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HL/드림/240728] 데이트에서 있었던 일

나비의 보관함 2025. 2. 8. 04:33


항상 저녁 늦게 끝나던 임무가 오늘따라 일찍 끝났다.

저번 고백으로 인해 사귀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날이었다. R는 임무가 끝나 찝찝한 몸을 씻기 위해 방으로 들어갈 때였다. L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 R. "

" 응? 왜? L "

" 오늘 축제를 하던데... 같이 구경하러 가겠습니까? "

" 음... 그럼 씻고 볼까? "

" 금방 나오겠습니다. 나중에 보도록 하죠. "

 

 

R는 힐끗 붉어진 L의 귀 끝을 보았다. 

데이트 신청하는 게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L의 귀 끝이 붉어져 있었다. R는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그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문 앞에 서 있던 L를 두고서 방 안으로 들어가 씻을 준비를 했다.

R는 설레는 마음으로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단장까지 끝내고 나서야 1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평소와 다르게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과 깔끔하게 입은 원피스는 누가 보아도 나 오늘 데이트해요. 라고, 광고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기 전, 지나가던 동료들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 L랑 데이트야? 잘하고 와! "

" 축제를 즐기기 위한 거군. 방심은 금물이야, R. "

" 아이, 참. 리르, 엘리! "

 

 

동료들의 놀림에 얼굴이 붉어진 R가 소리쳤지만, 동료들은 그저 웃으며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R가 1층으로 내려가니 먼저 기다리고 있던 L의 모습이 보였다. 그도 평소와는 다른 옷차림이었다. 화려하던 옷차림이 아닌 단촐한 셔츠 한 장과 바지가 전부였다. 

L는 멍하니 R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R는 L의 시선이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후다닥 내려와 L의 앞에 섰다. L는 R가 자신의 앞까지 오자 정신을 차리고서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 ... 오늘 너무... "

" 너무? "

" 크흠, 아닙니다. 축제는 새벽까지 한다고 하니 천천히 가죠. "

" 치... 뭐야, 시시하게. "

 

 

L는 당장이라도 아름답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 단어가 목젖을 '탁' 치고 올라왔으나 꾹 참았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엔 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 대신 R의 손을 붙잡고 숙소를 벗어나 축제가 한창인 마을 중앙으로 들어섰다. 

마을 중앙으로 들어오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신나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R와 L는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축제를 빙자한 데이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잔뜩 늘어진 먹거리와 공연들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 이거 내가 계산할게! "

" ... "

 

 

닭꼬치의 향기를 이기지 못한 R가 길거리 매점 앞을 기웃거렸다. 

고개를 돌려 L의 팔을 붙잡아 걸음을 멈추었다. 함께 들고 왔던 작은 가방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R를 보고 있던 L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꼬치의 금액에 맞춰 동전을 건넸다. 

그의 행동에 R가 화들짝 놀랐다.

돈을 쓰는 걸 극도로 꺼릴 정도로 짠돌이에 가깝던 L가 돈을 썼다는 것에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길거리 음식뿐만 아니라 길거리 공연의 관람료라던가, 꽃을 파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주는 것까지 L가 계산했다. 놀라 멍해 있는 R의 모습은 L가 결제할 때면 더욱 두각을 드러냈다.

R는 당황한 표정과 몸짓으로 L를 붙잡고 말했다.

 

 

" L, 내, 내가 내면 된다니까?? 내가 낼게. "

" ... 됐습니다. "

 

 

결제를 하는 내내 L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내겠다고 말하는 R의 말에 됐다고 거절한 이후부터 말이 없었다. L가 됐다고 거절을 하고 나니 더 이상 자신이 낸다고 말할 수 없었던 R는 L의 뒤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R는 평소 L가 돈을 잘 안 쓰기로 유명하다는 걸 알았기에 그간 임무를 하면서 모은 돈을 오늘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린 게 L였다. 돈은 안 쓸거라 생각했던 L가 모든 결제를 다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R의 당혹스러움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멍해진 표정으로 L를 보는 것도 이미 여러 번이었다. 

 

 

" ... 하,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

" ... 어? 어, 어?! "

" ... "

 

 

정작 L는 자신이 결제할 때마다 뒤이어 따라오며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R의 모습이 신경 쓰였다.

신경 쓰이다 못해 걱정이 될 정도였다. 말없이 묵묵히 앞으로만 걸어가고 있던 L는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L의 갑작스러운 멈춤으로 인해 뒤따라가던 R가 L의 등에 코를 박고 말았다. 

R는 코를 문지르며 L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물어보기 위해 입을 떼어내기도 전에 L의 입에서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L의 말에 당황한 R가 얼굴을 붉히며 계속해서 되물어보는 말을 반복했다. 

R의 반응에 덩달아 얼굴이 붉어진 L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R는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L가 사준 꽃다발에 얼굴을 파묻었다. 

 

 

" 아... 진짜, L... "

" ... "

 

 

아까 보았던 길거리 공연과는 다른 즉석 퍼레이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R는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서 퍼레이드를 보았다. L도 R의 걸음에 맞춰 멈추었다. 그도 R와 함께 퍼레이드를 지켜보았다. 화려하고 웅장한 퍼레이드가 점점 끝을 맞이했을 때, 마을의 축제도 끝을 맺었다.

하나, 둘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리를 하고 있을 때 L와 R도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숙소로 향했다. 

R는 L와 맞잡은 손에서 온기를 느끼며 이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로 인한 알싸한 알콜의 향이 거리를 채우고, 가는 곳마다 반짝이는 화려한 장식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함께 있는 연인이 있으니 두근거리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 R의 설렘을 깨트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 아! 아이고~ 아파라, 이거 팔이 빠졌겠는데?? "

" ... 뭐? "

" 잭슨! 괜찮나? 어, 어~? 이 계집, 좀 생겼는데? "

" 팔 빠진 보상비를 주든가 아니면 우리랑 같이 놀던가, 하나만 택해 봐. "

" ... 뭔... "

 

 

거리가 그리 좁은 상태도 아니었다. 

오히려 널찍해서 부딪히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일 노릇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R의 어깨를 부딪쳐 오며 시비를 부쳤다. R와 부딪힌 사내는 잭슨이었고, 그런 잭슨의 곁에서 더 돋구는 상대는 마이클이었다. 

둘은 마을 안에서도 알아주는 양아치였다. 

마이클은 R의 얼굴을 보며 마음에 든 듯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R의 시선에는 시궁창보다 더한 웃음이었다. 그들의 말에 대꾸해 줄 필요도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표정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잔뜩 인상을 구기고서 한마디만 더 하면 바로 공격할 생각이었다. 

 

 

" 오히려 이쪽에서 돈을 받아야겠는데요? "

" 뭐?! 난 저년한테 볼일이 있는 거니까 넌 꺼져!! "

" 꺼져드릴 수가 없군요. 이래 봬도 일단은 이분의 연인이라서요. "

" 하! 연인 앞이라고 폼 잡는 거였군! "

 

 

곁에 있던 L가 입을 열어 조곤조곤 낮지만, 확실한 말투로 잭슨과 마이클을 상대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건지 아니면 원래 안하무인인 건지 잭슨과 마이클은 L를 보며 동시에 꺼지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L가 R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자신의 몸 뒤로 숨겼다. 

L는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으나 R의 앞이기에 일단 참아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걸어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R를 향한 수치심이 가득 한 막말까지 해왔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참을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 L가 잭슨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 끌끌, 우린 저년에게 몸으로 보상을 받아야 해서 말이지. "

" 연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저년과 해야 할 게 남아있거든. "

" ...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을요. "

" ... L?! "

 

 

퍽, 꽤 명쾌하고 짧은 마찰음이 들려왔다. 

L가 참지 못하고 결국 꽉 쥐고 있던 주먹을 그대로 내지르고 말았다. 그의 주먹이 명쾌하게도 잭슨의 뺨을 강렬하게 치고 들어갔다. 고개가 돌려질 정도의 파워에 잭슨이 버티지 못하고 우당탕 소리를 내며 추잡스럽게 넘어졌다. 

곁에 있던 마이클은 자신의 친구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서 크게 당황했다. 

머릿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어? 같은 말만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놀란 탓에 머리를 어지럽히던 알코올이 싹 가버린 듯한 느낌까지 들었던 모양인지 널브러진 자신의 친구에게로 다가갔다. 

 

 

" 어, 어이! 잭슨!! 일어나, 이 친구야! "

" 더 할 게 남아있나요? "

" 힉...!! "

" 루, L...!! "

 

 

L가 바닥에 주저앉은 마이클과 기절한 건지 미동도 없는 잭슨을 향해 걸어갔다.

점점 다가오는 존재에 덜컥 겁을 먹은 마이클이 새된 비명을 내지르자, 너무 놀라 황당해하고 있던 R가 다급하게 L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가던 L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마이클은 잭슨을 끌어안은 채 L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이 자신들의 목적이었던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다급한 목소리로 도와줄 것을 애원했다. 그게 R에게 간절히 닿지는 않았지만, 일이 크게 번지지 않길 바랐던 그녀였기에 L를 다시 불렀다. 마이클과 잭슨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거, 거기 여성분!! 우리가 아무래도 술에 너무 취해서 실수한 것 같소!! 미, 미안해. 미안하네. 응? 그러니 이 남자 좀 말려보게나!! "

" ... "

" L, 이제 돌아가자. 응? "

" ... 하지만 이들이... "

" 난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해. "

 

 

L는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을 지긋이 노려보았다. 

마이클의 시선이 L의 시선을 마주치지 못해 아래로 내려갔다. 손등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모습에 황급히 고개를 푹 숙였다. 

공포의 앞에서 몸이 사시나무같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포는 L와 R에게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R는 다시 간절하게 L의 이름을 불렀다. L를 불러도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쳐 오지 않자, R는 발걸음을 옮겨 L의 곁으로 다가갔다.

L의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으며 손을 올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흉흉한 기운을 내뿜던 L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처연한 눈빛으로 R를 보고 있었다. 

 

 

" 정말 괜찮아, L가 있잖아. "

" ... 이만 가요. "

" 응, 이제 가자. "

 

 

R의 다정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흥분이 가라앉은 모양인지 L가 발걸음을 돌렸다.

R와 함께 돌아가는 길에도 고개를 돌려 마이클에게 경고를 주듯 노려보는 것까지. L와 R, 두 사람은 어느새 조용해진 거리를 걸으며 서로 말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촛불로 이루어진 가로등이 없었다면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어두운 상태였다. 

R는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L가 자신을 위해 화를 내주고 대신 상대를 처리해 준 것까지. 그 부분에서 그의 사랑을 다시 확인받은 기분이 들었다. 

R가 홀로 생각하고 있을 때, L는 속으로 자책하고 있었다. 

괜히 방금 나선 탓에 R가 자신과 데이트한 걸 후회하고 있진 않을지, 자신에게 감정이 식진 않았을지. 여러 생각이 교차한 탓에 두 사람은 서로 아무런 대화도 없이 숙소에 도착하고 말았다. 

 

 

" ... L, L? "

" 아, 예? "

" 그... 네 방에 잠시... 가도 괜찮을까? 이대로 헤어지기엔... "

" ... 언제든지 와도 좋아요. "

 

 

숙소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 R는 다짐한 듯 주먹을 꽉 쥐더니 L를 불렀다. 

L는 자신의 생각에 잠겨서 R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R가 다시 불러주는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멈추었다. R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왜 불렀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R는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웅얼거림으로 들릴 수준이었다. 다만 L는 R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용기에 L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L의 방으로 향했다. 

R는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잔뜩 긴장해버리고 말았다. 항상 자신의 방으로만 오던 L였기에, 그의 방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었다. 

방에 들어온 R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 잠시 앉아계세요. "

" 응, 뭐하게? "

" 아, 손만 좀 씻고 오겠습니다. "

" 아... 응, 다녀와. "

 

 

R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디로 가버리려고 하는 L의 모습에 그를 불렀다. 

L가 손등을 보이며 말했다. 피가 나진 않았지만, 손등이 살짝 까져있었다. 그 손등을 보고 R는 사람이 기절해 버릴 정도로 주먹을 내질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려나, 생각했다. 

손등을 지켜보던 R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침대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금방 손을 씻고 돌아온 L가 R의 곁에 앉았다. R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 L, 마지막에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너랑 같이 데이트해서 즐거웠어. "

" ... 같이 주무시겠습니까? "

 

 

R는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데이트가 즐거웠다는 말을 남기자 한참을 머뭇거리며 고민을 하던 L가 입을 달싹이며 말했다. R의 용기에 자신도 답을 주기 위해 용기를 낸 듯했다. 

같이 자겠냐는 말에 R의 얼굴이 붉어졌다. 

 

 

" 절대 그런 의미로 자자는 게 아니라 단순히... 그냥 서로 안고서 자자는 말이었습니다. "

" ... 누가 뭐래? 그러자. "

" 여기 누우세요. "

 

 

R의 반응에 아차, 싶었던 L가 다급하게 덧붙이며 말했다. 

그의 해명 아닌 해명에 R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평소라면 저렇게 허둥대며 다급해하는 L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연인이 되고 나니 그의 모든 게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사실 연인이 되고 나서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그랬던 것 같지만.

R가 생각을 하는 사이 L가 빠르게 침대에 눕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살짝 두들겼다. 이쪽에 와서 누워달라는 것 같았다. 베개는 하나뿐이었고, 옆으로 누운 L의 몸 때문에 누가 봐도 팔베개를 해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R는 L의 행동에 또다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 즐겁습니까? "

" 응, L. 너와 함께하니까 즐거워. "

" 당신이 즐거우면 저도 좋습니다. "

 

 

L와 대화하며 R는 자신의 몸을 L의 옆에 눕혔다. 

그의 팔베개를 받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짧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푸흐, 바람이 새어 나가는 웃음에 서로를 진득한 눈빛으로 주고받았다. 

R는 거의 하루 동일 돌아다닌 탓인지 아니면 L의 품이 포근했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점점 몰려오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L 역시 R가 눈을 감는 것을 보고 허리를 단단하게 끌어안으며 자신도 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 지켜본다면 이미 부부와 다를 것 없는 두 사람을 보며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만큼 깊게 잠든 두 사람의 얼굴에는 행복해 보이는 미소의 꽃이 만연하게 피었다.