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와 코하쿠가 따로 약속을 잡았던 날, 코하쿠는 무슨 마음이었던 건지 남장을 풀고 나왔다.
처음 보는 코하쿠의 모습에 리코는 처음 알아보지 못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코하쿠라는 걸 알아차렸다. 안 그래도 리코는 코하쿠와 있으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에 혼란스러워하던 상태였다.
그런데 남자라고 믿어왔던 코하쿠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면?
애써 남자니까, 남자라서 이어질 수 없다고 부정하고 있었는데 애초에 남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거절하고 무시하고 외면하며 부정하고 있던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터졌다.
고작 머리카락 하나 길어졌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는지 알 수 없었다.
" 어, 어... 그, 모습은...? "
" 왜? 일하는 시간이 아니잖아. "
" ... 그럼, 이제까지는... "
" 일하던 모습이지. 신기하게 너랑은 일할 때마다 보긴 하더라. "
리코는 너무 놀라고 심장이 떨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코하쿠가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이 굴며 물어왔다. 리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코하쿠가 답을 해주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기던 코하쿠가 리코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제까지 봤던 건 전부 일하는 중이라고 말하니, 리코의 뺨이 확 붉어졌다.
리코는 이제까지 자신이 착각해서 코하쿠를 오해하고, 독설을 내뱉었던 걸 떠올렸다. 망연자실하긴 했으나, 그래도 코하쿠를 향한 감정을 완전히 자각했고, 그걸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일하던 모습과 정반대되는 모습이 새롭고, 또 그 새로움에 다시 반하고 말았다.
" 리코? "
" ... 이름은 네 진짜 이름이야? "
" 아, 그렇지. 슈가라고 불러도 돼. "
" 슈가... "
멍하니 있는 리코의 모습에 코하쿠가 리코의 눈앞에 손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리코가 이름에 대해 물어보자, 코하쿠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기다 애칭이라고 불리는 호칭까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리코는 그 호칭을 중얼거리며 입안에 남은 달달함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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