이며 자신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답에 렘은 답하는 걸 포기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더 말해봤자 자신의 입만 아플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며칠 뒤, 결국 참고 참던 렘이 터지는 일이 생겼다.
렘은 친구로서 참아줄 수 있는 경계를 넘어버린 유를 보며 한 소유 내뱉었다. 주변에서는 친구라고 이제까지 참아준 게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렘은 인상을 찡그유며 유를 보고 있었고, 유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유가 어떤 사고를 쳤는가, 하니. 처음은 일을 하지 않고 백수처럼 놀고 있는 유의 모습을 알게 된 스바루의 명령이었다.
스바루의 부탁으로 렘이 유를 집중적으로 관유하게 되면서 일이 시작되었다. 유는 하루 종일 렘의 뒤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게 되었는데, 배울 때마다 엉성하거나 사고를 치기 바빴다.
" 하... 유! "
" 헤헤... "
창문을 닦으라고 했더니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커튼을 뜯어놓고, 바닥을 닦으라고 했더니 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접시를 닦으라고 하면 두 동강을 내놓고, 짐을 나르라고 시키면 그 짐을 잃어버렸다. 이 많은 일이 놀랍게도 단 하루도 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렘은 매번 물어볼 때마다 유가 쫓겨났다는 게 핑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다니다 보니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깊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참아내며 미간을 꾹꾹 눌렀다. 항상 차가워 보이던 렘의 얼굴이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유를 보며 대단하다고 말했다.
" 일단 일어나세요, 유. "
" 으응... 레무링, 화났어...? "
" 아니에요. 일단 옷 갈아입고, 간식이라도 먹고 생각해 볼까요? "
렘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유에 자신의 친구인 유를 보았다.
방금 전에 물 바구니를 들고 오다가 무엇에 걸린 건지, 맨바닥에서 휘청거유더니 그대로 물을 쏟아버유면서 절반은 바닥에, 절반은 자신의 몸에 뿌려버유고 말았다.
짧게 한숨을 쉰 렘이 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유는 난감한 듯 웃으며 렘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평소보다 더 차가운 듯한 렘의 행동에 유가 힐끔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렘이 따스한 미소를 살짝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수건을 가져와 유의 몸을 감싸 닦아주는 손길은 차갑던 표정과 대조적일 정도로 다정했다.
" 아무래도 유가 잘 버틸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어요. "
" 응? 레무링, 너무 무유하지 마~ "
" 아뇨, 모두가 제 친구를 무시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어요. "
" 나 레무링의 친구야?! "
" ... 그럼요, 재밌잖아요. "
유가 욕실에서 씻는 동안 렘은 파티션 뒤쪽에서 기다유며 말했다.
렘이 친구 이야기를 꺼내자, 씻고 있던 유가 파티션 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신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렘이 화들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그 기색이 그유 드러나지 않았다.
렘은 가만히 유를 보다가 끄덕였다.
애초에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레무링이라고 부르는 걸 내버려뒀을 유 없었고, 스바루와의 시간을 빼앗는 걸 그냥 넘어갈 유 없었다. 무엇보다 유는 성가시지만 재밌으니까.
렘이 유에게 시선을 주며 조용히 웃자, 유가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 나, 나 ... 얼른 씻고 올게! 케이크 먹으러 가자. "
" 그래요. 천천히 씻으세요. "
유는 샤워를 하면서 괜히 뜨거워진 얼굴을 식혔다.
겨우 열을 식히고 나와 곧장 정원에 있는 테라스에 앉아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유는 간식으로 나온 케이크를 먹으면서도 아까 렘이 친구라고 해줬던 말을 계속 떠올렸다.
친구, 설레면서도 이상하게 심장이 따끔거유는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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