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0915] 꿈 속에서도

나비의 보관함 2025. 2. 13. 00:01



 

건엽과의 싸움을 끝낸 영현은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문 앞에서 족쇄를 든 채로 대화를 하고 있는 직원들만 난감해졌다. 직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 이거... 족쇄 얼른 채워야 하는 거 아니야? 지쳤을 때 채워둬야지. "

" 그러게... "

" 누, 누구십니까?! "

 

 

그때 복도에서 들려오는 선명한 구두 소리가 들려오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직원 중 한 명이 아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누구냐며 버럭 소리를 치던 그때, 그녀를 알아본 누군가가 급하게 허리를 숙이며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직원의 목소리에는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는 사이 기절했던 영현이 깨어나 벽쪽으로 기어가더니 등을 기댔다.

 

 

" 죄,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아직 안내를 받지 못해서...!! "

" 괜찮아요, 누구나 실수는 하니까요. 이쪽은 후구가쿠카이에서 온, 음... 이건 설명 들었겠죠? "

" ㅇ... 예! 그... 비번은...? "

" 아, 괜찮아요. 회장님께 안내받았거든요. "

 

 

직원들 사이를 익숙한 듯 비집고 들어와 비밀번호를 치려고 하는 아리였다.

그런 아리의 앞을 직원 하나가 막아 세우더니 아직 족쇄를 채우지 않았다며 손에 들고 있던 족쇄를 아리에게 보여주었다. 아리는 직원의 손에 들린 족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직원에게 시선을 주고서 싱긋 웃더니 괜찮다고 다시 말한 뒤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는 아리의 뒤로 걱정이 가득한 직원들의 수군덕거림이 들려왔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조승하는 문 안으로 시선을 옮겨 빤히 바라보다가 직원들을 지나쳐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건엽에게 다가갔다. 

 

 

" 이거 괜찮은 거 맞아...? "

" 난들 아냐... 근데 저 사람이 다치면 괜히 우리가 큰일 나는 거 아니야? "

 

 

아리는 안으로 들어와 벽에 기대어 앉아 힘들어하고 있는 영현에게 다가갔다. 

그의 앞에 멈춰서서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영현의 찡그러진 표정과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상당히 버거워 보이는 몸 상태를 훑어보았다. 냉정하고 차갑기만 한 시선이었지만, 영현은 아무래도 좋았다. 

고개를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서 대답했다. 

비꼬려는 의도인 건지 아니면 정말 웃음이 나왔던 건지. 아리를 정면으로 보던 영현은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더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 오랜만이네요. 1순위 후계자님의 꼴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요. "

" 오랜만이긴 하네, 그나저나... 한울이 약혼녀가 이런 곳에 와있어도 되는 거야? "

 

 

영현의 말에도 아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무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입고 있던 치마를 잡기 위해 뒤쪽 허벅지부터 아래까지 내리면서 천천히 무릎을 구부려 쭈그린 채 앉았다. 영현과 시야가 비슷하게 맞춰지자 느리게 눈을 깜빡거렸다. 

나른해 보이는 깜빡임에도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아리는 말 대신 가방을 한참 뒤적거리더니 물병과 함께 작은 알약 두 개를 꺼냈다. 그녀의 행동에 영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의 답답함에 아리가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 약이랑 영양제예요. 약은 뭐... 그냥 진통제고, 영양제는 여기 있는 동안에 제대로 된 영양분은 섭취 못 했을 테니까... 가지고 왔어요. "

" ... "

" 안 드실 건가요? "

 

 

아리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는 작은 알약 하나, 하나를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열심히 설명한 것과는 달리 영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런 모습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영현의 앞으로 약과 물병을 내밀었다. 꾹 눌러도 반응조차 없자 절로 아리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영현은 아리의 행동에 멀뚱히 눈만 꿈뻑거리면서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때 짜증을 참지 못한 아리가 결국 자신의 입안에 약과 물을 머금고는 그대로 영현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입안으로 물과 약을 건네었고, 영현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약을 삼키고 나서야 그녀가 입술을 떼어냈다. 

그런데 문제는 아리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부터였다.

영현은 처음에 그녀의 행동에 놀란 상태였으나 약을 받아내고 난 다음 아리의 팔을 붙잡더니 확 당겨 익숙하게 입을 맞춰왔다. 한참을 키스를 하면서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가고 깊은 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 으음...!! 읍, 흡...! "

 

 

영현의 키스에 당황하고 놀란 아리가 다급하게 그의 어깨를 때려보지만, 밀리지도 않았다.

입술 틈 사이로 두 사람의 혀가 섞이고, 타액을 교환하고 나서야 영현의 입술이 떨어졌다. 아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댄 채 영현을 보았다. 

영현은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입술을 닦아냈다.

그의 태평한 모습에 아리가 영현의 어깨를 주먹으로 쳐버렸다. 그녀의 주먹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모양인지 영현이 씩 웃었다. 

 

 

" 네가 먼저 해놓고는 왜 그래? "

" 짜증 나게 하지 말아요. "

 

 

영현의 말에 아리는 울컥 올라온 감정에 미간을 찌푸린 채 영현을 노려보았다.

키스가 끝난 이후로 입술은 떨어졌으나, 그의 힘으로 인해 품에 안겨있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리는 영현에게 안긴 채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서 말했다. 

 

 

" ...전 이곳에서 당신을 꺼내줄 힘 정도는 있어요. 원한다면 꺼내드릴게요. "

" 됐다. 내 힘으로 나갈게. "

 

 

아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영현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았다. 

호쾌한 얼굴로 웃어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아리는 영현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그 손길만 받고 있다가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둥거렸다. 

그녀가 계속 바둥거리자, 통증이 심해진 탓에 영현은 그리 오래 붙잡아두지 못했다. 

아리는 품에서 벗어난 이후 자신의 옷을 털어놓고는 영현을 힐끗 보았다. 

 

 

" ... 짜증 나네요. "

 

 

그녀는 조용히 짜증 난다고 말하더니 영현의 몸을 살짝 꼬집어버렸다. 

이후 가만히 영현을 보던 아리가 일어나더니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