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잉,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메카[기계장치]의 팔이 움직였다.
허공에 떠 있던 메카의 팔이 아래로 내려오자, 그의 손바닥에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카의 손등이 온전한 바닥에 닿자, 손바닥에 서 있던 사람이 내려와 자신을 내려준 메카를 보았다.
그러자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던 메카가 소형차로 변했다.
기계음을 내던 게 멈추자 탁 소리와 함께 소형차의 문이 닫혔다. 메카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소형차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보닛에 손을 올리고서 가볍게 쓰다듬었다.
" 오늘도 수고했어, 에프. "
[ 주인도 수고했습니다. 오늘은 다른 일은 없습니까? ]
" 응, 없어. "
[ 없으면 만들어드려야 정석 아니겠어?? ]
" ... 파인? "
주인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계의 감촉에 옅게 웃었다.
수고했다며 서로 인사를 건네고 난 뒤에 묘한 정적이 있었다. 그 정적을 깬 건 A304-458, 아니 에프였다. 그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다른 일은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주인이 오늘은 없다며 짧게 답했다.
주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의 뒤로 헬리콥터가 나타나더니 기계음을 울리며 변신했다. 에프보다 빠른 속도로 변신한 파인이 주인의 앞에 나타나 특유의 기계음을 냈다.
주인이 오랜만에 보는 파인의 등장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 관리자 씨, 일이 없긴요~ 여기 있는데요? ]
[ 불량품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주인. ]
" ... "
[ 너무하셔라, 관리자 씨. 그래도 되나요? ]
" 둘 다 시끄러워. 목 아프잖아. "
[ 죄송합니다~ ]
[ 예... ]
누가 서로 혐오하는 걸 모르냐는 듯 둘은 마주치자마자 서로 견제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주인이 참다못해 인상을 찡그리며 둘에게 시끄럽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곧바로 사과하는 파인과 묘하게 시무룩해진 에프였다.
주인이 목 아프다는 말에 파인이 눈치를 보다가 다시 기계음을 내며 변신했다.
커다랗던 메카가 헬리콥터로 변신해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주인은 파인을 올려다본 탓에 뻐근해진 목을 붙잡고서 근육을 풀었다. 그러자 파인이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에프가 파인의 말을 막기도 했다.
[ 지금은 목 괜찮나요?? ]
[ 그건 주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294번. ]
" 너희 자꾸 다투면 저리 가. 난 쉴 거야. "
[ 주인...! ]
[ 어라, 가버리셨네요~ ]
에프는 파인을 절대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불량품, 294번이라는 명칭으로 불렀다. 파인의 제대로 된 명칭은 P487-294였기에 294번이라는 명칭이 맞긴 했으나, 파인이라는 명칭이 더 알맞았다. 하지만 에프는 절대 부르지 않았다.
에프와 파인의 다툼에 지친 모양인지 주인이 발걸음을 돌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에프가 다급하게 주인을 부르며 주인을 따라갔고, 파인은 그저 지켜보며 아쉽다는 듯 말했으나 말투는 전혀 아쉽지 않아 보였다. 파인이 밖에 홀로 있을 때, 주인을 따라간 에프가 주인의 눈치를 살폈다.
주인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에프를 알아차리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
[ 주인, 다른 건 들어드릴 수 있으나 불량품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
"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
[ 싫어하는 게 아니라 혐오합니다. ]
" 그러니까 왜? "
[ 우리 메카에게 있어 주인이 있어야 하며, 그렇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
" 그건 들었어. "
[ 하지만 불량품은 주인을 삼지 않았다는 것도 아시지 않습니까. 294번은 결국 멈추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자신의 설정을 어겼습니다. ]
" ... 그래도 지금은 주인이 있잖아? "
[ 예, 하지만 그게 임시일지 오래갈지 모르지 않습니까. ]
" 뭐... 자업자득이라는 거네. "
주인은 둘의 관계를 아쉽다는 듯 말했다.
에프가 주인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자 주인이 자신의 궁금한 걸 에프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에프가 진지한 목소리로 정정했다. 혐오라는 말에 주인의 궁금증이 더 커졌다.
주인의 물음에 에프가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에프의 설명에 주인이 그건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파인도 주인을 삼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주인의 말뜻은 이제 혐오를 멈추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이었지만 에프는 그걸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언제 다시 마음이 변할지 모르기에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고, 그런 뜻을 가진 말을 했다.
에프의 말을 듣고 있던 주인이 심드렁한 말투로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에프가 차 전체를 덜컹거렸다. 그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 같았다. 주인은 멈추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이며 걸어갔다. 주인의 뒤를 따라 에프가 천천히 움직였다.
" 그래도 지금은 나름 주인이랑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으니까, 잘 지내봐. "
[ ... ]
" 매번 싸우지 말고. 너네 만날 때마다 그렇게 다투면 내가 힘들어. "
[ 주인을 힘들게 할 순 없습니다. 불량품에게 오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
" 친하게 지내라니까 왜 그렇게 되는 건데? "
넓은 공간으로 들어온 주인이 흘러 지나가는 듯이 말했다.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에 에프가 응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이 힘들다고 말하자 답을 해주었다. 주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답이었다. 에프의 말에 주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에프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는 모습에 주인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에프와 파인이 가깝게 지내려면 아직 한참 멀었거나 혹은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파인은 나름 에프와 친해지려고 하는 거 같던데, 그건 아닌 걸까?
파인의 마음을 알 리 없던 주인은 에프를 보며 그의 바퀴를 쓰다듬었다.
" 친해지기 싫으면 적어도 싸우지 않으려고 해봐. "
[ ... 그건 노력해 보겠습니다. ]
" 좋아, 오늘은 일이 더 없으니까 푹 쉬어. 에프. "
[ 주인도 푹 쉬길 바라겠습니다. ]
주인의 말에 에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만족한 듯 웃던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에프에게 푹 쉬라고 말하던 주인은 그대로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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