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고등학교에서 맞이하는 졸업식은 아직 살에 에는 듯한 겨울바람이 불어올 때였다.
봄이 오기 전, 겨울의 끝. 그 어중간한 사이에서 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열렸다. 강당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고, 학부모와 함께 3년을 보냈던 선생님들. 그중에는 우는 학생도 있었고, 웃음으로 마무리하려고 하는 학생이 있었다.
김래빈은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도 우는 학생 쪽에 속했다.
졸업장 수여식이 끝나고, 래빈은 운동장 끝에 있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멍하니 운동장 쪽을 보았다. 운동장에는 졸업식을 마치고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모와 함께 나가는 사람, 친구들끼리 우루루 모여서 나가는 사람, 혼자서 나가는 사람. 참 다양했다.
" 어라? 김래빈! 여기서 뭐 해? "
" ... 차유진. "
" 헉, 김래빈 너 울어?! "
" 바보야, 안 울어. "
" 아닌데... 김래빈 눈가가 빨간데?! "
졸업식이라는 상황 탓인지 아니면 추운 겨울에 눈이 시려서 인건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찔끔 흐르는 눈물을 흘리며 넘쳐흐르는 걸 주워 담고 있을 때였다. 졸업식을 마치고 많은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래빈을 찾아다니던 유진이 버드나무 아래에 있는 래빈을 발견했다.
유진은 순간적이지만, 움찔거리며 몸을 굳혔다.
처음 보는 래빈의 눈물은 사고 회로를 정지시키기엔 충분했다.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말을 걸었다. 눈가가 붉게 짓눌린 걸 보자, 심장이 미치도록 뛰기 시작했다.
분명 말투는 평소처럼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 잠긴 목소리가 도드라졌다.
" 김래빈, 울지 마! 졸업식인데 왜 울어? "
" 우는 거 아니라니까! 그냥... 이제 학교 안 오잖아. "
" 맞아! "
" 친구들도 못 보고, 차유진. 너랑도 이제 못 보겠네. "
" 뭐?! No!!! 나 볼 거야! 졸업식 해도 김래빈 봐야 해! "
" 서로 바쁠 텐데...? "
유진은 어느새 래빈의 옆에 서서 계속 말을 걸었다.
래빈은 조잘조잘, 옆에서 앵무새처럼 말을 걸어오는 유진 때문에라도 울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식인데 왜 우냐는 유진의 말에 래빈은 운동장에 있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시선을 돌려 유진을 보며 이제 너랑도 보지 못한다고 말하니, 화들짝 놀란 유진의 표정이 보였다.
그러다 서로 바빠서 보지 못할 거라고 알려주려던 찰나 이번에는 래빈의 사고 회로가 멈추었다. 졸업식하고 나서도 래빈을 봐야겠다던 유진이 래빈의 입술에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었다.
짧게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도 래빈은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
" 이, 이건 그냥 하는 거 아니야! america kiss도 아니고...!! "
" ... 뭐? "
입술을 떼어내고 유진이 말을 더듬어대며 말을 이어갔다.
되물어오는 래빈의 말에 유진은 두 눈을 질끈 감고서 래빈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길게 이어지는 입맞춤 뒤로 유진의 혀가 래빈의 입술을 핥았고, 그의 치아가 래빈의 윗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을 핥던 혀가 래빈이 놀라 살짝 벌어진 틈 사이로 들어가 입안을 탐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래빈이 움찔거리며 몸을 비틀어 입술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유진이 그 뒤를 쫓아가서 무의미해졌다. 유진이 래빈의 어깨를 감싸 잡은 채 입안을 가득 헤집어댔다.
그다음 쪽소리가 나며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멍하니 있는 래빈의 모습에 유진이 얼굴을 확 붉히고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래빈은 한참이나 멍때리면서 유진이 도망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추위를 느끼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 ... 차유진!!!!! "
" Yes!! I'm Cha Eugene!! 나중에 봐! "
뒤늦게 정신을 차린 래빈이 다급하게 유진을 불러보지만, 유진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며 웃고 있었다.
래빈은 뛰어가면서 앞도 안 보고 있는 유진의 얼굴이 붉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붉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얼굴이 붉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으며 얼굴을 가려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버틸 수 있는 온기가 몸 구석구석에서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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